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산업개발 뇌물 의혹’ 공수처 진땀 흘리는 내막

“검사가 직접 프린트” 수사할 사람이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설립된 지 2년이 넘었다. 출범 이후 기대와는 다르게 무기력한 모습만 보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검찰로부터 사건을 가져와 재판에 넘겨도 재판부로부터 뭇매를 맞을 정도로 수사 전문성에도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최근 ‘대우산업개발 뇌물’ 사건 인지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이미 검사와 수사관들의 사기는 땅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검사가 직접 프린트를 해야 할 정도로 인력난이 극심하다. 미래가 보장되지 않고 매력적인 기관이 아니라는 게 외부의 시선이다. 답답하다.” 지난 5일 <일요시사>와 접촉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신 관계자가 한숨을 쉬며 한 말이다. 사실상 윤석열정부로부터 외면받은 이후 정치권의 관심도 꺼졌다. 첫 자체 수사에 착수했으나 고질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수처 안팎서 나온다.

첩보 입수 후
강제수사 전환

공수처가 ‘대우산업개발 뇌물’ 사건을 인지한 것은 올해 초다. 경찰 간부가 약 2억원의 뇌물을 수수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상한 자금흐름까지 포착했다.

지난달 13일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송창진)는 김모 서울경찰청 경무관에게 뇌물을 공여한 의혹을 받는 이상영 대우산업개발 회장이 지인 A씨에게 2억원가량을 송금해 현금화한 정황을 확인했다. 이 회장이 ‘삼촌’으로 부르는 A씨는 2억원을 전액 5만원권으로 인출해 이 회장에게 다시 건넸다.

공수처는 이 돈이 김 경무관이 받기로 했던 3억원의 일부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회장은 가족의 부동산 매매 대금일 뿐 자금세탁과 무관하고 현재도 금고에 보관 중이라며 의혹을 부인 중이다.


공수처는 분식회계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이 회장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계장과 친분이 있는 김 경무관을 통해 수사무마를 청탁했다는 혐의도 수사하고 있다.

김 경무관은 지난해 하반기 서울경찰청에 보임하기 전 강원경찰청에 재직하며 금품을 수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청탁 대가로 3억여원을 약속하고 실제 1억여원을 김 경무관에게 건넨 혐의를 받는다. 추후 자금 거래 추적 결과에 따라 수뢰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통화 분석을 통해 이 회장이 분식회계에 대한 경찰 수사정보를 인지한 정황을 확보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공수처는 수사 과정서 이 회장의 변호인 B 변호사가 수사를 방해한 정황을 포착하고 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 징계 개시를 신청했다.

자신이 사건관계인의 변호인으로 선임됐다면서 조사 전날 일정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이 그 이유다. 공수처는 B 변호사가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이 회장과 사건관계인을 동시에 변론하는 행위 등이 위법하다고 봤다.

이외에도 공수처는 대우산업개발을 법률 자문하는 법무법인의 변호사들이 변호인 선임서를 제출하지 않은 채 대우산업개발 압수수색 절차에 참여했다면서 이들에 대한 징계 개시도 변협에 신청했다. 또 지난달 21일과 22일, 이달 3일 서울경찰청, 대우산업개발 사무실, 관련자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첫 인지수사…성과 내기 안간힘
“인력난 해소 안 돼” 수사 골머리

공수처가 최근 확보한 대우산업개발 이 회장과 한재준 대표의 통화 녹취록엔 수사정보가 유출된 듯한 대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이 회장이 지난해 8월 한 대표와의 통화에서 “방금 경찰 전화를 받았다”며 경찰 측으로부터 수사정보를 들은 듯한 발언이 담긴 녹취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들은 수사에 반발 중이다. 김 경무관은 이 회장과 마찬가지로 혐의를 부인하면서 억울함을 토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 측은 “김 경무관에게 전달했다는 1억여원은 김 경무관이 아니라 이번 사건과 무관한 후배 사업가와 채무관계를 정리한 것이고, 입증이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경찰청은 지난 2월, 김 경무관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이번 사건은 공수처의 첫 인지 범죄 사건이다. 지난 2월 검찰 출신 ‘특별수사통’ 송창진(사법연수원 33기) 부장검사를 새로 임명한 뒤 수사3부는 공수처의 주력 수사부서로 거듭났다.

이번 수사 결과가 성공적이라고 평가받으면 사실상 ‘존재 이유’는 증명한 셈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공수처 내부에선 ‘인력난’이라는 고질적 문제부터 해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꺼지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와 만난 공수처 전·현직 관계자들은 산적한 업무량 때문에 휴직계를 마음대로 내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대변인실 직원이 행정업무 부서에 발령될 만큼 기본적 사무 업무를 처리할 인력이 타 기관보다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전직 공수처 관계자는 “휴직했던 직원이 출산 직전까지 근무하다가 바로 복귀했다. 사람 1명이 없으면 여러 명이 배로 일을 해야 한다. 대변인실 관계자가 행정업무 부서로 가는 등 어쩔 수 없는 인력난으로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인력 문제는 김진욱 공수처장도 직시하고 있다. 지난해 출범 기념 기자간담회서 김 처장은 “인력난이 제일 큰 문제”라고 밝혔다. 공수처 정원은 85명이다. 검사 25명, 수사관 40명, 행정직원 20명으로 구성된다. 2023년 3월 기준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은 각각 23명, 38명으로 정원 미달이다.

특수통 영입
주력 부서로

행정직원도 미달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전체 정원이 채워진 바 없다.

한 공수처 검사 출신 관계자는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 사정기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거나 수사 의뢰가 온 사건만 수사한다. 인지수사 자체가 어려운 환경이고 수사 과정상 여건이 되지 않으면 검찰에 다시 넘기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서 법 자체가 개정돼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이후부터 정치권마저 공수처에 큰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수사 전문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비서·감사·예산·인사·급여·계약·지출·결산·기록관리 등 공수처 운영의 기반이 되는 행정직원들의 환경이 바뀌는 게 급선무다. 현재 공수처는 분야당 1명의 직원으로 구성돼있다.

조직 운영 업무도 밀리고 있는 형국이라 중앙·지자체·공공기관서 정원 외 파견 직원을 받고 있다. 검찰과 경찰로부터 지원받는 수사 담당 인력과는 별개다. 파견된 행정직원들은 통상 6개월~1년 단위로 근무한다. 원소속 기관과 지자체 사정에 따라 파견 기간이 다르지만 업무에 익숙해질 때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기 때문에 인수인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고질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와중에 정치권과 법조계로부터 ‘종이호랑이’라는 비판과 함께 “존재 이유가 무의미하다”는 지적은 검사와 수사관들의 사기를 떨어뜨렸다. 공수처는 ‘메리트’ 없는 기관으로 낙인찍혔고 ‘가고 싶지 않은 기관’으로 불리게 됐다.

문서 출력할
인원도 없다?

한국정책능력진흥원은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4개월간 정책연구용역을 수행한 뒤 <공수처 조직역량 강화 방안 마련 정책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공수처는 중앙행정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정도로 인력이 부족하다.

공수처 정원은 85명서 170명으로 2배가량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검사(공수처장·차장 포함)는 부장검사 5명·부부장검사 7명·검사 26명 등 총 40명이 필요하고, 수사관은 검사 인력의 두 배인 80명, 행정직원은 50명이 적정 인력이라고 분석했다.

공수처 인력이 늘어나려면 국회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수사관을 40명서 80명, 행정직원을 20명서 50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았다. 같은 당 기동민 의원안은 검사를 25명서 40명으로 늘리는 방안이다.

그러나 공수처 설립을 주도한 민주당 의원들은 해당 법안에 관심이 없다. 민주당 일각에선 공수처가 자초한 일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과거 감사원이 수사 의뢰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사건과 대통령 직속 검찰 과거사위원회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이던 이규원 검사에 대한 수사가 이뤄진 것이 ‘태클’이었다는 주장이다.


‘고발 사주’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공수처가 맡았던 사건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사건이다. 7개월가량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했으나 실패했다는 평가가 전반적이다. 구속영장·체포영장 등이 모두 기각됐다. 문제의 ‘고발장 작성자’도 특정하지 못했다. 그 밖에 공수처 1호 기소 사건인 김형준 전 검사 뇌물수수 혐의 사건 역시 1심서 무죄가 선고되면서 수사 전문성 논란도 지속됐다.

‘공수처 폐지’를 거듭 강조하던 대통령실과 국민의힘도 조용하긴 매한가지다. 지난해 4월 작성된 윤정부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공수처법 개정이 언급된 것과는 딴판이다. 해당 문서는 총 1170페이지가량의 대외비 문서다.

수사관이 행정업무까지 커버 “국회서 법개정 시급”
설립 주도한 민주당조차 무관심…스스로 자초했다?

이행계획서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언급했던 검찰·경찰·공수처 관련 발언과 공약들이 실천 과제와 함께 담겼다. 대표적 실천 과제로는 ‘공수처법의 독소조항을 폐지, 검찰과 경찰도 고위공직자 부패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수처를 정상화하겠다’는 내용이 제시됐다.

이행계획서는 “공수처법 제24조 폐지 등 관련 법령 제·개정을 통해 검찰·경찰·공수처가 함께 부패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수사기관 상호 간의 견제와 균형, 공정한 경쟁과 협력을 통해 부패와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더불어 검찰, 경찰, 공수처 3자 협의를 통해 수사중복 등으로 인한 인권침해와 수사 지연 등을 방지토록 하고 있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도 애매한 부분으로 꼽힌다. 대상의 한계 때문에 수사에 제동이 걸린다는 지적이다. 공수처 수사 대상은 판사,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공무원, 정무직 공무원 및 고위공무원단 이상(대체로 2급 이상)과 가족이다.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정보원, 감사원, 금융위원회 등의 경우 3급 이상 공무원까지 수사 대상에 속한다.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범죄는 ▲직무유기 ▲직권남용 ▲뇌물범죄 ▲허위 공문서 작성, 강요, 공갈, 횡령·배임, 알선수재 등 ▲변호사법 위반, 정치자금 부정수수, 정치 관여, 공무원 등의 선거 관여, 국회 위증 등이다.

통상 고위공직자 비리는 기업인과 얽힌 구조가 많다. 예시로 대장동과 같은 부동산·금융 범죄가 그렇다. 검찰과 경찰은 경제범죄를 수사할 때 공여자인 민간인 조사를 시작으로 자금 흐름을 먼저 파악한다. 정황이 포착되면 사건에 연루된 공무원을 소환 조사한 이후 고위공직자의 혐의 입증에 매달린다.

현행 공수처법상 이 같은 수사를 할 수 없는 이유는 고위공직자 본인이 부하 직원, 실무자를 거치지 않고 민간으로부터 직접 뇌물을 받았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돼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건에 연루된 공무원이 3급 이상이 아니면 수사에 제동이 걸리거나 분리 후 타 수사기관에 이첩해야 한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차이도 크다. 공수처는 대법원장 및 대법관, 검찰총장, 판사 및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만 재판에 넘길 수 있다. 수사 대상이어도 기소 대상이 아니라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이첩해야 한다. 공수처가 고발 사주 사건서 손준성 검사의 공범으로 판단했던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대표적이다.

애매한
수사 대상

김 의원은 사건 당시 변호사였다. 고위공직자가 아니라서 손준성 검사와 따로 떼어내 수사를 마치고 검찰에 이첩했지만 불기소 처분됐다.

수사 대상과 수사권, 기소권 역시 공수처 설치법을 둘러싼 국회 여야 합의 과정서 원안이 바뀐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법 설계 문제는 공수처 안팎서도 신중히 검토한 뒤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수처 권한 확대와 직결되는 만큼 학계와 전문가, 관계 기관, 국회 등과 협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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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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