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드림 인피니티 사이드미러’ 사건 후폭풍 일파만파

파손으로 400만원 수리·렌트비 요구 논란
해명글 올렸지만 번호판 훼손 등 점입가경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지난 29일, 인피니티 차량 차주가 사이드미러 수리비로 400만원 이상을 요구했다는 한 누리꾼의 호소글은 사건의 서막에 불과했다. 이미 해당 관련 글들은 추천 수 3000명, 300~500개 이상의 댓글들이 쇄도하며 전운을 예고하고 있다. 

이날 국내 최대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인 ‘보배드림’에는 ‘사이드미러 수리비 등 400 이상 요구급’이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 작성자 A씨는 “너무 속상해서 올린다. 집 앞에 앞 빌라 사람이 자기 집도 아니고 늘 저희 빌라 난간에 늘 주차한다”며 “아이가 학원 차량을 기다리다가 차 옆을 지나면서 실수로 차량 사이드미러를 건드린 것 같다”고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업무 중이라 10분 후에 전화를 받고 내려가보니 아이는 울고 있고 경황이 없어 경찰을 부르겠다고 했다. 인피니티 차주 B씨는 아이 보험 가입 여부를 묻고 사이드미러 작동이 되지 않아 수비리 견적을 확인한 후 연락을 주겠다며 A씨의 전화번호를 저장했다.

A씨 아이는 병원을 가겠다고 했고 우는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올라가 업무를 이어갔다. 업무 도중 B씨로부터 현금을 요구하는 문자메시지 연락이 왔는데 수리비, 도장비 등 100만원 이상을, 렌트비용 300만원 이상을 원했다고 한다.

두 아이의 엄마라는 A씨는 “면허도 없는 제가 처음 겪는 상황이라 너무 당황스럽다”며 “잘 모르는 부분이라 자꾸 현금 요구하고 연락오는 게 너무 당황스럽다”며 “겁이 나서 인근 지구대에 가서 말씀드리니 딱히 도움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구대 갔다가 나오는데 차주에게 전화가 왔다. 108만원은 부담될 테고 아이도 본 적 있으니 65만원으로 현금처리하자고 해서 보험사 담당자가 연락 기다린다고 양해를 구하겠다고 하니 렌트를 해야 한다고 했다”고 억울해했다.

그러면서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에 1억원 들어가 있는 건 본인 부담 20만원이라는데 보험 1억원이면 자부담 20만원 내고 나버지 수비리, 렌트비 다 부담해주는 건가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A씨는 “차주는 현재 일을 쉬고 있고 사정이 좋지 않다면서 현금으로 빨리 처리해달라고 한다. 아이 실수는 제가 책임질 건데 처음 겪는 상황이라 뭐가 뭔지도 모르겠다고 답답해서 여쭙는다”고 호소했다.

수백개의 댓글이 달리고 인피니티 차주 B씨를 성토하는 댓글이 달리자 당사자는 이튿날인 지난 30일, ‘인피 차주입니다’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올렸다.

B씨는 “어머님과 통화했고 수리비 400만원이라는 금액은 수리기간이 한달 정도라는 이야기를 듣고 수리비 108만원에 렌트비 계산해서 나온 금액을 말씀드렸던 것”이라며 “사이드미러 안 접혀도 되고 오토바이 타고 다니면 되니 신경 안 쓰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다”고 해명에 나섰다.

이어 “저도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일상보험이 들어 있는데 저희 아이는 한도가 적어 현금처리가 낫겠다 싶어 말씀드렸던 것”이라며 “소통에 조금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수리비 받지 않기로 했고 놀라신 마음 위로한다고 되진 않겠지만 사과드렸다”고 고개를 숙였다.

아울러 “내용에 두서없지만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앞으론 더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겠다. 거듭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렇게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른바 ‘보배 성님’들로 불리는 회원들의 레이더망은 집요하다 못해 날카로웠다. 한 회원이 포털 사이트서 제공하는 지난해 7월 촬영된 로드뷰서 해당 차주의 주차돼있는 사진을 발견해 사이트에 올리면서 사건은 다른 국면을 맞기 시작했다.

해당 로드뷰 사진에 해당 차량의 사이드미러 중 운전석 쪽이 제대로 펴지지 않고 있은 채 주차돼있는 모습이 담겨있었던 것이다.

즉, 아이가 사이드미러를 쳐서 사이드미러가 파손된 게 아니라 원래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상태인데 괜한 트집으로 아이를 울렸을 뿐만 아니라 수리비, 렌트비 등으로 아이 모친에게까지 정신적 스트레스를 안긴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B씨는 해당 글 하단에 “사이드미러가 고장 나서 수출단지에 있는 외국인에게 구매했는데 운전석 쪽 전동기어 상태가 좋지 못했다”며 “언제 고장 날지 모르는 상태였던 것 같다. 정말 죄송하다. 다신 이런 일 없게끔 정신 차리고 살겠다”고 내용을 추가했다.

이번엔 같은 날 A씨가 ‘사이드미러 차주님이 해명글 요구하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우선 보배드림님들께 감사드린다. 여러 말씀도 주시고 걱정도 해주시고 진심으로 정말 감사드린다”며 “불안한 마음에 경찰서 갔다가 짚 앞에서 차주님과 여자분 하고 마주쳤다”고 밝혔다.

그는 “글 내렸냐고 해명글 요구하셨는데 어제 현금처리 요구하셔서 아침에 입금드린다고 계좌번호 보내달라고 했다”며 “전화 받기 힘든 상황인데 전화해서 보배드림에 신상 털려서 연락 많이 와서 힘들다고 해서 차량번호는 지워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명글 요구하셨는데 왜곡되게 올리지 않았다. 차주님은 보험처리보다 현금처리가 더 싸니 현금을 요구하셨고 이 부분에 대해 억울해하시는데 저도 최대한 빨리 해드리겠다고 했다”며 “사정이 힘들어 보험 안 되면 죄송하지만 60만원으로 깎아주시면 안되겠느냐고 물으니 60만원을 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전에 계좌번호 여쭈니 전화하셔서 글 내려달라고 해명글 말씀하셨다. 곤란하신 상황에 대해 우선 차주님께 죄송하다. 제 입장에선 어제 무섭다고 아이가 너무 많이 울고 처음 겪는 상황이라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글을 올렸다”고 밝혔다.

아울러 “제가 내려가기까지 10분~15분 넘는 시간 동안 그렇게 (아이가)서서 울고 있는 걸... 그래도 아이가 잘못한 부분에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어떻게든 빨리 해결해드리려고 했다”며 “자꾸 전화 주시고 문자로 해명글 요구하시고 글 내리라고 하시는데 연락 그만 주셨으면 좋겠다. 이제 와이프라는 분까지 전화 주셔서 아이 이름 대시며 OO 어머님 글 내리라고 남편 스트레스 받는다고 하시는데 연락 그만 주세요”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A씨는 그 증거로 전날 B씨와 나눴던 대화 내용을 녹음한 상태라며 “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그제서야 B씨는 이날 오후 ‘죄송합니다... 인피니티 차주입니다’라는 제목을 통해 “정말 죄송하다. 아이와 아이 어머님 정신적으로 힘들어하셨을 부분을 헤아리지 못하고 제 입장만 말씀드린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처음 글이 올라왔을 때 제 이야기가 아닌 아이와 아이 어머님께 사과를 드렸어야 하는 부분이었는데 제가 생각이 짧았다”며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수리 요청한 점, 정말 죄송하다. 아이 어머니께도 사과드리겠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이어 “수리비에 대한 부분은 제가 설명을 잘못 드린 부분이었다. 제 딴엔 조심스럽게 드린다는 말씀이 어머니께 심적으로 많이 걱정되셨을 것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정말 생각이 짧았다. 양심적이지 못했던 부분들 사죄드린다. 정말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B씨는 “아이와 아이 어머님께는 어떠한 위협도 협박도, 강제도 하지 않았다는 것만 알아주시면 정말 감사하겠다. 다시 한번 거듭 죄송하다”고 말했다.

B씨의 사과글이 게재됐지만 보배 회원들은 “아이 어머님의 후기글이 올라오면 그때 인정하겠다” “많이 늦었네” “너무 늦은 것 같다. 횽(형)들이 시동 걸어버린 것 같다. 이미 엑셀 밟아버린 듯싶다”며 부정적인 댓글을 달았다.

그러면서 “아이 어머님과 통화해 만나 뵙고 사죄드리려고 통화 연결했으나 전화가 넘어가는 관계로 우선 문자를 남겨놨다. 꼭 찾아뵙고 사죄드리겠다”며 “일시적인 회피가 아닌 정말 진심어린 사과를 드리고 싶다. 많은 분들게 혼나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A씨와 나눴던 문자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A씨 아이의 이름이 고스란히 노출돼 다시 논란이 일기도 했다.

B씨의 사과글이 올라왔지만 여전히 비난 댓글이 쏟아지는 가운데 A씨가 ‘인피 사이드미러 글 올린 아이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차주님, 연락 더 안주셨으면 한다. 분명히 말씀드렸다. 전화, 문자하지 말고 아내분도 연락주지 말라”고 경고했다.

A씨는 B씨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대화 내용을 캡쳐한 이미지와 함께 “차주님 말씀과 제게 하신 말씀과 다소 다른 부분이 있고 억울해하셔서 그중 일부 토씨 하나 안 빼고 몇 자 적는다”며 “내려오라고 했을 때 만난 18분 대화 내용 중 차주님 말씀하신 일부”라고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아래는 지난 29일, B씨의 발언 내용이다.

렌트도 알아보셨어요? 한도가 혹시 얼만지 아세요? 렌트가 금액이 좀 많이 나가요. 하루에 15만원씩인데 30일이면... 그러면 제가 아까 이제 업체에 통화를 했는데 일단 수리비가 108만원에, 렌트가 일단 거의 한 20일 정도 들어가는데 300조금 안되게 나오실 거에요.

그러면 다 해서 거의 408만원 정도. 렌트가 안 되시면 그냥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그냥 차라리 그냥 65만원만 저 주시고… 제가 여유로운 편은 아니어서 믿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저기 깜빡이 불 들어오는데 일반 순정에는 저런 게 없어요.

일단 수동으로는 잡히기는 해요. 덜렁덜렁 하기는 한데 그거는 괜찮은데, 그래서 차라리 렌트다 뭐다, 일단 어차피 할증 금액이 있잖아요.

차라리, 그럴 바에는 그냥 현금처리하시는 게 더 낫지 않나 해서 제가 알맹이만 좀 구해보려고 했는데, 이게 지금 일본 현지에는 부품이…수입차여도 상관이 없기는 한데 이게 한국에 몇 대 안 들어와서 그래서 이제 원산지는 일본인데 미국에 부품이 많은 거 같더라고요.

그 쪽에 좀 차가 많이 나가서 미국서 건너와서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린다고. 6개월 정도 걸리는데 대신에 마음은 좀 편하시겠죠. 금액적으로 아무래도. 아이가 많이 무서워하더라구요.

A씨는 “보배드림 글 올리고 상황 알고 나니까 정말 엄청 화가 난다. 그래서 경찰 부른다는 걸 만류하신 거냐”며 “차주님 식사는 하셨죠? 저는 우는 아니 달래느라 한숨도 못자고 아이 재우고 속상해서 울고 어제 오늘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니고 전화하고... 골이 울리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지금까지 공복”이라고 하소연했다.

아울러 “앞으로 연락하지 마세요. 저희 아이들도 건드리지 마세요. 아는 척도 하지 마세요”라고 글을 맺었다.

해당 사건은 보배드림 ‘교통사고/블박’ 게시판에 31일 오후 3시 현재 ▲전쟁 시작 인피니티 ▲사이드미러 수리비 등 400 이상 요구급 ▲사이드미러 차주님이 해명글 요구하세요 ▲인피니티 사이드미러 ▲성지순례 다녀왔습니다 등 관련글로 베스트 글에 올라 있다.

이번 인피니티 차주 사건의 글마다 댓글이 300~500개 이상 달리면서 점입가경 양상을 띠고 있다.

한 회원은 ‘인피니티야 배틀을 신청한다’는 글을 통해 “15년 된 썩차 인피니티다. 내껀 조수석이 아직 났다. 그래도 운전석은 멀쩡하다”며 “도색하면 쓸만할 거다. 배틀을 신청한다. 이긴 놈이 양쪽 다 갖는 거다. 덤벼라”고 제안했다. 해당 글에는 1327명이 추천으로 응원했고 댓글도 160개 이상이 달려 있다.

이번 논란이 차주의 해명글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는 이유는 이미 고장 나있던 사이드미러로 수리비 및 아이 및 아이 부모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줬다는 점 외에도 해명글이 피해자가 원하는 것과는 달리 변명으로 일관했을 뿐만 아니라 사과의 대상도 피해자인 아이 부모가 아닌 보배 회원들에게로 향했다는 점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차주가 불법으로 번호판 숫자(번호판 불법훼손)를 변경했던 정황마저 드러났다.

한 회원이 해당 차량의 번호판을 조회했는데 인피니티 차량이 아닌 스타렉스 차량으로 조회되면서 또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원래의 번호판 숫자가 ‘1’인데 검은색으로 덧칠해 ‘7’자로 임의로 변경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현행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번호판 훼손 단속 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보배 네임드로 통한다는 한 회원은 ‘국민신문고 안 통하면 비장의 카드 대기 중...’이라는 글을 통해 “금융감독원 에 보험사기로 민원 신고하겠다. 추정이긴 하지만 어린 아이랑 어머니한테 협박한 거 생각하면 충분히 뒤가 구린 것으로 판명되기 때문에 5년 치 미수선 조사 해달라고 하려 한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그는 “물론 인피니티(차주)가 제대로 사과하고 아이도 건드리지 않겠다고 하면 신고할 생각이 없긴 하다”며 “끝까지 해보겠다고 하면 이 카드도 대기 중이라는 거 아셨으면 한다”고 경고했다.

한 보배 회원에 따르면 현재 해당 차량은 11건의 주정차위반 과태료가 물려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B씨는 차량을 처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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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