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짝에 100만원’ 수원 소재 타이어가게 덤터기 논란

사장 “교체비용은 사장 마음 아니냐?”
결국 50만원 계좌이체 후 사과 문자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18인치 바이킹타이어는 입고가격은 10만원 안쪽입니다. 회사 사정이나 재고 여부에 따라 조금 더 받기도 하고 (지인들에게는)덜 받기도 해요. 얼마에 받아오든 사실 타이어 교체비용은 사장 마음 아닌가요?”

경기도 수원 소재의 한 타이어 가게서 타이어 4짝 교체에 110만원의 공임을 받았다는 한 누리꾼의 주장에 해당 타이어 가게 사장은 이 같은 입장을 내놨다. 1만원에 들여와서 5만원으로 팔건, 3만원으로 팔건 사장 마음이라는 뉘앙스였다. ‘엿장수 마음대로’라고 해석될 수도 있다.

지난 4일, <일요시사>는 최근 이른바 ‘수원 타이어맛집’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경기도 수원 소재의 타이어 가게 정모 사장과 연락이 닿았다.

정 사장은 “이번 일이 이렇게까지 논란이 되고 커뮤니티를 통해 일파만파 퍼지게 될 줄은 몰랐다”며 “고객님께 50만원의 비용을 계좌이체해드리고 사과하는 선에서 마무리지었다”고 말했다.

50만원의 금액을 책정한 배경을 묻자 “인터넷에서 판매되고 있는 해당 타이어 가격과 공임을 포함하니 그 정도 가격이 나왔다”며 “전화 통화로 마무리하긴 했는데 감정적인 부분까지 잘 처리된 건지는 사실 저도 잘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번 논란이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각종 커뮤니티 등 인터넷을 통해 자신이 운영 중인 타이어 가게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입었다고 호소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논란이 됐던 타이어는 18인치용 제품으로 보통 1짝당 20만원대에 교체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1~2만원 할인으로 18~19만원 정도로도 교체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타이어업계에 종사 중이라는 한 국내 최대의 자동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인 ‘보배드림’ 회원에 따르면 첨부된 사진에 등장하는 타이어는 바이킹타이어로 현재 도매가격으로 개당 6만9000원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당시 순 마진은 72만원에 달했다.

실제로 네이버에서 바이킹타이어를 검색해보면 최저 5만6630원부터 최고 8만850원에 가격대가 형성돼있다. 심지어 제시된 타이어들의 가격은 무료 장착이다.

해당 회원은 “소고기 먹고 노래방도 가고 남는 금액이다. 이건 타이어 가게의 어떤 변명도 명분이 없을 것”이라며 “안타깝다”고 말했다.

바이킹타이어는 콘티넨탈에서 인수한 저가 타이어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28일, 오후 7시 무렵 한 여성이 타이어교체를 위해 해당 가게를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여성은 정 사장으로부터 타이어 교체비용을 듣고 교체를 맡겼다.


정 사장 주장에 따르면 뒤쪽 타이어 교환 후 앞쪽 타이어 상태를 보니 많이 닳아 있어 나머지 타이어 2짝도 교체하는 게 좋겠다고 권유했는데 받아들여 4짝 모두를 교체했다. 또 서비스로 휠 안쪽에 나있는 스크래치들도 매끈하게 연마(복원)해주기도 했다.

문제는 교체비용이었다. 해당 여성이 타이어가격은 물론 교체비용을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서 정 사장의 말만 듣고 교체한 것이었는데 추후 남자친구를 통해 ‘덤터기를 당한 것 같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시중에 6~8만원(장착 공임비 포함)에 판매되고 있는 타이어를 20만원에 교체했다는 생각에 강한 불만을 느낀 남자친구 A씨는 지난 1일,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해당 사연을 게재했다.

그는 ‘여친이 타이어를 갈아왔는데’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타이어 네 짝에 110만원 이게 정상인가요?”라며 교체된 타이어 사진 4장을 첨부했다. A씨는 “무슨 휠 복원을 했다고 하는데 눈탱이 아니냐”며 폭리를 의심했다.

논란이 일자 해당 타이어 가게 작업자(사장)라고 밝힌 정 사장은 지난 4일, 자유게시판에 ‘타이어 가게 작업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로 해명에 나섰다.

그는 “제일 먼저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 저희는 작업 전에 가격을 말씀드리고 나서 작업했다”며 “만약 작업 전에 가격이 안 맞았다면 그때 안하셔도 됐다고 생각이 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급하고 시간이 없으셔서 어쩔 수 없이 하셨을 것이다. 사전 고지 후 뒷 타이어 2개를 교환했다”며 “뒤쪽 타이어를 교환하고 보니 앞쪽 타이어가 너무 많이 닳아 있어 한 번도 교체하지 않은 것 같아 4개 교환 여부를 물은 뒤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 주장에 따르면 통상 차량 타이어는 뒤쪽 타이어 2개 교환 시 앞쪽 타이어로 위치를 교환해 장착한다.

그는 “그때 손님이 가격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2개만 교환할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며 “4개를 교환해달라고 해서 승낙을 받고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타이어가 마음에 안 들어 반품 및 교체를 원한다면 바로 갖고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타이어 교체 때도 아무 말씀이 없다가 5일이 지나서 전화로 말씀하셨다”고 토로했다.

이어 “타이어 특성상 교체 후 노면에 닿게 되면 중고가 되는데 5일 동안 왜 아무런 말씀을 안 하셨는지 그 부분이 아쉽다”며 “인터넷에 가격이 싸게 나왔다고 한다면 인터넷으로 예약해서 구매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이 든다. 기분이 안 좋으신 것 같아서 손님께 일정 금액을 환불해드렸다”고 부연했다.

또 “만약 그때 원하지 않았다면 환불을 받지 마셔야 한다고 생각이 든다. 작업도 타이어 20만원씩 4개를 교환했고 나머지는 휠 보정작업까지 하고 부가세까지 합쳐서 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녁 6시가 넘으면 타이어를 받아 판매하기가 쉽지 않다. 매장에 구비돼있는 타이어로 작업해드릴 수밖에 없었다”며 “이 부분이 제일 죄송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아울러 “저희가 잘못한 것이 없다고 말씀드리는 게 아니다”라며 “손님이 만족 못하면 저희 책임이 맞다. 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원만히 해결하고 싶어서”라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당시 A씨의 여자친구가 가게 허락 없이 매장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고 전화로 내려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타이어 가게 사장은 이날 오전에도 A씨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타이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른 타이어로 교환해주겠다고 권했지만 A씨는 지속적으로 인터넷에 (사연과)사진을 올리겠다고 했다.

이번 타이어 가게 논란의 핵심은 타이어 가게서 소비자를 기만한 게 아니었냐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정 사장은 타이어 등 차량 소모품 가격에 대해 잘 모르는 젊은 여성을 상대로 7만원 상당의 타이어를 20만원짜리 타이어로 부풀려 교체비용을 받았다.

정 사장의 주장대로라면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차량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교체할 부품 가격들을 모두 인지하고 교체하러 가야 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날 카센터를 운영 중이라는 한 회원은 “자동차정비가 장사인 것 맞다. 물건이 얼마에 들어오건 내가 알아서 파는 것도 맞다”면서도 “고객에게 충분한 정보를 전달했느냐를 묻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 회원은 “(고객을)속이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속일 수 있다. 원가 8000원짜리 오일을 20만원에 팔아도 알지 못한다”며 “고객이 우리를 찾는 이유는 우리가 전문가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가 가진 전문지식으로 고객에게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는 방법을 찾아드리는 게 전문가다. 8000원짜리 오일을 20만원에 교체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게 전문가가 할 일”이라며 “법으로 문제없다고 할 수는 있지만 그게 당연한 일이고 잘한 일이고 손님이 몰라서 그랬다는 식의 주장은 아닌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날 정 사장의 해명 글은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격이 됐다.

‘수원 타이어 맛집’ ‘타이어 맛집 추천합니다’ ‘타이어 가게 이야기’ 등 관련 글들이 베스트글로 속속 선정되면서 타이어 가게에 대한 비판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결국 수원 타이어 교체비용 논란은 해당 타이어 가게에서 50만원을 계좌이체하면서 정리되는 분위기다.

A씨는 ‘타이어 가게 당사자입니다. 마무리글’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금 전에 연락 와서 50만원 계좌이체해줄 테니 글을 내려달라고 했다”며 “글 내리는 건 안 되고 환불해준 것과 죄송하다고 한 점을 써서 올려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잘 모르는 여자나 어린 분들이 와도 마진 좀 적당히 드셨으면 좋겠다”며 “나중에 따지러 갔을 때 있던 손님에게 욕해서 기분 나빠서 그렇게 하셨다는데 처음 110만원 받은 것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해당 글이 논란이 되면서 관련 글이 쇄도하고 있는 가운데 “적당히 해먹어야지. 너무 과했다” “역시 타이어는 온라인으로 구매 후 지정받은 업체 가서 장착해야 한다” 등의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해당 업체는 이전부터 이번 사례처럼 덤터기 영업을 계속 해온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은 겉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앞서 2020년 8월, 수원에서 거주 중이라는 한 시민 B씨는 해당 업체서 중국산 타이어 2개로 교체한 후 49만2000원을 받았다.

그는 “매교역 근처 OO사거리 쪽에 있는 OOOO에서 타이어 교체해 보신 분 계시냐”며 “남편이 퇴근길에 타이어가 펑크 나서 급하게 갔는데 ‘중국산 중에서 인증 받은 좋은 거라는 안내를 받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당시 B씨가 교체 받은 타이어는 하이플라이라는 중국산 타이어로 중국 내에서조차 저가형으로 분류되는 타이어였다.

다른 시민 C씨도 “저도 거기서 4짝이나 갈았는데 가격이 어마어마했다. 국산보다 더 비쌌다”고 주장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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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이 자랑이라고···노소영 카드에 국민들 화났다

비자금이 자랑이라고···노소영 카드에 국민들 화났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전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 노태우정권의 비자금 논란으로 번졌다.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을 조사해 과세해달라’고 강민수 국세청장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수십년간 숨겨온 노씨 일가의 ‘안방 비자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노소영 전 나비 관장은 ‘노태우 비자금이 SK그룹을 성장시켰고, 늘어난 자산의 상당 부분을 나눠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해 왔다. 두 사람의 이혼소송 항소심을 맡은 재판부도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가운데 300억원이 SK에 유입된 것으로 인정했다. 문제는 300억원의 출처와 성격이다. 자기 돈도 아니면서··· 노 전 관장 측은 항소심서 아버지인 노 전 대통령의 아내 김옥숙 여사가 1998~1999년 사이 작성한 비자금 메모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해당 메모에는 ‘선경(SK 전신) 300억원’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노 전 관장 측은 최태원 회장의 아버지인 최종현 전 선경 회장에게 비자금 300억원을 주고받은 것이라며, 지난 1991년 선경건설 명의의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에 대한 사진 등도 제출했다. 일각에선 노 전 대통령의 ‘폭력적 불법 비자금’이 노 전 관장에 의해 소환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재계 인사는 “불법 비자금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조차 없이 자랑스럽게 노태우 비자금을 언급하는 노 전 관장은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고 인식되기에 충분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퇴임할 때도 ‘재산이 5억’이라며 ‘그 정도면 족하다’고 먼저 얘기했던 사람이다. 실제론 임기 동안 선경에게 불법 비자금을 거둬들이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였으니 비판받아야 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SK 2인자’ 손길승 명예회장도 같은 취지로 주장한 바 있다. 먼저 노태우정부 시절 경제수석 등을 지낸 김 전 비대위원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 측에서 퇴임 이후에도 이게 과연 제대로 줄 것이냐 이런 부분에 대한 의문이 있어 이를 확약하는 증표로서 일단 뭘 좀 주라고 해서 어음 자체를 준 것”이라고 부연했다. 실제 어음 발행일은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틀 전인 지난 1992년 12월로 알려졌다. 선경건설이 당시 발행한 50억짜리 약속어음 실물 4장은 1995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수사와 재판에선 드러나지 않았다가 이번 이혼소송 과정서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다. 일각선 “죽은 아버지 부관참시 꼴” 지적 국민들은 “그 아버지에 그 딸” 비웃음도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과 정혁진 변호사도 지난달 9일 방송된 <어벤저스 전략회의>서 김 여사가 보관해 온 선경건설 명의의 약속어음은 노 전 대통령의 노후 자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후광’이나 ‘비자금’이 SK의 성장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판결했다. 노 전 관장 측 역시 같은 맥락의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노 전 관장 측의 기여도가 크다고 보고, 최 회장이 1조3808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최 회장 측은 항소심 판결에 즉각 반발했고, 최근 상고심 시작에 앞서 500여쪽에 달하는 상고이유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상고이유서에 따르면 다양한 쟁점 가운데 핵심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및 후광 등은 SK그룹의 성장 과정에 오히려 손해가 됐다는 주장이다. 즉, SK가 국내 재계 2위까지 발돋움할 수 있던 배경에 노 전 관장 측의 큰 도움이 없어 재산분할 금액이 축소돼야 한다는 얘기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자금이 당시 태평양증권(현 SK증권) 인수 등에 쓰였다고 판단했으나, ‘SK 2인자’ 손길승 명예회장은 반박했다. 되로 주고 말로 받다 손 명예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심부름을 하던 이원조 경제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지낼 거처와 생활비 등을 요구해 생활비 명목으로 매달 전달했다”며 “정권 말이 되니 퇴임 후에도 지속 제공하겠다는 증표를 달라고 요구해 어음으로 준 것”이라고 밝혔다. 노 전 관장 측의 “300억원이 태평양증권 인수 자금 등으로 쓰여 SK 성장에 기여했다”는 주장에 전면 반박한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 과정서 SK 측은 300억원을 노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받은 적이 없고, 퇴임 후 그에 상당하는 돈을 노 전 대통령에게 주기로 약속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전 관장 측이 제기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은 은닉재산마저 들춰냈다.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조성했다가 추징된 2628억원과 별도로 부인 김 여사가 관리해 온 드러나지 않은 돈이 있다는 ‘안방 비자금’ 의혹이다. 이혼소송서 제출한 904억원의 내역이 적힌 ‘김옥숙 메모’ 외에 노 전 대통령 일가서 또 다른 자금흐름이 포착된 것이다. 먼저, 노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씨가 원장(이사장)을 맡고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에 지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김 여사 명의로 출연금 147억원이 입금됐다. 김 여사는 지난 2016년과 2017년 각각 현금 10억원, 2018년 예적금 12억원, 2020년 예적금 95억원, 2021년 예적금 20억원을 출연했다. 특히 아들 재헌씨가 원장으로 취임한 지난 2020년 출연금 규모(95억원)가 두드러진다. 재헌씨는 2019년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는 등 부친을 대신해 사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병세로 재헌씨가 대외 활동에 나선 시점과 자금 출연 시점이 맞물린다. 동아시아문화센터는 지난 2012년 설립된 한중문화센터서 시작된 재단으로 동아시아국가 상호 간 전략문화 협력과 청년 교류를 주요 사업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론 북방정책 평가사업 등 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정책 기념사업이 대부분인 사실상의 노씨 일가 재단에 불과하다. 또 다른 ‘안방 비자금’ 포착 김옥숙 여사 ‘돈세탁’ 의혹 법인결산 공시서 지난 2021년 기준 총 사업비용 3억5000만원 중 공익목적 사업비로 분류한 2억6000여만원의 쓰임새도 눈길을 끈다. 이는 노 전 대통령 치적으로 평가받는 한중수교 30주년 기념사업과 정치적 기반이었던 대구지역 학생 장학금 등 ‘노태우 기념’ 용도로 쓰였다. 센터 자산도 대부분 김 여사의 출연금으로 이뤄졌다. 지난 2021년 기준 총 자산가액 153억원 가운데 그의 출연금(147억원)이 96%에 달한다. 재단이 지출하는 연간 사업비용은 김 여사 기부금의 이자 수준인 1~2억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결론이다. 지난해 기준 연간 총사업비용은 1억9000만원이고 이 중 공익목적 사업은 5000여만원이다. 2022년도에는 총 2억4700만원 중의 사업수행 비용 중 공익목적은 1억3000만원이다. 사무실 주소는 노 전 대통령이 살았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건물이다. 이 건물은 노 전 대통령 별세 이후 부인인 김 여사가 상속받았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가 5차례에 걸쳐 출연한 거액의 자금 출처를 두고 의혹이 나온다. 김 여사가 출처 불문의 거액과 노 전 대통령의 집권 시절 조성한 비자금을 아들이 운영하는 재단에 출연하는 방식으로 ‘돈세탁’을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김 여사는 280여억원을 미납 중이던 2010년, 모교인 경북여고에 5000만원을 기부해 사회적 지탄을 받은 바 있다. 김 여사가 만약 비자금으로 아들이 운영하는 재단에 기부했다면 정당성과 절차 모두 문제될 여지가 있다. 특히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규칙에 따른 출연자 명세서에 이사장인 노재헌 원장과 기부자인 김 여사의 관계에는 모자지간임에도 ‘해당없음’으로 기재됐다. 뻔뻔히 꺼내다 이는 과세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닌지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여사가 영부인이던 시절 청와대서 대기업 총수 부인이나 여성 기업인들과 수시로 면담하면서 현금을 받았다는 의혹은 전두환·노태우정부 비자금 수사가 한창이던 1995년에도 제기됐다. 당시 민주당 비자금 진상조사위원장이었던 고 강창성 의원은 국회서 “김옥숙 여사 친·인척이 관리하는 것은 전혀 노출되지 않는데 이 문제까지 이번에 조사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씨 일가는 46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지난 1997년 4월 대법원서 징역 17년에 추징금 2628억9600만원을 선고받았다. 지난 2013년 이를 완납했으며, 이 과정서 추징금 낼 돈이 없다며 노 전 대통령의 동생인 노재우씨와 아들 재헌씨의 처가인 신동방 측과도 소송전을 벌였다. 법조계 한 인사는 “노 전 대통령 일가가 2013년 추징금을 완납하는 과정서 돈이 없다면서 노 전 대통령의 동생 재우씨와 아들 재헌씨의 장인이었던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과 재산 환수 소송까지 벌였던 것을 되짚어보면 재단 출연금의 출처가 더 석연치 않다”며 “연간 사업비가 2억~3억원 수준인 재단에 100억원이 넘는 돈을 출연한 것 자체가 출처가 불명확한 자금을 편법 증여해 세탁하는 용도로 활용한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규칙에 따른 출연자 명세서에 ‘이사장(원장)과의 관계’에 대해 ‘해당없음’이라고 적시한 것을 두고도 과세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닌지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차남 노재헌에 흘러간 수백억원? 정치권 “철저히 조사해 환수해야” 노씨 일가의 은닉재산 논란에 대한 국세청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국회서도 잇따른다. 국세청은 상속세 등을 부과할 수 있는지 등을 두고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지난달 27일 기재위 전체회의서 노 전 대통령의 불법 정치자금에 대해 과세해달라는 내용의 탈세 제보서를 강민수 국세청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과정서 김 여사가 작성한 비자금 메모가 증거로 인용됐다는 점을 토대로 비자금에 대해 과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김 의원은 “김 여사의 메모에 기록된 904억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은 노 전 대통령이 오랜 기간 은닉하다가 가족들에게 사전 증여했거나, 사망 후 상속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이혼소송서 쟁점이 된 300억원은 그 일부로, 상속세 부과 제척 기간이 남아 있어 과세에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이혼소송서 드러난 300억원뿐 아니라 메모 속 기록된 채권, 금고 등에 숨겨둔 904억원의 은닉재산을 철저히 조사해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서의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김 여사가 만약 부정 축적한 ‘안방 비자금’을 숨겨왔다가 아들이 운영하는 재단에 출연한 것이라면 과세 여부 문제를 넘어 법적 정당성과 안정성 측면서 모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법조계에선 재판부가 재산분할과 위자료 등을 포함해 ‘1조3803억원과 20억원을 노 전 관장에게 주라’고 판결한 것을 두고 법무법인 평안 이상원 변호사의 역할이 컸다고 봤다. 이 변호사는 노태우정권서 황태자로 불렸고 노태우 대통령 부인인 김 여사의 이종사촌 동생인 박철언 전 장관의 사위다. 히든카드가 국회 이슈로 박 전 장관은 노태우정권 당시 정무 장관, 체육청소년부 장관을 지냈다. 이상원 변호사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변호해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이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사법 행정권 남용 사태로 재판을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1심 변호인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노 전 관장이 불법 비자금임을 알면서도 당당히 300억 카드를 꺼낼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믿는 구석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