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상병 특검팀이 종료됐다. 지난달 28일 수사 기한을 끝으로 공소 유지에 들어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포함해 10명이 넘는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진상규명 핵심으로 꼽히던 임성근 전 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은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내란·김건희 등 3대 특검 중에서 가장 성과가 미진했다는 평가다.
채상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은 150일의 수사 기간을 모두 채웠다.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사건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인계됐다. 특검팀은 베일에 싸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어떻게 수사를 피할 수 있었는지와 김건희씨가 연루됐는지 여부는 밝혀내지 못했다.
무더기 기소
특검팀이 피의자들을 재판에 넘기기 시작한 건 지난달 10일부터다. 2023년 7월 사건 발생 이후 2년4개월여 만이다. 임 전 사단장은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군형법상 명령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와 함께 박상현 당시 제2신속기동부대장(전 해병대 7여단장)과 당시 포병여단 소속이었던 최진규 전 포11대대장, 이용민 전 포7대대장, 장모 포7대대 본부중대장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11일 후에는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해 핵심 피의자 12명을 한꺼번에 불구속 기소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용서류무효 등 혐의가 적용됐다. 다른 피의자들은 직권남용 및 공무상비밀누설, 직권남용감금, 모해위증,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허위공문서 작성·허위 작성 공문서 행사, 공전자기록 위작·위작 공전자기록 등 행사 혐의를 받는다.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실 수석 비서관 회의 때 임 전 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 피의자로 특정한 초동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한 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 결과를 바꾸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이 전 장관은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을 통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해병대 수사단의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그러나 박 대령이 상부 지시를 따르지 않자 박 대령을 보직해임하고 항명 혐의로 입건하도록 지시했다.
이 전 장관은 ‘런종섭 논란’의 주인공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박진·조태열 당시 외교부 장관과 김홍균 전 외교1차관 ▲박성재 당시 법무부 장관과 이노공 전 법무차관, 심우정 전 검찰총장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적격 판정’을 내렸던 박행열 전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장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등이 특검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150일 수사···윤 포함 20여명 재판 넘겨
‘VIP 격노’ 밝혀낸 성과 사실관계 확인
결국 윤 전 대통령은 범인도피·직권남용·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조태용 전 국정원장, 장호진 전 외교부 1차관,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 박 전 장관, 심 전 총장도 함께 기소됐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11월19일 이 전 장관을 호주로 도피시키기 위해 대사 임명을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시기는 언론 보도를 통해 수사 외압 의혹이 증폭되고 야당을 중심으로 특검 요구가 본격화되던 때였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31일 ‘VIP 격노’ 전화를 받은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 외압 의혹 사건 수사가 진전되면 자신도 수사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해 이를 차단하기 위해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을 관련 부처에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가안보실, 외교부, 법무부는 차례로 이 전 장관에 대한 대사 임명 및 출국 조력에 가담했다. 조 전 실장과 장 전 차관은 2023년 11~12월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외교부를 대상으로 호주대사를 교체할 것을 지시·독촉했다.
조 전 실장과 장 전 차관은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이 도드라지지 않도록 모로코 등 다른 국가의 대사 임명도 함께 진행했다.
이 전 비서관은 인사검증 보고서를 이 전 장관에게 유리하게 변경하는 등 호주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출국금지 여부 및 자기검증 질문서 허위 기재 사실 등을 확인하지 않은 채 ‘인사검증 통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법무부는 이 전 장관이 출국금지 해제 요건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그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하기로 사전에 결론 내린 후 수사 외압 의혹 핵심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을 해외로 도피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김장환 목사 입원 중…재판 출석 불투명
스토리 정리됐는데 ‘물증’ 부족 여전
특검팀은 외교부·법무부·대통령기록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 호주대사 임명 및 출국금지 해제에 관여한 대통령실·외교부·법무부 관계자 등 조사를 통해 이들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특검팀 출범 전까지 채상병 사건을 수사하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고의로 수사를 지연했다는 의혹은 남아있다. 특검팀은 당시 부장검사로 근무하며 공수처장과 차장 직무대행직을 수행한 김선규 전 수사1부장과 송창진 전 수사2부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김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4월 총선 전 채상병 사건의 관련자 조사를 막으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고, 송 전 부장검사는 윤 전 대통령 휴대전화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방해했다는 의혹 등을 받는다.
특검팀은 이와 관련해 오동운 공수처장과 이재승 차장, 박석일 전 부장검사 등 3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오 처장과 이 차장은 지난해 8월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의 위증 혐의 고발 사건을 접수하고 11개월간 사건을 대검찰청에 통보·이첩하지 않고 수사도 하지 않아 방치한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소속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관련 자료와 함께 이를 대검에 통보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공수처는 “공수처장에게 공수처 검사의 범죄와 관련해 대검에 통보 의무가 생기는 경우란 단순히 공수처 검사에 대한 고소·고발이 접수된 때가 아니”라며 “수사를 통해 일정한 수준의 혐의가 인정될 때”라고 주장했다.
공수처는 최근 언론 공지를 통해 “과연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무리하고 억지스러운 기소를 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공수처 처장과 차장은 향후 진행될 공판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며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 국민 앞에 당당히 서겠다”고 했다.
규명 실패
채상병 사건 혐의자 중 임 전 사단장이 제외되는 과정에 김씨가 개입했다는 ‘구명 로비 의혹’은 아직까지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김씨의 계좌 관리인으로 지목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을 수사선상에서 제외하기 위해 김씨에게 구명을 부탁했고, 김씨가 이를 윤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게 핵심이지만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개신교계 구명 로비 의혹’을 받는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와 한기붕 전 극동방송 사장은 공판 전 증인신문을 앞두고 있지만 출석 여부는 불투명하다. 김 목사는 지난달 16일 서울 소재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수술을 받고 현재 중환자실에 입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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