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임산부 에스코트’ 사건 비판 속 역대급 반전

동선상 대학병원 4곳·산부인과도 수십군데
누리꾼들 “경찰 욕했는데 양쪽 얘기 들어봐야”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최근 경찰이 임산부가 탄 차량의 긴급 후송 부탁을 두 번이나 거절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마에 올랐던 이른바 ‘부산 임산부 에스코트’ 논란이 “무리한 부탁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반전을 맞고 있다.

지난 23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경찰이 임산부 에스코트를 거절한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에는 “임산부 남편이 출산을 앞둔 부인을 태우고 병원으로 가면서 두 번이나 경찰에 에스코트를 요청했지만 119에 신고하라고 하거나 관할 문제로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남편이 경찰에게 에스코트를 요청한 거리는 부산 서쪽 끝에서 도심을 가로질러 해운대까지였던 게 밝혀졌다”며 “본인들은 무조건 해운대 병원으로 가서 아이를 낳고 싶은데 119는 가장 가까운 출산 가능한 병원 응급실로만 가주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악물고 119에는 절대 전화 안하고 경찰에 무작정 에스코트해달라고 요청해놓고 억울하다고 (언론에)제보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심지어 더 동선상 대학병원은 4군데나 존재하고 출산 가능한 산부인과도 수십군데나 존재했다”며 “서울로 따지면 김포공항서 송파구 서울아산병원까지 에스코트해달라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경찰 욕하는 사람 많던데 저 남편이 양아치”라는 댓글이 1200명이 넘는 추천 수를 받았으며 대댓글로 “어쩔 수 없는 급박한 경우에 처한 이들에게 애써 도와주던 일들이 이젠 당연한 의무처럼 여겨져 생긴 상황인 듯…‘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안다’” “애꿎은 경찰들만 징계받을 뻔 했네요. 지들 불리한 내용(1시간 거리)는 쏙 빼놓고, 괘씸하네” “공권력을 지 입맛대로 부리겠다는 국민의 자부심. 뭐 그럴 수도 있지만 경찰은 우리 모두의 자산이라 안 됨” 등의 비판 의견들이 달렸다.

이외에도 “처음엔 기사 제목만 보고 경찰 욕했는데…역시 뭐든 양쪽 얘기를 다 들어봐야 한다” “어제 뉴스 보다가 ‘119 놔두고 왜 계속 112에 요청하는지’ 좀 이상하다 싶었다. 가는 길에 큰 병원도 있었는데, 큰 일 안 나서 다행이지만 부부가 너무했네요” “아침에 영상 보면서 경찰 욕했었는데 이런 반전이 있었네. 다른 것도 아니고 아기 출생의 중요한 상황에서 왜 그 병원을 고집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등의 댓글도 달렸다.

해당 글에는 2500명이 넘는 회원들이 추천 버튼을 눌렀으며 600개에 가까운 댓글이 달려 있다.(24일 11시 기준)

앞서 이날 오전, SBS는 ‘임산부 위급한데…“관할 아냐” 연거푸 외면’이라는 제목으로 해당 사건에 대해 단독 보도했다.

SBS는 <8시뉴스>를 통해 ‘만삭의 아내를 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향하던 남편이 교통체증이 예상돼 경찰에 두 차례나 도움을 요청했으나 “관할 지역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해당 경찰은 20km가량이나 떨어져 있는 해당 산부인과는 관할구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후송을 거절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1일, 부산 강서구 명지동서 A씨는 출산 징후가 있던 아내를 자신의 차량에 태우고 해운대구에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으로 이동 중 아내가 진통을 호소하자 그는 길가에 차를 세우고 근무 중인 경찰 순찰차로 다가가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은 해운대구에 있는 병원이 관할구역이 아니라며 거절했다.


이후 A씨가 차량을 몰며 112에 신고해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119에 전화해보라”는 말 뿐이었다.

광안대교에 인근서 끼어들기 단속 중인 경찰관을 발견해 세 번째 도움을 요청했고, 경찰의 에스코트 속에 해당 산부인과로 이동할 수 있었다.

A씨는 “아이들이 많은 강서구에는 상급병원이 없어 위급한 상황이 발생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 일반인들이 관할을 따지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임산부는 이날 경찰 에스코트 후송 덕분에 무사히 순산할 수 있었는데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태아의 생명이 위험했을 수도 있었다.남편인 A씨는 “의사 말로는 조금만 더 늦었으면 탯줄이 (아기)목에 감기거나 탯줄을 아이가 씹어서 장폐색 같은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었다고, 빨리 오길 다행이었다고 했다”고 밝혔다.

해당 경찰관 지구대 측은 해당 부부에게 “일선 경찰관의 상황 판단이 잘못됐다”며 사과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앞뒤 사실 확인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SBS 보도에 대한 비판도 목소리도 나왔다.

한 보배드림 회원은 “뉴스를 앞뒤 상황 확인도 안 하고 저런 식으로 내보내냐”며 “(잘못하다가)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는데 먼 거리를 가려고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다른 회원도 “무슨 임산부라고 하면 큰 벼슬인 줄 아느냐. 기자들도 제대로 알아보고 일 좀 해라”고 지적했다.

해당 사건이 경찰 대응 논란으로 번지자 한 현직 경찰은 “이제 에스코트를 그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22일, 익명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경찰청’ 소속으로 표기된 B씨는 “경찰은 범죄, 긴급신고 112다. 응급구조 할 수 있는 능력도 없고, 그럴만한 장비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응급환자는 119에 신고해서 도움받는 게 맞지 않느냐? 112에 신고할 여유는 있고 119에 신고할 여력은 없나”며 “해당 지역은 상습 정체 구역이다. 옆 동네도 아니고 한 시간 넘게 걸리는 구역으로 이동하다가 정작 내가 맡은 구역서 살인 등 강력 사건 나오면 그 공백은 어떡하느나”라고 되물었다.

아울러 “위급상황인 건 알겠지만, 가다가 잘못해서 사고라도 나면 어쩌라는 거냐”라며 “난 절대로 임산부를 경찰차 뒤에 태우지도, 에스코트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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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눈 뜨고 당하는’ 임차권등기 말소의 이면

[단독] ‘눈 뜨고 당하는’ 임차권등기 말소의 이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잘못된 판단이 불러온 후폭풍은 엄청났다. 생전 걸음할 일 없다고 생각했던 경찰서를 드나들었고 송사를 치르느라 법정을 오갔다. 도움을 청하기 위해 발이 닳도록 돌아다녔지만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모든 일은 법원에서 날아온 문서 한 장에서 시작됐다. 어떤 실수는 손쓸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당시에는 실수인지조차 모르고 넘어갔다가 뒤늦게 알아채는 경우도 허다하다. 모든 상황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수습하기 어려운 일도 있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계약이 이뤄진 상태라면 더더욱 원상복구가 쉽지 않다. 김모씨가 처한 상황이 딱 그렇다. 놀라서 해줬다가 사건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7년 7월 김씨는 경기도 광주의 한 빌라에 거주할 목적으로 전세 계약을 맺었다. 계약 기간은 2017년 8월부터 2019년 8월까지 2년, 보증금은 2억200만원으로 했다. 해당 빌라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김씨가 전세 계약을 맺은 후 임대인이 바뀌었다. 문제는 새로운 임대인이 계약 기간이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김씨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씨는 전세 계약 기간 만료 후인 2019년 9월 해당 빌라에 임차권등기를 마쳤다. 임차권등기명령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임차주택에 대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하면서 이사할 수 있는 제도다.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임차주택에 거주할 때는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로도 대항력이 발생한다. 하지만 계약 기간이 끝나 퇴거하게 되면 이사하는 곳으로 주소를 옮겨야 하니 임차권등기명령을 통해 대항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차권등기명령은 등기부등본에 기재되는 만큼, 강한 대항력을 가진다”고 부연했다. 다시 말해 등기부등본에 임차권등기명령이 기재돼있다는 것은 세입자는 더 이상 그 집에 살지 않지만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황임을 의미한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김씨가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에서 운영하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상품에 가입해 뒀다는 사실이다.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상품은 전세 계약이 종료됐을 때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돌려줘야 하는 전세보증금을 HUG가 대신 돌려준다는 내용이 골자다. HUG가 임차인에게 먼저 전세보증금을 대위변제한 뒤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청구하는 방식이다. 김씨는 2019년 10월 HUG로부터 전세보증금 전액인 2억200만원을 받았다. 전세 살다 보증금 못 받아 전세보증금 보험으로 구제 이후 김씨는 경기도 안양으로 이사했고 해당 빌라와 관련한 일은 새카맣게 잊고 지냈다. 그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HUG에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았으니 모든 문제가 끝났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 2019년 이후 5년여 동안 해당 빌라와 관련해 김씨에게까지 영향이 오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사이 해당 빌라의 주인이 바뀌는 등 소유권 변동이 일어났지만 김씨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던 것. 그러다 지난해 11월 김씨에게 임차권등기명령 취소 신청서가 날아들었다. 김씨는 “법원에서 문서가 송달돼 크게 당황했다. 자초지종을 알아보려고 문서에 기재된 번호로 연락했더니 7년 전 전세로 살았던 빌라의 집주인이라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집주인이 임차권등기를 말소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렇지 않으면 소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며 “갑자기 법원에서 종이가 날아오고 소송을 제기한다는 말에 덜컥 겁을 먹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씨는 임차권등기 말소를 위한 서류를 직접 떼 서울 서초동의 한 법무사 사무실에 가져다줬다고 했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20일 김씨가 해당 빌라에 걸어놨던 임차권등기가 말소됐다. 해당 빌라에 김씨가 행사할 수 있던 권한이 소멸한 것이다. 동시에 집주인으로서는 등기부등본이 깨끗해지는 효과를 얻게 됐다. 이렇게 되면 세입자를 구하는 일도 수월해진다. 줄줄이 꼬였다 이때 김씨가 간과한 사실은 HUG의 존재였다. 김씨가 해당 빌라의 집주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고 임차권등기를 말소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세입자가 돈을 받은 뒤 임차권등기를 말소해주는 게 실제 일반적인 절차다. 이 과정에서도 공인중개사 등 부동산 전문가는 보증금을 돌려받기 전까지 임차권등기를 말소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김씨는 전세보증금을 HUG에서 받았다. HUG 입장에서는 해당 빌라의 집주인에게 2억200만원 즉, 돌려받아야 할 돈이 있는 상황에서 김씨가 임차권등기를 무단으로 말소해버린 것이다. 동시에 김씨가 배당 순위에서 밀리게 되면서 HUG는 대위변제한 보증금을 회수할 방법이 요원해졌다. 여기에 은행, 지자체 등 후순위 채권자들도 있는 상황이다. 김씨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는 HUG 경기관리센터(이하 HUG 경기센터)는 “모든 임차인은 HUG에 대위변제를 받으면서 대위변제증서를 작성한다”고 말했다. 실제 김씨가 HUG로부터 전세보증금에 해당하는 돈을 받았을 당시 작성한 대위변제증서에는 ‘본인(김씨)은 HUG가 대위변제금 및 제반 비용을 회수할 때까지 HUG의 동의 없이 주택임차권등기를 말소하지 않겠으며 본인의 주택임차권등기 말소로 인해 HUG에 손해가 발생할 경우 배상할 것을 확약한다’는 문구가 기재돼있다. HUG 경기센터는 “HUG는 대위변제 물건을 경매에 넘겨서 배당을 회수하는데 임차권등기명령을 무단 말소하면 경매에서 배제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HUG에 연락했으면 대신 응소해 임차권등기를 지켰을 텐데 당시 김씨가 연로해 이런 생각을 못한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낙장불입 그러나… 김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집주인이) 내가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았기 때문에 임차권등기를 말소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본인(집주인)이 손해를 보고 있다. 임차권등기를 말소하지 않으면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나를 속였다”며 “내 입장에서는 전세 사기를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주인 말에 속아 임차권등기를 말소해줬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김씨가 집주인과 해당 빌라의 채권자들에게 제기한 ‘임차권등기 말소 회복 청구 등’ 소송에서 “피고(집주인)가 원고(김씨)가 주장하는 것처럼 고의적인 기망행위를 했다거나 그로 인해 김씨가 신청 취하 행위 자체에 착오에 빠져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김씨의 “속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현재 김씨의 상황은 여의치 않다. HUG 경기센터는 대위변제한 보증금 회수를 위해 일단 김씨의 부동산 등에 가압류를 걸어둔 상태다. 그러면서도 김씨의 상황을 참작하고 손해를 회복하기 위해 ‘임차권등기 무단 말소 무효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HUG 측 관계자에 따르면 그동안 한번도 진행한 적 없는 소송이라고 한다. “억울하다” 법원 인정 안 해 HUG, 구제 위해 소송 제기 HUG 경기센터는 “그동안 임차권등기가 말소되면 복구할 가능성이 없는 것(낙장불입)으로 보고 임차인 손해배상 청구로 업무를 진행해 왔는데, ‘임차권등기 말소 무효 소송을 통해 원상복구 가능성이 있다’는 법률 자문이 있어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소송이 HUG의 승소로 종결돼 임차권등기가 부활하면 김씨에 대한 구제가 가능하다. 이때 김씨는 소송 실비만 부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HUG 경기센터가 제기한 소송은 김씨에게 해당 빌라에 걸려 있던 임차권등기를 말소할 권한이 없다는 취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HUG가 김씨에게 전세보증금을 대위변제한 만큼 임차권등기를 말소할 권한도 HUG에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니 김씨의 임차권등기 말소 행위는 무효라는 게 골자다. HUG 경기센터는 “김씨가 임차권등기를 무단 말소하면서 채권 선순위로 올라온 은행, 세무서, 지자체 등이 김씨의 억울함을 헤아려 대승적인 차원에서 응소하지 않길 기대하고 있지만, 이들은 김씨가 별도로 제기했던 소송에 모두 대응한 전력이 있어 HUG가 제기한 소송에도 응대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HUG가 김씨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대신 구제를 위해 소송을 진행하는 것처럼 이들 후순위 채권자들도 집주인의 허위 소송에 안타깝게 속아 임차권등기를 말소한 김씨를 구제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진행하기를 바라는 입장”이라고 전해왔다. 실제 김씨가 제기한 ‘임차권등기 말소 회복 청구 등’ 소송에서 은행 한 곳은 대응하지 않았다. 순간 실수 인정될까? 김씨는 집주인과 채권자들을 상대로 한 소송의 항소심을 준비하고 있다. 동시에 HUG와도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법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일이 벌어지고 HUG로부터 연락을 받고 난 뒤에야 상황을 파악했다”며 “재산은 (가압류로) 묶였고 소송비용도 만만찮다. 무엇보다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다. 다른 사람에게는 나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한탄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