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만나다> ‘가짜 검사’ 겨눈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

“검사는 검사가 막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성수대교 붕괴사건,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세월호 참사 등 굵직한 사건의 수사를 맡아왔다.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로 재직하던 때에는 ‘통합도산법 제정’을 주도하기도 했다. <꽃은 무죄다> <그것은 쿠데타였다> 등 두 권의 책 집필을 마친 그는 ‘진짜 검사’를 가리기 위해 뚜벅뚜벅 여의도로 향하는 중이다. 이 전 지검장은 <일요시사>와 만나 검사들의 민낯을 낱낱이 지적했다.

1991년 제33회 사법시험 합격 후 이듬해 사법연수원을 1등으로 수료한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법무부 검찰국 국장과 제53대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등을 역임했다.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의 수사 방식을 비판해 온 인물이기도 하다.

질긴 악연

한동훈 당시 지검장이 연루된 ‘채널A 사건’ 수사도 주도했는데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수사를 방해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결국 이 전 지검장은 윤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자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됐다. 이 전 지검장의 이름으로 열린 대검찰청 징계위원회의 개수가 줄줄이 늘어나기도 했다. 윤석열정부를 향한 그의 비판성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전 지검장의 징계 사유는 다섯 가지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윤 대통령을 ‘하나회’에 빗댄 것이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출판기념회서 “윤석열 사단은 전두환의 하나회에 비견될 정도”라고 말한 것이 사달의 시작이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곧바로 검사 윤리 강령을 위반했다며 법무부에 중징계를 청구했다.

이 전 지검장은 윤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다. 같은 반, 같은 조에서 누구보다 윤 대통령을 가까이 봐 왔던 그가 하나회를 언급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전 지검장은 윤 대통령을 ‘중학교 2학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중학교 2학년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특징은 자기 통제와 외부 소통을 못 한다는 점”이라며 “자기감정에 취해 오직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살아간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특검’에 거부권을 행사한 사건을 예시로 들었다. 이 전 지검장은 “‘당신 아내가 이런 문제가 있으니 수사해 주세요’라고 국민을 통과시킨 법을 거부한 것”이라며 “이해관계자에 속하는 사람은 수사에 일절 관여하면 안 되고 지휘해서도 안 된다. 민주주의 소양은 ‘역지사지’인데 (윤 대통령한테)그게 있을까 싶다”고도 말했다.

검사=폭탄주 장인? 변질한 모습 씁쓸
“진짜 검사 보여드릴 것” 전주을 출마

그는 윤정부를 ‘사이비’라고도 칭했다. 이 전 지검장은 “사이비란 비슷한 것 같지만 아닌 것을 뜻한다”며 “국민은 윤 대통령을 신뢰하지 않는다. ‘공정과 상식’을 내세워 수사에 임하던 사람이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됐다. 취임 이후에는 공정과 상식이 있던가?”라고 반문했다.

윤정부 들어 가장 기억에 남는 점으로 ‘공포 수사’와 ‘압수수색’을 꼽았다. 전두환정부가 ‘경성 쿠데타’라면 윤정부는 ‘연성 쿠데타’라는 일침도 가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취임하던 날을 회상했다. 형사소송법과 인권이 아닌 오직 헌법을 과도할 정도로 언급한 점을 두고 의문을 가졌다고 했다.

이 전 지검장은 “정치인이 헌법을 언급하는 이유는 국민의 지지를 얻고 싶기 때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국민의 지지가 필요했고, 결국 처음부터 큰 그림이 있던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한때 동고동락했을 연수원 동기와 갈라서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검찰개혁’을 놓고 의견이 충돌하면서다. 이 전 지검장은 검찰개혁을 “민생 회복, 경제 회복, 민주 회복”으로 정리했다. 이어 “검찰개혁을 이뤄내지 못하면 민생이 후퇴하고 경제가 무너진다. 검찰개혁은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고위공직자의 비리에 관해 검찰이 시원하게 수사하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검찰 권력이 사유화됐다고 봤다. 법조계 인사들이 서로의 뒤를 봐주는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된 셈이다. 이 전 지검장은 검찰 사유화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 총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반드시 승기를 잡아야 하는 이유 중 하나기도 하다.

그는 <일요시사>와 인터뷰 도중 거듭해서 ‘진짜 검사’를 강조했다. 국민을 뒤로한 채 사익만 추구하는 ‘가짜 검사’를 청산하겠다는 것이다. 이 전 지검장은 “윤정부 출범 이후 검사나 검찰 등 법조인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늘었다”며 “그들은 악당이 아니다. 청렴한 법조인도 많은데 유독 변질한 법조인만 우후죽순 나타나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총과 칼 온몸으로 견뎌 내신 분”
‘예인선’ 조국신당 총선 역할은?

검찰개혁에 의지를 보이던 이 전 지검장은 여의도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23일 민주당 26호 영입인재로 선발돼 본격적으로 총선 대열에 합류했다.

민주당은 “이 전 지검장은 정치검찰과 검찰 독재에 맞서 검사로서의 본분을 지키고자 노력한 인물”이라며 “민주당과 함께 검찰의 공정성을 회복하고 검찰개혁을 완수해 나갈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 전 지검장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다음 걸음을 옮겼다. 지난달 27일에는 “유능한 외과 의사처럼 검찰 독재 정권의 썩은 환부를 도려내겠다”며 전북 전주을 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지검장은 “평생토록 검사를 천직으로 알고 충심으로 살아온 제가, 퇴임 후 고향서 야생화를 가꾸며 살고자 했던 꿈을 접고 지금 이 자리에 섰다”며 “윤석열이 저를 이곳에 불러냈다”고 출마 계기를 밝혔다.

당초 조국신당과의 합류가 점쳐졌던 만큼 일각에서는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 전 지검장은 문재인정부 시절이던 2019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임명됐는데 같은 해 조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연을 이어나갔다.

당시 이 전 지검장은 24시간 동안 조 전 장관과 함께하며 검찰개혁을 주장해 왔다.

이 전 지검장은 조국신당에 관해 운을 떼면서 “울컥하는 마음”이라며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어 “3년째 재판을 받는 입장서 조 전 장관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며 그가 신당 창당을 결심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민주당이 다양한 견해를 담고 있는 큰 배라면 조국신당은 검찰개혁을 위해 빠르게 움직이는 예인선이라는 것이다. 조국신당이 검찰개혁의 길을 뚫으면 그 뒤로 민주당이 민생과 현안을 싣고 전진하는 ‘협력관계’가 될 것으로도 기대했다.


승리의 날

인터뷰를 마치면서 이 전 지검장은 지난 설 연휴 동안 사과 한 알에 1만원에 육박하는 등 민생이 팍팍하단 점에 공감대를 드러냈다. 그는 “장·차관 자리를 검사들이 꿰고 있으니 전문가가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결국 민생 파탄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국정 실패로 이어지기 전 반드시 정부를 심판하겠다”면서 “이번 총선은 ‘민주주의 회복의 날’이다. 반드시 검찰개혁을 성공해 보이겠다”며 “저 또한 이 자리서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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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