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차량 앞유리에 돌이 튄 건데요. 앞유리가 주저앉은 것도 아닌데…” 지난 19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돌이 튀어 뒤따라오던 뒷 차량 앞유리에 흠집 피해가 발생해 대물 보험을 접수했다는 글이 게재됐다.
자신을 주행 중이던 앞 차량 회사 직원이라고 밝힌 A씨는 교사블(교통사고/블박) 게시판에 ‘앞유리 돌 튐에 대인 접수…가능한가요?’라는 제목으로 “지난 3일, 전북 익산서 저희 회사 차량이 본의 아니게 뒷차에 돌 튐 사고를 냈다. 차량 덮개는 완벽히 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상대 차량이 G90 신형이다 보니 대물 보험 접수해드렸는데, 화물공제조합 대인 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와서 피해 차주가 대인 접수도 요구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황당해했다.
A씨에 따르면 피해 차량 차주는 해당 사건으로 한방병원을 찾아 침도 맞고 한약까지 지었다. 또 당시 암롤트럭을 운전했던 기사는 경찰 조사를 받고 왔는데, 적재물이 낙하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가 억울한 부분은 피해 차주의 대인 보험 접수뿐만이 아니다. 돌 튐 사고를 유발했다는 A씨 회사 차량이 암롤트럭이었던 데다 차량 덮개도 완벽히 덮었고, 심지어 모래나 자갈 등 골재가 아닌 비닐류를 운반하는 차량이라는 점이었다.
즉, 트럭 안에 있던 작은 불상의 물체가 후방 차량의 앞유리에 타격을 가했는지 여부조차 확실하게 입증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A씨가 첨부한 블랙박스에 따르면, 3일 오후 3시43분28초부터 37초까지 총 9초 동안 담긴 영상에는 불상의 물체가 앞차로부터 떨어져 피해 차량 앞유리에 충돌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가 없다.
A씨는 “할 말이 없다. 저희도 벌금 감수하고 사고 처리 중”이라며 “여러분, 이게 맞는 건가요? 이 정도로 대인 접수해서 한방병원 치료받으실 정도면 옆차 클랙슨 소리에도 심장마비 오는 건 아닐지…심각하게 걱정된다”고 어이없어했다.
해당 글에 상당수 보배 회원들은 “돌 튄 것도 앞 차량서 떨어진 거 아니면 대물도 안 되지 않나?” “소송 걸라고 해라. 아무것도 해주지 마시라” “돌빵은 그냥 재수 없다 생각하고 지나가는 일인데…너무 크게 나가시네” “저런 건 접수해주지 말아야 저런 사람들이 앞으론 나타나지 않을 것” 등 대물‧대인 모두 접수를 해주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의 댓글을 달았다.
한 회원이 “전에 덤프트럭에 튄 돌로 인해 화물공제를 통해서 어렵게 보상받았다”는 댓글이 달리자 다른 회원은 “요즘은 관련법이 바뀌어 증거가 확실해도 보험처리되지 않는다. 돌 밟은 차량이 고의적으로 돌을 튀게 한 게 아니기 때문”이라며 “피해 차량이 자차 처리 후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차가 없을 경우 일반 수리 후 청구해야 한다. 예전엔 이런 사고로 보험처리해줬지만 요즘은 절대 해주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다른 회원도 “요즘 돌빵 사고는 보험처리 안 해준다. 얼마 전, 블랙박스에도 선명하게 찍혔는데 도로에 있는 돌이 바퀴에 붙어 튄 거라 대물 보험처리가 안 된다고 통보받았다”고 거들었다.
이 외에도 “고속도로 달리다가 앞차에 돌빵 맞아봤는데 그것으로 보험 접수할 생각도 못했는데 대인이라니요? 참 가지가지하네요” “트럭이 돌 있는 거 알고 달린 것도 아니고 대물도 취소해야 한다. 트럭이 무슨 죄가 있느냐? 트럭이 돌을 뒤로 던진 게 아니라면 도로 관리청에 소송 걸어야 할 일” “이 정도면 보험사기 아닌가?” 등 피해 차주의 행태에 대한 조소 댓글이 이어졌다.
한 회원은 “길 위에 있는 돌을 트럭이 밟으면서 날아오른 것으로 보이므로 상대방 차주에게 도로관리청에 소송 걸라고 하시고 보험사 대물 및 대인 보험은 취소 요청하시면 된다”며 “트럭서 돌이 떨어져 뒷 차량이 파손됐을 경우만 보상 의무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조언했다.
이어 “내 차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고 땅 위에 있는 작은 돌까지 피해가면서 운전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현직에 종사 중이라는 한 회원도 “도로에 떨어진 물체를 바퀴로 날려서 후속 차량을 충격하는 것은 사고 영상 등 구체적 입증 근거가 있더라도 (앞차에)배상책임이 없다”며 “(피해 차주가)자차로 선처리하고 소장 넣어도 기각당한다”고 말했다.
한 회원은 “사이드미러 접촉 대인 접수하는 운전자를 능가하는 대단한 분이 나타났다. 대물 접수만 해줘도 고마운 건데, 대인 접수라니…”라며 이른바 ‘인천 짝귀’로 회자됐던 인피니티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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