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사망' 공수처 재수사 관전 포인트

이번엔 진짜 몸통 겨누나

[일요시사 취재 1팀] 오혁진 기자 = 공수처가 채상병 사건 수사 재개에 나섰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데 인력이 쏠리면서 4개월여간 올스톱 상태였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조사 이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는 마무리 단계였던 만큼 이젠 윗선이 수사 대상이라는 전망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채상병 사건을 수사한 지 2년이 되어가고 있다. 수사 전문성 논란과 인력난 등 여러 우여곡절이 많았다. 수사 기관 대부분이 12·3 내란 사태 수사에 집중하면서 채 상병 사건은 잊히고 있었다. 공수처는 윤석열 전 대통령도 수사 대상이라고 못 박으면서 의혹으로 남았던 구명 로비 의혹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다시 불길

공수처는 12·3 내란 사태 관련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채상병 사건 수사를 재개하겠다고 밝혀 왔다.

공수처 관계자는 최근 “윤 전 대통령도 피의자 중 1명”이라며 “소환이나 절차는 수사팀서 판단할 것”이라며 윤 전 대통령의 소환 가능성을 열어뒀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채 상병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입건됐다.

지난해 8월 공수처는 윤 전 대통령의 개인 휴대전화 통신내역을 확보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과의 통화 내역을 확인하기도 했다.


먼저 공수처는 지난 23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핸드폰에 대한 포렌식 조사를 진행했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포렌식 참관 계획을 직접 알렸다.

그는 “지난 15일 공수처의 포렌식 담당 수사관으로부터 장기간 중단된 상태였던 제 휴대폰에 대한 포렌식 절차를 진행하고자 하니 참관을 위해 출석해 달라고 요청받았다”며 “다음 주초에 출석해 포렌식 절차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 재개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저는 모든 것을 떠나 공수처가 앞으로는 다른 사건의 수사 등을 핑계로 수사 절차를 지연하지 않기를 바란다. 본인들의 역량 부족이 사건 관계인들이 받아야 하는 불필요한 고통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될 수 없을 정도로 수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 제121조 등은 디지털정보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 시 당사자와 변호인의 참여를 규정하고 있다.

공수처는 그간 군 관계자들, 구명 로비 의혹과 연관된 참고인들을 불러 조사하고 수사 외압 의혹 관련자들의 통신 기록 등을 확보했으나, 이 전 장관과 대통령실 관계자 등 이른바 ‘윗선’까지 수사하진 못했다.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와 해병대 관계자들을 소환조사한 뒤로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 핵심 피의자들 소환에 그친 셈이다.

임성근 재소환 후 이종호 캔다
“임 핸드폰 포렌식 후 이 소환”

이후 대통령실 통신 내역 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후 수사에 가시적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중순부터는 군 관계자들의 참고인 조사를 약 4개월 만에 재개했으나 12·3 내란 사태가 터지면서 수사 인력의 상당수가 빠져나갔다.


당시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에 가시적인 진전이 없는 이유가 인력 부족 때문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영향이 없다고는 절대 말씀을 드릴 수가 없다”면서도 “인력 부족 때문에 사건의 공소시효를 놓치거나 수사가 부실하게 될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공수처가 확보한 자료에는 지난 2023년 7월19일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당시 임 전 사단장의 부당 지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의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증거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 포렌식 절차가 완료되면 임 전 사단장을 정식으로 소환해 조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임 전 사단을 조사한 이후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가 시작될 것”이라며 “핵심은 이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일요시사>가 입수했던 이 전 장관의 통화 내역에는 그가 윤 전 대통령의 최측근들과 연락했던 정황이 확인된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7월부터 8월까지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조태용 국정원장(당시 국가안보실장),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수차례 통화했다.

이 전 장관은 김 전 장관과 8차례에 걸쳐 전화나 문자를 주고받았다. 같은 달 채 상병 사건은 경찰로 이첩했다가 국방부가 되가져온 뒤 국방부 조사본부가 재검토하기로 결정됐다.

계엄에 인력 치중
4개월여 만에 속도

이 전 장관이 김 전 장관과 통화한 뒤 김 전 장관은 같은 달 5일, 이 전 장관에게 문자를 보냈고 이 전 장관은 김 전 장관에게 세 차례 전화를 걸었다. 이들은 이틀 뒤에도 두 차례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장관은 조 원장과는(8월2일 문자 1회·통화 1회),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8월8일 통화 1회),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당시 국가안보실 2차장(8월4일 통화 1회)), 임기훈 당시 국방비서관(7월31∼8월4일 통화 3회) 등과 연락하기도 했다.

항명 혐의를 받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심서 무죄를 선고받은 부분도 공수처에 희망적이다.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박 대령이 항명 혐의로 1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공수처 수사에 어느 정도 압력이 해소됐다고 볼 수 있다. 법률적 리스크와 윗선 수사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박 대령 측은 지난 18일 오전 열린 2심 공판준비기일서 윤 전 대통령을 항소심 재판 증인으로 신청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 대령 측은 “1심서 쟁점으로 정리된 것은 이 사건의 출발이 2023년 7월31일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는지, 그리고 장관 및 사령관 지시의 적법성 판단”이라며 “1심서도 윤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할지 고민했으나 당시 현직 대통령이란 신분을 고려해 사실 조회로 갈음했는데, 결과가 불성실했다”며 “1심 판결서도 관련 쟁점에 대한 설시가 없어 2심서 다룰 쟁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도 대상”

반면 군 검찰은 사실오인과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했다고 밝힌 데 이어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 외에 이 전 장관의 명령에 대한 항명을 공소 사실에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5월16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진행한 뒤 정식 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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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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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