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사망사건’ 말바꾼 피의자들

이랬다 저랬다 엇갈린 말말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망사건 관계인들이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다. 누가 지시했는지 누구의 책임이 더 큰지 ‘폭탄 돌리기’를 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 경북경찰청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는 점차 핵심 피의자를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피의자들이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채 상병 수사외압 사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수처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핵심 피의자들의 진술과 말은 엇갈리고 있다. 경북경찰청서 수사 중인 채 상병 사망사건 당시 책임자들도 상반된 진술을 계속 내놓으며 공수처와 경찰의 수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폭탄 돌리기

공수처는 지난달 26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소환해 조사했다. 공수처는 당시 지난해 8월2일 국방부가 경찰로 넘어간 채 상병 사건 기록을 회수하는 과정서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통화한 이유를 중점적으로 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 관리관이 사건 기록 회수를 누구에게 지시받았는지 여부는 현재 수사외압 사건의 최대 관심사다. 지난해 국회서 유 관리관이 사건 기록 회수는 “국방부 검찰단서 지시한 사항이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수사를 지시해 증거 서류로 사건 기록을 가져왔다”며 자신이 사건 기록 회수를 지시한 적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앞선 국방부 검찰단 등에 대한 압수물 분석을 통해 사건 회수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 경찰 쪽에 전화해 사건 회수를 미리 조율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행정관 A씨의 상관이 이 비서관이 유 관리관과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압수물 분석을 마치고 공수처는 유 관리관을 불러 지난해 8월2일 이 비서관과 통화한 내용을 물었다. 유 관리관은 이 비서관과 통화한 적은 있다면서도 “무슨 내용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해병대 사건 관련 내용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그 사람한테 물어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관리관이 대통령실의 지시를 받고 사건 기록 회수했다는 의혹이 커진 상황서 “수사기관에 협조하겠다”는 말과 달리 사실 확인과 책임을 이 비서관에게로 미룬 셈이다.

공수처는 지난 26일, 14시간의 조사를 진행했지만 유 관리관이 답변을 회피하고 있으며 수사기록이 방대하다는 이유로 지난 29일 사흘 만에 다시 불러 12시간 동안 다시 조사를 진행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사건 기록 회수 지시가 국방부서 나왔는지 아니면 대통령실로부터 나왔는지 여부는 수사외압 사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유 관리관과 이 비서관이 어떤 통화를 했는지에 따라 수사 범위가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 관리관의 진술은 지난해 군 검찰단 조사에서도 다른 피의자와 진술과 달랐다. 

국방부와 대통령실 책임 회피
“수사에서 제일 중요한 국면”

정종범 해병대 부사령관이 지난해 7월31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적은 메모에는 ‘누구누구 수사 언급하면 안됨’이라고 적혀 있다. 이를 두고 정 부사령관은 지난해 8월4일 군검찰에 출석해 “장관님이 크게 4가지를 말씀하셨다”면서 “‘누구누구 수사 언급하면 안 된다’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지난해 9월8일 스스로 군검찰에 출석해 진술을 뒤집었다. ‘누구누구 수사 언급’이라는 말은 유 관리관이 했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유 관리관은 정 부사령관과 정반대로 진술했다. 그는 지난해 8월29일 군검찰에 출석해 “정 부사령관이 장관에게 ‘누구누구 수사 언급하면 안 된다’는 지시를 받았다는데 관련 조언을 한 적 있냐”는 질의에 “지시하거나 법적 조언한 게 없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발언은 채 상병 사건 수사를 맡았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특정하지 말라고 지시한 윗선을 가리는 데 있어 중요한 점으로 꼽힌다. 박 전 수사단장의 항명 혐의를 재판 중인 군사법원도 이달 17일 열릴 4차 공판기일에 유 관리관과 정 부사령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 전 수사단장 측은 오는 4차 공판서 정 부사령관을 상대로 지난해 7월31일에 있었던 회의 내용을 물을 것으로 보인다. 유 법무관리관을 상대로는 해병대 수사단에 혐의자 및 혐의 내용을 제외하라고 한 이유가 무엇인지, 이 과정서 이 전 장관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기록을 재검토한 국방부 조사본부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의견을 개진했는지 등을 물을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유 관리관의 진술이 다른 핵심 피의자들과 계속해서 엇갈리게 될 경우, 공수처가 유 관리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서초동 변호사는 “그간 공수처는 피의자가 혐의를 계속해서 부인할 경우 구속영장을 청구해 왔다”며 “특히나 채 상병 사건은 연루된 관계자들이 많아 적은 인력으로 수사를 원활하게 하려면 구속 수사가 필요해 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수처는 아직 구속영장 청구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

공수처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보면 그렇게 예상할 수 있지만 현 시점서 영장을 검토하거나 하는 건 없다”며 “사건 관계인이 많고 다 연결돼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한 전체적인 조사와 본인의 진술을 보면서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중 수색 지시 여부도 엇갈려
임성근 자필 서명 문건도 나와

채 상병 사건의 책임자로 꼽히는 피의자들도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다. 특히나 포병7대대장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서로 ‘폭탄’을 돌리고 있는 모양새다. 임 전 사단장은 사건 발생 초기부터 “자신은 권한도 없었고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채 상병이 실종되기 이틀 전인 지난해 7월17일 오전 10시에 실종자 수색 작전통제권은 육군 2작전사령부로 넘어갔다. 임 전 사단장이 자신이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는 주된 이유다. 

하지만 최근 경찰 수사 과정서 임 전 사단장이 구체적인 지시를 한 정황이 나타나고 있다.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지난달 22일 해병대 제1사단 7포병 대대장인 이모 중령을 소환 조사했다. 이 중령은 경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채 상병 순직 사건 발생 하루 전날인 지난해 7월18일 오후 3시께 7여단장(작전 과장)에게 전화 통화로 “호우로 인한 수색 종료”를 건의했다.

하지만 그는 변호인을 통해 “마침 예천 현장에 방문한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을 수행 중이던 7여단장이 대화로 임 사단장에게 종료 명령을 건의했으나 임 사단장이 ‘오늘은 그냥 지속해야 한다’고 지속 명령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 중령은 작전통제 전환에도 7여단장이 육군 50사단장이 아닌 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 지속 명령’을 묻거나 호우 상황을 알리며 보고체계를 유지하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녹취록서 7여단장은 이 중령에게 현장 상황을 설명하며 “정식으로 ‘철수 지시’는 좀 상황이 애매하다. 사단장님께 몇 번 건의를 드렸는데…첫날부터 알잖아”라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의 자필 서명이 담긴 문건도 나왔다.

경찰 수사 결과 해당 문건이 예하 부대에 배포된 시각은 같은 달 17일 오후 9시55분으로 작전통제권이 2작전 사령부로 넘어간 지 약 12시간 뒤였다고 한다. 즉, 임 전 사단장은 수색작전을 지시할 권한이 없는 상황임에도 해병 제2신속기동부대의 실종자 수색을 명령했고, 채 상병이 소속된 포병여단에는 복구 작전 시행을 명령한 것이다.

누굴 위해?


법조계에서는 핵심 피의자들의 엇갈리는 진술은 이들에게 ‘자충수’라고 보고 있다. 결국 사건의 수중 작전을 지시한 책임자는 누구며 누굴 보호하기 위해 수사외압을 행사하려 했는지의 여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채 상병 사건은 누가 수중 수색을 지시했는지, 누가 수사 기록 변경 지시를 했는지에 달려 있다”며 “지시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위법적인 일이 만행된 것인 만큼 후폭풍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 사건 관계인들의 말이 다른 것은 해당 진술 사이사이 거짓말이 껴있기 때문”이라며 “해당 거짓말이 자신을 옥죄는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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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자 구도에선 낙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서 홀로 싸워야 할 오 시장에겐 부동산 대책과 한강버스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오 시장의 5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냇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주자들은 ▲박주민 의원(12%) ▲김민석 총리(9%)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2%)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11%)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한 응답자도 14%로 확인된 만큼 선거 결과를 벌써 장담하긴 이르다.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도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도 23.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들은 ▲나 의원(11.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5%)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6.1%)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4.8%)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박 의원은 12.8%의 지지를 얻어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12.6%를 얻으며 오 시장 턱밑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총리(9.8%) ▲민주당 서영교 의원(6.6%) ▲강 실장(4.3%) ▲박 의원(1.6%)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자구도가 되면, 오차 범위 내 혼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이 강 실장·조 비대위원장과 대결하면 각각 1.7%·1.5% 차이로 앞설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김 총리를 상대할 땐 3.6% 차이로 질 수도 있단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여당 프리미엄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당내 일각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함으로써 여전히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지부진’ 국힘, 방해꾼 안 되면 다행 오 신통기획 방해할 10·15 부동산 대책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정감사에서 주목받는 구도는 민주당과 사법부의 알력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희화화한 사진을 제시하는 등 튀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선거에서 당의 지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해 오 시장에게 도전하면, 오 시장으로선 당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결국 혼자 싸워야 한다. 이미 오 시장은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서울 소재의 모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하는 명분은 ‘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사업성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 혼재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부의 새 대책은 주택 매매 물량 감소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높아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빚는다. 민주당으로선 가계 부채 문제를 부동산 대책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거래세까지 올렸다. 이번 대책엔 ▲주택담보대출 시가별 차등화 ▲주택담보대출 한정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조치까지 포함돼 수요·공급을 모두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엔 주택 자체가 고급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이 유지하는 신속통합기획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이를 방해해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 반대로 정치적 호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 어디로? 그런데 오 시장에겐 특유의 집착이 있다. 오 시장은 “한강에 대중교통 역할을 할 배를 띄운다”는 취지의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정 1기 시절부터 한강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사업 추진 당시에도 ▲적자 가능성 ▲폭염·혹한·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대책 ▲환경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강버스가 사업 추진 후 약 1년9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개통한 이유는 ▲투자 심사 회피를 위한 사업 쪼개기 ▲사업비 증가 ▲배차 간격 조정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개통 첫날 탑승객은 4361명이었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로는 서울 특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찌감치 제기됐던 문제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개통 전날 시승식 행사도 악천후로 취소됐다. 불과 개통 3일째 되는 날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또 고장으로 인해 승객이 뚝섬에서 승객 모두가 하차했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승객을 태우지 않는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또 한강버스는 “오 시장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부분은 환승 저항(Transfer Resistance)이다. 교통수단 환승 시 느끼는 육체적·심리적·시간적 손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요 시간 증가 ▲물리적 피로 ▲정보 부담 ▲일부 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고통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을 갈아탈 수 있고, 다수의 쇼핑몰·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예를 거론할 수 있다. 해당 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만여명으로 집계됐고, 2호선 출입구와 4·5호선이 매우 멀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상당수의 시민은 차라리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쪽을 택해 환승을 피하려고 한다. 오 시장의 구상대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환승을 2회나 더 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환승 저항 때문에라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22일 “환승 할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환승 제도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 제도로 인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의 일부만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시는 손실액을 100% 보전하지 않아서 환승객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조합은 2004년 이후 손실액은 매년 1000억원이고,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 이상 누적됐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물 집착 올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회사에 지급한 손실 보조금은 412억원이다. 2022년에 495억원을 지원한 이후 2년 연속 줄이다가 올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노선을 조사한 결과, 배차 간격 등을 지키지 않는 임의 운영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회계 서류 부실·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도 다수 적발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2일 ▲재정 지원 기준액 인상 ▲내년도 기준 수립 시 업계 의견 적극 반영 ▲보조금 추가 지원 ▲배차 간격 개선 ▲회계 투명성 상승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환승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은 1000억원대 손실 전액 보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강 집착’은 지난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주식회사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며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한강버스가 은행서 500억원을 빌릴 당시 은행에 제출한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 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공사는 한강버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선박·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시범 운항 TF 운영 당시 발전기 방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정식 운항 때도 고장 났다”며 “시는 민간사업자 추진 사항이라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다음 날 “한강버스에 투입된 자금 중 약 69%는 서울시가 조달했고, 민간 투자 금액은 2.8%에 불과하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졸속 추진된 한강버스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이돈 별명 붙었는데 ‘한강버스’ 집착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 “오세훈 수사” 촉구 반면 오 시장은 “한강버스 운항 후 2~3년이 지나면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며 “운항 수입은 극히 일부고,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겐 ‘오세이돈’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강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고, 폭우 관련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실제로 그는 시정 1~2기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수상택시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노들섬 한강예술섬 계획 ▲뚝섬 레포츠 시설 사업 ▲당인리발전소 수변 개발 계획 등을 진행했다. 3~4기엔 ▲한강 대관람차 건설 계획 ▲서울아레나 수변 개발 계획 ▲한강버스 사업 등을 기획했다. 그런데 시정의 기본인 수해 방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 재임 중인 2011년과 2022년엔 폭우로 서울시 일부가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배수로만으로는 폭우·폭설에 대처할 수 없는데도, 오 시장이 수해 방지 예산을 매년 줄였다”고 비판했다.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은 641억원이었다가 매년 줄었고, 2010년엔 66억원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지하 하수도 용량 확대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2021년도 수방 치수 예산은 5189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4202억원이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삭감에 가담했고, 오 시장은 재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292억원을 긴급 증액했다. 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세빛섬에서도 물과 관련된 물의를 빚었다. 세빛섬은 와이어로만 묶여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난 2011년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한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엔 부채가 1195억원이라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오세이돈’ 별명에 이어 “오 시장의 사주를 풀어보면, 물은 많은데 나무가 없어서 물난리가 난다”는 조롱도 듣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듣고 있다. 조롱 섞인 별명에도 굴하지 않고, 오 시장은 한강에 대한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버스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까지 약 7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수사 기한을 다음달 28일로 연장하면서 특검보 2명 등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작되는 명 공세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명태균 게이트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 시장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됐다가 멈췄다”면서 김건희 특검에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따라서 수사 기간 연장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공격을 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우외환 속에서 오 시장은 홀로 싸워야 한다. 그의 5선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