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만나다> 말해야 직성 풀리는 ‘리틀 노무현’ 김두관

“신당, 쉽지 않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박희영 기자 =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최근 이재명 대표에게 날을 세워 당내를 깜짝 놀라게 했다. 과거에도 해야 할 말은 꼭 해왔던 그다. 이 때문에 ‘왕따’당했던 웃지 못할 경험도 있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필요한 말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비리와 무능, 이념정치로 점철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윤석열정부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일요시사>는 김 의원에게 현재 정치 상황, 서울양평고속도로 특검 등 각종 정치 현안에 관해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병립형 회귀를 반대하는 이유는? 선거제도 개편을 두고 지도부의 결단이 늦어지는 이유도 궁금하다.

▲병립형 회귀는 선거제 개혁을 위해 노력해온 민주당의 정신과 어긋난 역사적 퇴행이다. 소선거구제하에서 표의 등가성을 보정하는 중요한 장치가 바로 연동형이었고, 지난 총선서 민주당이 일부 캡을 씌어 준연동형을 만들었다. 

이는 선거제 개혁에 대한 민주당의 문제의식과 방향성을 보여준 것이다. 물론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엉망이 되고 말았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운동 기간에 의원총회까지 열고 국회 계단 앞에 서서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까지 하지 않았나? 이제 와서 병립형으로 회귀하는 것은 바른 길도, 이기는 길도 아니다. 

-대의원제 축소와 하위 평가 현역 의원의 감산 페널티를 강화하는 당헌 개정안이 의결됐다. 일부 갈등이 있었는데 현재 당의 상황은 어떤지?


▲지난해 12월7일 당 중앙위원회서 대의원제 축소와 하위 평가 현역 의원의 감산 페널티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의결됐다. 현역 감산은 하위 10% 해당 국회의원에 30% 감산, 하위 10~20% 해당 국회의원에 20%를 감산하는 것으로 약간 강화됐다.

우리 당이 당원 중심의 정당으로 진화하고 있는 만큼 당 운영에 당원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일각에서는 당원의 발언권이 커지는 데 관해 포퓰리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과도한 염려다.

“병립형 회귀는 역사적 퇴행의 길”
“윤정부 임기 초와 달라진 것 없어”

-지난 1년 동안의 윤석열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나? 윤 대통령의 기조가 임기 초반과 달라졌다는 평도 나오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경험이 없다고 해도 이보다 더 못하기도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임기 초반부터 연이은 외교 참사에 이어 최악의 이태원 참사까지 일어났다. 서울양평고속도로 문제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홍범도 흉상 철거 문제 등 임기가 2년이 다 돼가는데 비리와 무능, 이념정치로 점철됐다.

민생은 실종된 것 같다. 국정 요직은 온통 검찰 인사로 채워졌고, 급기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맡으면서 당까지도 장악한 모양새다. 도대체 임기 초와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논란’ 당시 활약을 보여줬다. 특검에 관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사용한다면?


▲서울양평고속도로 문제도 그렇고,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사건도 그렇고 모두 대통령 가족과 관련된 사안이다. 특히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논란은 대통령 가족 땅으로 고속도로 노선이 변경된 심각한 의혹이다. 만약 법조인이라면 마땅히 기피신청을 해야 할 사안이 아닐까? 이 건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사용한다면 과연 국민들이 얼마나 납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디올백 논란’은 김건희 여사의 또 다른 리스크다. ‘받았을 뿐 사용하지는 않았다’는 듯한 뉘앙스인데 어떻게 보는지?

▲만약 보관하고 있다면 보관창고에 있는 디올백과 다른 선물을 모두 공개하면 될 일이다. 청와대에 근무했던 사람들의 전언에 따르면 ‘선물 보관창고’가 있다는 얘기 자체가 금시초문이라고 한다. 전혀 신빙성이 없다. 디올백 관련 영상은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4개월 무렵의 영상이라고 하는데, 지금 취임한 지 1년8개월이 다 되어가고 있다. 뇌물로 볼 수 있는 물건을 대통령실이 1년 넘게 돌려주지 않았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서 우려되는 점은 무엇인가?

▲정치를 30년 넘게 했지만, 장관하다가 여당의 비대위원장으로 직행한 사례는 처음 본다. 정치 영역에 처음 발을 들이는 동시에 곧바로 당의 수장이 된 셈인데, 검찰과 행정부의 위계적인 조직서만 일해온 사람이 당내외적 갈등을 잘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동훈 당 내외 갈등 해결 의문”
“민주당 지도부도 험지 출마 필요”

경험의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그동안 야당 정치인에 대해 한 장관이 보여왔던 언사를 보면 여야 관계는 더욱 심각하게 교착될 것 같은 우려도 있다. 

-최근 윤 대통령이 진행한 내각과 관련해 ‘돌려막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좁은 인재풀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합리성과 전문성을 평가하기보다는 윤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을 중시하거나 혹은 대통령을 둘러싼 일부 인사들이 인사 추천을 독점하면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 같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 본인이 평생을 검찰 조직서만 일해왔기 때문이다. 자기가 잘 알고, 또 믿을만한 검찰 인사를 중용하니 개인적인 연고를 통한 돌려막기 인사가 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그 이유는?

▲국민의힘에서부터 먼저 중진 험지 출마와 불출마로 불을 지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부산 불출마를 밝히면서 서울로 올라왔고,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도 수도권 출마를 거론하고 있다. 원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불린 장제원 의원도 얼마 전 부산 사상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민주당이 혁신 경쟁서 뒤져서는 안 된다. 중진의 희생을 이끌어내려면 당 대표와 지도부부터 솔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조국·이낙연 신당 창당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다고 보는지? 만일 창당한다면 민주당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하나?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사실상 이미 다리를 건넌 게 맞다고 본다. 이 전 대표는 1월부터 신당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여론조사를 보면 이낙연 신당이나 이준석 신당이나 공히 10% 정도의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국민이 아직은 관망하는 단계다. 성공이 쉽지 않기 때문에, 창당의 대외적 명분과 거기에 걸맞은 인사 영입 등 추진동력을 얻지 못하면 찻잔 속의 태풍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어떤 점을 개혁해야 한다고 보나?

▲선거 국면에서는 무엇보다 개혁공천이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다. 총선서 당이 어떤 사람을 내세우느냐가 관건이다. 양당이 국민의 눈에 어떻게 변화된 모습을 보이는지가 중요하다. 눈에 잘 보이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지도부와 중진의 험지 출마를 그렇게 여러 차례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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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