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년’ 관전 포인트 다섯

본선? 선수 선발이 더 뜨겁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국회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21대 국회는 어느덧 다음 선거를 준비하고 있고, 국회의원들과 각 정당 관계자들은 내년 총선에 맞춰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선거구제에 관한 논의에 가장 많은 힘을 쏟고 있다. 그 외에도 인재 영입, 당내 반란, 비대위 가능성, 나아가 윤석열정부에 향한 견제까지 많은 부분에 신경을 쓰는 중이다. <일요시사>는 총선이 1년 남은 시점에 남은 기간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 5가지를 짚어봤다.

어느 회기보다 역동적이었던 제21대 국회가 드디어 다음 회기를 맞이하려 한다. 제21대 국회는 지난 3년 동안 여대야소와 여소야대를 모두 경험했고, 코로나19 대유행 정국과 각 당 의원들의 사건·사고, 패스트트랙 논란 등 수많은 진통을 겪었다.

벌써부터
내년 준비

내년 4월10일엔 제22대 총선이 치러지며 5월29일은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된다. 임기가 1년가량 남은 국회의원들은 차기 총선을 위한 플랜을 미리 짜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국회의원들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사안은 다음 선거서 적용할 선거구제에 대한 논의다.

선거제 개편은 총선 시기마다 논의됐던 단골손님으로, 각 정당은 이때만 되면 본인에게 유리한 개편안을 관철시키려 힘쓴다. 보통 총선 1년 전쯤 선거구 개편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고, 국회는 그에 맞춰 수많은 보도자료를 배포한다.

선거구제 개편 논의는 주로 국회가 이행하지만, 불을 지피는 건 항상 대통령들이었다. 역대 대통령들은 늘 국회에 먼저 선거구제 개편을 제안해왔다. 본인의 ‘친정집’이 승리해야 국정운영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선 뒤 몇 달 후 “2004년 총선서 중대선거구제로 지역 편중성이 극복됐을 때 과반수 의석을 획득한 정당 또는 과반수 연합에 총리를 넘기겠다는 약속은 여전히 지켜야 한다”며 선거구제 개편의 화두를 유권자들에게 던졌다.

문재인정부도 출범 당시 100대 국정과제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시키며 선거구제 개편에 열의를 드러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주장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작은 정당도 지지율만큼의 의석을 얻도록 보장하는 제도로,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구분을 없애고 지지율로만 의석을 분배하는 제도다.

문 전 대통령은 “호남과 영남서 (특정 정당의)후보가 싹쓸이하는 지역주의 해소가 중요하다”며 선거구제 개편을 의회에 강하게 제안했다.

그러나 이들의 제안은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노 전 대통령의 제안은 ‘텃밭표 잠식’을 우려한 당시 여당과 야당의 반대로 최종 무산됐고, 문 전 대통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각각 출범하며 그 의미를 퇴색시켰다.

이렇게 대통령들이 제안하고 국회가 거부하는 과정은 그동안 대한민국 정계서 쭉 반복돼왔던 그림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다음 총선에 정권의 성패가 달려 있는 윤석열 대통령은 한 언론사와의 신년 인터뷰서 선거구제 개편안을 제안했다. 현행 선거구제로 계속 간다면 사표가 너무 많이 발생하니,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기 어렵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생각이었다. 

선거구제 논의 위해 전원위 열어
“각자 입맛대로 주장하다 날 샜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인터뷰서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다 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며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을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고,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에 “현행 소선거구제도가 사표가 많이 발생해 국민 뜻이 제대로 선거 결과에 반영되지 못한다”며 화답했다.

입법부 수장과 행정부 수장이 힘을 실어준 ‘선거구제 개편안’은 결국 국회 전원위 소집으로 이어졌다. 전원위는 뜻 그대로 의원 300명이 모두 참여해 의견을 수렴하는 기구로 ‘국회의원 모두의 뜻이 반영되는 회의’를 지향한다.

이번 국회 전원위 개최는 2004년 이라크 파병 이후 19년 만으로, 이를 지켜본 정계 관계자들은 “이번엔 모든 의원들이 선거구제 개편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물론 전원위 자체는 ‘300명의 의견을 모두 수렴하겠다’는 취지지만 이는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국회는 실제 회의에 100명의 의원만 참여하도록 권장한다. 각 정당은 의석 비율에 따라 의원을 회의에 참여시킬 수 있으며, 이번 회의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54명, 국민의힘 의원 38명, 비교섭단체 의원 8명이 참여했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이번 회의를 위해 최종 결의안 세 가지를 제시했고, 전원위 참석자들은 이를 기반으로 토론을 이어나갔다.

정개특위가 안건으로 올린 세 가지 개편안은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1안)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2안)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3안)이다.

1안은 현행 의석수 300석을 유지한 채로, 한 선거구서 3인 이상 5인 이하의 의원을 뽑고, 도시와 농촌 지역의 지역구를 줄이는 방향으로 개편한다. 즉, 세분화된 지역구를 묶어 투표를 동시에 실시한 뒤, 한 지역구서 여러 명의 의원이 나올 수 있는 구조로 바꾸자는 안이다. 

해당 안은 군소정당의 원내 진출과 수도권서 약세를 보이는 정당에 유리한 선거제도인 만큼, 군소정당과 국민의힘 등이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비례대표제는 군소정당에 불리한 병립형으로 바뀌어 군소정당과 국민의힘 간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서로 
유리하게

2안은 1안의 중대선거구제와 개념이 비슷하지만, 의원을 선출하는 규모가 더욱 크다. 2안에 따르면 한 지역구에서 뽑는 국회의원 수는 4~7명이다. 또한 2안에는 후보자 명부를 유권자에게 개방한다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기존 정당은 후보 순위를 임의대로 결정해 제시하는 ‘폐쇄명부식’ 제도를 따르고 있었다. 개방형 명부제 하에서는 이 자체가 불가능하며 각 정당은 최종 명부뿐 아니라 이를 작성하는 과정까지 유권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2안에서는 비례대표제는 역시 군소후보들이 싫어하는 병립형을 택했다.

마지막 3안은 현행 선거구제를 크게 바꾸지 않고 비례대표제를 권역별로 개편하는 방식이다. 3안에서는 비례대표를 전국구가 아닌 6개의 권역별로 나눠서 뽑으며 권역별 지지율을 계산한 뒤 비례대표를 배분하는 방식이다. 

만일, 한 권역서 높은 지지율을 받은 정당이 권역에 지역구 의원을 많이 확보하지 못했다면 비례대표 의석을 우선 배분받는 것이다. 이 또한 사표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소선거구제는 군소정당들이 싫어하지만 비례대표 제도는 병립형보다 선호하는 분위기다. 

세 개의 개편안이 모두 장단점을 갖고 있는 만큼 정당 간의 뚜렷한 선호도는 도출되고 있지 않고 있다.

지난 3일간의 전원위를 지켜본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각자의 주장만 발표하다 끝이 났다. 기득권을 내려 놓으려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각자의 입맛에 맞는 선거구제만 주장하다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훨신 높다. 내년 총선도 크게 바뀌지 않은 선거구제서 진행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당은 각자 ‘당내 반란’에도 민감한 레이더를 돌리고 있다. 양당 관계자들은 비록 지금 정계가 선거제도 개편에 모든 힘을 쏟고 있지만, 공천 시즌이 곧 돌아오면 당내 반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발 리스크에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들이 힘을 합칠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재보궐선거를 지켜본 PK(부산·울산·경남, 부울경) 지역 의원들이 지도부에 반기를 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서 시스템을 이용한 공천을 도입해 유권자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바 있다. ‘투명하고 공정하게’라는 슬로건 앞에 민주당 의원들은 정정당당히 공천 경쟁에 임했고, 유권자들은 그들을 믿었다. 그러나 한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에는 그런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지난 총선의 승리 비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만들어놨던 ‘청렴함’이었다. 그 맥락에서 나온 시스템 공천과 인재 영입 등이 호응을 었었고, (총선서)대승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당 대표가 저러고 있으니 그런 승리가 가당키나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사법리스크
검찰공화국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이미 민주당의 만성병으로 자리 잡았다. 여의도 관계자들은 그런 민주당의 만성병이 총선이 다가올수록 더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연말에 이 대표의 재판이 줄줄이 열리기 때문이다.

한 선거 전문가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선거 직전 재판에 불려가는 대표의 당을 중도층이 무겁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다들 알다시피 선거는 중도층 싸움이다. 중도층은 상대적으로 정치 현안에 관심이 없는 계층이라 보면 된다”며 “그럼에도 투표를 할라면 관심을 가지려 할 것이다. 그 시기쯤 당대표가 재판받는 소식을 계속 접하게 된다면 민주당에 좋지 않은 인식만 갖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거 직전 접하는 뉴스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중도층 유권자가 이 대표의 재판 뉴스를 본다면 그 효과가 생각보다 클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의힘 역시 당내 반란의 가능성이 열려있다. 4·5 재보선서 민주당의 교육감 후보가 당선됐기 때문이다. 비록 고인이된 전임 교육감의 남편이라는 점이 반영됐다고는 하나 당 대표인 김기현 후보의 지역구서 패했다는 점은 PK 지역의 국민의힘 의원들을 긴장케 했다.

김 대표는 지난 국민의힘 전당대회서 윤 대통령의 후광을 입어 당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란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총선 전 분당 사태나 당내 반란은 민주당보다 여당 쪽의 역사가 더욱 깊다”며 “본인의 자리가 위태롭게 느껴진다면 의원들의 반란 가능성은 충분하다. (반란이 일어난다면)그 구심점은 분명 PK 지역의 의원들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리스크·비대위 가능성 대두
또 지면 ‘식물 대통령’ 전락

PK 지역 국회의원들 대부분은 모두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거나 개인 인기와 인지도가 높은 의원들이다. 이 관계자는 “반란에는 분명히 구심점이 필요할 것이며 그 주인공은 이번 재보선으로 잔뜩 긴장한 의원들이 될 것”이라 주장했다.

각 당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태서 비상대책위원회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는 관전 포인트다. 한쪽은 불안한 대표를 안고 선거를 진행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고, 다른 한쪽은 ‘대통령의 아바타’라는 힘 없는 대표라는 약점이있다.

대표의 낙마나 당내 반란이 지지자들에게 관철된다면 양당은 비대위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에선 이미 물밑서 비대위원장 영입설이 퍼진 바 있다. 하마평엔 민주당 박지원 고문, 이낙연 전 대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김부겸 전 총리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 중 김 전 총리의 영입이 총선 전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입을 모은다. 비대위 전환이 이뤄지건 그렇지 않건, 비명계서 김 전 총리에게 총선 지원사격을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문 전 대통령 퇴임 후 정계 은퇴를 선언한 뒤 잠행을 이어나가고 있다. 친문(친 문재인)계와 친이낙연계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며 정치적 역량도 높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국민의힘 입장에서 김 대표의 낙마는 상대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부진과 자책골이 이어질 때마다 비대위 전환 논의는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가능성이 낮은 만큼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하마평은 아직 나오고 있지 않다.

마지막 관전 포인트는 윤 대통령의 역할론이다.

만일 민주당이 다음 총선서도 압도적으로 다수 의석을 차지한다면 윤 대통령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이름을 새기게 된다. 일각에서는 이를 의식한 대통령실 측이 이미 총선 전 정보수집과 전략 세우기에 몰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윤 대통령
역할론은?

지난 국민의힘 전당대회처럼 윤 대통령이 총선에 영향력을 미치려 한다는 분석 아래서다. 총선의 패배는 윤석열정부의 실패와 맞물려 있으며 일부 강성 민주당 지지자들은 그렇게 될 경우, 윤 대통령의 탄핵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남은 1년 동안 어떤 전략을 수립하느냐에 따라 내년 총선의 승패가 결정된다. 민주당은 윤정부를 효과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국민의힘은 그런 윤정부의 성공을 돕기 위해 지금부터 사활을 걸어야만 한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준석 공천받을까?

차기 총선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유권자들의 이목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공천 문제로 쏠렸다.

국민의힘 지도부 입장에서는 이 전 대표 공천 문제가 딜레마다.

막상 공천을 주자니 부담스럽고, 안 주자니 여론과 일부 당원의 반발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본인의 고향인 서울 노원구에 출마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 지도부가 어떤 판단을 할지 지켜볼 심산이다.

이 전 대표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실질적으로 당이 변화하는 노선을 보여줘야 된다”며 “유승민 전 의원을 죽이겠다고 마지막까지 기다리면서 대구 공천을 주느니, 안 주느니 이러다가 나중에 가서 당이 파탄났다. 나는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던 바 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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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