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6.04.21 10:17:48
  • 호수 15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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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뒤엎은 검찰, 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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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민주당 당권 경쟁

미리 보는 민주당 당권 경쟁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8월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열린다. 6월 지방선거라는 빅 이벤트가 걸쳐져 있지만 당의 시선은 벌써 8월을 향했다. 재보궐선거를 통해 당에 입성한 사람, 공천에서 밀린 사람, 경선에서 탈락한 사람 등 변수도 수십 가지다. 당권을 쥐기 위한 ‘비공식’ 후보들의 경쟁이 벌써부터 뜨겁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6·3 지방선거 직후 곧바로 8월 전당대회 국면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이재명정부 1년을 평가할 시험대인 동시에 민주당 권력 재편의 시작점인 셈이다. 그 누구도 출사표를 던지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미 하마평이 돌고 있다. 현직인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김민석 국무총리 ▲송영길 전 대표 ▲김용민 의원 ▲우원식 전 국회의장 ▲이광재 전 사무총장 등이 거론된다. 지방선거를 무대로 물밑에선 각자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차기 당권 경쟁이 점화하는 분위기다. 안갯속 연임 가도 이정부 1대 지도부를 이끈 정청래 대표는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박찬대 후보와의 2파전 대결 끝에 61.74%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대의원 누적 투표 결과에선 정 후보가 46.91%로, 53.09%를 얻은 박 후보에게 약 7%p 뒤처진 만큼 압도적인 당심으로 선발됐다는 평이 나왔다. 그동안 정 대표는 연임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1인1표제 등 당권 강화를 위한 작업이 한창이던 당시 정 대표가 자신의 대표 연임을 위해 이를 무리해 추진하는 것이라는 논란이 제기됐고, 이에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당원에 대한 모독이다” “연임의 이응(ㅇ)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6·3 지방선거를 돕기 위해 전국을 무대로 행보를 가속하는 모습이 마치 전당대회 전초전을 연상시킨다는 평이 나온다. 정 대표는 부산, 울산, 경남을 비롯해 전체 권리당원의 30%가 분포된 호남 지역을 순회했다. 지방선거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당원과의 접촉을 늘렸고, 자연스럽게 얼굴 도장을 찍는 효과를 얻었다. 당내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승하면서 정 대표가 정치적 위상을 굳히고 대표 연임 역시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봤다. 특히 후보 경선 과정에서 친청(친 정청래)계가 잇따라 공천을 받은 만큼 세 늘리기에 주력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우선 민주당 수석대변인으로 정 대표와 호흡을 맞췄던 박수현 전 의원은 충남도지사 후보로 선거를 치렀다. 평소 정 대표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이원택·민형배 의원도 각각 전북도지사 후보와 전남·광주 통합특별시장 후보로 공천됐다. 지방선거 덕을 톡톡히 봤으나 과거 행적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번 선거서 ‘클린 공천’을 자신했으나 일부 지역에서 잡음이 나오면서 그를 향한 원성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먼저 서울 강북구청장 후보를 기존 이승훈 변호사에서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으로 교체한 사건이다. 이 변호사가 과거 성범죄자를 변호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국민 여론을 의식해 후보를 교체했는데, 자신과 유사한 변호 이력을 지닌 다른 후보가 다른 지역에 공천되자 ‘이중 잣대’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변호사는 단식 농성에 돌입했고 친명(친 이재명) 강득구 최고위원은 농성장을 찾아 “정말 4무 공천이 맞나”라며 정 대표를 직격하기도 했다. 1년 사이 늘어난 적수 정청래 연임 가능성은? 재선에 도전하는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현금 살포’ 의혹으로 제명 처리됐다. 윤리 감찰을 지시한 정 대표에게 분노를 느낀 김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전북도지사 선거는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와 관련된 친청과 친명의 대결 구도가 있다”며 “제가 작년 전당대회 때부터 정 대표와 다른 노선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저를 제명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초 진행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좌초도 악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당시 정 대표는 ‘청와대와 조율을 거쳤다’는 취지로 수습에 나섰지만 오히려 이재명 대통령을 끌어들였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친명계를 적으로 돌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앞장서서 합당에 반대했다. 그는 “조기 합당은 민주당의 주류 교체 시도이자 이재명의 민주당을 정청래나 조국의 민주당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이번 합당 제한은 최고위를 패싱한 정 대표의 개인적 제안”이라며 “지금도 심한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각종 진보 진영 온라인 커뮤니티 역시 정 대표를 향한 원성과 혁신당을 배척하려는 의도를 가진 게시글이 줄을 이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선거판은 민주당 내부 권력 투쟁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정청래 연임파와 반청(반 정청래)파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서로를 방해하려고 하다 보니 잡음이 생기는 것”이라고 봤다. 김민석 국무총리의 거취도 관심의 대상이다. 김 총리는 “당 대표직에 로망이 있다”고 말해 당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직접적인 물음에는 선을 그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런 김 총리는 최근 여당 인사들과 접점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북 군산시 새만금개발청에서 새만금·전북 대혁신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진행한 데 이어 지난 19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단과 만나 국정과제 필수 입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회동에는 한병도 원내대표를 비롯한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 ▲이주희 원내대변인 및 원내부대표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총리께선 123개 국정과제를 뒷받침할 필수 입법안 신속 처리에 대한 당부와 함께 이재명정부 2년차를 맞아 정부와 여당의 원내대표단이 함께 심기일전해 국정 운영의 강력한 원군이 되어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개혁 끝 관리 시작? 김 총리가 정 대표의 맞수로 떠오른 이유는 그가 이 대통령의 복심이자 ‘섬세한 관리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가 청와대와 엇나가는 모습을 보여준 탓에 당정 갈등설이 빈번하게 일어났고 당원들의 불안감으로 이어지면서 차기 대표는 정부와 합이 잘 맞는 사람으로 뽑아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렸다. 선거 기여도가 낮은 탓에 등판 시기는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전국을 누비며 솔선수범한 정 대표와 달리 김 총리는 선거 승리 공을 가져갈 명분을 얻지 못했다. 그런 그가 지방선거 이후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다면 “승리를 위해 어떤 기여를 했느냐”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놓기 어려울뿐더러 오히려 반감만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만일 김 총리가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 정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들에 의해 과거사가 ‘파묘’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작년 6월 공직자 청문회 당시 김 총리는 재산 형성과 학위 취득, 군 복무 및 금전 거래 의혹 등으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청문회가 진행되는 시기는 이정부 출범 극초기 단계로 민주당 의원들이 적극 엄호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된 방패막이 되어줄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의 원조 터줏대감인 송영길 전 대표도 변수다. 인천 연수갑 보궐선거에 출마한 그는 최근 대표 도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선거를 불과 일주일 남겨둔 시점에서 송 후보는 정 대표를 향한 견제구를 날렸다. 연수갑 보궐선거 후보 공천에 대해 “정 대표가 줬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말하는 등 차기 행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YTN 라디오에 출연해 ‘공천 받기 전 정 대표에게 연락을 받았나’라는 질문에 송 후보는 “직접 전혀 전화 받은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정 대표께서 당원이 주인된 당을 만들겠다고 1인1표제까지 만들지 않았나. (따라서) 정 대표가 (공천을) 줬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자신의 출마가 정 대표의 배려 덕분이 아닌 당원들의 호응에 응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 후보는 국회 복귀가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당권 도전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그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는 “당선되면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여러 가지로 무엇이 필요할지 상의하겠다”며 “당의 역할이든 정부에서의 역할이든 (이 대통령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다. 제 개인의 정치 프로그램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서 어떤 역할이라도 하겠다는 자세”라고 밝혔다. 사방에서 “혹시 나도?” 송 후보가 민주당의 지방선거와 재보선 후보로 지원하는 것이 ‘만약 당 대표가 된다면 해야 할 일을 미리 준비하는 단계’인지를 묻는 말에는 “그것보다는 정 대표나 저나 마찬가지로 전체 승리가 중요하다”며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으면 도와주려고 뛰고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 김용민 의원의 존재감도 급부상했다. 김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로 검찰·사법개혁 논의 등을 주도해 온 검찰개혁 강경파로 꼽힌다. 6월 지방선거 종료와 동시에 보완수사권을 띄워 다시 한번 승부수를 던지지 않겠냐는 해석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검찰개혁이 다시 화두가 된다면, 강경 성향인 정 대표에 이어 본인도 겨뤄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김 의원은 ‘당권 도전설’을 부인했으나 검찰개혁 공을 앞세워 ‘개혁 당 대표’ 기류를 이어간다면 전당대회 역시 하나의 선택권이 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김 의원을 향한 여권 내 평가 역시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김 의원이 추미애 의원과 함께 중수청법 입법을 앞두고 당·정 협의를 거쳐 내놓은 안을 엎는 등 여권 내 갈등을 촉발시켰기 때문이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 의원이 고집스러운 면모를 보이면서까지 의견을 굽히지 않은 건 당원들에게 무언가를 어필하려는 마음도 조금 있었던 것 같다”고도 해석했다. 국회의장직에서 퇴임한 우원식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다. 그동안 우 의원은 여권 의원들과 친밀한 행보를 보이며 유독 평판 관리에 힘 써온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를 두고 우 의원의 다음 스텝이 당 대표가 되지 않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퇴임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우 의원은 “후반기 국회에서 개헌하지 못하면 제 인생에 굉장히 큰 후회가 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투표법을 개정해서 절차적 걸림돌을 해소했고, 단계적 개헌에 국민적 공감대도 넓어졌다”며 “후반기 국회에서 반드시 개헌특위를 구성하고 결실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 의원은 향후 역할론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저 “당원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지내겠다”고 언급했다. ‘친명 주도권’ 다시 쥐고 싶어도… 전대 판 가를 최종 종착지 ‘전북’ 하남갑에 출마한 이광재 전 의원도 후보군에 올랐지만 최근 한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등 다른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역에 헌신할 생각”이라며 선을 그었다. 재차 이어진 질문에도 “지금은 중앙 정치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건 하남을 확실하게 모델 도시로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런 이 후보를 둘러싸고 계속해서 출마설이 나오는 이유는 당원은 물론 민주당 의원까지 그의 선당후사 정신을 높게 봤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각종 선거 때마다 당의 요구에 따라 험지에 몸을 던졌다. 2022년 지방선거에선 보수세가 강한 강원도지사에 출마해 김진태 지사에게 패배했고, 2년 뒤 22대 총선에선 20년 넘게 살아 온 종로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의원에게 양보했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평택 출마를 희망했지만 당의 뜻에 따라 하남으로 향했다. 선당후사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당원들 사이에서는 ‘적재적소 어디든 잘 어울리는 인재’라는 평을 받았다. 이번 전당대회를 가를 변수는 전북이다. 전북은 정 대표의 판단하에 후보가 교체된 곳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서울 등 주요 격전지에서 선전하더라도 전북에서 성과를 못 낼 경우 정 대표의 책임론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정 대표의 연임 가도에 빨간불이 들어온다면 그의 대척점에 선 이들이 유리해지는 만큼, 전북이 ‘민주당의 격전지’가 된 셈이다.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진 김관영 후보는 연일 정 대표를 향한 공개 비판을 이어가며 전북 선거를 당권 문제로 확장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정청래 지도부는 만약 이번 선거에서 김관영이 이기면 사퇴한다”며 “(내가 당선된 뒤) 사퇴를 안 한다 해도 8월 전당대회에서 다른 분이 될 가능성이 아주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정 대표를 사퇴시키고 싶으면, 당 대표로 더 이상 만들고 싶지 않으면 이번에 김관영을 선택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묘연한 텃밭 민심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이미 민주당 전당대회는 시작됐다. 비공식 후보와 비공식 일정만 있을 뿐,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낙관론으로 보일 수 있어 지방선거 기간에는 전당대회의 ‘전’자도 못 꺼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 승리를 두고 저마다 공을 가져가려고 할 텐데 정 대표는 본인의 것으로, 나머지 주자들은 이 대통령의 것으로 나누려고 할 것”이라며 “국정 안정 기조와 내란 청산 기조 두 개를 적절히 조율할 수 있는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