<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고인물 싸움’ 아산시

“터줏대감끼리 붙어보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4월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내년을 기준으로 집권 3년 차를 맞이하는 윤석열정부와 거대 야당이 심판론을 펼치기 위한 이벤트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충청남도 아산시에는 인적 자원이 풍부한 후보군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신인 정치인이 치고 올라올 틈은 없다. 현역이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는 아산갑·을에 누가 출사표를 던질지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단일 선거구였던 충청남도 아산시는 지난 20대 총선을 앞두고 분구가 성사됐다. 하나의 지역 안에 보수·민주 세력이 팽팽히 맞붙는 셈이다. 이번 선거는 지난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심판론과 지방 권력 교체를 이룬 국민의힘의 중간평가 성격을 띠고 있다. 아산갑은 전·현직의 리턴매치, 아산을에는 현역 대항마가 주된 관전 포인트다.

설왕설래

아산갑은 지난 2008년 18대 총선부터 2020년 21대 총선까지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이 내리 4선을 지내면서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은 곳이다. 이곳에 민주당 복기왕 충남도당위원장이 또다시 도전장을 내밀면서 ‘리턴매치’가 펼쳐질 전망이다.

앞서 이 의원과 복 위원장은 지난 17대·21대 총선서 치열하게 붙었다. 17대 총선서 복 위원장이, 21대 총선서 이 의원이 각각 한 번씩 당선됐다. 특히 21대 총선서 이 의원이 복 위원장을 0.7%p인 567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되면서 초박빙 승부가 펼쳐졌다. 22대 아산갑 선거가 벌써 이목을 끄는 이유다.

정치 색채와 상관없이 개개인의 행정 능력이 얼마나 높게 평가받는지가 관건이다. 이 의원은 8년 연속 법안 발의 1위를 기록하는 등 행정 부문서 활약하고 있다. 충남도 행정부지사를 역임한 정통행정관료를 지낸 만큼 지난해 6·1 지방선거서 유력한 충남지사 후보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 의원은 지역발전 견인을 통해 지지세 결집에 나섰다. 제2서해안고속도로 사업이나 국립경찰병원 분원 건립지 선정, 아산-천안 1차 구간 고속도로 개통 등이 그 예다.

복 위원장은 민선 5·6기 아산시장을 역임한 뒤 청와대 정무비서관, 충남도당위원장 등을 지냈다. 아산의 현안을 안팎으로 두루 살피면서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는 데 힘썼다. 여권 내 차세대 주자 이미지를 굳힌 복 위원장은 최근 각종 미디어에 얼굴을 비추며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일꾼’ 뽑겠다는 충청 스윙 보터
“누가 누가 잘하나” 탐색전 돌입

현재 민주당에서는 복 위원장 이외에 당내 경쟁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국민의힘 내에서는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이건영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이 자천타천 거론되면서 정치판 흐름에 변화가 감지된다.

특히 아산 출신인 김 전 장관은 그동안 공직을 거치면서 국가의 정책을 수립·추진하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는 지난 6·1 지방선거 당시 고향인 아산에 상주하면서 김태흠 충남도지사 선거를 돕고 인수위원장 역할을 맡았다.

이후 김 지사의 역점사업인 ‘베이밸리 메가시티’ 사업을 총괄하는 베이밸리 추진단장으로 선임됐다.

이 전 행정관은 지방선거와 총선에 출마한 이력이 있는 만큼 얼굴도장을 톡톡히 찍었다. 그는 2010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서 무소속 후보로 아산시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민주당 복기왕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지난 19대 총선에는 아산갑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당시 자유선진당 이명수 후보에게 패배하면서 3위에 그쳤다. 20대 총선서 아산을로 지역구를 옮겨 재도전에 나섰으나 민주당 강훈식 의원에게 쓴맛을 봤다. 비록 여의도에 입성하지 못했지만 오랜 기간 시민과 라포를 형성한 게 강점으로 꼽힌다는 평이다.

아산을은 갑 지역구와 반대로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곳이다. 각종 산업단지를 비롯한 천안아산역 주변 신도시의 젊은 표심으로 인해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게 감지된다.

현역인 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지난 20대 선거서 당시 새누리당 이건영 후보를 13.77%p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21대 선거에서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박경귀 후보를 19.43%p 차이로 크게 따돌렸다.

강 의원은 지난해 8·28 전당대회 본선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포함해 최종 3파전 대결까지 가는 등 꾸준히 몸집을 키워왔다. 여야를 막론하고 신인 후보가 선뜻 도전장을 내밀기 어려운 상황으로 점쳐진다. 국민의힘에서는 대항마로 누구를 내보낼지 고심하는 이유다.

단일 후보 밀고 나가는 민주당
국민의힘 현역 프리미엄은 글쎄

국민의힘은 지난 9월 아산을 당협위원장으로 전만권 전 천안시 부시장을 임명했다. 당협위원장은 당내 입지를 넓히는 것은 물론 당원명부를 관리할 수 있어 총선 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내년 총선과 아산시장 보궐선거에 모두 거론되는 만큼 아직 거취를 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21대 총선서 낙선했던 박경귀 후보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서 아산시장에 당선됐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2심 모두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았다. 박 시장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상대 후보였던 오세현 전 아산시장에 관한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는다. 현재 대법원 판결만 남은 상태다.

전 위원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아직 최종 판결이 나오지 않은 만큼 보궐선거와 총선 어디에 무게를 둘지 입장이 조심스럽다”며 “지금은 시민을 위해 위원장으로서 열심히 활동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후보자가 거론되지 않아 강 의원의 독무대가 예상된다. 국민의힘에서는 유기준 전 아산시의장과 김길년 아산발전연구소장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다만 두 인물 모두 총선을 앞두고 큰 움직임이 없는 만큼 국민의힘 내부서 마땅한 인재를 찾지 못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앙당 차원서 거물급 인사가 등판하는 게 아니냐는 희망 섞인 목소리도 간간이 나오는 모양새다.

아산시 사정에 밝은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박 시장의 추후 행보가 아산갑·을을 막론한 지역구 전체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논란의 중심에 우뚝 선 박 시장이 국민의힘 당적을 두고 있는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민심의 추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했던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노선이 평택·춘천·천안아산까지 확장하면서 민심이 쏠릴 가능성도 제시된다.

이 관계자는 “시를 책임지는 시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재판 중인 만큼 시민들도 걱정이 많다”며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총선 후보를 두고 지역 내에서도 설왕설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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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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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