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장 밖’ 굉음에 “전화번호 내놔” 강남 일식 업주 입길

오토바이 배달 기사에 “영업방해 계약해지 가능”
SNS 타임라인 속 도장면 사진 발견으로 ‘대반전’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강남 소재의 한 일식집 업주로부터 억울한 갑질로 당장 생계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자신을 ‘배달 기사로 근무 중인 30대 청년’이라고 밝힌 회원 A씨는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강남 악덕 업주 갑질 사건 피해자입니다. 도움을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피해 호소글을 게재했다.

A씨는 “최근 업주로부터 생업까지 위협받는 억울한 갑질을 당해 도움을 요청할 곳을 찾다가 찾아 뵙는다”고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6시30분경 배달을 위해 해당 음식점 앞에 오토바이를 정차하는 과정서 사이드 스탠드를 제대로 고정하지 않아 옆으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소리를 들고 밖으로 나온 일식집 업주는 도장면이 벗겨진 벽면을 가리키며 A씨를 향해 “당신이 파손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이미 도착 전부터 해당 부분이 파손돼있다는 걸 분명히 봤다”며 도착 전의 블랙박스 영상 유튜브 캡처본을 함께 첨부했다. 캡처 이미지에는 모서리 부분의 흰색 페인트 도장면이 벗겨진 모습이 담겼다.


A씨는 “오토바이를 일으켜 세우면서 해당 부분과 제 오토바이가 접촉되지 않았던 것까지 확인했는데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첫마디가 ‘이거 부순 거냐?’였다”며 “제가 파손한 것으로 확정짓고 전화번호를 달라고만 계속 이야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선 사실관계부터 확인해야 하는 거 아니냐? 왜 계속 전화번호를 요구하는지, 하지도 않았는데 했다고 인정해야 하는지, 도통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양심적으로 했으면 했다고 하지 않겠느냐‘고 하자 (업주가)언성을 높이고 전화번호를 달라면서 경찰을 부르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아무 죄도 짓지 않았는데도 죄인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억울함에 A씨도 언성이 높아졌다.

그는 “도저히 그 상황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제가 파손한 게 아닌데 왜 전화번호를 줘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파손)하지도 않았는데 했다고 인정해야 하나?’는 생각에 억울했다”며 “바로 업주는 경찰에 신고했고 대화를 거부했다”고 부연했다.

A씨가 업주에게 파손 부위의 흔적, 도착 당시의 기억 등을 설명하면서 “블랙박스로 확인 후 제가 파손한 게 아니면 사과해달라”고 얘기했지만 업주는 “영업방해로 신고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A씨가 오토바이에 녹화된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뒤 다시 대화를 요청했지만 업주는 “배달의OO 고객센터에 연락한 후 ‘라이더가 영업을 방해하고 있다’ ‘매장서 소리 친다’ ‘통화 녹음 되고 있는 거냐’ 등 업장과의 분쟁 사유로 계약해지가 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A씨는 “업주의 행태로 인해 배달의OO과 계약해지로 당장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데 위협받았으며 이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어 아직도 억울함에 잠 못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경찰이 출동하자 업주는 “A씨가 거짓말을 한다”며 적반하장 태도를 보이면서 어중간한 각도의 CCTV를 가리키며 “파손한 게 맞다면 전체를 보상해야 한다, 정보공개 청구해서 민사 재판을 하겠다, 전화번호를 주지 않고 버틴다” 등 일방적으로 모욕을 당했다.

억울함에 잠 못 이루던 A씨는 관련 자료를 찾던 중 한 SNS를 통해 해당 부분이 촬영된 사진을 찾아냈다. 그는 “해당 사진의 블로그 리뷰는 지난 7·8월 사진으로, 자료를 찾은 뒤 ‘일식집 업주가 선량한 사람 하나 잡아 전체 보수하기로 했구나’ 확신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억울한 사건은 현재진행형으로 본인 가게 인스타XX 해명글을 통해 제가 고소를 언급했고 자신은 ‘파손했다고 언급한 적조차 없으며 오히려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제 정신은 더 피폐해졌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사장님, 명확한 자료가 있다. 너무나도 억울하다. 보배 회원님들의 간절한 도움을 요청드린다. 공론화되길 원한다”고 마무리했다.

해당 글에는 A씨를 응원하는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특히 회원 ‘드래곤OO’는 “8월20일에 어느 분 블로그에 찍혀 있는 사진을 보니 벽이 똑같이 파손돼있는데…”라며 링크와 함께 댓글을 달았다. 블로그에는 해당 일식집의 전경 사진이 첨부돼있는데 게시일이 지난달 20일이다. 즉, 해당 위치의 페인트 칠 도장 벗겨짐(박리현상)은 A씨의 오토바이가 넘어지기 이전에 이미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회원 ‘이노OO’는 “업장이 인터넷에 올라가봐야 정신 차릴 텐데…선택해보라고 하시는 게 해결이 빠를 듯하다. 갑질은 님이 하셔도 될 것 같다”고 힘을 보탰다. 회원 ‘벌깨OO’은 “일본 오염수 방류로 회덮밥이 너무 안 팔려서 수리비가 부족했나?”고 조소했다.

회원 ‘카리스마D’도 “업주님, 그냥 지금이라도 사과하시고 마무리하시라. 원래부터 부서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다른 회원들도 “저걸 오토바이가 넘어져서 벗겨진 거라고 하는 게 대단하다” “오토바이가 넘어져 벗겨진 거라고 해도 각도상 훨씬 위쪽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진짜 열심히들 산다” 등 업주를 비난하는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닉값하려고 로그인했다’는 회원 ‘OO페인트’는 “페인트만 15년 넘게 단종 운영 중인데 외부 도장이 저렇게 일어날 정도면 분명 재도장일 것”이라며 “재도장 시 바인더를 바른 후 재도장해서 저런 (들뜸)현상이 나타났다”고 조언했다. 이어 “(아마)수성외부 2급을 사용했을 것 같다”며 “절대 사람 손이나 도구로 저렇게 파손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회원도 “아무리 봐도 박리현상인데…”라며 의심했다.


박리현상이란 기온의 변화 및 풍화 작용 등으로 도장면이 양파껍질처럼 한 겹씩 벗겨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날 <일요시사>는 A씨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업주 B씨는 “최초 오토바이 세우고 들어오시는 중에 굉음이 울려 식사하시던 분을 비롯해 한 곳을 응시했다”며 “기사님도 오토바이 확인을 위해 나가셨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8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마 기사님도 오토바이가 쓰러지는 장면을 못 보셨을 것이고 저도 못 봤다”면서도 “이미 오토바이는 세워져 있고 어디에 부딪혔는지 모르니 외부 방범 CCTV 확인 후 조치를 취하기 위해 전화번호를 달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함께 첨부된 유튜브 영상에 따르면 B씨는 가게 문을 나오자마자 오토바이를 세우고 사이드미러를 맞추고 있는 A씨에게 “이거 부수신 거에요?”라고 묻고 있다. A씨가 먼저 나갔고 B씨가 뒤따라 나오자마자 파손을 의심한 셈이다. 

이어 “왜 갑자기 (A씨가)‘아, 너무하시네요’ 하시면서 언성을 높이셨는지 모르겠지만 후로 계속 전화번호 알려주는 것을 거부했고 오토바이 뒤쪽의 배달박스에 스크래치가 보여 ‘방금 어딘가에 부딪친 자국’이라고 말씀드렸다”며 “기사님이 땅바닥에 쓰러졌는데 땅바닥에 텀블러가 같이 떨어져 큰 소리가 났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언급한 어딘가는 파사드 간판을 말한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두 번째 해명글에선 “(A씨가)처음엔 바닥에 쓰러진 것이라고 말씀하시고 가시기 전엔 도장이 떨어져나간 부분을 가리키셨는데 이미 굉음이 오토바이와 파사드 간판에 의한 거라고 인지하고 계셨던 것 아니냐?”고 상반된 해명을 내놨다. ‘방금 어딘가에 부딪친 자국’이라던 첫 번째 글과 앞뒤가 맞지 않는 셈이다.

B씨 주장에 따르면 당시 A씨는 “이 소리가 크게 났다”며 텀블러를 바닥에 집어던졌다. B씨는 “그러기엔 파사드(외부 간판) 울리는 철판 소리가 상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B씨가 올린 인스타XX 해명글은 ‘파사드 간판은 물적 재산인데 파손했으면 A씨가 사과부터 했어야 했다’로 요약된다. 파사드 간판이란 입구 기둥과 전면을 아연도금 소재의 철판으로 감싸는 형태의 구조를 말한다.

그는 “파사드 간판 중간의 하얀 점 두 개도 예전에 다른 기사님이 오토바이를 넘어뜨려 생긴 상처였다”며 “바로 나가서 확인하니 오토바이가 간판에 닿아 있었고 ‘죄송하다’는 기사님의 사과를 받으면서 혹시 모르니 연락처를 요구한 후 아무 후속조치 없이 넘어갔다”고 강조했다.

B씨가 언짢았던 부분은 A씨가 “바닥에 오토바이가 쓰러졌다. 내 오토바이가 망가져 속상하다”고 말한 부분이다. 그는 “제게는 사과 한 마디 없이 위기만 모면해보자는 변명으로밖에 안 들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화가 나서 ‘저 사람 데리고 가세요. 민사로 보자’고 격하게 발언했던 건 인정한다”고 수긍했다.

해당 인스타XX 해명글은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격이 됐다.

댓글에는 “아니, 밖에서 굉음이 들렸다고 해도 어떤 근거로 사장님 재산인 파사드 간판에 손상을 입혔다고 확신하는 거냐? 저 당시는 CCTV도 확인하지 않은 상태 아니냐? 본인 뇌피셜인데 왜 그 상황에 기사님께 사과를 바라시는 거냐?” “네이X 타임라인 보면 이전부터 녹슬어 있었는데 이번이 기회로 보고 덤터기 씌우려고 한 건가요?” “이거 부순 거에요?라고 왜 물어봄? 원래 저 상태라는 거 본인이 더 잘 알지 않나?” 등 의도와는 달리 부정적 댓글이 달리고 있다.

물론, B씨 주장처럼 A씨가 악의적으로 영상을 왜곡, 편집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간과 노력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잘못했다가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는 영상편집을 ‘굳이, 왜?’ 하겠느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반면 “억울한 건 알겠는데 당일 가입에 도와달라고 공론화되길 원한다는 말이 살짝 역겹다. 보배가 무슨 언론공작소도 아니고…” “신호위반 밥 먹듯이 하고 이슈를 위해서는 뭐든 하는 유튜버라서…큰 사건도 아닌데 공론화까지…” “여기는 딸배 사이트 아니다. 딸배들 하는 거 보면 그냥 중립이다. 다 뿌린 대로 걷는 법” 등의 부정적 댓글들도 달렸다.

<haewoong@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9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