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만나다> 탄핵 최전선에 선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분노한 국민 모두 광장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박형준 기자 = 근래 정국이 심상치 않다. 연말 즈음에는 용산이 흔들릴 것이란 관측도 풍문처럼 떠돈다. 야당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진보당은 탄핵의 물꼬를 트고 마지막까지 광장에 남아 ‘사회개혁’에 마침표를 찍겠다며 광장 최전선서 깃발을 들었다.

진보당은 야당 중 가장 먼저 탄핵 추진을 당론으로 정한 정당이다. 그만큼 지향점도, 개척하는 길도 뚜렷하다. <일요시사>는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와 만나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하나씩 짚어봤다. “판을 여는 것이 진보당의 역할”이라는 김 상임대표는 정권 퇴진 이후 벌어질 일들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안고 있었다. 다음은 김 상임대표와 일문일답.

-지난 10·16 재보궐선거 당시 진보당은 호남서 예상 외의 성적을 거웠다. 어떻게 평가하고 계시나?

▲호남은 정치적 방향을 선도할 수 있는 여론이 만들어지는 지역이다. 이곳에서 새로운 정치 지형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했고, 대안 세력으로 선택되는 목전까지 간 것은 향후 진보당의 성장 향방에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라고 평가한다.

국민에게 진보당이 가진 진정성을 보여드렸다. 오래전부터 하던 활동들을 더 열심히 했을 뿐인데 그것을 굉장히 좋게 봐주시면서 구체적인 지지율 상승까지 이어진 게 아닐까 싶다. 어떤 분은 “(호남은)민주당의 일방적 구도였기 때문에 그것을 깨뜨리는 모습을 보여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씀 주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20%대 안팎을 넘나들고 있다. 사실상 레임덕에 접어들었다는 평이 나오는데 2016년 박근혜정부 때와 상황을 비교해본다면?


▲정권에 대한 분노는 8년 전보다 훨씬 크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국민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이런다고 세상이 달라질까?”하는 회의감이다. 그때는 대통령을 끌어내리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퇴행적인 정치 상황 같은 사회 전반의 문제를 목격했다.

앞으로 펼쳐질 여러 상황 역시 8년 전에 보았던 그 방식 그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아가 ‘정권 심판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인가’에 답을 해야 할 때다. 퇴진 이후에 사회 개혁을 누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남아 있다.

“끌어내리면 끝? 심판 후 대비해야”
“8년 전과 똑같이 흘러가진 않을 것”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장외 집회에 나섰다. 정권 퇴진 운동 분위기가 고조되는 지금 진보당의 역할은 무엇인가?

▲광장과 시민을 잇는 가교다. 먹고사는 데 대부분의 시간과 고민을 쏟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광장에 나올 수 있도록 판을 열어내는 것이 진보당의 역할이고 가장 잘하는 일이기도 하다. 진보당 당원의 구성을 보면 대부분 비정규직 노동자나 농민 등이다.

정치적인 셈법을 고민하기보다는 일상이 무너지는 것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는 분들이다. 이런 분들이 폭발적으로 거리에 나와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우리가 세상을 바꾸는 데 역할을 해야 된다”고 생각할 때 즈음엔 퇴진의 목소리가 끓어 넘치는 광장이 열릴 거라고 생각한다.

-정부·여당을 흔드는 ‘명태균 녹취록’이 탄핵 트리거가 될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게 국민의힘 입장인데…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얘기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대통령실의 방어 논리는 실시간으로 부서졌고 이제는 제대로 된 해명도 못 하는 상황에 이르지 않았는가. 결국은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문제인데 나는 대한민국의 헌재가 대단히 정치적 판단을 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박정부 때도 촛불의 힘이 모였기 때문에 헌재가 그런 결정(탄핵 인용)을 했다고 본다.

-그렇다면 탄핵은 어려운 상황인가?

▲현재 헌재 재판관 구성이 현 정권에 유리한 조건이라 탄핵안이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이 상식으로 판단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 상식을 벗어나는 그 어떤 정치적 판단을 헌재가 내리게 된다면 상상할 수도 없는 반격과 국민의 심판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문을 살펴보면 여러 가지 사유들 중 비선 실세의 국정 개입과 ‘재단 모금’만 인정됐다. 이번 ‘명태균 게이트’는 그 사건을 능가한다고 보나?

▲물론이다. 기억하다시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응원한다” 수준의 말 한마디에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박 전 대통령도 (공천을)돌려서 지시한 정황이 있었지만 지금은 윤 대통령 본인이 직접 개입한 정황이 나오고 있지 않은가. 이와 관련한 금전거래도 확인이 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게이트가 될 수밖에 없다.

“‘명 게이트’해명도 못 하는 상황”
“헌재 봐주기? 절대 그렇지 않을 것”

-대한민국 영부인이 정권의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지는 상황이다. 제2부속실을 설치하고 김건희 여사가 대외 활동을 줄인다면 상황이 나아질까?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위기 상황을 잠시나마 모면하려는 얕은 수에 불과하다. 여사의 행보를 통제하는 것으로 납득이 가능한 시점은 이미 훌쩍 지났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계속해서 변화와 쇄신을 요구하고 있는데…

▲지금 상황을 한 대표 본인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동안 특별 감찰 얘기를 하면서 빠져나가 보려고 했을 것 같은데 이는 대통령실은 물론 국민에게도 먹히지 않는 상황이다.

-대통령 임기 단축 등이 포함된 개헌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개혁신당서도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개헌은 위기에 처한 정부가 퇴로를 마련하기 위한 ‘협상 카드’다. 자칫하면 면죄부가 될 수 있어 국민 정서에 대단히 맞지 않는 방법이다. 현재 거론되는 의혹들이 불법 정황이 맞느냐, 아니냐를 이야기하려면 일단은 특검을 통해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당장 오는 14일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이 본회의서 처리된다.


여당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다. 지금까지 본인의 입장이 어떠했든지 누군가는 발 빠르게 입장을 전환해 상황 변화에 발을 맞출 것이고, 아둔하다면 파국의 열차에 갇힐 것이다.

-끝으로 김재연 상임대표는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나?

▲우선 나의 목표는 임기 동안 진보 정치의 전성기를 다시 맞이하는 것이다. 지금 한국 정치는 양당 구도로 굉장히 고착화됐으며 퇴행적인 정치 생태계로 자리 잡았다. 스스로를 제3지대라고 표현했던 어떤 정치인도 뚜렷하게 성공시키지 못했다. 그래서 그 영역을 만들어내는 진보정당의 새로운 전성기를 맞아보는 것, 그리고 그것을 성공시킨 정치인으로 기억되기를 희망한다.

<hypak28@ilyosisa.co.kr>
<ctzxp@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