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게 떨어지는 박정훈-류삼영 평행이론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0.10 15:53:51
  • 호수 14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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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보고 저리 봐도 닮은 꼴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국가·민생의 보안을 책임지는 군대와 경찰서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시작은 경찰부터였다. 류삼영 전 총경이 겪었던 일이고, 이제 사건의 흐름은 군인인 박정훈 전 대령이 이어받았다. 두 사건이 발생한 이유는 다르지만 ‘흐름’은 똑같다. 게다가 류 전 총경과 박 전 대령이 조직을 살리기 위해 선택한 방법까지도 동일하다.

류삼영 전 총경이 입을 열었다. 박정훈 전 대령에 관해서다. 류 전 총경은 지난 8월13일 자신의 SNS서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을 두고 박 전 대령을 옹호했다. 류 전 총경은 “정의를 위해, 피해 장병을 위해, 해병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고 행동하는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고 운을 띄웠다.

2022년
2023년

류 전 총경은 지난해 경찰 내부서 겪었던 일과, 박 전 대령이 현재 겪고 있는 일이 너무 흡사하다고 주장했다. 류 전 총경은 “사건의 진행이 경찰국 개설 반대를 논의한 경찰서장 회의와 너무 닮아 깜짝 놀랐다. 경찰서장 회의 진행의 데자뷔를 보는 듯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일이 한 권력집단의 관여라고 단정 짓진 않았다. 그는 “물론 같은 곳이 관여했다고 의심하는 게 당연하다. 이길 수 없는 권력의 힘이 정의를 눌러버려 바른 말을 못하게 하는 것이 너무 흡사하다”고 강조했다.

류 전 총경은 ▲경찰청장이 경찰서장 회의를 잘 마친 후 식사라도 하면서 내용을 전달하라고 하는 등 경찰서장 회의를 사실상 용인해놓고, 그렇게 진행된 경찰서장 회의를 회의 도중 갑자기 중단하라며 지시 사항 불이행이라고 징계한 것 ▲국방부 장관이 경찰에 사건을 이첩하겠다는 보고를 받고 결재 후 수고했다고 격려한 후에 경찰에 이첩했다는 이유로 집단항명으로 수사한 것을 비슷한 점으로 들었다.

류 전 총경과 박 전 대령이 겪은 사건은 얼마나 흡사한 것일까? 우선 군인과 경찰은 일반 공무원과 다르게 기본적인 안보관이 중요하다. 군인의 임수 상대는 적군이고, 경찰은 국민이다. 다만, 박 전 대령의 병과는 해병 군사경찰로, 군대 내 치안을 담당하며, 군 내 사건의 수사 등이 주요 업무다.

우선 류 전 총경이 겪은 사건은 지난해 7월26일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안이 국무회의에 통과하면서 발생했다. 정부는 경찰국 신설의 목적에 대해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 및 국가경찰위원회 등에 대한 법률상 사무를 보다 체계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발해 전국 경찰서장 회의(총경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주요 보직서 배제되는 등 문책성 인사도 이뤄졌다. 

경찰청은 지난해 7월23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끝난 뒤 류 전 총경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했다. 경찰청은 “모임 자체를 촉구하고 해산을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모임을 강행한 점을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복무규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한 후 참석자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해나갈 것”이라고 참석자들에 대한 징계도 시사했다.

“사건 진행 데자뷰 보는 듯”
두 사례 모두 ‘윗선’ 개입 의혹

황정인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장은 경찰수사연수원 교무과 교구계장으로 임명됐다. 서울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윤석열정부서 주요한 수사 부서 중 하나다. 이지은 중앙경찰학교 운영지원과장은 전남경찰청 112 치안종합상활실 팀장으로 임명됐다. 부산서도 총경 회의에 참석했던 4명 중 3명이 시도청 112 상황 팀장으로 발령 났다.

대기발령 조치가 된 것에 대해 류 전 총경은 “행안부 장관이 인사권을 가지면 안 되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류 전 총경이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발하자, 대기발령 조치를 받은 것이다. 박 전 대령도 상황은 다르지만 이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

지난 7월19일 오전 9시10분 여름 폭우로 경북 예천군 호명면 황지리의 내성천 보문교 일대서 실종자 수색 중 해병대 소속 채수근 일병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14시간 만에 사망한 채 발견됐다.

당시 상황은 물살이 강한 곳에서 구명조끼도 입히지 않고 수색을 시켰다. 현직 소방관인 채 일병 아버지는 중대장에게 “물살이 셌는데 구명조끼는 왜 안 입혔냐. 구명조끼가 그렇게 비싸냐. 이거 살인 아닌가”하고 분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곧바로 “정부는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 고 채수근 상병에게는 국가유공자로서 최대한의 예우를 갖추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 방향
시나리오

해병대 수사단은 유가족을 대상으로 1차 중간조사 결과를 설명했고, 박 전 대령은 포항과 예천을 오가며 수사를 지휘했다. 수사 결과를 지난 7월28일 유가족에게 설명하고, 경찰에 사건을 이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령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조사 결과를 대면 보고했다. 결과는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박상현 7여단장 등 7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북경찰청에 이관한다는 것이었다. 수사단은 지휘관 각각의 주의의무 소홀로 채 상병이 사망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또 이예람 중사 사망 이후 군사법원법이 개정돼 군에서 일어난 사망사고 중 범죄가 의심되는 경우 민간 경찰이 수사하고 민간 법원서 재판하기로 돼있는 만큼 경찰에 이첩하려고 했다. 하지만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 8월2일,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인계한 서류를 모두 회수했다. 이종섭 장관은 이 서류가 ‘항명 증거자료’라고 했다.

즉, 이 장관이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지만 해병대 수사단이 불복했다는 주장이다. 이 일로 박 전 대령은 류 전 총경이 보복성 대기발령으로 인사 조치를 당한 것처럼, 해병대 수사자료를 경찰에 이첩하자 박 전 대령이 항명했다고 말한 것이다.

특히 이 장관이 ‘지시사항을 불이행했다’고 말한 것과 류 전 총경이 주도한 회의에 참여한 50명에 대해 ‘지시 불이행’을 근거로 감찰에 착수한 것은, 사건이 흡사한 형태로 흘러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건이 진행된 이후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해 7월25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전국경찰서장 회의를 두고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7명의 경찰 간부 출신 의원 중 이만희·윤재옥·김석기·이철규·김용판·서범수 의원은 이상민 장관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서로 다른 
내부 분위기

이들은 “신설되는 경찰국은 경찰의 지휘나 통제를 위한 조직이 아니다. 문재인정권의 청와대가 비공식적으로 직접 경찰을 지휘 통제하고 음습한 밀실서 총경급 이상 인사를 행해왔던 비정상적인 지휘체계를,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과 언론, 그리고 국회가 감시할 수 있는 투명한 행정으로 정상화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 내부 분위기는 달랐다. 류 전 총경의 징계에 일선 경찰들은 즉각 반발했다. 울산경찰청 6개 경찰직협, 충남 경찰직협을 포함해 경기남부경찰청 33개소 공무원직장협의회 회장단은 성명서를 내고 “경찰국 신설에 관해 의견을 수렴하고자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추진한 류 총경에 대한 중징계 요구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경찰국 설치가 정당한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세미나 형식의 회의를 개최한 것인데 징계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전국경찰직협 소속 경찰들은 경찰청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며 류 전 총경의 중징계 철회를 요구했다.

시위에 참여한 박숭각 경기남부청 경찰직장협의회연합회 대표는 “공무원의 기본권은 특수한 환경을 고려해 상황에 맞게 자주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게 경제사회이사회와 시민정치위원회,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사항”이라며 “류 전 총경에 대해 국가공무원법 위반 여부로 징계 절차가 진행된다는 건 기본권 보장을 지나치게 협소하고 경직되게 해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박 전 대령도 비난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박 전 대령이 군인인지 정치인인지 헷갈린다. 그래도 해병대 수사단장이면 상당히 주요 보직을 맡았던 사람인데, 본인이 처리한 결과에 대해 논란이 벌어지니까 갑자기 군인 신분으로서 언론에 나가 인터뷰하고 일방적인 주장을 국민들에게 호소함으로써 본인의 정당성을 주장하는데, 이건 전형적으로 정치인들이 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모임 해산하라 했는데 강행한 점”
“경찰 이첩 지시 보류했는데 불복”

같은 당 신원식 의원은 “박 전 대령이 ‘외압’이라고 하는 것은 아주 부정적이고 일방적인 표현이다. 그의 여러 가지 수사 내용이 정상적이지 않아 이종섭 장관이 정상적인 수사 지휘로서 다시 조사하라고, 재검토하라고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를 거부한 채 군복을 입고 1인 시위를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유감스럽다. 삼류 정치인 하듯 정치쇼부터 시작한다는 건 군대 선배로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비난했다.

류 전 총경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박 전 대령 역시 군 내부서 힘을 실어줬다. 지난달 1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강제 구인된 박 전 대령을 배웅하기 위해 모인 해병대 사관 동기‧선후배들은 “30년 가까이 해병대에 몸담은 참군인에게 항명죄를 붙이더니, 강제구인까지 하는 것이 참담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자리엔 변호사, 해병대 사관 동기생 등이 동행했다. 

해병대 사관 81기 동기인 장현우씨는 “잘 싸우라고 응원하고 보내줬는데, 못 들어가게 하더라.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출입증을 받아서 영내로 들어오란 얘기를 하더니 결국 영장을 발부해 끌고 갔다”고 어이없어했다.

또 다른 동기는 “박 전 대령은 수사단장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한 것 아니냐? 정작 구속될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죄 없는 군인이 끌려들어 간 상황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제2, 제3의 채 상병이 나오지 않도록. 제2, 제3의 박정훈이 나올 수 있도록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박 전 대령의 선배라고 밝힌 해병대 A씨는 “30년 가까이 해병대서 몸담은 사람을 저렇게밖에 대우를 못 해주나. 박 전 대령이 항명죄, 모욕죄로 강제 구인까지 된 상황이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마지막
공통점

류 전 총경과 박 전 대령의 공통점은 또 있다. 여러 가지 의견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을 지키기 위해서 내린 선택이라는 것이다.

박 전 대령은 지난 8월18일 “본인의 억울함과 국방부의 수사 외압을 알리고 우리 해병대를 지키기 위해 국민의 공영방송에 출연했다”고 밝혔다. 류 전 총경은 경찰청에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국민이 (경찰에)관심이 없으면 경찰은 망가진다. 경찰이 망가지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런 경찰을 격려하고, 감시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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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