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사건’ 대통령실 직접 개입 의혹

안보·공직기강실 은폐 도왔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오혁진 기자 =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이 개입한 정황까지 드러나 특검 목소리까지 커졌다. 해병대 간부들은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 핵심 관계자 중 일부는 국회서 허위 증언을 하기도 했다.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이들의 은폐 행위를 도운 게 아니냐는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논란이 불거진 지난해 7월부터 해병대 측과 수십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 논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는 이유다. 이종섭 주호주대사(전 국방부 장관)와 대통령실이 연락한 정황도 언급된다. 사실상 용산서 ‘은폐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줬다는 지적이다.

가이드라인
그 실체는?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논란은 임성근 전 사단장에 관한 혐의 적시에 대통령실이 개입했는지와 국방부의 갑작스러운 판단 뒤집기가 핵심이다. 해병대 수사단(전 단장 박정훈 대령)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건 지난해 7월이다.

군검찰이 국방부 지시로 사건기록을 회수해 간 건 약 한 달 후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국가안보실과 해병대는 수십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

이 기간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인물은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과 임기훈 국방대학교 총장(전 국방비서관), 김형래 대령(해병대서 파견),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등이다.


채 상병 사건이 꼬이기 시작한 건 이 대사에 보고된 이후부터다.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라 군은 사망 사건 조사 중 범죄 혐의를 인지하면 즉각 타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 해병대 수사단의 독립성이 인정되는 만큼 판단이 보장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안보실과 해병대 간 연락이 오가면서 수사단의 독립성은 땅에 떨어졌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7월 중순부터 임 총장과 김 대령은 김 사령관에게 연락을 취했다. 채 상병 사건을 수사단이 아닌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수사단의 독립성에 금이 가기 시작한 셈이다.

당시 김 대령은 이와 관련해 의견을 물었으나 박 대령은 “우리도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령은 같은 달 30일 수사 결과 및 이첩 계획에 관한 장관 결재를 받았다. 언론 브리핑은 바로 다음 날이었다.

안보실은 박 대령의 보고서가 결재되자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임 전 사단장 등 장성급들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시돼있었다. 김 대령과 해병대 정책실장은 ‘안보실서 수사 결과 보고서를 보내달라고 한다’고 했다.

박 대령은 수사 중인 사안을 이유로 거절했다. 이후 박 대령은 김 사령관으로부터 ‘언론 브리핑 자료라도 보내 주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고, 해당 자료를 안보실에 전달했다. 김 대령은 해병대 유모 대령으로부터 언론 브리핑 자료를 전달받으면서 “절대 이쪽에 전달했다는 얘기를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가안보실 채상병 사건 자료 확보 안간힘
윗선 의지대로 사건 축소…군검찰은 봐주기


안보실에 자료가 넘어간 후 예정됐던 브리핑은 취소됐다. 취소 직전에는 임 총장과 김 사령관 간 통화가 오갔다. 해당 통화에 관해 윤석열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서 안보실로부터 수사 내용을 보고받고, 국방부 장관을 연결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서 누가 사단장을 하느냐”고 격노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명확한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이 대사는 결재했던 박 대령의 보고서를 번복했다. 수사단에 이첩 보류 지시를 내리면서 외압 논란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박 대령은 이 대사의 이첩 보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지난해 8월2일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다. 임 전 차장은 이날 오후 12시50분과 3시56분, 4시13분 김 사령관과 통화했다. 같은 날 박 대령에 관한 보직해임 조치, 군검찰의 항명죄 입건, 이첩 자료 회수 절차가 하루 만에 이뤄졌다.

대통령실은 경찰에 개입하기도 했다. 경찰서 파견된 경정급 공직기강비서관실 소속 박모 행정관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이모 과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박 행정관은 이 과장에게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경북경찰청에 전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실제 유 관리관은 노모 전 경북청 수사부장에게 채 상병 사건기록 이관과 관련해 협의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개입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직기강비서관실 출신 한 총경급 인사는 “전화한 이유와 의도, 성격 등을 알아야 하지만 자칫 직권남용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며 “채 상병 사건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들여다보면 안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도 “친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민감한 부분이 있다. 박 행정관이 비서관의 지시로 움직였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상한
뒤집기

결국 수사단이 이첩했던 사건은 이 대사 지시로 회수됐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사건을 재검토해 혐의자를 2명으로 줄여 경찰에 재이첩했다. 조사본부는 사고 당시 현장 재연, 안전관리 규정에 의한 시스템 작동 여부 등에 관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가 부족했고, 사건기록만으로 혐의 특정이 어렵다고 봤다.

국방부는 이 대사가 수사 결과 경찰 이첩을 보류시킨 건 사단장 비호가 아니라 초급 간부까지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적용하는 게 적절하냐는 취지였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약 90명의 관계인 진술, 폐쇄회로(CCTV) 분석 등 987쪽 분량을 들여다본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단은 ‘국방부가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라고 했다’는 말을 들은 뒤 임 전 사단장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진술 등 140쪽 분량의 자료를 보강하기도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이 대사로부터 직접 임의제출 받은 핸드폰을 디지털 포렌식 중이다. 공수처에 따르면 이 대사는 이첩 보류 지시 직전인 오전 11시45분 무렵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추정되는 전화를 받았다.


박 대령 측은 이 같은 사전 접촉 정황이 이 전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김 사령관은 지난해 8월1일,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현 육군 제56보병사단장)에게 채 상병 사건 이첩 보류 지시에 관해 ‘상급제대 의견에 대한 관련자 변경 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에 해당’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지난달 1일 박 대령 항명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한 김 사령관은 ‘문자에서 언급한 상급제대가 무엇을 뜻하느냐’는 박 대령 측 물음에 “국방부로 인식했다”고 증언했다.

박 대령 측은 김 사령관에게 ‘안보실이 해병대 수사단의 초기 수사기록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무엇인지’도 물었다. 김 사령관은 박 대령이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기록을 경찰로 이첩 강행하고, 국방부 검찰단이 이를 도로 회수해간 8월2일에도 임 전 차장과 두 차례 통화한 바 있다.

임 전 차장과 김 사령관 통화 직후에는 김화동 해병대 비서실장과 안보실 파견 김 대령이 통화를 하기도 했다. 김 사령관은 “그걸 제가 말할 이유가 없다”고 함구하면서도 “(채 상병 사건에)국민적으로 관심 없었던 곳이 있느냐”고 말했다.

압수물 분석
마치지 못해

이 대사는 현재 귀국한 상태다. 하지만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이달 안에 공수처가 이 대사를 소환조사할 가능성은 작다. 다음 달부터 김 사령관을 포함한 군 간부들을 줄소환한 이후에야 이 대사에 관한 조사가 가능할 전망이다.


앞서 공수처는 최근 언론에 배포한 공지문을 통해 “해당 사건관계인 (이 대사)조사 과정서 출국을 허락한 적이 없으며 법무부에 ‘출국금지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법무부서만 출국금지 해제 결정을 받은 게 아니라 공수처서도 출국 허락을 받고 호주로 부임한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반박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에 재차 “공수처는 조사 기일이 정해지면 (일정을)통보하겠다고 했다는데 이는 사실상 출국을 허락한 것”이라며 “수사는 하지 않고 출국금지만 연장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공수처는 정치적 공방이 불거진 후에도 “수사에 전념하겠다”는 원론적 태도를 유지하며 구체적인 추가 소환 일정 등에 대해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공수처는 지난 1월 해병대 사령부와 국방부 조사본부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압수물 분석을 마치지 못한 상태다. 하급자인 김 사령관과 정종범 전 부사령관, 임 전 사단장 및 국방부 유 관리관과 박 전 보좌관 등 소환조사도 이뤄진 바 없다.

이 대사에 대한 소환 조사는 절차상 실무진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다음에 진행되는 것이 기본이다. 이 대사 귀국 전에 김 사령관과 임 전 사단장, 유 관리관 등에 관한 대면조사를 마무리해야 하는 셈이다.

박진희, 수사단 판단에 입김…이종섭 의지?
“공수처 인력난에 강도 높은 수사 불가능”

인력난을 겪고 있는 공수처가 내달 초까지 이들에 관한 소환조사를 마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사건이 일파만파 커진 상황서 실무진의 수도 부족한 공수처가 수사 속도를 높이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총선이 끝나고 나서야 이 대사를 소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핵심 인물 대부분은 현재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다. 피의자 신분이지만 오히려 꽃길만 걷고 있다. 신범철 전 차관은 박 대령의 상관인 김 사령관에게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따르도록 지시한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된 상태다. 신 전 차관은 해병대 측에 박 대령의 보직 해임을 압박하는 취지로 말하는 등 일부 개입한 의혹도 받았다.

국민의힘은 각종 의혹으로 공수처에 고발됐음에도 신 전 차관을 충남 천안갑 총선 후보로 확정했다. 임 전 차장도 국민의힘 경북 영주·영양·봉화 총선 후보로 공천됐다. 임 전 차장은 해병대 수사단이 사건기록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지난해 8월2일 무렵 김 해병대 사령관과 두 차례 통화하는 등 의사 결정 과정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국방비서관이던 임 총장은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 전 보좌관도 소장으로 진급해 육군 56사단장으로 발령받았다. 임 전 사단장만 한직에 가까운 ‘정책 연수’를 받고 있는데, 이마저도 본인에 의사에 따른 인사 조처였다.

박 전 보좌관을 포함해 일부 인사는 국방부 검찰단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이 대사를 옹호하기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박 전 보좌관은 김 사령관에게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 의뢰, 지휘 책임 관련 인원은 징계로 하는 것도 검토해 달라. 수사권이 없는 우리 군이 자체 조사해서 혐의가 있는 것으로 이첩한다는 것이 잘 이해가 안 된다”고 연락을 취한 바 있다. 이 연락은 국방부 검찰단 조사 이전에 이뤄졌다.

박 전 보좌관은 지난해 8월22일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해 “장관에게 보고되는 문서는 사전에 군사보좌관실로 보고돼 결재의 필요성을 검토하는 게 통상의 절차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사고조사 결과에 대한 보고는 결재받은 전례가 없고 결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며 “현장 통제 간부들까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는 건 과한 것 같다고 장관에게 말했다”고 진술했다.

식구 감싸는
수사 대상들

그는 “정당한 지시를 위법, 부당하다고 하는 (수사단의)판단을 이해할 수 없고 졸속수사와 미흡한 법리판단으로 범죄혐의자를 과도하게 판단한 것을 숨기려 했다. 수사단장의 성급한 판단으로 오랜 기간 경찰 수사를 받게 될 죄 없는 관계자들이 얼마나 억울할지 생각하면 장관의 지시가 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피의자 신분을 옹호하고 보강수사까지 벌인 수사단의 행보를 깎아내린 발언으로 해석된다. <일요시사>는 박 전 보좌관을 포함해 피의자 신분인 핵심 인물들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kcj5121@ilyosisa.co.kr>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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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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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