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몰리는 공수처 속사정

‘시끌벅적’ 요란한 빈수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표류하고 있다. 내부의 불만, 외부의 불신이 겹치면서 구성원의 사기가 크게 떨어진 모양새다. 전열을 가다듬은 검찰이 주요 인사를 겨냥하고 있는 것과 크게 대조된다는 분석이다. 

계륵, 큰 쓸모나 이익은 없으나 버리기는 아까운 것.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계륵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야심차게 시작한 초기와 비교해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갈수록 존재감이 옅어지는 상황이다. 

처음부터
불안불안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및운영에관한법률’에 따라 지난해 1월21일 출범했다. 문재인정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공수처는 출범까지 지독한 산통을 겪었다. 60년 넘게 유지된 검찰 권력에 균열을 내는 작업이라 안팎으로 장애물이 많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공수처 출범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고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안 발의로 힘을 실었다. 2019년 12월30일 공수처법이 국회 패스트트랙에 오른 지 8개월여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65년 동안 이어진 검찰의 기소독점주의가 깨진 순간이다. 


공수처법 통과 직후 ‘강력한 검찰 견제기구’가 등장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은 고위공직자뿐만 아니라 그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범죄까지로 광범위해 그 규모가 7000여명에 달한다. 

특히 검사와 판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서는 기소권까지 부여받아 수사 개시와 종결, 기소에 있어 독점적 권력을 누렸던 검찰의 권한을 나눠 갖게 됐다. 다른 수사기관에서 같은 사건에 대한 중복 수사가 발생했을 경우 필요시 해당 기관에 요청해 사건을 이첩받을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되면서 검찰에 이어 ‘무소불위’ 권력 기관이 등장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설립 근거가 된 법안이 통과됐지만 출범까지는 첩첩산중이었다. 당장 공수처장을 뽑는 문제부터 난항에 빠졌다. 당초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가 15년 이상 법조 경력을 가진 사람 2명을 후보로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한 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산통 끝 출범했지만
1년8개월 성과 없어

이때 공수처장후보추천위는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 추천 인사 2명, 야당 추천 인사 2명 등 7명으로 구성된다. 이중 6명의 찬성이 있어야 의결할 수 있도록 했다. 야당의 비토권을 인정해준 것이다.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에서 후보 추천을 두고 비토권을 행사하면서 공수처장을 둘러싼 정쟁이 계속됐다.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던 민주당은 수적 우세를 무기로 공수처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기에 이른다. 공수처법 개정안은 야당의 비토권을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의 의결 정족수를 당초 ‘7명 가운데 6명 이상’에서 ‘3분의 2이상(5명 이상)’으로 완화하고, 정당이 10일 이내에 추천위원을 선정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학계 인사를 대신 추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출범도 전에 개정안까지 나오는 곡절을 겪은 끝에 김진욱 당시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이 공수처장으로 임명된 후 공수처가 닻을 올렸다. 정치권에서는 ‘김진욱호’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왔다. 정치적 중립성을 비롯해 공수처장과 공수처 차장(여운국)의 부족한 수사 경험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그로부터 1년8개월. 공수처는 존폐 위기에 빠졌다. 일단 인력 구성에 있어 여전히 난항을 보이고 있는 점이 존폐 논란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공수처 조직은 차관급인 공수처장과 차장 각 1명을 포함해 검사 25명, 수사관 40명, 행정직원 20명으로 구성된다.

칼 줬지만
무딘 칼날

문제는 공수처 출범 이후 현재까지 정원을 채워본 적이 없다는 점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공수처 수사 1부 소속 이승규·김일로 검사가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6월에는 최석규 부장검사와 문형석·김승현 검사가 사의를 표명했고 이 가운데 문 검사와 김 검사는 사직 처리됐다. 석달 간 5명이 사의를 표명한 상황에서 추가 이탈 가능성도 나오고 있어 공수처 인력난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공수처 상황이 출범 때부터 예견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사력 부족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지적이다. 고위공직자가 연루된 사건은 높은 수사력을 요구하는데 수사 경험이 적은 공수처장과 차장이 어느 정도의 역량을 발휘할지에 대해 의구심이 있었던 것.

게다가 인선 과정에서 특수수사 경험이 적은 인력이 포진되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수사를 밀고 나가는 동력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 공수처가 사활을 걸다시피 한 ‘고발사주 의혹’ 사건에서 부족한 수사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망신살이 뻗쳤다. 고발사주 의혹은 2020년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검찰이 범여권 인사 등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한 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총선 후보였던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게 전달해 고발을 사주했다는 내용이다. 

공수처는 지난해 9월 이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핵심 인물인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의 신병 확보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지만 모조리 실패했다. 체포‧구속영장이 무려 3번이나 기각당한 것. 손 검사는 김 의원에게 텔레그램으로 고발장을 전달한 인물로 의심받았다. 

특히 손 검사에 대한 두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될 당시 여운국 공수처 차장은 공수처를 ‘아마추어’라고 칭했다. 여 차장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우리 공수처는 아마추어다. 10년 이상 특별수사를 한 손 검사와 변호인이 아마추어인 공수처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면서 구속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실제 손 검사는 특수부 근무 경험이 적다.

사사건건
논란만


여 차장의 아마추어 발언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공수처 차장이 하기엔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지적과 함께 수사력 부족, 한계를 드러냈다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됐다. 손 검사의 신병 확보에 좌절하면서 ‘윗선’을 노리려던 공수처의 계획도 무너졌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고발사주 의혹 사건 수사 실패가 구성원 사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1년8개월 동안 공수처의 수사 결과는 ‘스폰서 검사 사건’ ‘고발사주 의혹 사건’ 등 기소 2건이 전부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부정 채용 의혹’을 1호 사건으로 잡고 수사를 시작한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전혀 내지 못한 셈이다. 특히 1호 사건인 조희연 교육감 의혹은 공수처에 기소권이 없어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했다.

수사력 부족뿐만 아니라 정치적 독립성·사찰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공수처에 대한 평가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통신조회 논란은 이미 하락세를 탄 공수처 평가에 기름을 부었다. 공수처가 수사 대상이 아닌 언론사 기자와 가족, 심지어 공수처와 관련이 없는 민간인까지 통신자료 조회를 한 것을 두고 사찰 의혹으로까지 확대됐다. 

공수처의 무더기 통신자료 조회 논란은 헌법재판소로까지 이어졌다. 헌재는 지난 7월 전기통신사업법 83조3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수사‧정보기관에 가입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제공하면 통신사업자가 반드시 사후 통지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당시 공수처는 헌재 결정에 대해 “무분별한 조회를 차단하기 위해 자체 통제 방안을 마련해 시행 중으로 자료 확보의 적법성을 넘어 적정성까지도 확보해나가겠다”며 “국회가 법 개정을 추진할 경우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수사상 목적도 달성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치적 독립성 논란은 아직도 떼어내지 못한 꼬리표다. 특히 지난해 3월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 외압 의혹’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김진욱 공수처장의 제네시스 관용차를 타고 청사로 들어와 비공개 조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황제 조사’ 논란이 불거졌다.


사찰 논란·정치적 독립성
검사 못 채워 인력난 계속

김 처장은 지난 5월 황제 조사 논란에 대해 “수사 보안 유지를 위한 조치였지만 경솔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기관장이 자기 차량을 보내는 것은 특혜로 보일 수 있어 지극히 조심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처음 논란이 불거지고 1년여 뒤에 공수처장이 당시 상황에 대해 잘못을 인정한 것이다.

출범 이후 유독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발 사건만 수사에 나서 ‘윤수처’로 불렸던 과거도 아직 회자되고 있다. 공수처는 ‘옵티머스 부실 수사 의혹’ ‘한명숙 사건 감찰·수사 방해 의혹’ ‘고발사주 의혹’ ‘판사 문건 작성 의혹’ 등 윤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해왔다.

이중 옵티머스 부실 수사 의혹, 한명숙 사건 감찰·수사 방해 의혹, 고발사주 의혹 등은 무혐의 처분했다. 한명숙 감찰·수사방해 의혹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한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에 대해 감찰과 수사를 막았다는 내용이다. 지난 2월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판사 문건 작성 의혹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을 동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등 주요 재판부의 성향을 수집해 정리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공수처에서 아직 수사 중이지만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윤 대통령을 입건한 사건 중 한 건도 기소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공수처는 수사력 부족, 통신자료 조회 논란, 정치적 독립성 문제, 인력난 등 안팎에서 불거진 문제로 몸살을 앓으면서 존폐 기로에 섰다. 문제는 정권이 바뀌면서 공수처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정부 들어 검찰이 권한 찾기에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더 쪼그라드는 추세다.

캄캄한
앞날은?

실제 윤정부와 여당은 공수처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 문정부의 유산이면서 검찰 견제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관을 굳이 안고 갈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의 관심도 줄어드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공수처를 ‘버린 카드’로 여긴다는 말까지 나온다. 공수처의 내년을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jsjang@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24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