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점 잡는 공수처 히든카드

중수부 출신으로 ‘파워업’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검찰 출신 인사를 잇달아 영입했다. 대부분 특수통 출신이다. 지금까지 제기된 수사력 논란을 해소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평가다. 공수처는 지난달 검찰에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의 기소를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문제는 앞으로다. 대거 영입에 따른 성과가 과거보다 나아지지 않으면 폐지론이 다시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검찰 출신 인사들이 대거 자리했다. 수사력 논란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높아졌다. 그러나 새로운 인물들이 검찰 출신이기에 차별화가 가능하겠냐는 우려와 검찰을 견제할 수 있겠냐는 지적도 공존한다. 과거 윤석열 대통령에 관한 검찰의 징계 추진 움직임에 반대 의견을 냈던 법조인이 공수처에 몸담게 된 것이 해당 우려에 무게를 더 한다.

적극적 움직임

공수처는 최근 박석일 변호사를 신임 부장검사로 임명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출신인 그는 대형 부패 사건 등 특수수사를 맡았던 ‘특수통’이다. 박 부장검사는 지난달 27일 오후 늦게 임명안이 재가돼 추석·개천절 연휴가 끝나는 지난 4일부터 정식으로 공수처에 출근했다.

박 부장검사는 2005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서 검사 생활을 시작해 2013년 서울남부지검 검사를 끝으로 검찰을 떠났다. 공수처는 검찰 강력통 출신인 김명석 부장검사, 특별수사본부장을 맡은 이대환 부장검사를 포함해 부장검사 전원이 검찰 출신으로 채워지게 됐다.

공수처는 박 부장검사를 현재 공석인 공소부 부장검사나 인권수사정책관에 배치할 가능성이 있다. 수사팀 구성을 재편해 일선 수사부서 부장검사 등으로 박 부장검사를 발령낼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수처는 이번 채용을 통해 평검사 두 명도 충원했다. 이현주(43기) 신임 검사는 법무법인 동신 등을 거쳐 2021년 10월부터 공수처 수사관으로 일했다. 수사관 재직 중 검사로 임명된 세 번째 사례다.

최장우(변호사시험 4회) 신임 검사는 공익법무관을 거쳐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서 형사사건을 주로 담당해왔다. 이로써 공수처 검사 인원은 처·차장을 포함해 24명(부장검사 5명·평검사 17명)이 됐다. 평검사 한 명에 대한 추가 공모 절차를 밟고 있다.

공수처는 검찰 출신 인사를 대거 영입하면서 수사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표적 감사 의혹’과 관련해 감사원과 권익위를 한 달 가까이 압수수색해 지난달 25일 종료했다. 확보한 압수물에 대한 분석도 거의 이뤄져, 조만간 관련자들을 순차적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특수통’ 박석일 부장검사로…전원 검찰 출신
‘수사력 강화’ 성과내기 총력…검 견제 가능?

공수처는 압수수색을 통해 전 전 위원장 의혹을 감사원에 제보한 것으로 지목된 권익위 간부의 컴퓨터 파일을 확보했다. 감사원이 직원 개인 비위가 아닌, 정식 감사 업무 처리 과정서 발생한 사건으로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이례적이다.

공수처는 고발인인 전 전 위원장을 포함해 권익위 소속 직원 등을 수차례 소환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 전 위원장은 지난해 9월 감사원이 권익위를 대상으로 벌인 특별감사가 위원장인 자신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표적 감사라고 반발했다. 감사원은 당시 7주에 걸친 고강도 특별감사를 벌였는데, 감사 대상에는 전 전 위원장의 근태를 비롯해 10여개의 항목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위원장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직무와 아들의 군 특혜 의혹’과 관련된 검찰 수사의 이해충돌에 대해 권익위 유권해석에 부적절하게 개입한 정황이 있다며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석 달 뒤인 지난해 12월 전 전 위원장은 최 원장과 유 사무총장, 감사 제보자로 알려진 권익위 고위 관계자 A씨 등 6명을 직권남용,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부패방지법,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전 전 위원장은 A씨가 권익위 내부 자료를 불법적으로 취득해 감사원에 제공한 의혹이 있다며 직권남용, 증거조작 및 조작감사 등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수처는 감사원과 권익위서 확보한 압수물을 토대로 필요하다면 고발인인 전 전 위원장을 추가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최 원장과 유 사무총장 등에 대한 소환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감사원 압색만 20일
이례적 고강도 압박

공수처의 수사력 논란은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다. 지난 8월 거액의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현직 경찰 간부의 신병확보에 실패했다. ‘고발 사주’ 의혹 사건으로 두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이어 ‘1호 인지수사’마저 법원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김모 경무관 뇌물 수수 사건은 2021년 1월 공수처가 출범한 후 범죄 혐의를 자체 인지한 첫 사건이다. 애초 공수처가 추적해온 혐의는 김 경무관이 강원경찰청에 재직하던 지난해 6월 이상영 대우산업개발 회장에게서 경찰 수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3억원을 약속받고 이 중 1억2000만원을 수수했다는 내용이다.

법원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지만 금품수수 등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상당 부분 인정받아 과거보다 수사력이 나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시 재판부는 “피의자가 A씨로부터 고액의 경제적 이익을 수령한 사실은 인정되고, A씨는 향후 형사사건 등의 분쟁서 피의자로부터 도움받을 것을 기대하고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현 단계로서는 피의자가 수령한 경제적 이익과 다른 공무원의 직무 사항에 관한 알선 사이의 관련성이 명확하지 않고, 피의자가 구체적인 사건서 알선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객관적인 증거도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의 수사력 강화가 검찰 출신들을 잇달아 영입한 것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한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특수통과 부장검사급 인사들을 영입하면서 수사기법 및 노하우를 전수받은 공수처 수사관과 평검사들이 있을 것”이라며 “지휘체계와 수사 전문성이 많이 좋아졌다는 얘기는 내부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공수처 출신 법조인도 “법원으로부터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인정받은 것부터 공수처 입장에서는 한숨을 돌린 것”이라며 “과거에 몸담아 있을 때보다 나아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논란 해소 기대

다만 일각에서는 검찰 출신 인사만 영입하다 보니 공수처의 또 다른 목적인 ‘검찰 견제’는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본래 공수처의 의무 중 하나가 검찰 견제로 이는 설립 취지 중 하나다. 검찰 출신의 연이은 영입이 씁쓸하게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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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가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12월 초 후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 헌법기관이란다.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