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김포 서울 편입 카드’ 현실성은? 우려 목소리도

30일, 김포 한강차량기지 간담회 “당론 추친할 것”
민주당 “뜬금없다” 반응…“총선 이슈 선점용 아냐?”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검토해보니 김포 서부권 지역이 넓고 바다도 있어 잘만 하면 제2의 판교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당 내부서 ‘김포를 서울에 편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3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경기도 김포시 한강 차량기지를 찾아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서 “면적을 따져 봐도 런던, 뉴욕, 베를린, 베이징을 비교해보니까 서울시 면적이 좁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인구 대비 많이 좁아서 거기에 맞춰보면 인구 대비 면적을 서울시의 면적으로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기본적 방향을 갖고 있다”며 “주민들 의견을 존중해 절차를 진행하면, 서울시 편입을 당론으로 정하고 추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포가 대표적이긴 하지만, 서울과 맞닿아있는 주변 도시들 중 상당수가 행정구역만 서울과 나누어져 있을 뿐, 서울 생활권이자 문화권”이라며 “특정 사안에 대해 지자체끼리 협의하는 과정이 굉장히 복잡하고, 협의 과정서 새로운 갈등도 야기되지만, 이런 경우 생활권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간담회 직후 취재진과 만나 김 대표의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발언에 대해 “자세한 진행 절차는 살펴봐야 한다. 기초자치단체서도 결정해야 하고 광역자치단체로도 연결돼야 한다”면서 “궁극적으론 국회서 특별법을 통해 행정구역 개편하는 절차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뜬금없다’며 다소 황당해하는 분위기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고위전략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굉장히 뜬금없는 발표였다. 이런 행정구역 개편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는 반대 입장으로 아는데 민주당도 반대하느냐’는 질문에 강 대변인은 “당 입장은 방금 말한 것과 같다”고 답했다.

이개호 정책위의장도 “시‧도간 경계 문제는 특별법으로 정해야 하는 것”이라며 “경기도의 의견이 중요한데 경기도지사는 반대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단순히 외국 대도시의 면적을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외국의 경우 프랑스 파리는 서울의 1/6 규모인 105㎢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연구데이터서비스의 ‘면적과 인구 규모 통계’에 따르면 면적은 영국 런던(1572㎢), 중국 베이징(1368㎢), 싱가포르(7125㎢), 일본 도쿄(622㎢), 서울(605㎢), 프랑스 파리(105㎢) 순으로 나타났다. 면적당 인구(인구밀도)는 서울이 1만6181명/㎢으로 파리(2만1289명/㎢)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베이징 대도시권의 인구는 10년 동안 44.5% 증가했고 서울의 경우도 11.6% 늘었다(2010년 기준). 농어촌지역의 급격한 수도권집중화 추세를 감안할 때 서울의 인구밀도가 증가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도 있겠으나 그렇지 않았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이 발표한 시도별 인구밀도 데이터에 따르면, 서울은 1만5560명으로 나타났다(2022년 기준). 이는 10년 전 인구밀도에 비해 소폭 감소한 수치다. 이 같은 인구밀도 감소 현상은 지난 2015년(1만6364명)부터 시작됐다.

이후 2016년 1만6202명, 2017년 1만6095명, 2018년 1만5983명, 2019년 1만5926명, 2020년 1만5839명, 2021년 1만5650명으로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또 김포시는 행정구역상 경기도 서북부에 위치해 있어 지리적으로도 서울시 편입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동쪽으로는 한강이 가로지르고 있고 남쪽으론 인천광역시 서구·계양구, 서쪽으로는 인천광역시 강화군이 인접해 있다.

오히려 지리적으로 김포시보다는 안양이나 부천, 과천이 현실성이 있지 않느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9월 현재 지역별 인구수는 부천시 78만4000명, 안양시 54만4500명, 김포시 48만5000, 의왕시 15만8000명, 과천시 8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단순히 인구밀도를 낮추기 위해서라고 하더라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읽힌다. 이 같은 점들을 고려할 때 김 대표의 ‘김포 편입 발언’은 김포시 차량기지 방문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한 것이라는 ‘선심성 발언’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또 다른 일각에선 김 대표의 “당론으로 추진하려 한다”는 발언에 이렇다 할 이슈를 잡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힘에서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총선용 카드를 꺼냈다’는 해석도 나왔다. 실제로 국민의힘 소속인 김병수 김포시장이 먼저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건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시장도 “여론조사 문항은 이미 준비해놓은 상태로 조만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통·리장 등 여론 주도층에선 지난해 말부터 서울시 편입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이 많았다”며 “이는 서울시의 교통인프라 등 시너지효과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김포시가 계속 경기도에 남아 있게 된다면 남도에서도, 북도에서도 ‘섬’이 된다”고 주장했다.

김포시는 내주 중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서울시 편입 문제를 논의한 뒤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갖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론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기도지사가 민주당 소속인 김동연 지사인 데다, 이미 경기도를 경기북도와 경기남도로 나누는 ‘분도’를 추진 중인 데다 지역적으로 한강으로 가로막혀 있는 탓이다.

31일, 경기도청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김 지사는 지난 2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진지하게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사회자의 ‘현실성이 별로 없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여권 일각에선 김포뿐만이 아니라 광명, 하남, 구리까지 서울에 편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에 대해 다분히 내년 총선용 카드라는 부정적 목소리도 나오지만 총선을 앞두고 이만한 표심잡기는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서울 인근의 행정구역상 경기도 지역 주민들이 하루아침에 ‘서울시민’이 되는 걸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물론 여기에도 변수는 존재한다. 국민의힘이 나서 서울 인근 지역을 서울시로 편입시킨다고 해도 과연 해당 지역 유권자들 대다수가 국민의힘 후보자에게 표를 던지겠느냐는 계산이다. 정치공학적으로도 단순히 ‘당근 제시=표 획득’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특정 지역별 정치 성향이나 사회적 이슈에 따라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결정적으로 여소야대 상황서 민주당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김포시의 서울 편입 문제는 결국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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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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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