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김포 서울 편입 카드’ 현실성은? 우려 목소리도

30일, 김포 한강차량기지 간담회 “당론 추친할 것”
민주당 “뜬금없다” 반응…“총선 이슈 선점용 아냐?”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검토해보니 김포 서부권 지역이 넓고 바다도 있어 잘만 하면 제2의 판교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당 내부서 ‘김포를 서울에 편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3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경기도 김포시 한강 차량기지를 찾아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서 “면적을 따져 봐도 런던, 뉴욕, 베를린, 베이징을 비교해보니까 서울시 면적이 좁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인구 대비 많이 좁아서 거기에 맞춰보면 인구 대비 면적을 서울시의 면적으로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기본적 방향을 갖고 있다”며 “주민들 의견을 존중해 절차를 진행하면, 서울시 편입을 당론으로 정하고 추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포가 대표적이긴 하지만, 서울과 맞닿아있는 주변 도시들 중 상당수가 행정구역만 서울과 나누어져 있을 뿐, 서울 생활권이자 문화권”이라며 “특정 사안에 대해 지자체끼리 협의하는 과정이 굉장히 복잡하고, 협의 과정서 새로운 갈등도 야기되지만, 이런 경우 생활권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간담회 직후 취재진과 만나 김 대표의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발언에 대해 “자세한 진행 절차는 살펴봐야 한다. 기초자치단체서도 결정해야 하고 광역자치단체로도 연결돼야 한다”면서 “궁극적으론 국회서 특별법을 통해 행정구역 개편하는 절차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뜬금없다’며 다소 황당해하는 분위기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고위전략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굉장히 뜬금없는 발표였다. 이런 행정구역 개편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는 반대 입장으로 아는데 민주당도 반대하느냐’는 질문에 강 대변인은 “당 입장은 방금 말한 것과 같다”고 답했다.

이개호 정책위의장도 “시‧도간 경계 문제는 특별법으로 정해야 하는 것”이라며 “경기도의 의견이 중요한데 경기도지사는 반대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단순히 외국 대도시의 면적을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외국의 경우 프랑스 파리는 서울의 1/6 규모인 105㎢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연구데이터서비스의 ‘면적과 인구 규모 통계’에 따르면 면적은 영국 런던(1572㎢), 중국 베이징(1368㎢), 싱가포르(7125㎢), 일본 도쿄(622㎢), 서울(605㎢), 프랑스 파리(105㎢) 순으로 나타났다. 면적당 인구(인구밀도)는 서울이 1만6181명/㎢으로 파리(2만1289명/㎢)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베이징 대도시권의 인구는 10년 동안 44.5% 증가했고 서울의 경우도 11.6% 늘었다(2010년 기준). 농어촌지역의 급격한 수도권집중화 추세를 감안할 때 서울의 인구밀도가 증가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도 있겠으나 그렇지 않았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이 발표한 시도별 인구밀도 데이터에 따르면, 서울은 1만5560명으로 나타났다(2022년 기준). 이는 10년 전 인구밀도에 비해 소폭 감소한 수치다. 이 같은 인구밀도 감소 현상은 지난 2015년(1만6364명)부터 시작됐다.

이후 2016년 1만6202명, 2017년 1만6095명, 2018년 1만5983명, 2019년 1만5926명, 2020년 1만5839명, 2021년 1만5650명으로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또 김포시는 행정구역상 경기도 서북부에 위치해 있어 지리적으로도 서울시 편입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동쪽으로는 한강이 가로지르고 있고 남쪽으론 인천광역시 서구·계양구, 서쪽으로는 인천광역시 강화군이 인접해 있다.

오히려 지리적으로 김포시보다는 안양이나 부천, 과천이 현실성이 있지 않느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9월 현재 지역별 인구수는 부천시 78만4000명, 안양시 54만4500명, 김포시 48만5000, 의왕시 15만8000명, 과천시 8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단순히 인구밀도를 낮추기 위해서라고 하더라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읽힌다. 이 같은 점들을 고려할 때 김 대표의 ‘김포 편입 발언’은 김포시 차량기지 방문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한 것이라는 ‘선심성 발언’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또 다른 일각에선 김 대표의 “당론으로 추진하려 한다”는 발언에 이렇다 할 이슈를 잡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힘에서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총선용 카드를 꺼냈다’는 해석도 나왔다. 실제로 국민의힘 소속인 김병수 김포시장이 먼저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건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시장도 “여론조사 문항은 이미 준비해놓은 상태로 조만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통·리장 등 여론 주도층에선 지난해 말부터 서울시 편입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이 많았다”며 “이는 서울시의 교통인프라 등 시너지효과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김포시가 계속 경기도에 남아 있게 된다면 남도에서도, 북도에서도 ‘섬’이 된다”고 주장했다.

김포시는 내주 중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서울시 편입 문제를 논의한 뒤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갖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론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기도지사가 민주당 소속인 김동연 지사인 데다, 이미 경기도를 경기북도와 경기남도로 나누는 ‘분도’를 추진 중인 데다 지역적으로 한강으로 가로막혀 있는 탓이다.

31일, 경기도청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김 지사는 지난 2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진지하게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사회자의 ‘현실성이 별로 없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여권 일각에선 김포뿐만이 아니라 광명, 하남, 구리까지 서울에 편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에 대해 다분히 내년 총선용 카드라는 부정적 목소리도 나오지만 총선을 앞두고 이만한 표심잡기는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서울 인근의 행정구역상 경기도 지역 주민들이 하루아침에 ‘서울시민’이 되는 걸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물론 여기에도 변수는 존재한다. 국민의힘이 나서 서울 인근 지역을 서울시로 편입시킨다고 해도 과연 해당 지역 유권자들 대다수가 국민의힘 후보자에게 표를 던지겠느냐는 계산이다. 정치공학적으로도 단순히 ‘당근 제시=표 획득’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특정 지역별 정치 성향이나 사회적 이슈에 따라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결정적으로 여소야대 상황서 민주당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김포시의 서울 편입 문제는 결국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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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쩍쩍’ 갈라지는 국민의힘 내분 트라우마

‘쩍쩍’ 갈라지는 국민의힘 내분 트라우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비상계엄령 사태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오로지 계파 갈등만을 보여줬다. 이들이 공감했던 것은 오로지 “이재명은 안 된다”였다. 국민의힘은 어쩌다가 대권주자로 두드러질 만한 정치인이 사실상 사라져 “이재명은 안 되니 탄핵도 안 된다”는 주장까지 하게 됐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오후 11시25분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후 이튿날 오전 0시49분부터 국회 본회의가 개의되기까지 모인 국회의원은 190명이었다. 이들은 오전 1시 비상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을 안건으로 상정해, 1분 후 가결했다. 본회의장 밖에선 국회 직원들과 보좌진이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이 본회의장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국회 밖서는 갑작스러운 계엄령 선포에 놀라 모인 시민들이 항의 시위를 하고 있었다. “이재명은 안 된다” 당시 국회에 모인 의원 190명 중 국민의힘 소속은 18명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들은 어디에 있었을까? 국민의힘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는 오전 0시15분 비상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소집 장소는 중앙당사였다. 당사에 모인 친윤계 의원은 40여명이었다. 이들은 그저 당사서 대기만 했다. 의원총회를 할 의제나 지도부의 지침이 없었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본회의장에 들어가 비상계엄령이 해제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 대표는 국회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본회의장에 들어갈 수 없지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양해를 얻어 들어갔다. 정작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본청에 있었다. 표결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추 전 원내대표의 당시 행적을 놓고,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은 “의원들이 국회에 못 들어가도록 계속 헷갈리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우 의장에게 ‘의원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며 “우 의장은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표결을 진행했다”고 항변했다. 이로써 국민의힘은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상황서도 계파 갈등을 드러냈다. 당시 상황은 외신으로도 급박하게 보도되고 있었기 때문에, 국민의힘의 계파 갈등은 전 세계로 알려졌다. 계엄군의 체포 대상에 포함됐던 한 대표는 지난 4일 오후 추 전 원내대표,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윤 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다. 계파 갈등은 여기서도 확인됐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탈당과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의 해임을 요구했다. 김 전 장관은 이미 사의를 표명했지만, 한 대표는 ‘해임’ 형식을 요구했다. 윤 대통령은 둘 다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계엄군의 체포 시도를 항의하는 한 대표에게 “정치 활동 금지를 명기한 포고령 위반이니 체포하려 한 것 아니었겠느냐”고 반박했다. 한 대표는 같은 날 한 총리와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다시 윤 대통령의 자진 탈당을 요구했다. 윤 대통령은 선수를 쳤다. 그는 한 대표의 탈당 요구 이전 한 총리와 국민의힘 중진들을 만나 “임기 중단이 있어선 안 된다”고 요구했다. 이 회동에 참여한 국민의힘 중진들은 주호영·김기현·권성동·권영세·나경원·윤재옥 의원 등 6명이었다. 이들이 윤 대통령의 탈당에 동의하지 않고, 윤 대통령의 주장에 동조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유리한 대권 구도를 만들어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한 대표의 윤 대통령 탈당 요구는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작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중진들은 그 순간에도 ‘이재명’이라는 세 글자에 꽂혀 있었다. “이 대표를 거론할 때마다 국민의힘에 비판적인 유권자에게 이 대표에 대한 강한 확신을 줄 수 있다”는 전술적 고려도 못하는 것이다. 계엄 이틀 만에 적중한 의심 대권주자 사라진 여 갈팡질팡 한 대표는 “비상계엄령 선포 후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해 가두려고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지난 6일부터 조속한 직무 정지를 거론했다. 이때만 해도 한 대표는 대단히 강경했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유지하면, 극단적 행위를 반복할 위험이 있다”는 발언도 이어갔다. ‘조속한 집무집행 정지’는 일반적으로 탄핵안 가결로 이해됐다. 하지만 ‘탄핵’이라는 쉽고 간결한 두 글자가 아니라 굳이 아홉 글자를 거론했다. 평소 말을 자주 바꾸고, ‘간을 본다’는 지적을 받는 태도로 인해 “야당의 탄핵안 발의 및 가결에 협조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일각의 의심도 있었다. 그 의심은 이틀 만에 적중했다. 한 대표는 지난 8일 한 총리와 공동담화를 발표한다. 일명 ‘한덕수 책임총리 체제’라는 정체불명의 과도기 통치 방안의 등장이었다. 이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대국민 담화서 “제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말했다. “더는 대통령 직무를 정상적으로 소화할 수 없다”는 현실만큼은 인식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 정국이 한창이었던 지난 2016년 11월29일 진행한 대국민 담화 내용과 거의 비슷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물론, 차이는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여야를 함께 언급했지만, 윤 대통령은 ‘우리 당’만 언급했다. 박 전 대통령은 개헌을 화두로 던지면서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책임총리’로 지명했다. 이로 인해 탄핵 움직임이 다소 둔화됐지만, 여야가 국민 여론을 이기지 못해 얼마 지나지 않아 무산됐다. 한 대표는 이를 이어받아 ‘사실상 직무 배제’와 ‘질서 있는 퇴진’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총리는 당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함께 지혜를 모아, 주 1회 회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총리와 여당이 과도기를 이끌겠다는 체제였다. 윤 대통령은 사임하지도 않았고, 사고·궐위 상황도 아니었다. 그런 대통령을 건너뛰고, 총리가 국정에 개입할 아무런 권한이 없는 여당 대표와의 협의를 거쳐 과도기를 이끈다는 것은 상식을 뛰어넘는 발상이었다. 심지어 한 대표는 국회의원도 아니어서 국회 본회의장조차 야당의 양해를 얻어 들어갔다. 민주당 이 대표는 같은 날 “한 대표가 국민의힘 대표인 것은 알겠는데, 무슨 자격으로 직접 국무총리와 의논해 정하겠다는 것이냐”며 “무슨 공산당 인민위원장쯤 되느냐”고 비판했다. 일당 독재하는 당이 행정부보다 절대 우위인 공산국가 통치 구조를 빗대어 한 대표를 비판한 것이다. 이후 한 대표는 여론과 야당으로부터 뭇매를 맞는다. 학계서도 큰 비판을 받았다. 체포 대상으로 지정된 피해자라는 인식도 완전히 사라졌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한 대표를 ‘너’라고 지칭하면서 “네가 어떻게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직무 배제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홍 시장은 “대한민국 국민은 너한테 국정을 맡긴 일이 없고, 당원들이 당무를 맡겼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말 바꾼 윤석열 친윤의 주장은 정리하기 어렵다. 처음엔 “한 대표가 대통령 놀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이었다. 윤상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 최고위원회·의원총회, 또 여러 원로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방안을 모색하라는 의미”라면서 한 대표를 비판했다. 반대로 “친윤들이 한 대표와 한 총리를 총알받이로 내세운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도 있다. 그 근거로는 “여론의 비난을 피하면서 탄핵안 가결을 방해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제시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우리당 일임’ 발언이 나온 후 하루 만에 나온 과도기 방안 발표였기 때문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 교수를 책임총리로 내세워 여론의 비판을 무마하려고 했던 박 전 대통령 시절 수습안의 복사판으로 보일 여지가 있다. 친윤의 학습효과에 대해 상당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대목일 수도 있다. 한덕수 책임총리 체제라는 ‘쿠데타 속 쿠데타’는 며칠도 못 가 국민의 관심 밖으로 사라졌다. 설령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일시적으로 연합한 결과라고 해도,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려워졌다. 두 가지 난제가 밀려왔기 때문이다. 야권이 지난 4일 발의한 윤 대통령 탄핵안은 지난 7일 국민의힘의 조직적인 본회의장 이탈로 정족수가 충족되지 않아 ‘투표 불성립’ 처리됐다. 추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 인해 지난 12일 진행된 원내대표 경선 과정서도 이들은 또 상호 비방에 몰두했다. 이는 국민의힘이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정치를 하는지 스스로 입증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전대미문의 사태로 인해 분노한 국민 여론보다는 ‘탄핵 트라우마’를 언급하면서, 여당 지위에 대한 집착과 “이재명은 안 된다”는 생각을 행동으로 드러낸 것으로 분석될 가능성이 컸다. 실제로 의원총회서는 “탄핵을 2번 당한 당을 누가 찍겠느냐? 보수 정당은 멸문지화를 당할 것”이라는 발언이 있었다. 이에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위헌적인 비상계엄에 대해 많은 의원이 심각성을 잘 못 느끼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의 지역 사무실과 SNS 계정은 거센 질타에 노출됐다. 몰려든 지역구 주민들은 지역 사무실에 달걀 등을 던지거나 근조화환을 전달하면서 항의했고, 자택 앞에서 커터칼이 발견된 김재섭 의원은 경찰이 신변보호 조치에 들어갔다. 휴대전화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문자메시지가 수신됐다.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자체를 두둔하는 일부 의원들과 조직적인 투표 거부로 인해, 정당해산심판 요구까지 불거지고 있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 게시판엔 국민의힘 정당해산 청원이 올라왔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탄핵 반대 당론을 정해 내란의 종결을 방해했다면, 정상적인 헌법 수호 의지를 가진 정당으로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는 지난 4월 진행된 제22대 총선서 확보한 지역구 의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수도권서는 일부 지역 기반이 탄탄한 의원들 외에는 전멸했고, 충청권서도 대패했다. 부산·경남선 완승했지만, 경합 지역이 많았다. 발등 찍힌 친한계 현재 국민의힘 의원들의 지역구는 예외적인 몇몇 의원을 제외한 대부분이 영남과 수도권 내 일부 부촌에 한정된다. 이들이 진짜로 우려하는 멸문지화는 당의 멸문지화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 당의 기반이 무너져 자신의 안정적인 지역구와 금배지가 무너지는 멸문지화를 우려했을 가능성이 크다. 당이 무너지면 자신의 지역 기반도 함께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들의 계파 갈등은 근본적으로 당의 주도권 다툼,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텃밭 확보전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이런 흐름이 굳어지면서, 강성 지지자들의 구미에 맞는 발언을 하는 분위기가 정착됐다. 윤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 긴급 현안 질의서 “1997년도 대법원 판례를 보면, 비상계엄은 고도의 정치행위, 통치행위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통치행위는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 발동되는 대통령의 행위고,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 원칙이기는 하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통치행위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경우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법원도 “비상계엄의 선포나 확대가 국헌 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해졌다면, 법원은 그 자체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 심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윤 의원은 이론과 판례의 앞부분만 잘라서 합리화한 것이다. 특히 대법원의 입장은 윤 의원의 옛 장인 전두환씨의 12·12 쿠데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내란 등 혐의 유죄가 확정되는 판례서 나왔다. 통치행위는 행정법을 공부할 때 가장 먼저 접하는 개념이다. 수많은 공무원시험 응시생들이 있는 나라서 견강부회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이런 견강부회가 국민의힘 의원들만 하는 것은 아니긴 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아는 개념을 토대로 공식 석상서 너무 노골적으로 저질렀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된다. 강성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고자 하는 목적으로 저지를 수 있는 견강부회가 아니다. 이런 풍토가 구조화된 국민의힘에선 이 대표에 맞설 대선주자가 사실상 사라진 지 오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의 의뢰로 지난 9일 100% 무선 ARS 방식으로 진행한 차기 대권주자 지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9.0%는 이 대표를 선택했고, 9.1%는 한 대표를 선택했다. 한 대표 외 다른 주자로는 오세훈 서울시장 6.0%, 홍 시장 5.8%,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3.3% 순이었다. 다시 휘감은 박근혜 악몽 천막당사는 그저 옛이야기? 홍 시장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를 각각 대통령과 당 대표로 재임하는 현 상황을 “용병 정치”라고 평가했다. 지난 8일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더라도, ‘용병 윤통’이 탄핵을 당한 것이고, 한국 보수진영이 탄핵을 당한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용병 하나 선택을 잘못했을 뿐이니, 기죽지 말자”고 주장했다. 격려인지 조롱인지 알 수 없는 홍 시장의 주장에 오래전부터 누적된 문제점이 모두 터진 국민의힘의 현 상황이 모두 녹아있다. ‘3김’이 각각 대통령 임기 만료와 정계 은퇴로 사라진 이후, 국민은 여의도 문법에 익숙한 국회의원의 대통령 당선을 원하지 않았다. 노무현·이명박·문재인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을 지내긴 했지만, 여의도 문법보다는 고유의 캐릭터를 내세워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박 전 대통령도 오랜 의정 생활이 아닌 ‘아버지의 후계자’라서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1년 7월 국민의힘 입당을 통한 정계 입문 이후 1년도 지나지 않은 지난 2022년 5월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 비결은 전임자들과 똑같이 고유의 캐릭터였다. 이 대표와 한 대표가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계기도 똑같다. 박 전 대통령은 후계자를 용납하지 않는 성향까지 아버지와 똑같았으나 방법은 달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2인자 경쟁을 유발해서 1명이 2인자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는 것을 막았다면, 박 전 대통령은 처음부터 2인자로 두드러질 수 있는 싹을 잘랐다. 유승민 전 의원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라는 낙인이 찍혔다. 박 전 대통령을 추종하는 정치인들과 지지자들은 여전히 “유 전 의원은 박 전 대통령 덕분에 국회의원이 됐으면서, 자신을 키워준 박 전 대통령을 배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새누리당은 옹립할 대선주자가 없었다. 그런 상황서 갑자기 출마했던 후보가 홍 시장이었다. 지난 대선서도 국민의힘은 홍 시장 외엔 이렇다 할 대선주자가 없었다. 그래서 ‘용병’ 윤 대통령을 입당시켜 대선주자로 옹립했다. 윤 대통령을 옹립하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적당한 대선주자를 내세운 후 자신들은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마치 일본 전국시대 다이묘처럼 군림하는 흐름에 완전히 익숙해졌다. 차기 대선주자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한 대표도 홍 시장의 말대로 ‘용병’이다. 여론은 국회의원에게 비판적이지만, 비상계엄령 해제 과정서 확인했듯이 그들이 제대로 일을 해야 할 때는 앞장서서 국회를 뒷받침한다. 국회에 대한 비판적 여론은 민생보다는 당리당략에 몰두하는 흐름에 대한 불만으로부터 비롯됐을 뿐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여론의 동향을 자신의 정치생명 유지에 악용하는 것으로 보일 여지가 강한 선택을 이어왔다. 이 대표가 강해서 국민의힘의 차기 대선 패배 가능성이 큰 것이 아니다. 꼼수에 익숙해져 ‘고유의 캐릭터’를 국민에게 제시할 능력을 상실해서 패배 가능성이 큰 것이다. 상실의 시대를 스스로 열었던 것일 뿐이다. 스스로 연 상실 시대 국민의힘 계파 갈등은 앞으로도 사사건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럴수록 국민의힘이 맞이한 상실의 시대는 더욱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스스로 연 상실의 시대를 종식하는 방법은 따뜻한 텃밭서 잃어버렸던 자기 자신을 찾는 것은 아닐까? 지난 2004년 불법 대선자금 사태 당시 천막 당사로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이들에게 그저 한 편의 옛이야기인가 보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