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압박’ 공수처 불리한 게임 내막

던지는 족족 깨지다 ‘3개월 데드라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감사원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간의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다. 유병호 사무총장을 포함한 감사원 간부들이 단체로 소환 통보에 불응하고 있는 상태다. 공수처가 체포영장까지 검토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감사원의 시간 끌기에 무기력한 모습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의 임기가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것도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하 공수처)의 임기는 내년 1월20일까지다. 후보추천위가 구성됐지만 임명까지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수장 공백은 수사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공수처가 들여다보고 있는 핵심 사건들도 늘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개월간
정면충돌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과 간부들의 소환 회피가 의도적이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공수처와 감사원의 갈등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관한 ‘표적감사’ 의혹 수사로 시작됐다. 감사원은 유 사무총장의 소환 통보가 “일방적이었다”고 밝힌 반면 김 처장은 “법이 허용한 수단을 사용하겠다”며 강제수사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서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유 사무총장이 지금 4번(출석 통보에) 불응했고 5번째 불렀다는데 이번에도 안 나오면 체포영장 (청구)하실 거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한 것이다.


공수처 특별수사본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최근 유 사무총장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유 사무총장이 지난 한 달 동안 공수처의 4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한 것을 고려하면 5번째 출석 통보다. 유 사무총장뿐 아니라 다른 감사원 사무처 직원들도 공수처의 조사에 대부분 응하지 않았다.

국회 예결위가 열리던 시각, 감사원은 공수처의 수사에 관한 공식 입장을 보도 참고자료 형태로 배포했다. 감사원은 “공수처가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일방에게만 확인하거나 감사원의 업무 관행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서 조사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감사원 권위와 신뢰를 훼손하고 있어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 감사원이 조직적으로 공수처 수사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감사원이 전 전 위원장을 표적감사했다는 의혹에 관해서도 “감사원은 정당하고 적법하게 권익위 감사를 실시했다”고 반박했다.

공수처는 ‘유 사무총장 등이 부당한 근거로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거듭 불응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공수처 관계자는 “(소환 통보에)협의가 없었다는 것은 그분들의 일방적인 주장이고 상식적이지도 않은 얘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환조사 일정은 협의할 수 있지만 수사를 하는 방향과 기법은 수사팀이 결정할 부분이다. 조사 대상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유병호와 간부들 단체로 소환 불응
체포영장 카드 고심 ‘역풍 맞을라’

유 사무총장 측은 다음 달 초 공수처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지만 유 사무총장의 신분 등을 고려해 출석 조사를 진행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다만 유 사무총장과 감사원 사무처 직원들이 거듭 조사를 거부한다면 대면조사 없이 기소하는 방안도 언급된다. 공수처 관계자는 “12월에 조사받겠다는 식으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공수처는 가급적 유 사무총장에 관한 조사를 진행하는 방향으로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전 전 위원장에 대한 의혹의 발원지로 지목된 권익위 고위 관계자와 최 감사원장, 유 사무총장의 공동 무고 혐의 등도 수사 중이다. 이를 최근 감사원을 상대로 한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유 사무총장이 지휘하는 감사원 사무처가 감사위원을 건너뛰고 감사보고서를 위법하게 시행 및 공개한 혐의도 수사 중이다.

유 사무총장은 감사원이 특별감사를 통해 전 전 위원장을 표적감사하는 데 관여한 혐의(직권남용 등) 등으로도 20여차례 공수처에 고발됐다. 공수처는 유 사무총장이 전 전 위원장에 대한 비위 제보 내용이 허위·과장된 점을 알면서도 대대적인 감사를 벌이고 수사를 요청했을 가능성을 의심한다.

현재까지 공수처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입건한 감사원 관계자는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 사무총장을 비롯해 17명이다.

최 원장과 유 사무총장은 현재 공동변호인단을 꾸려 함께 수사에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최 원장은 최근 국회서 열린 전체회의서 두 사람을 포함한 감사원 내 수사 대상 17명이 공동으로 변호인단을 선임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의 물음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유 사무총장이 소환을 불응하는 부분에 원장도 동의하고 같이 가고 있는 것”이라며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꼬집었다. 최 원장은 “변호인단을 통해서 상의한다. (출석을)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협의한다”고 해명했다.

17명 입건
영장 기각

공수처는 10억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감사원 간부에 관한 수사도 진행 중이지만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를 받는 감사원 3급 간부 김모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지위, 피의자와 관련 회사와의 관계, 공사 도급계약의 체결 경위 등에 비춰볼 때 피의자의 직무와 관련해 피의자의 개입으로 공사계약이 체결됐다고 볼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상당수의 공사 부분에 있어 피의자가 개입했음을 인정할 수 있는 직접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현재까지 현출된 증거들에 대해서는 반대 신문권의 보장이 필요하다고 보인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뇌물 액수의 산정에 있어 사실적 내지 법률적 측면서 다툼의 여지가 있고, 특경법 횡령의 점과 관련해서 피의자에게 반박자료 제출을 위한 충분한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봤다.

공수처는 김씨가 지인 명의로 회사를 설립한 뒤 건설사들로부터 공사를 수주하는 방식으로 10억원대 뇌물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김씨는 건설·사회간접자본(SOC)·시설 분야를 주로 감사했다.


이 사건은 감사원이 비위 정황을 포착해 지난해 2021년 10월 공수처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공수처법상 감사원 3급 이상 공무원의 수뢰 혐의는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 범죄에 해당한다.

시간 끌기
성공 임박

공수처는 지난해 2월 감사원을 압수수색해 김씨에 대한 감사 자료를 확보한 데 이어 지난달 27일과 지난 1일 김씨를 두 차례 소환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공수처가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2021년 1월 출범 이후 이번이 네 번째다. 공수처는 2021년 ‘고발 사주’ 의혹 사건으로 손준성 당시 대구고검 인권보호관(현 검사장)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돼 이듬해 5월 불구속 기소했다.

수사 민원 해결을 대가로 수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서울경찰청 소속 김모 경무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도 올해 8월 기각됐다. 출범 이후 네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수사가 감사원 수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감사원 수사 정당성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공수처 자체서 인지한 것이 아닌 사건인데 벌써 흔들리는 것은 수사력 논란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 안팎서도 유 사무총장과 간부들의 소환 불응이 사실상 시간 끌기라고 보고 있다. 내년 1월까지인 김 처장 임기까지 버티면, 친정권 인사가 공수처장에 임명되거나 공수처장 부재 상황으로 버틸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한 감사원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인력난을 겪고 있는 공수처가 수장 부재로 곤두박질치게 되면 수사 속도에도 문제가 생길 거라고 보고 있다”며 “유 사무총장의 전략”이라고 내다봤다.

공수처가 유 사무총장에 관한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등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예정된 결론?
최악의 경우 수장 공백 시 수사력 증발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영장 기각이라는 수모가 여러 차례 있었던 만큼 공수처 입장서 유 사무총장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 앞으로의 수사에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염려 중”이라며 “영장을 치고 싶어도 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통상 피의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2, 3회 이상 소환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청구해 강제구인에 나서는 게 수사 관례다. 김 처장 임기 만료 전에 감사원 수사에 속도를 내지 않는다면 공수처도 정권의 눈치를 보며 직무를 유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특히 김 처장이 임기 만료 전 감사원 수사에 마침표를 찍겠다고 공언한 만큼 데드라인은 오는 12월 말까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법원장 공석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공수처도 처·차장 공백 사태 대비에 나섰다. 공수처는 ‘공수처 검사 인사 규칙 개정안’을 12월9일까지 입법 예고한다. 개정안에는 인사위원회 위원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최장기간 재직한 위원이 위원장의 직무를 대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에는 위원장이 지명하는 위원만 직무 대행이 가능했는데, 그 범위를 넓힌 것이다.

이번 개정은 처·차장 공석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인사위원장인 김 처장 외에도 위원인 여운국 차장의 임기도 내년 1월28일까지다.

초대 처장 임명 당시에는 2020년 10월30일 후보 추천위가 첫 회의를 열고 6차례의 회의를 거쳐 같은 해 12월28일 최종 후보 2명을 결정했다. 이번에도 같은 시간이 소요된다면 신임 공수처장은 김 처장 임기 만료 때까지 임명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수처는 이번 개정안에 검사의 신규 임용 및 연임 관련 절차를 규정하고 연임의 임명 주체를 명확히 하는 내용도 담았다. 현재 남아있는 1기 검사 4명은 2021년 4월13일 임명돼 내년 4월 임기가 만료된다. 공수처법은 공수처 검사의 임기를 3년으로 규정하고 3회까지 연임할 수 있도록 하는데, 세부 절차에 대한 규정은 없었다.

이에 공수처는 임기가 만료되는 검사는 임기 만료 3개월 전까지 연임 희망 여부를 처장에게 문서로 제출하도록 규정을 신설했다.

수사 동력
상실 우려

개정안대로라면 1기 검사들은 김 처장의 임기 만료 전까지 연임 여부를 문서로 제출해야 한다. 처장은 연임을 희망하는 검사의 연임 적격에 관한 심의·의결을 인사위에 요청하게 된다. 공수처 관계자는 “(처·차장 자리가 공석이 되면)인사위 구성원이 7명서 5명으로 줄어들어 검사들의 연임 권리가 침해당할 우려가 있다”고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처장 자리가 공석이 될 경우 처장의 결재를 받아야 하는 중요 사건 수사의 처분 결정이나 보고가 막히게 돼 수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수처 관계자는 “후임 처장 후보를 뽑기 위한 절차가 원만하고 신속하게 진행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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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VS 헌재 30년 충돌 속사정

대법 VS 헌재 30년 충돌 속사정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연이은 거부권 행사에 맞서 야당이 거부권 행사 제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헌법 사안을 법률안으로 발의하자 법무부와 법제처는 ‘위헌’이라고 반대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권한 배분이 헌법이 아닌 법률에 규정된 이후 30년째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와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지난 9월7일 대통령 재의요구권(법률안거부권, 이하 ‘거부권’) 관련 법안 ‘대통령의 재의요구 권한 행사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공동발의했다. 법안에는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법안 등에 대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해충돌 법안서 설명하는 이해충돌은 ▲공직자의 직무상 이해충돌 방지 의무 관련 사안 ▲본인·배우자·4촌 이내 혈족과 인척의 범죄 혐의 관련 사안 ▲그 외 중대한 이해충돌 가능성이 인정되는 사안이다. 아울러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 자제’를 요구하면서 ▲명백한 헌법 위반 ▲중대한 재정적 부담 ▲집행 불가능이 명백한 법률안 ▲그 외 명백하게 중대한 공익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법률안이라는 거부권 행사 기준을 설정하고, 소명 의무를 부여했다. 정부는 같은 달 30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진행된 국무회의서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약 2년4개월여 동안 총 24회에 걸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승만정부가 총 45회의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장면 내각 8회 ▲박정희정부 5회 ▲노태우정부 6회 ▲참여정부(고건 권한대행 포함) 6회 ▲이명박정부 1회 ▲박근혜정부 2회 등 옛 정부들이 10회 이내의 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 문민정부·국민의정부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한국민주당과 정치적으로 결별했고, 제헌의회부터 제3대 의회까지는 무소속 의원이 많았기 때문에 거부권 행사가 잦았다. 자유당이 원내 다수당이 된 시점은 제3대 의회였다. 윤 대통령도 취임 이후 줄곧 여소야대 정국을 직면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줄곧 여소야대 정국을 직면했지만, 거부권은 행사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연이은 거부권 행사에 대해 야당은 특별법 발의로 맞서고 있다. 야, 대통령 거부권 제한 발의 정부 “위헌”…그 이유는? 현행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따라서 대통령이 본인·배우자·친인척·측근의 범죄 혐의와 관련된 사안에 거부권을 사용하는 것은 법안의 지적대로 이해충돌 가능성이 크다. 측근 관련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최도술·이광재·양길승 특검법에 대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례가 있었다. 국회 운영위의 검토보고서에도 “공직자는 직무관련자가 사적 이해관계자임을 안 경우 신고·회피 신청을 해야 한다”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5조 규정을 언급했다. 법률 형식으로 거부권 행사를 제한시키려는 발상에 대해서는 일각의 우려도 있다. 법무부와 법제처는 이미 국회 운영위에 “헌법에는 거부권 행사에 대한 제한 규정이 없고,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을 법률로 침해하기 때문에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국회 운영위의 검토보고서에도 “헌법 사안이므로 개헌 시 논의하는 게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담겨있다.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은 헌법 제53조에 규정돼있지만 ‘구체적인 내용과 절차는 법률에 위임할 수 있다’는 위임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헌법상 내용과 절차를 법률에 위임한 사안은 ▲사면권 ▲계엄 선포 ▲대법원장·대법관·헌법재판관의 연임 규정 등이 있다. 위임 규정이 없는데도 법률로써 헌법 사안을 제한하려고 한다면, 위헌 시비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2015년 6월 “시행령이 법률 제정의 취지에 맞지 않으면, 국회가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국회법 개정안 통과에 참여했기 때문에, 특별법으로 헌법 사안을 제한하려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은 모순일 수도 있다. 헌법에 규정해야 할 사안을 법률로 제정해 기관의 큰 충돌을 초래한 사례는 대법원·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재판소원 관련 충돌이 있다. 사법부 최고기관의 위상을 두고 갈등 중인 두 기관은 한정위헌·재판소원을 놓고 1997년 이후 총 3회에 걸쳐 직접 충돌했다. 특별법으로 헌법 사안 제한? 제정 추진 모순 지적도 제기 헌재는 1987년 9차 개헌 이후 설치됐고, 헌법소원 제도도 그때부터 운용됐다. 이시윤 전 헌법재판관의 2017년 7월26일 <법률저널> 기고 칼럼에 따르면, 9차 개헌 이후 대법원은 “법원의 재판도 헌법소원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당황했다고 한다. 이 경우 헌재가 사법부 최고기관이 된다. 대법원은 헌법이 아닌 헌법재판소법을 통해 ‘헌법소원서 재판 배제’를 관철했다고 한다. 하지만 헌재는 1997년 12월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도 내에서는 재판을 취소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이후 대법원과 헌재는 “A를 B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한정위헌 결정의 인정 여부와 재판소원을 놓고 갈등을 이어갔다. 한정위헌은 헌재의 위헌결정 효력을 규정한 헌법재판소법 제47조에 명시되지 않은 재판 형식이고, ‘법령 해석·적용 기준’을 마련하는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형식이다. 대법원은 1996년 4월 “한정위헌은 헌재의 의견 표명에 불과하므로 대법원을 기속하지 않는다”면서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을 무시한 판결을 제시했다. 그러자 헌재가 한정위헌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대법원 판결을 취소하는 사태가 1997년 1회·2022년 2회 등 총 3회에 걸쳐 발생했다. 이 갈등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 농단 의혹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사안도 헌재와의 다툼이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재판소원 허용’을 공개적으로 국회에 요구했던 박한철 당시 헌법재판소장 비난 기사를 대필해 특정 법률 전문지에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는 개헌 당시 두 기관의 갈등을 예상치 못한 채 헌법에 명확한 권한 배분을 담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사태라고 볼 수 있다. 당사자가 뒤늦게 갈등의 씨앗을 깨닫고 차선책으로 법률에 담았지만, 갈등을 봉쇄하지는 못했다. 헌법과 법률은 무게감부터 다르다. 헌법개정안은 재적 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가결되지만, 법률은 재적 과반수 출석·출석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된다. 따라서 법률 위임 규정이 없는 헌법 사안을 법률로 제한하려고 하는 것에 대한 위헌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효력 갈등 <일요시사>는 법안을 대표발의한 김 의원 측과 황 의원 측에 ▲위헌 가능성 ▲한정위헌·재판소원 관련 대법원·헌재의 갈등에 대해 문의했다. 두 의원은 지난 9월30일부터 ‘김건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는 천막농성에 참여하고 있다. 김 의원 측과는 연락이 닿았으나 답변하지 않았고, 황 의원 측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