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합의 어때요?” 뜻밖의 포르쉐 차주의 수리비 흥정

바로 사과했는데도 “잘못 시 사과는 매너고 인성”
글 작성자 “불법 정차, 경찰 허위 진술” 의혹 제기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전동킥보드가 옆으로 넘어지면서 옆에 있던 포르쉐 차량에 흠집이 생기자 수리비로 4000만원을 요구했던 포르쉐 차주가 갑자기 100만원으로 합의를 원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르쉐 차주가 나흘 만인 지난 7일, 갑작스레 3000~4000만원의 수리비를 요구했던 기존 입장을 바꾸면서 100만원에 합의가 어떠냐고 연락해온 것.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킥보드 툭 쓰러졌는데 4000만원을 말하네요’ 원글 작성자 A씨는 지난 8일 “많이들 관심 가져 주시고 궁금하실 텐데 일을 다니고 있어 바빴고, CCTV 확보하느라 조금 늦은 부분이 있어 양해 부탁드린다”고 운을 뗐다.

A씨는 “이번 글에는 생략됐던 (포르쉐 차주와의)전체 문자메시지 내역과 업데이트된 내용을 말하고자 한다”며 “사건 시작부터 모든 내용을 말하려 하기 때문에 중복되는 내용들이 있어도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지난 2일 새벽 1시 반경, 술집 앞에서 친구들과 대화하러 나갔다가 고정돼있던 전동킥보드에 올랐다. 이때 킥보드가 균형을 잃고 옆으로 쓰러져 포르쉐 박스터 차량 앞휀더에 흠집을 냈다.

사고 후 A씨는 포르쉐 차주에게 사과하자 그는 “범퍼 다 갈아야 하는 거 아시죠?”라고 물었다. A씨는 흠집이 생긴 부분이 범퍼도 아니었고 당시에도 ‘교체할 정도는 아니겠다’고 생각됐다고 했다.


그는 “당시 포르쉐 차주는 출동한 경찰에게 ‘킥보드를 타고 와서 차에 갖다 던졌다’고 허위 진술했다”며 “절대 갖다 던지지 않았다. 해당 어플(킥고잉)도 없다고 말씀드렸고 경찰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분들이 진술이 다르다고 말했으나 차주와 원활한 소통이 되지 않아 그냥 돌아갔다. 이후로 차주 측 보험사 불러 다시 진술했는데 이 과정서 현장에 없던 차주 측 지인이 와서 사고와 관계 없는 다른 차 부위를 가리키며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이튿날 A씨는 포르쉐 차주에게 재차 사과와 함께 원만한 합의를 원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이미 고소장을 접수했다는 사진과 함께 경찰서로 오라는 답을 받았다. 합의를 위해 경찰에 출석했지만 차주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진술을 들은 경찰은 고의성이 없는 데다 킥보드를 운행한 상황이 아니라 형사는 힘들 것 같고 합의나 민사로 진행돼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경찰 출석 후 포르쉐 차주에게 전화했지만 거절하자 “경찰서 진술 후 먼저 귀가하셨다고 해서 연락드린다. 다시 한번 제 부주의로 사고를 일으킨 점 정말 죄송하다”며 “사고 당시 더 이야기해봤어야 했는데 저도 이런 일이 처음이라 어찌할 줄 몰랐던 것 같다”고 사과했다.

이어 “평생 운동만 해오다가 이제 사회에 나와 아직 많이 부족하고 제 상황도 많이 어려운 편이라 다시 한번 기회를 주셨으면 한다. 정말 죄송하다. 연락 기다리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포르쉐 차주는 “운동하셨으면 아시겠지만 반칙하고 잘못하면 사과하시는 게 매너고 인성”이라며 “그걸 지금 제 시간과 돈을 써서 정성껏 알려드리는 것이다. 변호사가 연락드릴 것”이라고 답했다.


A씨가 “사고 직후 죄송하다고 사과드렸었고 지금도 죄송한 마음 갖고 있다. 어느 부분에서 제가 사과를 안했다고 하시는지 잘 모르겠다”며 “합의할 생각은 없으신 건가요?”라고 재차 묻자 “어떻게 합의보실 예정이냐? 정리해서 보내주시면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A씨는 “킥보드에 부딪혀 난 흠집에 3000~4000만원을 얘기하며 병원비도 청구하겠다는 차주분의 말을 듣고 무서운 마음에 많은 분들게 의견을 여쭙고자 ‘보배드림’에 글을 썼다”며 “댓글 반응이 엄청났고 기자분들이 기사화해 이슈가 되니 차주분에게 ‘왜 피해자 코스프레하느냐? 본인 차에 그렇게 재물손괴당하셨어도 그렇게 하실 거냐?’고 연락이 왔다”고 소개했다.

“저는 의견을 구하고자 글을 올렸고 차주분이 정당하게 요구한 게 맞다면 이렇게 이슈화가 되겠느냐?”는 A씨 물음에 포르쉐 차주는 “감정이 격해져 그랬던(과다비용 청구) 부분 인정한다. 센터 입고하면 200만원 넘게 나오는데 기사, 보배글 내리는 조건으로 100만원에 합의하시는 게 어떤가요?”라고 제안했다.

차주는 “정식 센터에 입고했고 수리는 한 달 걸린다고 한다. 오늘까지 연락 없으면 합의 안 하시는 것으로 알겠다. 동급차 렌트 포르쉐 박스터 하루 최소 30~50만원x30일 대차했다”며 “2일, 6일 이후로 차량 타지도 못하고 탁송 보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차량 대차 비용만 900만원이다. 감당 가능하냐? 합의 수용 가능한 금액을 달라. 현재 수중 현금이나 가용 금액이 얼마냐?”라고 묻기도 했다.

A씨는 여러개의 문자 대화 내역 캡처 사진과 함께 본인이 알아낸 점들과 문제가 될만한 사안을 정리했다며 ▲차주 보험사와의 통화 ▲포르쉐 서비스센터 전화 통화 ▲CCTV 확인 등 7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대인 보험사분 말로는 저를 배제하고 본인 및 동승자 보험만 접수했다고 한다. 현재 동승자만 대인 접수됐고 실제로 병원에 다녀와 청구한 상태라고 한다”며 “차주는 보험계약상의 문제로 대인 접수가 불가한 상태라고 하는데 대물 보험사분 말로는 차주분이 보험 접수했다가 개인이 해결한다면서 취소한 상황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포르쉐 차주분은 지난 5일에 문자상으로 센터 입고 대기 중이라고 해서 견적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7일에 센터에 전화해보니 사고 차량은 입고 대기가 없으며, 포르쉐 차주분이 이날 입고됐다고 한다”며 “현재 분당 지점으로 이관 기다리고 있어 차 점검이 안 된 상태고 센터에선 대략적인 수리 기간을 한 달 정도로 알려드린 것 같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제가 킥보드를 운행하지 않은 점, 고의가 아닌 실수로 사고가 난 점, 사건 발생 10분 전부터 차량을 인도와 차도 사이의 황색 점선에 정차하고 있어 차주의 불법 정차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킥보드가 차량에 부딪혀 기스 난 일로 3000~4000만원이 나올 수 있고 대인 접수해 병원비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는 무리한 요구로 생각된다”며 “차를 내놓은 상태라며 감가도 언급했는데 사실일지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도 정확한 견적서 등 근거자료 없이 30일 동안 수리 시간이니 최소 900만원 대차 비용이 발생한다고 문자를 받았다. 이 문자들을 받고 큰 정신적인 고통을 느끼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아울러 “사건 발생 후 최초로 현장에 오신 OOO파출소 경찰분들에게 ‘킥보드를 타다 내 차에 갖다 던졌다’는 진술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다만 ‘던졌다’인지 ‘박았다’인지는 제가 현장서 들었기 때문에 OO경찰서에 가서 민원접수 후 압구정파출소에 남아있는 진술서를 인계받아 확인할 예정”이라고 마무리했다. 


렌터카 비용에 대해 한 회원은 “차량이 운행 불가해야 수리 기간 동안 렌트비가 인정된다. 법원 소송 가도 당일 수리될 수 있는 수준이면 실질적으로 수리에 필요한 일수만 인정된다”며 “저 정도면 하루치에 대한 렌트비나 경우에 따라서는 교통비만 인정돼 차주 렌트 시 렌트 비용을 다 물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회원은 “옛날에나 그랬지. 포르쉐 사고 나면 포르쉐 대차해주느냐? 동급 배기량의 국산 차량으로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회원은 “4000만원? 휀더 판금하는 데 무슨 금 발랐느냐? 나도 수입차 타는데 1급 정비소 가도 저것보다 크게 깨졌는데 50만원에 감쪽같이 수리해주더라”며 “결정적으로 사진 보니 킥보드로 인한 상처로 안 보인다. 왜 두 줄의 상처가 생기냐? 서 있던 킥보드가 저렇게 큰 관성 에너지가 생기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앞서 실제로 쓰러졌던 킥보드 손잡이는 고무 재질로 돼있어 차량 표면에 흠집을 낸 게 아닌 원래 이전부터 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재경 소재의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보험 대차 서비스 시 외제차들은 동종의 외제 차량으로 대차가 나오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해당 센터에 동종 차량을 보유하고 있지 않을 경우 다른 급의 외제 차량으로 지급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를 들면 수리 차량이 볼보 차라면 같은 모델의 볼보 차량이, 벤츠라면 동종의 벤츠 차량이 대차되는 식”이라며 “해당 차량이 나가서 없을 경우 같은 배기량의 BMW나 아우디 차량이 지급되는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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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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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