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맞추기’ 공수처 쟁점 셋

관계도 밑그림 다 그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수사 중인 채 상병 수사외압 사건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한 사건 관계인 모두의 통신내역을 확보하면서다. 법조계서도 막대한 양의 통신내역을 다 분석하면 사건의 전말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로비 의혹부터 VIP 격노설, 수사외압의 주동자까지 밝힐 큰 흐름을 위한 초석은 마련된 셈이다. 부진한 수사로 비판받던 공수처가 수사능력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수처가 채 상병 수사외압 사건의 전말에 바짝 다가섰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전·현직 대통령실 관계자, 국방부 관계자 등 20여명의 통신내역을 모두 확보했다. 

통화기록 확보

통신내역을 분석한 뒤 사건의 관계자를 불러 사실 확인만 마치면 사건 전말 구성은 완료된다. 지난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통신영장을 발부받아 지난해 7월 채 상병 순직 사건이 발생했을 무렵, 윤 대통령과 전·현직 대통령실 관계자 등 10여명의 통신내역을 확보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송창진 공수처 수사2부 부장검사가 “윤 대통령 개인 휴대전화에 대한 통신영장이 기각됐다”고 밝힌 후 새롭게 청구한 영장을 법원이 발부한 것이다.

이로써 공수처는 윤 대통령, 대통령실 관계자, 국방부 관계자, 해병대 관계자 등 사건 관계인의 통신내역을 모두 확보하면서 한동안 답보상태에 있던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듯 보인다.


공수처는 확보한 통신내역을 분석하면서 윤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 순직 사건 기록을 경찰에 이첩한 당일 개인 휴대전화로 이 전 장관과 세 차례 통화한 것 외에도 다른 관계자들과 연락을 했는지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중앙군사법원에 제출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통화 목록서 윤 대통령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가 확인됐다. 통화기록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2일 채 상병 순직 사건 기록이 경북경찰청에 이첩됐다가 회수된 당일 개인 휴대전화로 낮 12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 이 전 장관과 세 차례에 걸쳐 통화했다. 

당시 이 전 장관은 우즈베키스탄 출장 중이었다. 대통령이 국외에 있는 장관에게 개인번호로 전화를 걸어야 할 만큼 ‘다급한 상황’이 있었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개인 휴대전화로 신범철 당시 국방부 차관과 임기훈 국방비서관에게도 연락했다.

채상병 수사외압 사건 급물살
미지의 관계인 노출 가능성 ↑

또 ‘VIP 격노설’이 제기된 지난해 7월31일 대통령실의 누군가가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던 02-800-7070 번호의 통신내역도 확보했다. 가입자명이 ‘경호처’인 것으로 알려진 이 번호는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주진우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 등과도 통화한 내역이 드러난 바 있다.

모든 통신내역을 확보하고 분석 중인 공수처가 수사를 통해 풀어나가야 할 쟁점은 세 가지다. ▲VIP 격노설 진위 여부 ▲수사외압의 윗선 규명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등이다.

우선 VIP 격노설 진위 여부와 수사외압의 윗선 규명은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VIP 격노 이후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가 경찰에 이첩되는 것이 보류되고 언론 브리핑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VIP 격노가 사실로 밝혀지면 자연스레 수사외압 윗선이 드러나게 되는 셈이다.


이를 위해선 사건 관계인 소환조사가 필수적이다. 통신내역은 그저 누가 누구와 통화를 했는지만 알려줄 뿐 관계자들이 통화에서 어떤 대화와 지시들이 오갔는지, 윗선이 수사에 개입한 정황이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지난 4월 박정훈 전 해병대 대령에게 수사 대상을 축소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시작으로 지난 5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 대한 2차 조사를 한 이후 관계자들의 대면조사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 

공수처에서는 통신내역을 모두 분석한 후 사건 관계인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한 공수처 관계자는 “아직 사건 관계인들과 소환에 관해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지만 그 수가 전보다 더 늘어난 만큼 철저히 준비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게다가 사건 관계인들이 일제히 혐의를 부인하거나 입을 닫고 있는 상황이라 공수처가 관련 진술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특히 국회서 열린 채 상병 특검법 청문회서 관련자 일부는 증인 선서까지 거부하면서 침묵하기도 했다. 

관련 진술 확보 미지수
“구명로비 증거 잡아야”

법조계서도 관련자들을 소환조사하더라도 진실을 털어놓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핵심 관계인들이 진술을 거부거나 혐의를 부인하고 있을 때 정황증거보다 핵심적인 물질 증거가 필요하다”며 “이미 확보한 김 사령관의 녹취록, 해병대 수사단 관계자 진술 외 다른 증거를 확보해 관계자들을 압박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은 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이라며 “확보한 통신내역을 통해 구명 로비 의혹 당사자들과의 연락이 오갔는지 여부와 오간 시점, 통화 내용을 확보하게 되면 VIP 격노까지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은 지난달에 확산됐다. 해병대 출신이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1심서 유죄가 선고된 이모씨가 지난해 8월9일 공익신고자와 통화하면서 “임 전 사단장의 사퇴를 말리고 있다. 내가 VIP에게 이야기하겠다”고 말한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공수처는 해당 의혹이 확산된 이후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전직 청와대 경호처 직원인 송모씨와 이씨 등을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이 VIP와 임 전 사단장의 구명을 위해 연락을 했다는 증거는 아직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외압 사건과 구명 로비 의혹을 별건으로 보고 있지 않다”며 “현재는 확보한 통신내역과 관계자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 등을 분석해서 사건 관련자의 연결점을 찾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대면조사 진행

한편 국민의힘에서는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이 제보 공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익신고자이자 박 대령의 변호사인 김규현 변호사가 JTBC에 선택적으로 자료를 공개했다고 주장하며 김 변호사가 송씨와의 통화에서 “친한 기자와 술을 마시며 ‘그 사람(임 전 사단장)이 이런 일을 했을 수도 있다’고 얘기하며 ‘이건 그냥 가십이고, 진짜인지는 모른다. 수사하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는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현재 ‘채 상병 특검법’을 두고 해당 제보 공작 의혹을 포함시키느냐 마느냐로 논의를 진행 중이다. 

<kcj5121@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60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