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다리 내놔” 서천 수산물특화시장 꽃게 바꿔치기 의혹

18일, 해당 업주 “제 불찰…불미스러운 점, 사과드린다”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OO수산 사장님 보시면 모든 상인 욕 먹이는 짓은 이제 그만해주세요.”

최근 충남 서천 수산물 특화시장서 구매한 꽃게가 다리가 떨어져나간 꽃게로 바꿔치기를 당했다는 한 누리꾼의 피해글이 게재됐다. 글 작성자 A씨는 지난 17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부모님께서 서천에 놀러 다녀오셨다가 꽃게철이라고 사오셨는데 저 모양”이라며 사진을 게재했다.

A씨가 첨부한 사진에는 조리에 앞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꽃게 5마리 사진이 담겨있다. 5마리의 꽃게들은 하나 같이 다리가 떨어져 나가 있다. 10개의 다리가 제대로 달려 있는 꽃게의 모습은 단 한 마리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순간 인천 소래포구와 다를 바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분명 소쿠리에 담을 때는 멀쩡했다는데 집에 와서 확인하니 바꿔치기해놨다”고 어이없어했다. A씨에 따르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포장 용기 안에 다리가 떨어져 있는지 확인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억울함을 느낀 A씨는 해당 업체에 전화했는데 사과는커녕 ’바꿔주겠다‘면서 (업체로)찾아오라는 말을 들었다.

A씨는 “장난치시는 건가? 외지 관광객이 갔는데 바꾸러 다시 지방으로 가겠느냐”며 “이런 식으로 장사하는 것 같은데 보배 가족분들께서는 가시면 당하지 마시라. 서천 수산물특화시장 OO수산 보면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씨 모친은 가을이라 바람 좀 쐴 겸(서천에 놀러 가셨다가) 전어, 꽃게를 사 오셔서 가족과 함께 먹으려고 했다고 한다. 가까운 곳을 찾다가 행사 중이었던 인근의 수산물 특화시장서 싱싱해보이는 꽃게를 골라 바구니에 담았고 업체 사장이 포장을 위해 스티로폼 박스에 담았다. 이 과정서 다리가 떨어져 있는 다른 꽃게들로 포장됐다는 것이다.

그는 “(모친께서)집에서 요리하시려고 박스를 열었는데 저런 상태여서 많이 속상하셨던 것 같다”며 “그걸 옆에서 본 부친께서 모친 속상해하신 거 달래 드리려고 공감해주시고 제게 연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식 얼굴 보면서 맛나게 좋은 음식 해주시려고 했는데 얼마나 속상하셨을까?”라며 “다리 몇 개 없다고 음식맛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몇 그램 빠졌다고 배가 덜 차는 것도 아니라 집에 가서 별 말 없이 맛있게 먹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나이 드신 분이라고, 지역사람 아닌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식으로 장하사면 안 된다. 안 그래도 요즘 수산물에 대해 민감한 시기인데 서로 믿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아울러 “OO수산 사장님 보시면 모든 상인 욕먹이는 짓은 이제 그만하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해당 글에 회원들은 “좋은 건 단골 주는 건지? 어시장 여러 곳 가봤는데 대부분 저래서 저는 그냥 대형 마트 가서 산다. 소래포구 보면 그런 것도 아닌 것 같고…” “3년 전인가? 저도 주꾸미 사러 가봤는데 그날 가고 ‘다신 안 와야지’ 했던 기억이 난다” “2년 전, 친절하고 인심 좋은 인상을 받아 시골 인심은 아직 있구나 싶었는데 그간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나보군요. 안타깝네요” “다리가 없으면 싸게 팔면 되지. 왜 사기를 치느냐? 그렇지 않아도 일본 핵 폐수 때문에 장사 힘들 텐데…자기들 무덤 파는 거 아닌가?” 등의 비판 목소리를 냈다.

지난 16일, 장항 서천 여행을 하고 왔다는 회원 ‘차카게OOO’도 “서천 수산물 특화시장서 새우, 꽃게를 구입해 2층서 맛있게 먹고 왔는데 가게마다 꽃게 1kg 2만원, 흰다리새우 2만7000원 등 모든 수산물 가격이 동일해 담합 등 믿음이 떨어졌다”고 거들었다.


그는 “(이제)서천 쪽은 비싸서 안 가고 싶다. 다음날 오다가 이성X서 빵 사고 군산 수산물시장 구경하고 왔는데 거긴 꽃게 1kg 1만4000원서 1만5000원 등 가게마다 가격이 달랐다”고 부연했다.

같은 날 홍원항에 꽃게전어축제에 갔다는 다른 회원은 “사람이 너무 많아 서천 가서 사야겠다 싶어 들렀는데 가격이 너무 사악했다. 홍원항은 1kg에 1만원인데 여기는 1kg당 2만원…바로 옆 동네인데도 어떻게 2배 차이가 나는지, 그냥 인터넷으로 주문하려고 사지 않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어차피 킬로 수로 가격 매기는 거라서 상관없지 않느냐?”는 댓글에 A씨는 “처음 바구니에 담은 것과 바꿔치기했으니 다르지 않겠느냐? 다리 무게야 얼마 안하겠지만 싱싱하고 상품성 좋아보이는 꽃게로 보여주고(포장할 때)바꿔치기한 것 같다”고 답했다.

반박 댓글도 눈에 띈다.

회원 ‘YamOOOO’는 “파지 상품으로 보이는데 1kg당 얼마에 사셨나요? 제가 보기엔 A씨가 진상 같다”며 “엄한 사람 잡지 말고 모친께 확인 잘하고 상호 밝혀라. 확인 안 하고 싸다고 사고서, 당사자 아니면 잘 알아보고 글 쓰셔라”고 반박했다. 그는 “A씨가 진상이다에 200원 건다. 상대방에게도 기회를 줘야 하니 상호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다른 회원이 “상호 공개해서 신고당하면 책임지겠느냐?”고 댓글을 달자 그는 “그게 뭐라고, 책임지겠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자 해당 대댓글에는 “당신 수산업 종사자나 종사자 지인에 200원 걸겠다. 전화해서 따지니까 바꿔준다고 오라고 했다. 파지 상품이었으면 그런 말을 왜 했겠느냐”고 따졌다.

회원 ‘사와OO’도 “꽃게 다리가 떨어지는 건 흔한 일로 실제로 판매할 때도 다리 떨어져 있다고 싸게 팔지도 않는다고 하더라. 단, 무게 잴 때 다리가 온전히 다 붙어 있었는데 집에 와서 보니 다리가 없고 박스 안에 있다면 지극히 정상”이라며 “다리가 박스 안에 없다면 무게 잰 뒤에 다시 바꿔치기 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모친이 해당 시장서 수산물을 판매 중이라는 회원 B씨는 “이 글은 우선 팩트체크가 우선시돼야 할 것 같다. 시장의 모든 상인들을 다 알 순 없지만 사이즈나 품질별로 분류해 차등 가격으로 팔기도 한다”며 “제가 본 모친은 손님들 보는 앞에서 진열된 물건을 봉투나 아이스박스에 바로 담아 판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객들이 봉투에 담는 걸 볼 수 있고 바로 클레임 걸 수도, 사이즈나 품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사면 그만”이라며 “꽃게라는 게 잡는 과정 및 운반 과정서 다리손상이나 손실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손실없는 꽃게는 따로 분류해 조금 더 비싼 금액에 파는 상인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글 내용처럼 바꿔치기하면 정말 사기겠지만 진열해놓고 소비자가 바로 보는 눈앞에서 바꿔치기하기엔 서천 수산물 특화시장 안 가보셨다면 그런 말씀 못 하실 것”이라며 “‘사과는커녕 바꿔주겠다고 오라고 했다’고 하셨는데 바닷가 사람들이다 보니 다소 사과에 인색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대하다 보면 지쳐서 일일이 싸울 수가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모든 상인이 다 똑같지 않으므로 다 투명하다고 할 순 없겠지만 최소한 모친과 주변 상인분들은 그런 분 없었다. 팔이 안쪽으로 굽기에 객관성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서천 수산물 특화시장의 모든 상인이 사기 판매한다는 것처럼 오해의 소지가 있어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해당 댓글은 오히려 논란에 기름을 붓는 모양새다.


회원 ‘발기찬OOO’은 “글쓴이 모친께서 분명 다리가 잘 붙어있는 꽃게를 고르셨다고 하는데 왜 자꾸 기억이 왜곡됐냐고 하시느냐?”고 반문했다.

회원 ‘딸하나OO’도 “상인분께서 저 다리 없는 꽃게 사진을 보고도 사과를 안 한다잖아요. 보통 일반적으로 양심적으로 장사하는 사람이라면 저 꽃게 사진을 보면 예의상이라도 사과하지 않겠느냐”며 “구매자의 기억 오류든, 판매자의 바꿔치기든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판매자가 꽃게 사진을 보고 사과라도 했다면 의혹이 증폭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B씨의 반박 댓글에는 추천보다 비추천 수가 많이 달렸다. 

B씨는 “모친께서 만약 바꿔치기하다가 발각됐다면 소비자편을 들겠지만, 증거도 없이 마녀사냥식 글 하나에 시장상인들이 범죄자 취급당하는 건 너무 유감”이라며 “바꿔치기는 고객에게 물건 보여주고 나중에 결제 후 다른 상품으로 바꾸는 범죄”라고 주장했다.

B씨에 따르면 차등 진열된 상품 중 최상급의 상품을 선택하지 않았을 경우 오해의 여지가 있을 수 있고, (A씨 모친이)진열 상품을 자세히 확인하지 않았거나 상인이 상품의 상태를 설명했지만 시장 안이 시끄러운 탓에 못 들었을 수도 있는 등 오해의 경우가 발생한다.

그는 “40이 넘는 세상살이하면서 사람은 누구나 본인이 본 것, 들은 것, 만진 것과 다르게 기억이 저장되는 경우가 있다는 걸 많이 겪었다”면서 “정확한 팩트와 증거 없이 시장상인들을 바뀌치기나 하는 사기꾼으로 오해하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고 항변했다.


보다 못한 회원 ‘건강하세OOOOO'는 “계속 증거도 없이 몰아간다고 하는데 손수 꽃게를 고르셨고 고른 꽃게가 아닌 다른 꽃게가 박스 안에 있는데 그 ’증거(사진)‘를 말하니 기억이 왜곡됐다고 하느냐?”며 “물론 모친처럼 양심적인 분들도 있겠지만 B씨는 반대로 소비자를 ’증거‘도 없이 거짓말쟁이로 몰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제 모친도 게장 많이 담그시는데 절대 냉동 꽃게 사지 않고 살아있고 다리 다 붙은 꽃게로 구매하신다. 싸다고 다리 없는 거 구매하지 않는다. A씨 모친도 손수 꽃게 고르신 것 같은데 무슨 싸니까 다리 없는 걸 골랐다고 하느냐? B씨야말로 증거도 없이 소비자를 블랙컨슈머 취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일요시사>는 A씨와의 연락을 시도했으나 끝내 닿지 않았다. 

다만, A씨는 기존 글 말미에 “이런 일이 있어 다들 확인하시라고 정보를 드리려했는데 너무 많이 알려져 버렸다. 댓글 다신 분들 중에는 특화시장 상인분도, 한 다리 건넌 지역분도 계실 것 같다”며 “아마 어느 정도 인지하고 계실 것 같다”고 내용을 추가했다.

이어 “저도 보배 눈팅도 하고 잠깐씩 글도 올렸기에 회원님들의 성향을 어느 정도 아는데 제가 속이면서 뭘 바라고 올렸겠느냐”며 “부모님께 자세한 이야기도 다시 듣고 다시 올리는 글이니 보시면 정중한 사과 한 마디면 된다”고 요구했다.

해당 사연이 보도된 이날 가입한 한 보배 회원 C씨는 “불미스러운 점, 먼저 사과드리며 모든 일은 저희의 불찰로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고개를 숙였다.

자신을 ‘서천 수산물특화시장 당사자’라고 밝힌 그는 오후 2시32분에 “글 작성자님의 부친과 통화해서 사과드렸다. 즐거운 가족과의 식사를 제 불찰로 망친 점, 많이 속상하셨을 거라고 생각된다”며 “이 자리를 통해 진심 어린 사과, 다시 한 번 드린다”고 말했다.

해당 업주가 공식으로 사과 입장을 밝힌 만큼 이번 ‘서천 수산물특화시장 대게 논란’은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였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는 양상이다.

사과 글에 한 보배 회원은 “글 작성자 부모님에게만 그랬느냐? (바꿔치기)걸린 것만 처리하는 게 자기 잘못을 뉘우치는 거라고 확신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해당 회원의 주장처럼 사과 글에는 ‘불찰’ ‘사과’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지만 앞으로의 재발 방지 대책 등에 대한 내용은 일언반구도 찾아볼 수 없다.

다른 회원은 “원래 진심 어린 사과는 환불이 원칙 아니냐? 상품가치 떨어지는 물건을 속여 팔았으면 사과하면 끝은 아닌 것 같다. 역시 시장은 갈 곳이 못된다고 생각한다”고 겨냥했다.

다른 회원도 “지금까지 많은 고객들에게 사기쳤겠지만 그 사람들이 전부 바보들이라서 가만히 있는 게 아닐 것”이라며 “속았음을 알았어도 다시 가는 것도 귀찮고 그냥 ‘돈 버린 셈’ 치는 것이다. 당신들이 잘 속여서 괜찮았던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지 맙시다. 그렇게 해야 상인들이 먹고 산다고 하면 일반 고객들은 그걸 먹기 위해 열심히 일하며 번 돈으로 사 먹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날 <일요시사>는 C씨에게 전화 통화를 수회 시도했으나 끝내 연락을 받지 않았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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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국미술사학회 표절 방관 의혹

[단독] 한국미술사학회 표절 방관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맞잡은 손은 접착제를 붙여놓은 듯 떨어질 줄 몰랐다. 뭔지 모를 것을 지키기 위해 둥글게 둘러선 채였다. 썩고 있는 고인 물에 누군가 돌을 던졌다. 물 튀는 소리를 감추려 잡은 손에 힘을 주고 몸을 웅크렸다. 곧이어 수면이 잠잠해졌다. 물은 다시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한국미술사학회는 한국과 관계지역의 미술사 연구를 위해 1989년 9월18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1960년 8월15일 고미술품 애호가였던 전형필·최순우·진홍섭·황수영·김원룡 선생이 모여 만든 고고미술동인회가 전신이다. 2020년 60주년에 이어 올해 창립 63주년을 맞았다. 창립 63년 미술사 연구 최근 한국미술사학회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창립 이래 처음으로 회원 간 논문 표절 시비가 불거졌다. 한국미술사학회 연구윤리위원회는 최근 표절 제보 건에 최종 심의 결과와 제재 조치를 내놨다. 제보자가 문제를 제기한 지 9개월 만이다. 이 과정서 한국미술사학회의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김모 교수는 2012년 영국 소아스 런던대학교서 ‘Sabangbul during the Chos˘on dynasty: regional development of Buddhist images and rituals 조선시대의 사방불: 불교 이미지와 의례의 지역적 발전’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같은 해 박사학위 논문의 챕터 4~5장을 정리해 한국미술사학회에 발표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발표 당시 상당한 갑론을박이 있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지난해 11월경 박사학위 논문을 책으로 제작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검색하던 중 같은 주제의 논문을 보게 됐다. 김 교수의 20년 지기인 재미교포 박모 박사가 <미술사학연구>에 발표한 ‘Picturing the Divine Agents of Food Bestowal: The Seven Buddhas in the Sweet-Dew Painting of the Chos˘on Period, 1392-1910’ 학술논문이다. <미술사학연구>는 한국미술사학회서 발행하는 학술지다. 박 박사의 학술논문은 2020년 <미술사학연구> 307호에 실렸다. 박 박사는 학술논문에 관해 2018년 서울대 박사학위 논문으로 발표한 ‘Shaping the Economy of Salvation: The Gamno Paintings of the Joseon Period(1392-1910)’의 챕터 4장을 일부 수정하고 확장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박사가 한국미술사학회에 투고한 학술논문은 ‘올해의 논문상’을 수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의 논문상은 <미술사학연구>에 게재된 신진 학자의 직전 해 논문 중 선정된다. 심사위원 3명의 동료평가(Peer Review)를 거쳐 논문 게재 여부를 결정하고 이사회 논의를 통해 수상자를 결정하는 구조다. 김 교수는 박 박사의 학술논문이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 중 4장(The Esoterization of Sabangbul: The Five Tathagatas and the Sisik Rite in Kamno-t’aeng, 사방불의 밀교화: 감로탱에서의 오여래와 시식의례)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주제와 핵심 내용이 동일하다는 설명이다. 학술논문뿐만 아니라 박사학위 논문에도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창립 이후 첫 표절 시비 휘말려 9개월 만에 결론 ‘경미한 정도’ 김 교수는 “제 논문과 같은 내용을 유사 단어로 대체하고 문장과 구조를 바꿔 문단 사이에 삽입하는 등 표절에 걸리지 않도록 정교하게 작업한 것을 보고 경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박사와의 친분이 동료 이상이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배우자와 함께 만나고 같이 외국 여행을 가는 등 15년 이상 교류한 사이였다는 것이다. 특히 박 박사가 소아스 런던대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서울대서 박사학위 논문을 쓸 무렵인 2016~2018년에는 이전보다 훨씬 자주 교류했다고 덧붙였다. 대화 내용은 감로탱, 밀교, 의례집 등 두 사람의 논문 주제였다. 하지만 2018년 6월 박 박사의 박사학위 논문이 심사를 통과한 이후 거짓말처럼 연락이 끊겼다. 이후 박 박사는 김 교수의 전화에 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교수는 “당시에는 박 박사가 내 논문을 표절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수년간 아낌없이 도움을 줬는데도 불구하고 사람을 이용한 뒤 모른 척 한다고 생각해 마음이 상한 정도였다. 그래서 나도 더 이상 연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다 김 교수가 박 박사의 논문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김 교수는 지난해 12월12일 한국미술사학회에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박 박사가 자신의 논문과 동일한 주제, 소재, 방법론을 따르면서 주석이나 참고문헌 등에 인용 표기를 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이어 ▲핵심 단어를 유사 단어로 대체 ▲같은 내용을 다른 문장으로 표현(패러프레이징) ▲단락의 순서를 바꾸거나 중간에 다른 내용 끼워넣기 등의 방식으로 표절 검사를 피해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박사의 표절 행태는 대학과 학계를 상대로 한 고의적이면서 전면적인 사기 행위로서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한국미술사학회의 대응이다. 한국미술사학회는 연구윤리위원회를 꾸려 김 교수의 박사논문과 박 박사의 학술논문을 두고 심의를 진행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표절 제보 건에 대한 연구윤리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르면 “(박 박사의 학술논문이)한국미술사학회 연구윤리규정에 의거 제5조(연구부정행위의 범위) ‘사’항에 해당할 수 있으나 ‘경미한 것’으로 판단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문제 제기 전 알 수 있었다 한국미술사학회 연구윤리규정 제5조 사항은 ‘그밖에 각 학문분야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난 행위 등으로 정한다’는 내용이다. 그 정도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연구윤리위원회의 판단이다. 연구윤리위원회는 제5조 다항에 명시하고 있는 ‘표절’ 대신 이른바 ‘기타’에 해당하는 조항을 적용한 셈이다. 제5조 다항은 표절을 ‘타인의 아이디어, 연구 내용·결과, 분석된 데이터 등을 정당한 승인 또는 정확한 출처 표시 없이 도용함으로써 제3자에게 자신의 창작물인 것처럼 인식하게 하거나 이미 출판된 내용을 자신의 다른 논문에 출처를 밝히지 않고 사용하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연구윤리위원회 심의 결과를 보면 ‘두 논문의 소재 및 주제 간의 유관성은 존재함이 인정되나’ ‘기존 논문(김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에 대한 각주 및 인용의 미비는 확인됨’ ‘인용이 충분치 못했음이 인정됨’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제5조 다항서 정의하는 표절과 부합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더 흥미로운 지점은 ‘일반적’ ‘보편적’이라는 표현이 반복해서 등장한다는 점이다. ‘학계의 일반적 허용 범위를 벗어나거나 도용을 의심케 할 수위의 유사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되지 않음’이라는 표현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 박 박사가 학술논문에 활용한 문헌이나 분석 방법 등이 미술사학계 연구서 흔하게 사용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실제 김 교수와 박 박사의 논문을 두고 비교한 외국의 한 교수는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놨다. 김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을 심사한 이정희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서면 인터뷰서 “2020년 출간된 관련자(박 박사)의 학술논문은 표절 의혹 제기자(김 교수)의 논문 챕터 4와 그 주제, 소재, 결론이 아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표절 아닌 기타 적용 이어 “문제는 이 논고와 연관성 있는 제기자의 논문이 전혀 언급이 되지 않았고 인용 표기도 없고 참고문헌에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학술논문서 가장 중요한 ‘독자적 연구는 무엇인가’에 대해 박 박사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학계를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는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이라며 “심의 결과만 놓고 보면 소재, 주제가 같고 전개 방식과 흐름이 같으며 결론도 같은데 어떠한 인용 표시도 없는 것이 한국학계에 통용되는 수준이라는 것”이라고 반발하면서 재심의를 신청했다. 하지만 연구윤리위원회는 김 교수의 요청을 기각했다. 연구윤리위원회는 심의 결과가 나온 5월 이후 박 박사에 대한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 1일에야 연구윤리규정 제12조(판정 및 제제조치) 나항 3호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본회 홈페이지와 학술지에 해당 사실과 조치를 게시’한다는 내용이다. 올해의 논문상에 대한 조치는 언급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박 박사의 지도교수를 비롯해 동료평가를 진행한 심사위원, 전·현직 이사회의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술사학계 관계자는 “김 교수의 논문이 10년 전에 나왔고 지도교수나 심사위원, 이사회서 몰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학술논문이)표절 시비에 휘말린 이상 도의적인 책임까지 피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한국미술사학회가 일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연구윤리위원회 구성을 두고 뒷말이 나오는 중이다. 위원회 구성은 물론 위원장 호선에 이르기까지 ‘깜깜이’로 이뤄졌기 때문. 현재 한국미술사학회 학회장을 맡고 있는 장모 교수는 물론 이사진은 연구윤리위원회에 대해 약속이나 한 듯 입을 꾹 다물었다. 일반적으로 연구윤리규정에는 ‘기피·제척·회피’ 조항이 포함된다. 제보자나 피조사자가 연구윤리위원에게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때 기피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제보자 혹은 피조사자와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에도 심의에 참여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미술사학회 연구윤리위원회 구성 과정에서는 이 같은 절차가 없었다. 아무도 모르는 윤리위원장 “규정에 없어 공개 안 했다” 김 교수는 연구윤리위원을 알려 달라고 한국미술사학회에 요청했지만 “알아서 잘 구성했다”는 장 회장의 말만 들어야 했다. 실제 장 회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도 “학연, 지연 등을 전부 배제하고 위원을 선별했다”면서 “연구윤리규정에 연구윤리위원을 공개한다는 내용이 없어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윤리위원들은)연구윤리위원을 맡았다는 것을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위원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국미술사학회 관계자 일부는 이른바 ‘보안각서’를 쓴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연구윤리위원장은 완전히 베일에 가려진 상태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복수의 한국미술사학회 관계자가 언급한 인사는 극구 “아니다“라면서 “학회에 물어보라”고 말했다. 한국미술사학회 학회장을 역임했고 문화재청 유관단체서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해당 인사는 “오랫동안 학회 활동을 하지 않았다”며 “박 박사를 알지 못하고 본 적도 없다”고 답변했다. 한국미술사학회는 ▲박 박사의 올해의 논문상 수상 경위 ▲연구윤리위원회 구성 및 심의 결과가 나온 과정 등을 담은 <일요시사>의 서면 질의에 “학회도 사안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 규정에 명시된 바와 같이 전문적이고 공정하게 심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위원회의 자율성과 권한을 최대한 보장했다”고 답변을 전해왔다. 김 교수는 올해의 논문상 수상 취소, 한국미술사학회 정회원에게 전달되는 소식지에 박 박사의 연구윤리 위반 내용 기재 등의 조치를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미술사학회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솜방망이’ 조치를 취한 이상 서울대를 비롯해 외부 편집위원, 해외 미술학계 등에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김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지도교수는 이번 사건에 굉장히 분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교수의 지도교수는 박 박사의 박사학위 논문 지도교수인 서울대 이모 교수에게 편지를 보내 “침묵을 깨라”고 일갈했다. 또, 장 회장에게도 편지를 보내 한국미술사학회 차원에서 공정한 결론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미술사학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미술사를 공부할 당시 해외 논문을 그대로 베낀 국내 논문을 본 적이 있다”며 “내용을 공유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외국은 난리 국내만 조용 실제 장 회장은 <일요시사>와의 두 차례 통화서 “다른 데(학회)도 이런 문제가 많은데 왜 우리 학회만 취재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이게 기사 쓸 거리가 되나요?”라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한국미술사학회 정회원이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학회와는 상당히 거리를 두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자신은 한국미술사학회와 어떤 고리도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한 뒤 학회장이 찾아왔을 때도 당당할 수 있었던 이유다. “표절은 있지만 표절 시비는 없었던”(미술사학계 관계자) 한국미술사학회는 이제야 연구윤리규정을 뒤적이면서 해석을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63년 만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