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하고 먹지도 못했는데…” ‘환불 거부’한 울산 대게집 공분

“당일 자리 만석으로 다른 식당 발길”
업주 측 “대게 죽어서…벌금 내겠다”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예약돼있던 울산 소재의 한 대게 음식점을 찾았다가 만석으로 앉지도 못하고 카드결제 취소를 거부당했다는 사연이 공분을 사고 있다. 심지어 해당 음식점 측은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무조건 예약 손님에게 이해를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3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식당의 환불 거부 어디서 도움받을 수 있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자신을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소개한 보배 회원 A씨는 “지난 2일이 장모님 칠순이라 동서 형님 내외, 처남 내외 등 어른 7명, 아이 2명 총 9명이서 지난해 12월30일에 거제도 여행을 떠났다”고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30일 숙박 후 31일엔 울산 정자항 인근 음식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으며, 음식점은 출발 7일 전인 12월25일에 전화 예약이 돼있었다.

A씨는 “연말이라 사람들이 많을 것 같고 칠순잔치니 가족끼리 조용히 보내고 싶어 룸이 있는 방으로 예약했고, 당연히 사장님도 ‘룸으로 예약해놓겠다’고 말했다”며 “거제 여행 중이던 30일에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31일, 거제도 여행 일정을 마치고 예약 시간보다 조금 일찍 음식점에 도착한 A씨 일행은 “선결제해야 하고, 대게를 고르고 올라가면 된다”는 음식점 측의 안내를 들고 체크카드로 결제했다.


그는 “선결제도 그렇고 여사장님이 손님 대하는 태도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데다, 대게 가격도 썩 내키진 않았지만 ‘이쪽은 원래 선결제 방식이구나’ 생각하고 75만원을 결제한 뒤 2층 식당가로 올라갔다”고 부연했다. 일행은 모두가 정자항은 처음 방문이라 인지하지 못했는데 해당 지역은 아래서 대게를 고른 뒤, 위층 식당으로 이동해 이른바 ‘자릿세’를 내고 식사를 하는 시스템이었다고 한다.

2층은 이미 만석이었고 다시 3층으로 올라갔지만 역시나 빈자리는 보이지 않았다.

A씨는 “1층에서 ‘룸이 있다고 예약 확인하고 올라가라고 해서 올라왔다’고 하니 직원이 ‘자리가 없다’며 9명 예약조차 모르는 눈치였다”고 주장했다.

경남 거제서 칠순잔치를 위해 2시간을 달려 예약했던 식당을 찾은 A씨 일행은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직원들이 예약돼있는 상황조차 모르는 것 같았고 언제 자리가 날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라고 판단한 A씨는 음식점 측에 결제 취소를 요청했다.

그러자 여사장은 “대게가 죽어서 환불 안 된다”는 귀를 의심할만한 말을 했다. 게다가 당시 A씨 일행은 음식을 먹기는커녕, 의자에 앉아보지도 못했다. 

A씨는 “결제 후 올라갔다가 내려온 시간이 대략 5분~10분 정도고 예약한 룸은 물론, 홀에 앉을 자리도 없고 룸은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계속 기다릴 수도 없어 다른 곳에 가겠다고 하는데 절대 카드 취소는 안 된다고 했다”고 한탄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남성 사장은 “그럼 저 대게는 우리 보고 어떻게 하라는 건데요”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다시 차근차근 상황을 설명했지만 “결제 취소는 무조건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했고, 서로 간 언성이 높아졌다. 당시 옆에 다른 한 팀도 예약 후 자리가 없어서 항의 중이었다고 한다.


음식점 측은 “자리 마련해줄 테니 기다리고, 아니면 대게 포장해가서 먹으면 되잖아” 등의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A씨는 “(음식점서)‘결제할 때 위층 상황을 잘 확인하지 못한 점은 잘못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자신들은 조금의 손해도 보기 싫고, 무조건 우리 보고 이해하라는 식으로 카드 취소는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여사장님은 ‘위층에 룸은 없고 언제 나올지도 모르니 홀에서 먹고 가라’며 이미 결제했는데, 어쩔 수 있겠냐는 듯한 태도였다”고 토로했다.

이어 “홀에서 먹을 것 같았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고 분명 일주일 전에 룸으로 예약하고 온 건데 카드 취소는 해주기 싫고, 먹고 가던지 갖고 가라는 식으로 나오길래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여사장은 ‘경찰이 개입할 문제는 아닌 것 같으니 우리가 해결하고, 나중에 벌금 나오면 내겠다’며 자리를 떴다.

A씨는 “오히려 출동하신 경찰분이 칠순잔치인데 이런 일이 생겨 안타깝다고 위로하면서 구청 위생과에 도움을 요청해라고 조언해주시고 떠나셨다”며 “경찰이 출동했는데도 귀담아 듣지 않으며 별 일 아닌 듯 카드 취소는 안 되겠다 싶어 기분만 상해 다른 곳으로 가서 늦은 저녁식사를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음식을 먹지도 않았는데 취소가 되지 않아 장모님께서도 ‘나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면서 다른 식당으로 이동하는데 눈물을 글썽이시면서 속상해하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아울러 “이런 경우 결제한 금액 돌려받으려면 민사소송 밖에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이냐? 어떻게 저렇게 뻔뻔하게 장사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다”며 “예약 손님과의 약속을 못 지켰으면 본인들이 그 손해를 감수해야지, 아무 잘못 없는 손님에게 이해하라면서 손해보라고 하는 건 제 상식으론 납득하기 어렵다”고 마무리했다.

추천 수가 가장 많은 베플에는 “이건 다툼의 여지없이 무조건 식당의 잘못이다. 무조건 환불받아야 한다” “많은 분들 보시라고 추천드린다. 능력자 형님들 나와 주세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 외에도 “이렇게 하는데도 장사 잘되는 거 보면 참 씁쓸하다” “구청 위생과에 계속해서 민원 접수해야 한다” “장사 참 더럽게 하네. 부디 이름이 알려져서 망해야 할 듯” “울산 사람들은 정자항 가지 않는다. 물치기, 저울치기 하는 맛집” “착한 가게 아닌가? 돈줄 내주고 싶은데 상호 좀 알려 달라. 저차가 울산이라 자주 간다” 등의 비토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한 회원은 “식당 찾을 수 있는 힌트를 달라. 그런 식당이라면 건축물 등 불법 찾을 거 많이 나올 것”이라며 “현금영수증 발행, 세금신고 이행 여부 등 끊임없이 신고하면 구청 공무원들은 움직이게 돼있다”고 제언했다.

회원들의 상호 공개 요청에 대해 A씨는 “정말 몇 번이나 생각하고 글을 썼다. 그분들도 생계가 있는데 나중에 후회될 것 같다. 단지 현실적으로 민사소송 외에 다른 방법이 있으면 그 방법을 알고 싶다”며 조언을 구했다.

통상 음식점은 여러 명의 단체 예약을 받을 경우, 해당 테이블에 ‘예약석’ 또는 ‘예약 완비’라는 안내판을 세워놓고 해당 룸이나 테이블에는 손님을 받지 않는 식으로 운영한다.


한 회원도 “두 번이나 예약 전화를 했다면 누군가는 예약판에 적어놨을 텐데 연말이라 예약이 아니더라도 손님들 들이닥치는 거 놓치기 싫어 다 받은 거 아니냐”며 “절대 예약석이라고 세팅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어차피 바쁠 때라 예약 전화 받고 오거나 말거나 생각했을 듯”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다른 건 몰라도 저런 대형 식당서 선결제하는 건 평생 처음 들어본다. 상호를 공개하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며 주작을 의심하는 댓글도, “일단 중립이 맞지 않을까?”라는 중립 의견도 달렸다.

이는 A씨가 보배 회원들이 경계하는 이른바 ‘당가(당일 가입)’가 아니긴 하지만, 보통 억울한 글을 올릴 때 첨부하는 결제영수증이나 현장 사진이 단 한 장도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4일 <일요시사>는 사실관계 확인 및 취재를 위해 A씨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5일엔 해당 음식점으로 추정되는 인근 대게 전문점 두 곳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

해당 업주 측은 <머니투데이>와의 전화 통화서 “방을 잡아두긴 했는데 앞서 이용하던 손님이 오랜 시간 이용해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홀에 자리를 마련해주고 조금만 기다려달라며 포장도 권유했지만 손님이 막무가내로 환불만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A씨가 결제했던 대게는 냉동실에 보관하고 있으며 법에 따라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업주 측 주장에 A씨는 “예약은 오후 7시였고 연말이라 차가 막힐까 봐 30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며 “8시 가까이 가게서 자리를 떠난 것 같은데 그때까지 룸이 생기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앞서 지난 2일에는 지난해 연말, 강원도 속초 대게집을 찾았던 한 보배 회원이 곰팡이가 피어 있는 듯한 대게를 받았다고 폭로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튿날인 3일, 해당 업주로 추정되는 회원이 직접 사과문을 게재했다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다수의 비판 댓글로 되레 역풍을 맞았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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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