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만나다> ‘젊은 정치인’ 국민의힘 김재섭 당협위원장

“이준석, 총의 모이면 돌아온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젊은 세대 위하는 척 하지 말라.” 국민의힘에서 밀고 있는 MZ세대 챙기기에 김재섭 도봉갑 당협위원장의 뼈있는 한마디다. 정치권에서 꾸준히 청년을 위해 뭔가 하겠다고는 하지만 젊은 세대는 도무지 호응하지 않는다. 김 위원장은 기득권 세력이 이젠 권력을 내려놓고 젊은 세대에게 길을 열어줘야 할 때라고 본다.

국민의힘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의 목표는 내년 총선 당선이다. 자타공인 헬스부 장관으로 유명한 인물이기도 하다. <일요시사>는 김 위원장을 만나 이준석 전 대표의 복귀, 정치 현안, 정치인으로서의 목표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윤리위가 김철근 정무실장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실장과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징계는 불경죄로 다스렸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가 1차 징계를 받았을 때 징계 근거는 증거인멸 교사다. 마찬가지로 징계받은 김 실장의 사유도 증거를 인멸하려고 했다는 부분이다. 현재 경찰 수사에 의해서 혐의 없음으로 밝혀졌다. 김 실장이 이번에 윤리위 징계 재심 청구했을 때 기각할 게 아니라 각하했어야 한다. 내지는 윤리위가 징계를 철회했어야 한다고 본다.

-이 전 대표가 책을 다 썼다고 전해진다. 최근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 출판기념회도 참석했다. 공식적인 활동을 다시 재개하는 것인가?

▲이 전 대표가 결혼식 등에도 참석하고, 초청, 행사 일정에는 대부분 개인 자격으로 참여한다. 아직까지는 공식적인 정치활동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본인 스스로도 아직 다잡아야 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정치에 대한 고민은 꾸준히 하고 있다. 정당개혁 고민을 하고 있고, 정당이 아직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어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중이다. 여러 사고와 실험을 끊임없이 한다. 


차기 당 대표 뚜껑 열어봐야 알 수 있어
“젊은 층 젊은 척하는 걸 가장 싫어해”

-언제쯤 다시 등판할 것으로 보는지

▲아직까지 그런 이야기는 없다. 그러나 이 전 대표의 재등판은 본인의 의지에 달린 게 아니라 유권자의 의지에 달려있다. 이쯤에 돌아온다는 타이밍을 재기보다는 어느 순간 유권자가 보기에 이 전 대표가 어느 선거를 맞닥뜨렸을 때 총의가 모이면 그때가 등판 시기다. 

-이 전 대표의 잠행 후 청년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실종됐다

▲청년의 목소리는 원래 수면으로 드러난 적이 없다. 이 전 대표 덕분에 굉장히 이례적으로 젊은 사람이 목소리를 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냈는데 이 전 대표가 청년이었을 뿐이다. 국민의힘은 이 전 대표 전후로 꽤 많이 달라졌다. 여기서 끝나면 의미가 없다.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담론을 정치권으로 가져오는 역할을 조금씩 하려고 시도 중이다. 

보수당에서 늘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넘어갔던 언더 도그마 문제, 전장연 문제도 이 전 대표는 굉장히 불편한 주제임에도 들고 나왔다. 이런 것들을 보면 기성 정치인과 달리 확실히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목소리를 냈었다. 체육정책과 관련된 것도 그랬다.

정치권에서는 관심 없는 마이너한 이슈다. 최근에는 이런 문제를 정치권으로 가지고 올 수 있는 사람이 없어 보인다. 지금은 이 전 대표라는 큰 매개체가 사라져 폭발력이 다소 사라졌지만 과거 국민의힘이 내지 못했던 담론들이 정치권으로 계속 수혈되는 상황은 만들어지고 있다.


-국민의힘도 최근 MZ세대를 강조하고 나서는 모양새다

▲젊은 세대는 ‘젊은 척’하는 걸 제일 싫어한다. 대선 기간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틱톡을 했고,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힙합 모자를 썼던 게 기억난다. 그렇다고 젊은 세대가 그들에게 힙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미국 상원의원인 버니 샌더스에게는 버니 브로스라는 젊은 세대 지지층이 있다.

굉장히 나이가 있는 정치인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이유는 ‘젊은 척’하거나 ‘위하는 척’하지 않아서다. 젊은 세대는 이해하는 척하는 순간 반감을 가진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길을 열어줘야 한다. 살펴보면 연금 문제, 노동 문제도 기성세대가 움켜쥐고 있는 것들이다. 말로만 청년을 외친다고 해서 청년을 위한 정책이 된다고 보지 않는다. 

국민공감 공천받기 위한 모임
국민 의사 모으는 정치인 목표

-권성동 의원,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청년을 위한 메시지를 내놓는다

▲기득권을 내려놓는 메시지를 내면서 미래세대를 이야기해야 말이 된다. 앞서 말한 연금개혁 같은 것은 젊은 세대가 정말 좋아하는 주제다. 그런데 기성세대 정치인들이 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 이유는 기득권자들의 표를 뺏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성 정치인들의 역할은 단순히 구호를 외치고 MZ를 위한다며 외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주호영 원내대표에 대한 평가는?

▲최근 대법관이 임명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가깝다는 이유로 야당이 반대를 많이 했었는데 통과됐다. 이 가운데 주 원내대표의 역할이 제법 있었다고 전해진다. 윤 대통령이 거기에 대해 신뢰를 보냈던 것 같고 이후 MZ세대와 수도권 이야기를 했던 것을 보면 윤 대통령과 충분한 소통도 있어 보인다.

아직까지는 당내에서 주 원내대표를 흔들거나 하지는 않고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항상 우리가 정말 실세야라는 메시지를 직간접적으로 낸 것으로 본다. 

-국민공감(전 민들레)이 새로 출범했다. 계파 갈등이 우려된다는 말들이 나온다

▲권성동·장제원 의원은 빠졌다. 나 역시 작년까지 비대위를 하면서 의원 모임을 굉장히 많이 봐왔다. 처음에는 떠들썩하다. 하지만 여기에 크게 의미를 두진 않는다. 대개는 선거에 맞춰 모임이 생긴다. 늘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새롭지 않은데, 참여 인원을 살펴보면 진짜 공부 모임인지, 이름을 걸쳐놓고 공천을 받겠다는 것인지 알 수 있다. 

-차기 당권주자들의 연대도 주목할 부분이다


▲당 대표 선거를 비롯한 모든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지난해 이 전 대표가 당 대표가 된다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다. 출마하니까 판이 달라졌다. 당시에도 단일화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나왔다. 이 전 대표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굉장히 높게 나와서다.

그런데 결국 정치적인 이유로 불발됐다. 당권주자를 살펴보면 원내대표 이상급의 인물들이다. 결국 전당대회도 어떤 후보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서 역학관계는 엄청나게 바뀐다. 지금 상황에서는 후보를 정리하는 게 연대나 단일화로 볼 수 없다. 교통정리하는 수준이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당협 정비·당무감사를 진행 중이다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당무감사를 하는 게 비정상적이긴 하다. 왜냐면 비대위가 얼마나 갈지 모르기 떄문이다. 2말3초(2월 말이나 3월 초경)에 전당대회 이야기가 나오는데 지금부터 당무감사를 해도 빡빡한 일정이다. 전국 253개의 당협을 다 검토하고 부족한 곳을 채우려면 여러 날이 소요된다. 

당이 비상대책을 내놔야 하는데 차기 전당대회까지 준비한다? 사실 이게 맞냐는 의문이 따르지만 우리 당은 당무감사를 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런 의미에서 통상적인 절차라고 볼 여지도 있다. 어차피 전대가 치러지고 당 대표가 바뀌면 또다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당협위원장으로서 그 시기가 옳다 아니다라는 비판할 수 있지만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열심히 준비할 예정이다. 

-정치인으로서 목표는?


▲가장 앞에 둘 스펙은 총선에서 당선되는 일이다. 정치적인 철학을 세상에 선보이기 위해서는 말로만 하면 안 된다. 단순히 지역관리를 잘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원내에 진입하고 입법권을 가진 정치인이 돼 생각을 법으로 관철시키고, 여론에 호소하면서 국민의 의사를 모으는 게 정치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미래를 위해서 미래 세대를 위한 메시지를 계속 내고, 제도개혁을 해보고 싶다. 특히 체육정책, 보건복지 패러다임 분야다. 지금까지는 치료에 방점이 찍혀 있는데 앞으로는 예방에 방점을 찍고 좀 더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겠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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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