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음주 운전이지?” 도로 위 ‘신종 삥뜯기’ 주의보

인근 식당 대기하다 따라가 사고 유발
정상치 나오자 사과도 없이 현장 이탈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정상 주행 중인 차량 앞으로 갑자기 끼어들어 급정차해 “음주 운전하는 거 아니냐”며 운전자에게 돈을 뜯어내는 이른바 ‘신종 삥뜯기’ 수법이 횡행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놀랍게도 이들은 음주가 예상되는 식당 인근서 미리 대기하고 있다가 차가 출발하면 뒤를 따라가 길을 막은 후 음주 운전 신고를 하겠다고 협박하거나 접촉사고를 유발시켜 돈을 뜯어내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8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평택 신종 삥뜯기 수법’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 작성자 A씨는 이날 해당 글을 통해 “멀쩡히 잘 가던 차에 갑자기 끼어들어 사고를 유발하더니 경찰 음주 측정 후 정상으로 나오자 그냥 가버렸다”며 영상을 함께 첨부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지난 15일, 경기도 평택시 소사벌 인근 식당서 부부 모임으로 저녁식사 자리서 반주 후 친구 부부를 집으로 데려다주기 위해 남편인 B씨가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이날 B씨는 술을 한 잔도 마시지 못해 콜라만 3병을 들이켰다고 한다.

B씨가 친구 부부의 집 인근 사거리서 좌회전 신호를 받고 2차선으로 정주행 중 갑자기 1차선을 달리던 차량 한 대가 급하게 차선을 변경해 비상등을 켜면서 부부 차량을 막아섰다. 도로 상황상 전방에 차량 추돌사고가 발생했거나 차선변경이 불가피하지 않았던 터라 B씨는 왜 갑자기 2차선으로 끼어들었는지 내심 궁금했던 터였다.

B씨는 앞차 운전자가 음주 운전으로 갑작스레 차선을 변경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고 한다.


첨부된 영상에는 이날의 행적이 고스란히 담겼는데 20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젊은 남성이 휴대전화 통화를 하며 B씨 차량 쪽으로 다가왔다. 해당 차량은 렌터카로 추정되는 ‘141하 OOOO’의 번호판을 달고 있었다.

그러나 정차한 차량에서 내린 남성의 말은 귀를 의심하게 할만큼 황당하고 어이없었다.

A씨는 “영상을 보시면 알겠지만 앞차가 음주 운전한 게 아닌가 하고 있었는데 한참 있다가 내리더니 저희에게 술 마신 거 아니냐며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통 음주 의심 차량을 발견하면 먼저 신고부터 하지 않느냐”며 “음주를 확신했기 때문에 위협적으로 가로막았을 텐데 신고정신이 투철한 선량한 시민으로 보이진 않았다”고 회상했다.

당시 그는 해당 남성으로부터 ‘식당부터 계속 A씨 차량을 따라왔다’는 자백까지 들었다.

A씨는 “4명 다 술을 마셨다는 걸 확신하고 따라와서 사고를 유발한 것 같았다”며 “너무 황당해서 신고하라고 했고 경찰이 출동해 음주 측정해서 정상인 것을 확인 후 음주도 아니고 사고 유발 부분에 대해 사과하라고 했더니 못하겠다며 그냥 가버렸다”고 억울해했다.

이날 나눴던 대화는 A씨 차량 블랙박스에도 고스란히 녹음돼있다고 한다.

그는 “사고가 난 게 아니라 보험 처리할 건도 아니긴 한데 약 올리고 가버리니 너무 괘씸해서 글을 올린다”며 “멀쩡히 집에 잘 가던 차에 갑자기 사고를 유발하더니 시간낭비, 정신적 피해까지 끼치고 가버리니 어떻게든 조치를 취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회원 ‘마징OOO’도 똑같은 상황을 겪었다며 경험담을 털어놨다.

그는 “아내와 저녁에 순대국밥집 가서 소주 한 병, 아내는 술을 안 마시기에 국밥만 먹고 나와 아내 차로 이동했다”며 “신호대기 중 누군가 저희 앞으로 와 차량을 가로막더니 ‘술 마시고 운전하면 어떡하느냐’고 따져 물었다”고 말했다.

이어 “술 마시는 거 봤냐고 물었더니 봤다고 하길래 경찰 부르라고 했고 음주 측정 후 정상으로 나왔다”며 “요즘 음주헌터? 유튜브 커플인 것 같던데 좋은 취지라면 좋겠지만 범죄에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해당 글에는 “교통법규 위반 말고 난폭운전으로 넣어야 한다” “진짜 돈 뜯으려는 거지 아닌가?” “위협운전 아닌가요? 신고하세요” 등의 공분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반면 회원 ‘K9OO’는 “(차선 급변경한)저 분은 음주 운전 예방 차원에서 혹시나 하고 위험을 무릎 쓴 건데 당황스럽다. 저 청년을 비난한다면 앞으로 무서워서 음주 운전 의심 차량을 무시해야 하느냐”며 동조 댓글도 달렸다.

이에 대해 “저렇게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것보다 경찰에 먼저 신고하는 게 정상” “혹시 영상 속 인물이 본인 아니냐? 위험을 무릎 쓴 건 알겠는데 음주 운전 아닌 것으로 나왔으면 사람이면 사과는 해야 하지 않겠냐”는 반박 댓글도 이어졌다.

다른 회원 ‘또O’는 “사과만 하고 갔어도 신고정신 투철한 청년이었을 수도 있는데 적반하장으로 마무리 하니 삥 뜯는 사기꾼이 됐다”며 “상대방 112 신고이력이 남을 테니 추후라도 누적된 거 조사하면 될 듯”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한 재경 변호사는 “급하게 차선변경 후 끼어들기 등 위협운전은 안전한 도로 교통에 저해되는 행위로, 징역 1년 이하의 실형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위협운전으로 인해 인명사고로 발전할 수도 있기 때문에 처벌 수위도 높은 편”이라며 “이외에도 특수폭행, 특수손괴, 특수상해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고 유발 후 음주 운전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고 현장서 합의금을 요구하는 전형적인 사기 수법”이라며 “이들은 주변의 목격자(공모자)에게 가해차량의 음주 사실을 알려 음주 측정을 요구하는 등 음주 사실을 인정하게 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대 차량의 탑승자, 차량번호 확인 및 사고현장을 촬영하고 무엇보다 과실을 쉽게 인정해선 안 된다”며 “면허증 등을 상대방에게 쉽게 제시하지 말고 경찰에나 보험회사 직원에게 고의사고 의심 부분을 강력하게 주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주로 20~30대 다수가 동승해 운전자에게 문신이나 칼자국을 보여주는 등 공포심을 유발하기도 한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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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무죄’ 이재명 “사필귀정⋯재판부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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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사법 리스크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이 대표는 이날 2심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사필귀정”이라며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소회를 밝혔다. 검찰을 향해선 “이 당연한 일들을 이끌어내는 데 이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국가 역량이 소진된 것에 대해 참으로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검찰과 이 정권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서 증거를 조작하고, 사건을 조작하느라 썼던 그 역량을 우리 산불 예방이나 국민 삶을 개선하는 데 썼더라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됐겠냐”고 되물었다. 이어 “지금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서울고법에) 모여 있는데 이 순간에도 산불은 번져가고, 누군가는 죽어가고, 경제는 망가지고 있지 않느냐”며 “이제 검찰도 자신들의 행위를 좀 되돌아보고 더 이상 이런 국력 낭비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2심 무죄 선고로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과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의문을 가졌던 중도층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최은정·이예슬·정재오)는 이날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1심에선 이 대표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이는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대선행이 좌절되는 만큼, 이 대표에게 있어 매우 치명적인 판결이었다. 그러나 이날 2심서 법원이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제1처장에 대한 ‘골프 발언’ 및 백현동 관련 ‘국토교통부 협박 발언’이 모두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 내리면서 향후 이 대표의 대권 가도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 아직 대법원 상고심의 판단이 남아있지만, 통상 항소심 판결 이후 대법원의 확정 판결까지 수 개월이 걸리는 만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인용 시 이 대표의 조기 대선 출마에는 걸림돌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날 이 대표에 대한 원심이 뒤집어지면서 민주당은 법원 판단에 대해 환영 의사를 밝히며 “위대한 국민 승리의 날”이라고 자축했다.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장인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의 정적 제거에 부역한 내란공범 정치검찰의 조작 수사, 억지 기소였음이 판명 났다”고 환영했다. 그는 “정의가 승리한 사필귀정 판결”이라며 “위법부당한 법 해석을 적용해 내란 수괴 윤석열의 구속 취소에 대해 사상 초유의 즉시항고 포기로 탈옥시킨 검찰은 이재명 대표에게도 공정하게 상고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에 막말과 저주를 퍼부어 온 국민의힘은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하라”며 “검찰과 국민의힘은 국민 심판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명심하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조국혁신당도 입장문을 통해 “원칙과 상식의 승리, 정치 검찰의 완패다. 법원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선민 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우리 당은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정치 탄압을 이겨낸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원, 지지자들게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이 대표 무죄 판결은 검찰 권력을 향한 파면 선고로 검찰은 저강도 쿠데타로 윤석열정권을 세운 뒤, 조국 전 (혁신당)대표와 이 대표를 비롯해 시민사회, 비판 언론을 끊임없이 수사하고 기소했다”며 “법원은 오늘 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정치 보복, 사법 살인 시도였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여권에선 “유감스럽다”는 반응이 나오며 희비가 엇갈렸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대전서 열린 이공계 현장간담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 무죄 사유는 인지하지 못했다”면서도 “1심서 유죄가 나왔는데 항소심서 무죄가 나온 건 대단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허위 사실 공표로 수많은 정치인이 정치 생명을 잃었는데 어떻게 이재명(대표)는 같은 사안에도 불구하고 무죄를 선고할 수 있는지 법조인으로서 봐도, 아무리 봐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검찰이 상고할 것이고, 대법원서 이 부분이 허위인지 아닌지 판단을 내려서 논란을 종식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항소심 선고 직후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재판 결과는 당으로선 유감스럽다”며 “앞으로 대법원서 신속하게 ‘6·3·3 원칙’(선거법 위반 사건의 1심 재판은 6개월 이내,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 이내 마무리)에 따라 재판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법원이 정치인에게 ‘거짓말 면허증’을 내줬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SNS에 “이 대표에게 거짓말 면허증 내준 서울고법 판결을 대법원이 신속히 바로잡아야 한다”며 “오늘 서울고법 형사6부의 이 대표 선거법 위반 무죄 판결은 법에도 반하고, 진실에도 반하며 국민 상식에도 반하는 판결”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힘 있는 사람에게는 ‘거짓말’이 ‘의견’이 돼 유죄가 무죄로 뒤집힌다면 정의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판결대로면 대한민국의 모든 선거에서 어떤 거짓말도 죄가 되지 않는다. 이 판결은 정치인에게 주는 ‘거짓말 면허증’”이라며 “정의가 바로 서고 민주주의가 바로 서도록 대법원이 잘못된 판결을 신속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