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만나다> 촛불집회 참석하는 민형배 의원

“희생자 공개, 할 거면 제대로 하라”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광화문의 촛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매주 진행되고 있는 ‘이태원 참사 촛불 집회’는 강추위에도 속행되며 빛을 발하고 있다. 정계에서는 해당 집회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부터 ‘수만명이 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까지 집회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온도 차가 천차만별이다. <일요시사>는 의견 차가 극명한 두 정치인을 만나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무소속 민형배 의원은 지난 19일 ‘이태원 참사 추모 촛불집회’에 참석한 7명의 정치인 중 한 명이다. ‘정치인이 촛불집회에 참석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민 의원은 오히려 ‘안가는 것이 더 이상하다’고 응수했다. <일요시사>가 그를 만나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 민 의원님이 촛불집회에 참석한 경위를 듣고 싶습니다

▲당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끝난 후 기자들과 백 브리핑 시간을 가졌는데, 현장에서 어떤 기자가 집회에 갈 거냐고 물어봤어요. 거기에 자연스럽게 ‘아니, 당연히 가봐야 되는 거 아닌가요?’라고 되묻게 된 거죠. 그리고 당일 해당 집회에 참석하게 됐습니다.

-정치인이 참석했다는 소식에 비판 의견도 나오던데?

▲오히려 (정치인이)안 가보는 게 더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이라면 현장에서 무슨 얘기가 들리는지 알아야 할 거 아니에요. 수십명, 수백명도 아니고 수만명, 수십만명이 모여서 뭔가를 외치는데, 정치인이 거길 안 가보는 게 말이 되나요? 무슨 ‘정치적인 의도가 있어서 거기를 가봐야겠다’ 이런 차원이 아니에요.


-참석해보니 집회의 주체가 시민들이던가요? 정치적 구호와 피켓이 등장했다던데?

▲행사를 준비한 단체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 집회의 주체는 시민들이 맞습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집회를 한 거니까요. 준비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누가 그것을 들고 누가 그것을 주장하느냐가 핵심이죠. 무슨 인터넷에 떠도는 얘기가 수도 없이 나오는데, 그건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라 생각해요. 

이태원 참사 정치 이용 비판? 
“오히려 안 가는 게 더 이상”

-왜 그렇게 많은 시민이 모였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렇게 시민들이 대규모로 몰린 것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첫째는 진상규명, 둘째는 사과 요구, 셋째는 책임자 처벌이죠. 우선 사람들이 진상을 몰라요. 왜 희생 됐는지, 누가 희생됐는지, 이걸 밝혀내라는 거에요. 이것이 밝혀지면 이제 유족들에게 사죄해야겠죠.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이러이러해서 잘못했다. 미안하다’라고 해야 하는 거에요. 그런데 이 사죄가 책임과 연관돼요. 책임자를 찾아내고 처벌해야죠. 시민들이 이 세 가지를 요구하러 집회에 나오고 계신 거예요.

-현장 연설 중 참사를 ‘관재’라고 표현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 표현에 따르면 ‘Official Disaster’라 불리기도 하고 ‘Governmental Disaster’라고 불리기도 했더라고요. 정부 책임을 강조하는 거죠. 정부가 제대로 대응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참사라는 소리입니다. ‘관재’가 벼슬 ‘관’자에 재앙 ‘재’자를 쓰잖아요?

그러니까 ‘책임이 국가에 있다’고 표현하는 겁니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잖아요. 시스템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잘못해서 일어난 것이라고. 이태원 참사는 자연재해 같은 불가항력적인 게 아니었어요. 광장히 사회적인 성격의 재난이죠. 행정 대참사를 표현하기 위해 관재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들이 잘못해서 일어난 것일까요?

▲압사사고에 대한 대책이 매뉴얼로 나와 있어요. 이걸 잘 집행했어야 하는 것이 현 집행기관입니다. 우선 기초 지자체장, 행정기관장 등 정부인력들이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할 것입니다. 여러 차례 징후가 있었고, 직접적인 신고까지 있었는데 대응을 못한 거에요. 정부가 조금만 신경을 썼으면 얼마든지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던 참사였어요. 

시민들의 자발적인 집회
“진상규명·사과·처벌 원해”

-희생자 명단 공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희생자 명단 공개’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죄송한 표현이지만 이건 정말 정부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억지에요. 명단 공개는 이미 모든 유족이 하고 있어요. 장례식 현장 가보면 명단이 다 있습니다. 제가 장례 현장 여섯 군데쯤 가봤는데요. 명단이 모두 다 공개돼있었어요. 애도를 하려면 내 친구가 희생됐는지, 내 가족이 희생됐는지 알아야 해요.

-일부 언론에서 공개했다가 질타를 받고 있다던데?

▲지난번 어떤 언론에서 명단을 공개했다던데, 그게 공개인가요? 누구인지도 알 수 없는데. 그냥 이름만 공개한 걸로 누가 누군지 어떻게 알까요. 저는 오히려 공개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가 누군지 알게끔 공개하고, 추모하는 거죠. 김춘수 시인의 시중에 ‘꽃’이라는 시가 있잖아요. 우리가 그분들을 호명했을 때 그게 비로소 추모가 되고, 이웃이 되고 우리 사회 구성원이 되는 겁니다. 

-공개를 원치 않는 유족도 있습니다

▲물론, 내 가족의 죽음을 알리고 싶지 않는 유족분들은 빼야죠. 그러니까 이런 논의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 정부는 이런 논의조차 막아서고 있어요. 아예 접근 자체가 잘못된 거죠. 희생자 명단을 어떤 방식으로 어디까지 공개해야 할지 유족분들과 건설적인 협의를 해야하는데 아예 막아서고 있는 게 문제라고 봅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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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