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복귀 시동? ‘음주 뺑소니·시신 유기’ 조형기 근황 포착

사건 잊은 듯 웃으며 행사 진행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음주 운전 뺑소니 사고와 사체 유기 혐의로 방송계에서 퇴출당한 방송인 조형기의 최근 근황이 뒤늦게 화제다.

지난해 12월 유튜브 채널 ‘스마일 공연단’엔 ‘탤런드 연우회 예술인 송년의 밤, 조형기’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해당 영상엔 조형기가 행사의 MC로 나선 모습이 담겼다. 이 자리는 원로 배우들이 모여 친목을 다지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행사인 것으로 확인된다.

그는 “지난해는 여기에 ‘깍두기’로 오고 오늘 두 번째로 ‘총감김치’로 왔다. 와 보니까 지난해보다 올해 분위기가 나은 거 같기도 하다”며 “TV에 나올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분들이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기죽지 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가 좋고 감동”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동요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제목을 언급하면서 “이제는 동요가 아닌 우리들의 노래가 된 것 같다. 근데 이제는 애들 프로밖에 안 만든다. 그런데 XX할 XX들이 애들 프로밖에 안 만든다”고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옛날에는 실장이면 마흔살, 검사면 쉰살쯤 되는 사람을 썼다. 지금은 스물 몇 살이 검사, 실장을 한다. 아버지도 젊어진다. 임금은 영조, 정조 빼고는 다 애들”이라며 “그래서 영의정이 보통 쉰살 먹은 사람이 한다. 그럼 그 밑에서 조형기가 정2품을 하겠냐, 정3품을 하겠냐. 자연히 까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세대 교체 속에서 본인의 방송 활동이 줄어든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끝으로 조형기는 “내년에 (작품) 소재가 다양해져서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좋겠네’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늘 건강하시길 바란다”며 노래를 열창했다.

방송계서 퇴출됐음에도 복귀를 노리고 있는 조형기의 모습이 유튜브를 통해 포착되면서, 누리꾼들은 “역시 사람은 안 바뀐다” “아쉬운 소리하는 거 보니 반성을 안 하는 건가” “여태까지 아무런 일 없다는 듯이 나온 게 이상한 거 아니냐” “TV 말고 인터넷방송이나 해라” “시대가 어느 때인데 저런 발언을 하고 있지” 등의 반응을 보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8년 전인 2017년 MBN 예능프로그램 <황금알> 출연 이후, 사실상 연예계서 퇴출됐다. 과거 음주 운전을 하다 30대 여성을 치어 사망에 이르게 한 뒤, 시신을 도로 옆 숲에 유기한 사실이 뒤늦게 재조명되면서다.

1991년 8월3일 조형기는 만취 상태(혈중알코올농도 0.26%)로 운전하다 32세 여성을 치어 숨지게 했다. 사고 후 조형기는 숨진 여성의 시신을 인근 숲에 유기한 뒤 차에서 잠들었다가 7시간 만에 경찰에 체포됐다.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유기도주치사죄)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죄로 기소된 그는 1991년 11월 1심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조형기는 항소심서 자신이 ‘심신상실’ 상태였으며, 단순히 ‘심신미약’으로 판단한 1심 판결은 부당하다고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오히려 형량을 징역 5년으로 늘렸다.

그러던 중, 1992년 4월 조형기에게 유리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조형기에게 적용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2항 제1호(유기도주치사죄)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판단이었다.


해당 조항은 사람을 차로 쳐 사망에 이르게 한 뒤 도주한 경우 ‘사형,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는데, 이 형량이 고의적인 살인이나 사체 유기죄보다 더 무겁다는 점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이에 따라 1992년 7월 대법원은 해당 법 조항이 아닌 다른 법률을 적용하라며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검찰은 조형기에게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과 ‘사체 유기’ 혐의를 적용해 이듬해 3월 파기환송심이 진행됐다.

조형기는 재판 과정서 사체를 유기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사고 당시 그의 손과 무릎 등에 묻어 있던 혈흔과 조직서 피해자의 DNA가 검출되면서 이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과 사체 유기 혐의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조형기가 피해자 유족과 합의했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점을 고려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당시 언론은 이 사건을 크게 다루지 않았다. 1990년대 초반은 인터넷은 물론 PC통신조차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기였기에, 이 사건은 대중의 기억 속에서 빠르게 잊혀졌다. 실제로 PC통신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다.

조형기는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석방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3월19일, MBC 베스트극장 <사과 하나 별 둘>을 통해 방송 활동을 재개했다.

같은 해 5월에는 김혜자 주연의 MBC 주말드라마 <엄마의 바다>에 출연했고, 1994년에는 차인표와 신애라가 주연한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에도 출연했다. 이와 함께 카스 맥주와 오리온 엑서스 광고에도 등장하며 데뷔 이후 처음으로 광고모델로 활동하기도 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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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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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