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 동행’ 청소년에 담배 판 편의점 적발? 함정수사 논란

“무혐의 나올 것”이라던 파출소 “행정 처분 예정”
일각에선 실적 올리기 꼼수 VS 법대로 ‘갑론을박’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여경과 함께 편의점으로 들어온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판매한 업주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이 갑론을박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13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편의점 9년차 황당한 미성년자 담배 판매건’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자신을 9년차 편의점 업주라고 밝힌 글 작성자 A씨는 이날 오전 2시 정각에 “아르바이트생이 근무 중이었는데, 밖에서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 경찰이 출동했다”며 “(미성년자)여성 두 명과 여경 한 명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편의점 안으로 들어와 셋이 나란히 서서 여성 한 명이 담배를 달라고 했다”고 운을 뗐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아르바이트생은 여경과 미성년 여성이 이야기를 하면서 편의점으로 들어왔던 데다 ‘어떤 미성년자가 경찰과 같이 와서 담배를 사겠어’ 라는 생각에 신분증 확인 절차 없이 미성년 여성 중의 한 명인 B에게 담배를 판매했다.

CCTV 영상을 확인하던 A씨는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담배를 받아든 B가 편의점 밖으로 나간 뒤 경찰과 함께 흡연을 하며 여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A씨는 글에 “밖에 나가서 경찰이 보는 앞에서 담배를 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기술했다.

그는 “그로부터 10분 후 같이 있던 여경이 들어와 (아르바이트생에게)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마치 본인은 그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물어봐서 어이가 없었다고 했다)”며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진술서를 받아야 한다며 진술서를 쓰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A씨는 관할 파출소로부터 연락을 받고 ‘어느 파출소인지’ ‘여경의 관등성명이 어떻게 되는지’ 물었으나 알려주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A씨는 수소문 끝에 여경이 근무하고 있는 해당 파출소를 찾아갈 수 있었다.

A씨는 “해당 파출소에 당사자(여경)는 없었지만 근무 중인 경찰분들 말로는 ‘상황이 애매하고 신원 조회를 늦게 해서 벌어진 일로, 이미 진술서가 접수돼있는 상태고 경찰 조사를 받으면 충분히 무혐의가 나올 것’이라는 안내를 받아 화를 가라앉히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며칠 뒤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경찰 조사가 이뤄졌으며, 담당 수사관도 호의적으로 조사가 이뤄졌다고 아르바이트생에게 얘기를 들었다.

며칠 후 A씨는 수사관으로부터 ‘(업주는)제3자라서 점주는 조사를 받을 필요가 없고 구청 위생과에 행정처분으로 넘길 예정이다. 이의신청은 위생과에 하라’면서 생년월일을 알려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A씨는 “이때부터 피해가 올 것이라는 판단에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아르바이트생에게 기소유예가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A씨가)감경을 받을 수 있으며 어쨌든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억울해했다.

그러면서 “그 어떤 누가 CCTV를 봐도 경찰이 같이 있는데 미성년자가 담배를 살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심지어 같이 이야기하면서 들어왔다고 하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아울러 “앞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이런 비슷한 사건을 겪었던 분이 있다면 조언 부탁드린다”면서도 “물론 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은 아르바이트생의 책임도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해당 글에는 ‘업주의 잘못’ VS ‘함정수사’라는 두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편의점 업주를 두둔하는 회원들은 “여경과 이야기하다가 들어와서 사간 거라면 누가 미성년자인 줄 알겠냐?” “이건 함정수사다. 말 그대로 제대로 낚인 것 같다. 건수 하나 올린 것” “편의점 CCTV 돌려서 그 여경이 함께 있었다는 거 확인시켜주면 될 것” “여경은 미성년자 담배 구매 방조죄인데 미성년자인 거 알면서도 구매하는 거 지켜만 본 것”이라고 동조했다.

반면, 업주 측의 잘못이라는 회원들의 의견도 다수 있었다.

회원 ‘쫄O’는 “억울하겠지만 일단 경찰이 있건 없건 신분증 검사는 하는 게 맞다. 경찰은 판매자의 범죄 여부를 따지는 사람들”이라며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찰도 잘못이 있어 보이지만 그대로 판매자가 확인하지 않은 게 제일 큰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회원 ‘태어나OOOO’는 “신분증을 얼굴 보고 하느냐? 경찰이든 누구든 무슨 상관이냐? 자기 할 일 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자조했다.

회원 ‘낭만X’은 “여경도 문제지만 파는 사람이 잘못 아닌가? 사는 사람이 잘못인가? 아니면 누가 더 잘못인가?”라고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A씨가 억울해하는 부분은 ▲경찰복을 입은 여경이 신원 조회도 하지 않고 미성년자 담배 구매에 동행한 점 ▲여경의 관등성명을 밝히지 않아 파출소를 찾아다녀야 했던 점 ▲경찰 본인도 미성년자인 줄 인지하지 못한 상태서 함께 동행해 아르바이트생을 헷갈리도록 한 점 ▲경찰 앞에서 담배까지 피는 미성년자를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은 점의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 여경이 미성년자의 담배 구매에 동행한 점은 의견이 충분히 갈릴 수 있다. 핵심은 B와 여경의 관계가 될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리 중요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A씨 주장대로라면 최소한 여경과 B는 담배 구매 이전에 밖에서 대화가 오갔는데, 결국 지인 여부와는 관계 없이 이미 어느 정도 말을 맞췄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여경의 관등성명 미고지 부분으로, 통상 민원인들은 경찰 포함 공무원들에게 관등성명을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경찰의 관등성명 고지가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데 있다. 실제로 경찰관직무집행법상 불심검문이나 임의동행 요구 시엔 신분을 증명할 증표를 보이고 관등성명을 밝혀야 하지만 이 경우를 제외하면 규정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세 번째, 미성년자와 함께 동행해 아르바이트생을 헷갈리게끔 만든 부분은 해석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다분하다. 핵심은 ‘왜 함께 들어왔는지’ ‘고의성이 있었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아르바이트생이 여경이 함께 들어온 여성이 담배를 살까?’하는 생각에 신분증을 검사하지 않았다고 항변했지만, 이는 이번 사건의 본질을 벗어난 부분일 수 있다. 법적으로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판매하기 위해선 무조건 신분증을 검사하도록 법에 명시돼있는 탓이다. 


여경의 미성년자 담배 판매 방조 책임 부분도 논란의 여지는 존재한다. 사회적 통념상 미성년자가 담배를 구매하는 상황을 그냥 보고 있었던 여경도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겠으나 근무수칙 등 규정을 어기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경찰이 미성년자 흡연을 제제하지 않은 점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소년보호법에 따르면 담배와 술은 유해물질로 규정돼 청소년에게 판매하지 못하도록 돼있다. 미성년자들이 담배나 술을 구매(실제로는 판매 업주만 처벌)하는 게 법적 규정이 없는 데다 이들의 흡연이나 음주 자체 역시 처벌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즉, 해당 여경에게 도덕적 책임을 묻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사회적 책임까지 묻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주장이다.

현행 청소년보호법 제28조(청소년유해약물 등의 판매, 대여 등의 금지) 1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청소년유해약물을 판매, 대여, 배포하거나 무상으로 제공해서는 안 된다. 또 청소년에게 담배나 주류를 판매할 경우, 청소년보호법 제54조 및 청소년보호법 시행령 별표Ⅱ에 따라 ‘판매자는 위반 횟수마다 100만원의 과징금에 처해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담배 판매의 경우는 담배사업법 제17조 제2항 제7호 등 위반으로 1차 위반 시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 처분이 내려진다.

함정수사란 수사기관(형사소송법상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 및 특정 사안의 특별사법경찰관리) 또는 그 하수인이 특정인으로 하여금 범죄를 저지르게 하거나 교사하거나 범죄를 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후 범죄의 실행을 기다렸다가 검거하는 수사기법을 말한다.


다만 이처럼 정상적인 형태가 아닌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증거능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만큼 검사 기소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현직 편의점 업주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미성년자와 경찰이 따로 들어오고, 미성년자가 먼저 계산하고 경찰이 그걸 뒤에서만(미성년자 인상착의는 모르는 상태) 보다가 밖에서 미성년자인 걸 확인하는 거냐? 그게 아니라 같이 얘기하면서 들어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이면 미심쩍거나 옳지 못한 일은 미리 방지해야 하는 거 아니냐? 일 벌어지는 거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다가 일 벌어지고 나서 처벌하려는 게 진짜 경찰이 할 일 맞느냐”고 답답해했다.

<일요시사>는 이날 A씨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끝내 닿지 않았으며 해당 글은 14일 오후 삭제 처리됐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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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