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만나다> ‘김기현의 선택’ 강대식 최고위원

“이준석 포용, 덧셈 정치 필요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치열했던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끝나고 드디어 지도부가 제 모습을 갖췄다. 이에 따라 김기현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어느 인사를 지명할지 관심거리였다. 김 대표는 지명직으로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강대식 의원을 지명했다. 당 안팎에서도 놀란 눈치다. 의외의 인물이라는 점에서다. 이번에 지도부에 입성한 TK(대구·경북) 현역 의원도 강 의원이 유일하다. 

국민의힘 강대식 최고위원은 대구 동구 토박이다. 의원실에도 자신의 고향인 대구를 아끼는 모습이 역력하다. 창가에는 대구의 사계절을 나타낸 블라인드도 있다. 의원실 벽 한편에는 큼지막한 자신의 지역구 지도가 펼쳐 있다. 그만큼 대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진심이다. 

대구 동구청장 시절 행복은 주민과 자주 소통하는 게 전부였고, 그만큼 지역주민들을 찾아 한마디 한마디를 귀담아 들어왔다. 이후 강 위원은 유승민 전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을 물려받았고,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이번에 지도부에 입성해 반드시 지역정서를 당과 국회에 잘 전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일요시사>가 강 위원을 만나 지도부에 입성한 소감, 국민의힘에 필요한 개혁, 총선 대비책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된 소감은?

▲처음에는 부담스럽고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 생각도 못 했다. 김기현 대표에게 전화가 왔다. 김 대표가 직접 연락해 꼭 맡아달라고 말한 게 내 마음을 움직였다. 고사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최고위원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마음을 다잡고,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당내에는 나보다 더 훌륭하신 선배나 동료분들이 많다. 그럼에도 이렇게 기회를 주신 게 감사하다. 이번에 임명된 만큼 윤석열정부의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겠다. 내년 총선서 반드시 승리를 거두겠다는 생각과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겠다.

-유승민 전 의원과는 연락을 주고 받았나?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받은 뒤에는 연락한 적이 없다.

-이번 지도부서 기대하고 있는 부분은?

▲당의 안정화다. 이전까지는 당의 분란이 너무 많고, 잦았다. 자꾸만 당이 혼란에 빠지면 국민이 보시기에도 상당히 불편하다. 당이 안정돼야 국민이 원하시는 일들을 지도부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다. 지명직 최고위원 제안은 대구에 최고위원이 없고, TK(대구·경북)를 포함하더라도 이 지역을 대변할 현역 최고위원이 없어 보수 심장인 TK 현안이나 지역정서 등을 챙기라는 뜻으로 생각한다. 

김 대표 러브콜에 마음 움직여
“윤정부 국정운영 뒷받침할 것”

-최고위원 출마는 따로 염두에 두지 않았었나?


▲출마를 고민하기는 했다. 최고위원 출마를 두고도 현역 의원들끼리도 당내서 치열한 눈치싸움이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비슷한 지역구를 가진 분들이 속속 출마하셨고, 결국 타이밍을 놓쳤다. 이 부분은 좀 아쉽다.

-시작부터 최근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의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개인적으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나 김 위원 스스로도 반성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호남에 공을 들여왔다. 이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국민의 인신과 역행하는 일이 없도록 국민의힘 모두가 노력하겠다. 

-이번 지도부를 보고 일각에선 윤석열 친정체제가 공고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정일체 노선이 오히려 일방적인 관계로 변질될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는데…

▲이번 전당대회 결과는 당원이 당정 일체와 당정 융합을 통해 안정적인 국정을 이끌라는 의미다. 이 같은 상황이 인사에도 반영된 듯 보인다. 당심을 반영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당정일체를 우려하는 분들도 상당수 있고 우려하는 지점도 잘 안다. 반대로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시는 분도 많다.

민주당은 거대 의석을 갖고 있다. 여소야대인 현 상황을 고려하면 당과 대통령실의 소통, 당정을 통한 정책의 일관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어떤 방식으로 대통령실과 소통을 하겠다는 것인가?

▲알려진 것처럼 당 대표와 윤 대통령이 한 달에 두 번 정도 정기 회동을 가지려 한다. 충분한 소통을 통해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하는 게 목표다. 어느 때보다 당과 대통령실의 소통이 중요하다.

-이번 전당대회서 김 대표가 아슬아슬하게 과반 승리를 거뒀다. 나머지 당원을 어떻게 포용해야 할지?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 대표 후보님들 모두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이다. 선거 과정에서 서로의 의견이 달랐지만 윤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은 모두 하나다. 문제는 안철수 의원을 비롯해,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한 총 투표율이 절반에 가까운 47%에 달했다는 점이다. 

이 수치에서 알 수 있듯이 누구 한 명을 배제해서는 하나된 당이라고 하기 어렵다. 김 대표도 안 의원과 황 전 총리 등을 만나 함께 하기로 뜻을 밝혔다.

-본래 개혁파로 알려져 있다. 국민의힘에 가장 필요한 개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김 대표가 강조한 것처럼 연대·포용·탕평, 이른바 연포탕 정신이 필요하다. 연포탕 정신의 실현은 객관적이고 능력에 적합한 공정한 공천을 하는 것이다. 김 대표뿐 아니라 당 지도부가 제대로 된 연포탕을 끓이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 믿는다. 연포탕 정신을 바탕으로 국민의힘이 하나가 돼야만 국민에게 사랑 받고, 신뢰받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 

유승민계? 개인적 관계는 여전
정치 노선 스스로 결단 내려야

-차기 원내대표가 누가 되느냐도 국민의힘 내의 중요한 문제다

▲무엇보다 차기 원내대표는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 선정돼야 한다. 민주당과의 협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교섭 능력을 바탕으로 윤정부의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한다. 이외에도 원내 의원을 대표하는 자리인 만큼 소통과 포용력이 필수 덕목이다. 

-이전 원내대표 선거서 비윤으로 불린 이용호 의원이 선전했다. 이번에도 비윤의 선전을 예상하나?

▲이 의원이 우리 당에 넘어온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비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우리 당에 소속된 호남 의원이다. 이 의원이 윤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유승민계로 불려왔다. 그러나 최근 천 위원장이 오히려 유승민계를 떠난 인물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유 전 의원과는 18년 전인 지난 2005년부터 지금까지도 소중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천 위원장이 나경원 전 의원 관련 연판장에 이름을 올렸다며 개혁 성향이 없는 것처럼 말하는 등의 행위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해당 발언에 유감을 표한다.

다만, 정치인이라면 개인적 인연과 다르게 정치노선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나는 계파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는 누구와 친하다고 해서, 무슨 계파라고 해서 반드시 그 사람만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연판장에 이름을 올렸던 분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연판장의 경우 초선 의원 모임에서 선거가 너무 네거티브로 흘러가면 공정한 선거로 진행되기 어렵고, 당이 분열되는 상태까지 이를 수 있다는 선언적 의미다. 깨끗한 선거를 하자는 취지로 이야기를 들어 서명했었다. 사전에 모든 내용을 파악하고, 고민해 결정하지 못한 측면은 아쉽다. 

-내년 총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수도권 약세라는 비판을 어떤 식으로 이겨내야 할지?

▲당과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의 경쟁력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능력 있고, 경쟁력 있는 출마자를 발굴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게 당의 역할이다. 공천 부분도 상당히 신경써야 한다. 당 안팎으로도 우려하는 부분을 안다.

“계파만 나누는 모습 좋지 않다”
“자주 지역구 찾아 더욱 더 노력”

이번 지도부에게 총선 승리가 필수적인 만큼, 이런 논란들을 종식시킬 필요가 있다. 공천에서 여러 논란을 낳으면 당내서 분란이 생기고, 총선에 빨간 불이 켜지는 건 불 보듯 뻔하다.

-내년 총선에 이준석 전 대표 등 소위 말하는 반윤핵관 세력도 함께 총선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이 전 대표를 싫어하시는 분도 계시고 좋아하시는 분도 계신다. 뺄셈의 정치보다는 덧셈의 정치가 필요한 시기라 생각된다.

-이 전 대표와는 어떻게 알고 지냈나?

▲과거 배나사(배움을 나누는 사람들)를 통해 알게 됐다. 당시 우리 지역은 교육 환경이 열악했다. 현재도 배나사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당시 이 전 대표가 우리 지역까지 와서 활동을 했었다. 그때부터 인연을 이어왔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 구청장으로 열심히 해왔다. 다른 점은?

▲구청장을 할 때는 지역에 찾아가 한 명 한 명 만나면서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코로나로 활동이 제한된 점이 아쉽다. 특히 거리두기 탓에 주민을 한 데 모을 수 없었고, 고작 3~4명으로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 점이 너무 아쉽다. 총선까지 1년여가 남았는데, 더 자주 들으러 가려고 한다. 

솔직히 쉽지 않다. 국회도 출석해야 하고, 지역도 찾아가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또 국회는 입법을 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예산을 다루는 곳이기도 하다. 지역 발전을 위해 더욱 힘쓰고 싶다. 가끔 국회의원이 되더니 변했냐는 소리를 들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더 자주 지역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인 강대식은 어떤 사람인가?

▲ 대구 동구서 태어나 줄곧 동구서 자랐고 아직도 살고 있는 대구 동구 토박이다. 내가 하고 싶은 정치는 국회의원 신분을 떠나 막걸리를 한잔 마시며 지역 주민들과 함께 지역 현안을 논의하는 이른바 생활밀착형 정치다. 나는 돌아갈 곳도 대구 동구밖에 없다. 

-앞으로의 목표는?

▲내년 총선은 윤석열정부가 식물정부가 될지, 원활한 국정운영을 할 수 있을지를 가르는 상당히 중요한 선거다.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서 승리를 거두는 데 내 역할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으려 한다.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서로가 연대하고 화합하고,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총선 승리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강대식 큰 역할 TK 숙원사업 드디어?

TK(대구·경북)의 오랜 숙원인 TK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지난 21일, 국회 국토위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는 국회 본회의 통과를 위한 첫 번째 문턱이었다. 

이날 국토위는 교통소위 회의를 열고 TK 신공항 특별법 3개 안에 대해 병함 심사를 한 뒤 위원회 대안으로 수정 가결했다.

이번 법안에는 ▲기부대양여 차액의 국비 지원 ▲(민간)신공항 건설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종전 부지 개발사업에 대한 인허가 의제 등 내용이 포함돼있다.

해당 특별법안은 소위 통과 과정에서 국민의힘 강대식 최고위원(대구 동구을)의 공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강 위원은 “TK 국민에게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특별법 통과를 위해 힘써주신 분들께도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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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