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합의 어때요?” 뜻밖의 포르쉐 차주의 수리비 흥정

바로 사과했는데도 “잘못 시 사과는 매너고 인성”
글 작성자 “불법 정차, 경찰 허위 진술” 의혹 제기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전동킥보드가 옆으로 넘어지면서 옆에 있던 포르쉐 차량에 흠집이 생기자 수리비로 4000만원을 요구했던 포르쉐 차주가 갑자기 100만원으로 합의를 원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르쉐 차주가 나흘 만인 지난 7일, 갑작스레 3000~4000만원의 수리비를 요구했던 기존 입장을 바꾸면서 100만원에 합의가 어떠냐고 연락해온 것.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킥보드 툭 쓰러졌는데 4000만원을 말하네요’ 원글 작성자 A씨는 지난 8일 “많이들 관심 가져 주시고 궁금하실 텐데 일을 다니고 있어 바빴고, CCTV 확보하느라 조금 늦은 부분이 있어 양해 부탁드린다”고 운을 뗐다.

A씨는 “이번 글에는 생략됐던 (포르쉐 차주와의)전체 문자메시지 내역과 업데이트된 내용을 말하고자 한다”며 “사건 시작부터 모든 내용을 말하려 하기 때문에 중복되는 내용들이 있어도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지난 2일 새벽 1시 반경, 술집 앞에서 친구들과 대화하러 나갔다가 고정돼있던 전동킥보드에 올랐다. 이때 킥보드가 균형을 잃고 옆으로 쓰러져 포르쉐 박스터 차량 앞휀더에 흠집을 냈다.

사고 후 A씨는 포르쉐 차주에게 사과하자 그는 “범퍼 다 갈아야 하는 거 아시죠?”라고 물었다. A씨는 흠집이 생긴 부분이 범퍼도 아니었고 당시에도 ‘교체할 정도는 아니겠다’고 생각됐다고 했다.


그는 “당시 포르쉐 차주는 출동한 경찰에게 ‘킥보드를 타고 와서 차에 갖다 던졌다’고 허위 진술했다”며 “절대 갖다 던지지 않았다. 해당 어플(킥고잉)도 없다고 말씀드렸고 경찰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분들이 진술이 다르다고 말했으나 차주와 원활한 소통이 되지 않아 그냥 돌아갔다. 이후로 차주 측 보험사 불러 다시 진술했는데 이 과정서 현장에 없던 차주 측 지인이 와서 사고와 관계 없는 다른 차 부위를 가리키며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이튿날 A씨는 포르쉐 차주에게 재차 사과와 함께 원만한 합의를 원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이미 고소장을 접수했다는 사진과 함께 경찰서로 오라는 답을 받았다. 합의를 위해 경찰에 출석했지만 차주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진술을 들은 경찰은 고의성이 없는 데다 킥보드를 운행한 상황이 아니라 형사는 힘들 것 같고 합의나 민사로 진행돼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경찰 출석 후 포르쉐 차주에게 전화했지만 거절하자 “경찰서 진술 후 먼저 귀가하셨다고 해서 연락드린다. 다시 한번 제 부주의로 사고를 일으킨 점 정말 죄송하다”며 “사고 당시 더 이야기해봤어야 했는데 저도 이런 일이 처음이라 어찌할 줄 몰랐던 것 같다”고 사과했다.

이어 “평생 운동만 해오다가 이제 사회에 나와 아직 많이 부족하고 제 상황도 많이 어려운 편이라 다시 한번 기회를 주셨으면 한다. 정말 죄송하다. 연락 기다리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포르쉐 차주는 “운동하셨으면 아시겠지만 반칙하고 잘못하면 사과하시는 게 매너고 인성”이라며 “그걸 지금 제 시간과 돈을 써서 정성껏 알려드리는 것이다. 변호사가 연락드릴 것”이라고 답했다.


A씨가 “사고 직후 죄송하다고 사과드렸었고 지금도 죄송한 마음 갖고 있다. 어느 부분에서 제가 사과를 안했다고 하시는지 잘 모르겠다”며 “합의할 생각은 없으신 건가요?”라고 재차 묻자 “어떻게 합의보실 예정이냐? 정리해서 보내주시면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A씨는 “킥보드에 부딪혀 난 흠집에 3000~4000만원을 얘기하며 병원비도 청구하겠다는 차주분의 말을 듣고 무서운 마음에 많은 분들게 의견을 여쭙고자 ‘보배드림’에 글을 썼다”며 “댓글 반응이 엄청났고 기자분들이 기사화해 이슈가 되니 차주분에게 ‘왜 피해자 코스프레하느냐? 본인 차에 그렇게 재물손괴당하셨어도 그렇게 하실 거냐?’고 연락이 왔다”고 소개했다.

“저는 의견을 구하고자 글을 올렸고 차주분이 정당하게 요구한 게 맞다면 이렇게 이슈화가 되겠느냐?”는 A씨 물음에 포르쉐 차주는 “감정이 격해져 그랬던(과다비용 청구) 부분 인정한다. 센터 입고하면 200만원 넘게 나오는데 기사, 보배글 내리는 조건으로 100만원에 합의하시는 게 어떤가요?”라고 제안했다.

차주는 “정식 센터에 입고했고 수리는 한 달 걸린다고 한다. 오늘까지 연락 없으면 합의 안 하시는 것으로 알겠다. 동급차 렌트 포르쉐 박스터 하루 최소 30~50만원x30일 대차했다”며 “2일, 6일 이후로 차량 타지도 못하고 탁송 보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차량 대차 비용만 900만원이다. 감당 가능하냐? 합의 수용 가능한 금액을 달라. 현재 수중 현금이나 가용 금액이 얼마냐?”라고 묻기도 했다.

A씨는 여러개의 문자 대화 내역 캡처 사진과 함께 본인이 알아낸 점들과 문제가 될만한 사안을 정리했다며 ▲차주 보험사와의 통화 ▲포르쉐 서비스센터 전화 통화 ▲CCTV 확인 등 7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대인 보험사분 말로는 저를 배제하고 본인 및 동승자 보험만 접수했다고 한다. 현재 동승자만 대인 접수됐고 실제로 병원에 다녀와 청구한 상태라고 한다”며 “차주는 보험계약상의 문제로 대인 접수가 불가한 상태라고 하는데 대물 보험사분 말로는 차주분이 보험 접수했다가 개인이 해결한다면서 취소한 상황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포르쉐 차주분은 지난 5일에 문자상으로 센터 입고 대기 중이라고 해서 견적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7일에 센터에 전화해보니 사고 차량은 입고 대기가 없으며, 포르쉐 차주분이 이날 입고됐다고 한다”며 “현재 분당 지점으로 이관 기다리고 있어 차 점검이 안 된 상태고 센터에선 대략적인 수리 기간을 한 달 정도로 알려드린 것 같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제가 킥보드를 운행하지 않은 점, 고의가 아닌 실수로 사고가 난 점, 사건 발생 10분 전부터 차량을 인도와 차도 사이의 황색 점선에 정차하고 있어 차주의 불법 정차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킥보드가 차량에 부딪혀 기스 난 일로 3000~4000만원이 나올 수 있고 대인 접수해 병원비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는 무리한 요구로 생각된다”며 “차를 내놓은 상태라며 감가도 언급했는데 사실일지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도 정확한 견적서 등 근거자료 없이 30일 동안 수리 시간이니 최소 900만원 대차 비용이 발생한다고 문자를 받았다. 이 문자들을 받고 큰 정신적인 고통을 느끼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아울러 “사건 발생 후 최초로 현장에 오신 OOO파출소 경찰분들에게 ‘킥보드를 타다 내 차에 갖다 던졌다’는 진술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다만 ‘던졌다’인지 ‘박았다’인지는 제가 현장서 들었기 때문에 OO경찰서에 가서 민원접수 후 압구정파출소에 남아있는 진술서를 인계받아 확인할 예정”이라고 마무리했다. 


렌터카 비용에 대해 한 회원은 “차량이 운행 불가해야 수리 기간 동안 렌트비가 인정된다. 법원 소송 가도 당일 수리될 수 있는 수준이면 실질적으로 수리에 필요한 일수만 인정된다”며 “저 정도면 하루치에 대한 렌트비나 경우에 따라서는 교통비만 인정돼 차주 렌트 시 렌트 비용을 다 물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회원은 “옛날에나 그랬지. 포르쉐 사고 나면 포르쉐 대차해주느냐? 동급 배기량의 국산 차량으로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회원은 “4000만원? 휀더 판금하는 데 무슨 금 발랐느냐? 나도 수입차 타는데 1급 정비소 가도 저것보다 크게 깨졌는데 50만원에 감쪽같이 수리해주더라”며 “결정적으로 사진 보니 킥보드로 인한 상처로 안 보인다. 왜 두 줄의 상처가 생기냐? 서 있던 킥보드가 저렇게 큰 관성 에너지가 생기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앞서 실제로 쓰러졌던 킥보드 손잡이는 고무 재질로 돼있어 차량 표면에 흠집을 낸 게 아닌 원래 이전부터 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재경 소재의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보험 대차 서비스 시 외제차들은 동종의 외제 차량으로 대차가 나오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해당 센터에 동종 차량을 보유하고 있지 않을 경우 다른 급의 외제 차량으로 지급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를 들면 수리 차량이 볼보 차라면 같은 모델의 볼보 차량이, 벤츠라면 동종의 벤츠 차량이 대차되는 식”이라며 “해당 차량이 나가서 없을 경우 같은 배기량의 BMW나 아우디 차량이 지급되는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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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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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