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제품 3년 사용했다’는 커피머신…알고 보니 2016년산

보배드림에 ‘오늘도 평화로운 당근나라’ 피해글
판매자 “환불 불가” 구매자 “경찰에 사건 접수”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온라인 중고장터 플랫폼 ‘당근XX’서 “얼마 사용하지 않았다”는 판매자의 말에 속아 제조 후 7년이나 지난 커피머신을 구매했다는 사연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18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오늘도 평화로운 당근나라’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 작성자 A씨는 “(지난 7일)업장서 쓰던 원두커피 자판기가 망가졌는데 단종돼 수리가 불가해 혹시나 당근에 같은 제품이 있는지 찾아봤다”고 운을 뗐다.

그는 “근처 역삼동에 우리 자판기의 후속모델이 딱!!(있는 걸 발견했다)”며 판매자와 나눴던 대화 메시지 내역을 캡처한 사진 여러 장을 첨부했다. A씨가 제조년월과 제품을 볼 수 있는지 묻자 판매자 B씨는 상OO공3단지 자택으로 가져와서 직접 와서 확인해야 한다고 답했다.

B씨는 “신품 구매했고 2년 정도 사용해 제품 상태는 좋다. 제조년월은 스티커에 안 나온다”며 “원두 새 봉지는 누구 줘서(없다)…지난 주말에 기계에 넣은 원두만 남아 있다고 한다. 일회용컵은 한 박스 있어서 최소 300개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거래 예약이 잡혔고 A씨는 이튿날(8일)에 자택을 방문하기로 했다.

이날 A씨가 “작동 확인 후 구매하고 싶다”고 하자 B씨는 “며칠 전까지 잘 사용하던 제품으로 지금은 다 빼놨다. 사용설명서 다 드리고, 갖고 가셔서 작동 안 하면 저희 아빠 출동하던가, 환불해드리겠다”고 제안했다.


이어 “새 상품을 산 거였고 한 번도 문제된 적 없어서 이상 없을 것”이라며 “갖고 가셔서 문제 생기면 연락 달라”고 재차 구매자를 안심시켰다.

B씨로부터 “새 상품이다” “제품에 이상 없다” “환불해드리겠다”는 신신당부를 들은 A씨는 ‘굳이 상계동까지 갈 필요 없이 용달 배달 서비스를 받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행으로 옮겼다.

A씨는 “이렇게 보지도 않고 믿고 구매한 자판기를 받았는데 상태가 생각보다 영…(좋지 않았다)”며 “지난 11일, 안에 찌든 때 닦느라 두 시간이나 땀 흘리고, 설정 세팅값이 이상해서 동구XX에 AS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서 A씨는 두 가지의 놀라운 경험을 해야 했다. 하나는 AS 접수 후 나흘 만에 해당 업체의 기사가 방문했던 점, 나머지 하나는 판매자 B씨의 설명과는 달리 2016년에 생산된 제품이라는 점이었다.

실제로 A씨가 첨부한 자판기 캡처 사진에는 제조년월이 2016년 1월로 표기돼있다.

A씨는 “아니나 다를까 설치 후에 작동해보니 역시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원두 찌꺼기가 (가루 형태로)저렇게 부셔진 채로 나오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판매자 설명과 다른 제품임을 확인한 A씨는 괘씸한 마음에 B씨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을 수 없어 문자로 문제점들을 설명하면서 환불을 요청했다.


B씨는 “기사님이 사용 불가한 제품이라고 하셨느냐? 저희는 7년 안 썼다. 일주일 전까지 잘 사용했다”며 “2016년식 새 상품을 저희가 늦게 산 건지는 몰라도…사용 불가한 게 아닌데 어떤 것 때문에 환불해달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환불은 어려울 것 같다”고 거절했다.

A씨는 “첫 질문이 제조년월이었고 3년 전, 신품 구매라고 답했다. 제조년월은 제품 내부 스티커에 나와 있는데 아무리 늦게 구매했다고 해도 1년 차이도 아니고 납득하기 어렵다”며 “환불 생각 없으시면 제 방식대로 처리하겠다”고 대응했다.

그러면서 “님이 직접 사용하신 것도 아니고 아버님이 쓰셨던 것 같은데 잘못된 정보로 판매하신 건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B씨는 “중소기업 제품의 제조년월과 새 상품 구매 시기는 2, 3년 차이는 날 수 있다”며 10만원 부분 환불을 제의했다. 해당 제품의 거래가격은 70만원이었으며 새 상품은 200만원가량으로 형성돼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A씨는 “문제를 어렵게 해결하려고 하신다. 그 정도로 궁한 사람 아니다. 10만원은 됐다. 이렇게 파시면 안 되는 물건”이라며 “제가 가서 작동 확인하고 사려고 했던 건데 상태가 좋다고 하시길래 믿고 산 게 불찰”이라고 아쉬워했다.

B씨도 “구매 후 자리 위치시키고 계속 닦으면서 사용했고 이제까지 한 번도 문제 없었던 제품이라 상태 좋다고 말씀드렸다”며 지지 않았다.

A씨가 “누가 사용하셨고 관리는 누가 하셨느냐? 브로맥 고무줄은 왜 묶어두셨느냐?”고 묻자 그는 “내부 상태를 보여달라고 하셨으면 보여드렸을 텐데 둘 다 그 부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한 발 물러섰다.

B씨는 “원하시던 상태가 아니라 당황스러우셨겠다. 나름 막 쓰지 않고 이제껏 문제없이 작동해왔는데 저희도 당황스럽다”면서도 “10만원 깎아드리는 것 외에 환불은 어렵다”고 못 박았다.

A씨는 “왕복 운임비 10만원은 제 불찰 비용으로하고 70만원 전액 환불하시고 물건은 돌려드리겠다. 안해 주시면 사건 접수하는 방법 밖에 없을 듯하다”고 최후 통첩을 보냈다.

그는 “사기인지 아닌지는 경찰이 판단해주겠죠?”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A씨 설명대로라면 판매자 B씨를 비난하는 댓글이 베스트 댓글로 올라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실은 달랐다. A씨의 잘못을 지적하는 댓글이 1, 2, 3위를 찍었다.

전직 커피머신 AS 업종에 종사했다는 한 회원은 “이런 제품은 닥치고 검증해야 한다고 본다. ‘저는 잘 쓰던 것이다. 연식은 제조년월이 저렇다고 한들 판매자가 악성 재고를 구매해서 쓴 것이고 증거가 있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며 “구매 영수증이나 그걸 증빙할 자료를 먼저 요청하고 안 나오면 싸움을 걸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A씨는 “그러게요. 새 제품 사도 200만원인데 돈 좀 아껴보겠다고 샀다가 이 지경이 됐다”며 “판매자도 3년 전, 구매 영수증을 갖고 있을 것 같진 않고 제조사에 시리얼넘버로 확인해보고 일단 경찰서에 접수해봐야겠다”고 답했다.

회원 ‘진짜OOO’는 “말마따나 님이 업자라고 하고 새것으로 갖고 가 안에 부품을 중고로 바꿔치기한 후 상태 안 좋다고 환불해달라고 우기면 어떻게 하시겠느냐”며 “애당초 처음에 확인 제대로 하지 않고 산 글쓴이 잘못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면거래하는 이유가 상태 제대로 보고 거래하기 위해서인데 님이 급해서 얻어온 잘못도 있다. 이번 경우는 오래된 거 3년밖에 안 썼다고 본인이 뭘 파는지도 모르는 듯한 판매자가 문제”라고 말했다.

A씨는 “당근의 장점이 위치기반이라 당연히 저도 직거래만 하는데 판매자가 역삼동 위치로 띄워놓고 물건은 상계동에 있다고 했고, 이상이 있으면 환불해주겠다고 해놓고서 안 된다고 하니 양아X”라고 비판했다.

회원 ‘누구나놀OOOO’은 “제품 3년 정도 사용, 재고품 구매 여부 확인불가, 사용 전에는 잘됐는데 판매 후 고장 유무, 운송 간 고장 유무가 입증이 되지 않아 사기는 성립불가다. 개인 간 거래에 환불조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확인하지 않고 산 구매자 잘못과 판매자의 무지로 9:1 비율이 될 것”이라며 “고소해서 소송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것 같고 판매자가 ‘배째라’고 버닐 경우 경험상 빨리 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반면 “참교육 들어가야 한다”며 A씨를 두둔하는 댓글도 눈에 띈다.


한 회원은 “이게 사기 성립을 떠나 사건이 안 된다면 다 이렇게 판매해도 된다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판매자가 2016년 제조 상품을 3년 전에 신품 구매했다고 했는데 구매한 것을 증빙해야 할 필요가 있다. 못하면 속이기 위한 거짓말로 보면 된다”며 “뻔히 제조년월이 표기된 스티커가 있었는데 없다고 말한 건 명백한 거짓”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판매자가 ‘작동이 안 될 시 환불하겠다’고 약속한 걸 믿고 구매했으니 제조사의 작동불가 판정을 받고 그냥 사건 접수하는 게…바로 10만원 빼준다고 하는 걸 보니 아예 무지한 건 아니고 막 사용하다가 팔린 건데 70만원을 다른 데 썼거나 버티기 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 외에도 “이게 어떻게 사기냐? 중고물품이 멀쩡하다고 생각하는 게 이상하다. 그냥 10만원 받고 끝내세요” “7만원짜리도 아니고 지방도 아니고, 같은 서울인데 승용차 타고 싣고 오셨어야 했다” “안타깝다. 요즘 믿을 사람이 없다” 등 댓글 반응은 구매자 A씨 부주의로 흐르는 분위기다.

B씨는 환불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던 부분이 오직 ‘미작동’ 하나 뿐이었던 데다, 작동에도 문제가 없는데 A씨가 환불을 요구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A씨는 B씨의 새 상품 구매 여부 및 스티커의 제조년월 미인지 부분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고 주장하고 있다.

<haewoong@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76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죽지 않고 돌아온 비명 초일회 한계

죽지 않고 돌아온 비명 초일회 한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순항 중인 ‘이재명 2기’ 앞에 소용돌이가 닥쳤다. 지난 총선서 공천 파동이 일면서 원외로 밀려난 비주류 인사가 ‘초일회’라는 이름으로 뭉치기 시작한 것이다.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가운데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 결과가 변수가 될지 이목이 쏠린다. 초일회는 ‘초심을 잃지 않고 매일 새롭게 정진한다’ ‘매달 첫 번째 일요일 모임을 갖자’는 뜻에서 만든 모임이다. 현재 구성원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비명(비 이재명)계로 알려진 박광온·박용진·송갑석·강병원·양기대·윤영찬·김철민·신동근 전 의원 등 15명의 전직 의원인 것으로 전해진다. 피바람 총선판 초일회가 탄생한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4·10 총선이 치러지기 전인 올해 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공천 학살’ ‘공천 살생부’ 같이 살벌한 단어가 여의도 정가에 오르내리던 때다. 당시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원외 후보가 친명(친 이재명)계라는 이유만으로 지역구 현역을 꺾고 경선에 붙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공천 살생부라고 불렸던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명단에 비명계 다수가 이름을 올리며 공천 학살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비명계 의원이 자리 잡은 지역구에 새로운 친명계 후보의 출마 적합도를 묻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여론조사가 행해졌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비명계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당시 총선을 이끌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반박했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누군가는 하위 평가를 받아야 하고 하위 평가를 받은 분들은 불만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를 두고 친명·비명을 나누는 것은 갈라치기”라고 반박했다. 이어 “혁신 공천은 피할 수 없는, 말 그대로 가죽을 벗기는 아픈 과정이다.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라고 첫 가지가 다음 가지에 양보해야 큰 나무가 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고 설명했다. 당을 두 쪽 낼 듯한 공천 파동이 민주당을 강타했지만 총선 승리로 막을 내리면서 논란도 사그라들었다. 이 대표 1인 체제를 만들기 위한 무리수라는 지적서 총선 압승을 가져다준 전략으로 여론이 바뀐 순간이었다. 지난 8·18 전당대회서 이 대표는 85%라는 역대 득표율을 받으며 다시 한번 거대 야당의 수장으로서 입지를 다졌다. 비록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최고위원직 역시 친명으로 채워지면서 ‘이재명 2기 체제’가 돛을 달았다. 이 대표에게는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데다가 압도적인 지지율까지 등에 업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갈등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이 대표 앞에 꽃길이 깔렸다. 하지만 총선 이후 여의도 밖으로 밀려난 줄 알았던 비명계가 손을 잡고 초일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김규완 CBS 논설위원은 지난달 22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서 “초일회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때 ‘가결파’ 또는 총선 당시에 낙천, 낙선자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공통으로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이 대표가 다음 대선서 정권교체를 할 수 있겠냐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심 선고 앞두고 ‘10월 위기설’ 손잡은 비명, 앞다퉈 나오는 3김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초일회의 앞날이 ‘이 대표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활동할 것’이라는 의견과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고도 또 다른 목소리를 내겠다’는 두 가지 해석으로 갈렸다. 정치권에서는 후자 쪽으로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10월 위기설’에 연기가 오르는 만큼 민주당 내 이 대표가 아닌 또 다른 구심점을 잡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다는 설명이다. 만일 이 대표가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나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받으면 의원직을 잃고 피선거권 역시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의 위증교사·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의 1심 판결이 다음 달 중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 대표의 코로나 확진으로 관련 재판이 연기되면서 당초 예상했던 시기보다 늦춰진 다음 달 말에서 11월 초에 결과가 나올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사법 리스크가 재점화한 가운데 초일회뿐만이 아닌 야권의 잠룡까지 하나둘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아직은 각개전투이지만 뜻이 맞는 이들끼리 손을 잡아 세력을 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우선 댓글 여론 조작 혐의인 ‘드루킹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8·15 광복절을 맞아 복권됐다. 현재 독일서 유학 중인 김 전 지사는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신뢰받는 참모로 알려졌으며 친문(친 문재인)계 의원과도 돈독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진다. 연말 즈음 귀국 예정인 김 전 지사는 향후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겠다고 전했던 바 있다. 잠시 여의도 뒤편에 머물렀던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목소리를 가다듬고 있다. 지난 총선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서 활약했던 김 전 총리는 지난달 26일 라디오 출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이 대표 1극 체제를 견제하는 동시에 윤석열정부와 각을 세우고 민심을 보듬는 메시지에 주력할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총리는 이 대표를 향해 유연한 리더십을 요구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 대표가 90%에 가까운 지지를 받았다는 게 크게 국민적 감동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이 대표는 강단 있는 투사로서의 모습, 정부·여당에 앞장선 공격을 자주 보여줬다. 정부·여당이 제대로 못 하면 국회 차원서라도 ‘따질 건 따지고 또 세울 건 세우고 도와줄 건 도와주겠다’는 유연한 리더십을 보이는 게 이 대표가 다음 대통령 선거에 나갈 때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덩치들 행보 우연일까? 이날 김 전 총리가 “언제까지나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고 대한민국 공동체를 책임지겠다고 할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자 개딸(개혁의딸)들로부터 항의하는 글이 빗발치기도 했다.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친노·친문 계파를 끌어안으면서 부지런히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26일 김 지사는 친문계 핵심 중 한 명인 전해철 전 의원을 제2기 도정 자문위원장에 위촉했다. 전해철 위원장은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으며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행정안전부 장관을 역임해 친노·친문을 아우르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전 위원장은 이날 경기도청서 김 지사로부터 위촉장을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정치권서)김 지사를 정치적으로 함께하거나 후원하는 역할이 아니냐고 한다”며 “일단 거기에 대해서 저는 전혀 부정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올해 초에는 문정부 국정상황실 경험이 있는 김현곤 행정관을 경제부지사로 임명했고 지난 6월에는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을 경기도 대변인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김 지사가 윤정부를 겨냥해 확장 재정을 강조하며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이 나온다. 올 상반기에만 국가채무가 53조며 윤 대통령 임기 시작 이래로는 약 139조까지 늘어난 점을 꼬집으며 “윤정부는 부자 감세 말고 한 것이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총선 패배 이후 목소리를 낮추고 있던 새로운미래 이낙연 전 대표도 여의도에 소환됐다. 초일회가 이 전 대표를 만나 정계 은퇴를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당초 초일회가 이 같은 요구를 한 데에는 해당 모임이 이 전 대표의 별동대가 아니냐는 해석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정치에 일일이 관여할 수도 없고, 관여하지도 않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진로와 운명에 대해서는 외면할 수 없다고 생각해, 때때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고 있다”고 직접 입장을 밝혔다. 구심점 어디로? ‘정계 은퇴설’에 선을 긋는 한편 정치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거취를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친문계 싱크탱크로 알려진 ‘민주주의 4.0’이 새 단장을 마쳤다. 송기헌·김영배 의원이 각각 새 이사장과 연구원장을 맡으면서 활동을 재개할 전망이다. 이처럼 여의도 곳곳 숨어 있던 잠룡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임을 보이면서 저마다 포석을 깔고 있다. 초일회가 등장한 시기와 맞물리는 만큼 각자의 자리서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모인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초일회의 경우 낙선한 민주당 전 의원들끼리 허심탄회하게 만나다가 뜻이 모여 제대로 뭉친 것 같다”며 “이제까지 ‘비명계 결집’이라는 명분으로 친노·친문 세력이 뭉치고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이 대표가 지지율 80%대를 확인한 시점서 이렇게 존재감을 드러낸 것을 보면 (초일회도)믿는 구석이 있지 않겠는가”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아직 초일회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 끝에는 의문점이 남는다. 비주류 세력이 뭉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항마’를 내세워야 하는데, 현재로서 이 대표와 견줄 만한 인물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다. 반대로 놓고 본다면 누구든지 이 대표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록 ‘약속대련’이라는 산을 넘어야겠지만 충분한 명분이 주어진다면 당원을 설득할 수 있다. 다만 이 대표의 대항마로 누구를 내세울지 윤곽조차 잡히지 않았다. 만일 초일회 소속 인사가 저마다 ‘비명계 구심점’을 자처할 경우 각자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 세력 확장은커녕 모임이 쪼개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활동 범위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상황서 단합이 안 된다면 비주류끼리의 세력 다툼으로 비춰질 수 있어 오히려 국민의 반감을 살 것이란 해석이다. “비판만 있고 대안 없다”이대로 해산? 지금은 각개전투…뭉치면 다를까 갸웃 아직 초일회의 비전이 다듬어지지 않은 만큼 대항마를 내세우기에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대체적이지만 법원과 여의도의 움직임에 따라 언제든 주목받을 수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만일 초일회가 이 대표를 끌어내리고 새로운 대권주자를 세우고 싶다면 이 대표의 1심 선고가 나오기 전이어야 한다”며 “이낙연 전 대표도 이 대표가 가장 약해져 있을 때 귀국하지 않았나. 이건 명분이 될 수 없다. 강대강으로 붙어야지, 상대방이 빈틈을 보였을 때 옆구리를 치는 모양으로 이겨서는 당원에게 호소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 지금도 이른 시기는 아니다. 초일회가 원외 세력으로서 이 대표를 견제하는 모임으로 남을지 아니면 다시 한번 정치판에 뛰어들지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계에서는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 다시 한번 당권을 잡은 이 대표 외에 대안이 없는 만큼 1심 선고가 대권가도에 치명타를 입히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대표 친명계인 정성호 의원은 초일회에 대해 “그냥 낙선하신 분들의 친목 모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며 “저도 두 차례 낙선했는데 낙선하고 나면 현역 의원들과의 연락이 잘 안 된다. 소위 낙선 거사들끼리 자주 만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10월 위기설에 대해서는 “희망사항일 뿐”이라며 “법률가로서 봤을 때 충분히 무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은 정권교체를 위해서 필요한 활동을 한다면 뭉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총구는 밖으로 향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박 의원은 YTN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서 “전직 의원들이 전에부터 있던 것을 재활성할 수 있지만 파벌로 형성돼서는 안 된다”면서도 “당의 혁신과 정책 개발, 그리고 정권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초일회가 느슨한 연대에 그칠지 민주당의 또 다른 구심점이 될지 아직은 단정짓기 어렵다는 게 주된 평이다. 모임을 더 넓은 세력으로 확장해야 한다면서도 ‘강성 비명계’ 외에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엇갈린 목소리도 나온다. 팬덤 아닌 현실 정치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초일회에 대해 “3김(김경수·김동연·김부겸)이나 조국혁신당처럼 인간관계에 의지해 세를 모으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시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의제 발굴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이 대표가 주장하는 복지국가, 기본 사회를 능가하는 비전을 제시해야 하지, 단순히 반대 명제만 주장해서는 모임의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호위대 ‘먹사니즘’으로 단결 비명계 모임인 초일회와 비슷한 시기에 원외 친명 세력이 뭉쳤다. 이재명 대표가 연일 강조한 ‘먹사니즘’ 정책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원외 조직 ‘먹사니즘 전국 네트워크’다. 지난 4월 총선서 고배를 마신 12명의 원외 친명계로 이루어진 이 조직은 먹사니즘이 국가적 이데올로기가 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지난달 16일 출범했다. 진석범 화성을 지역위원장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네트워크를 조직하고자 한다”며 “오늘의 출범식을 시작으로 먹사니즘의 가치가 사회 곳곳서 꽃피우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