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몰리는 공수처 속사정

‘시끌벅적’ 요란한 빈수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표류하고 있다. 내부의 불만, 외부의 불신이 겹치면서 구성원의 사기가 크게 떨어진 모양새다. 전열을 가다듬은 검찰이 주요 인사를 겨냥하고 있는 것과 크게 대조된다는 분석이다. 

계륵, 큰 쓸모나 이익은 없으나 버리기는 아까운 것.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계륵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야심차게 시작한 초기와 비교해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갈수록 존재감이 옅어지는 상황이다. 

처음부터
불안불안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및운영에관한법률’에 따라 지난해 1월21일 출범했다. 문재인정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공수처는 출범까지 지독한 산통을 겪었다. 60년 넘게 유지된 검찰 권력에 균열을 내는 작업이라 안팎으로 장애물이 많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공수처 출범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고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안 발의로 힘을 실었다. 2019년 12월30일 공수처법이 국회 패스트트랙에 오른 지 8개월여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65년 동안 이어진 검찰의 기소독점주의가 깨진 순간이다. 


공수처법 통과 직후 ‘강력한 검찰 견제기구’가 등장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은 고위공직자뿐만 아니라 그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범죄까지로 광범위해 그 규모가 7000여명에 달한다. 

특히 검사와 판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서는 기소권까지 부여받아 수사 개시와 종결, 기소에 있어 독점적 권력을 누렸던 검찰의 권한을 나눠 갖게 됐다. 다른 수사기관에서 같은 사건에 대한 중복 수사가 발생했을 경우 필요시 해당 기관에 요청해 사건을 이첩받을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되면서 검찰에 이어 ‘무소불위’ 권력 기관이 등장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설립 근거가 된 법안이 통과됐지만 출범까지는 첩첩산중이었다. 당장 공수처장을 뽑는 문제부터 난항에 빠졌다. 당초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가 15년 이상 법조 경력을 가진 사람 2명을 후보로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한 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산통 끝 출범했지만
1년8개월 성과 없어

이때 공수처장후보추천위는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 추천 인사 2명, 야당 추천 인사 2명 등 7명으로 구성된다. 이중 6명의 찬성이 있어야 의결할 수 있도록 했다. 야당의 비토권을 인정해준 것이다.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에서 후보 추천을 두고 비토권을 행사하면서 공수처장을 둘러싼 정쟁이 계속됐다.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던 민주당은 수적 우세를 무기로 공수처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기에 이른다. 공수처법 개정안은 야당의 비토권을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의 의결 정족수를 당초 ‘7명 가운데 6명 이상’에서 ‘3분의 2이상(5명 이상)’으로 완화하고, 정당이 10일 이내에 추천위원을 선정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학계 인사를 대신 추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출범도 전에 개정안까지 나오는 곡절을 겪은 끝에 김진욱 당시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이 공수처장으로 임명된 후 공수처가 닻을 올렸다. 정치권에서는 ‘김진욱호’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왔다. 정치적 중립성을 비롯해 공수처장과 공수처 차장(여운국)의 부족한 수사 경험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그로부터 1년8개월. 공수처는 존폐 위기에 빠졌다. 일단 인력 구성에 있어 여전히 난항을 보이고 있는 점이 존폐 논란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공수처 조직은 차관급인 공수처장과 차장 각 1명을 포함해 검사 25명, 수사관 40명, 행정직원 20명으로 구성된다.

칼 줬지만
무딘 칼날

문제는 공수처 출범 이후 현재까지 정원을 채워본 적이 없다는 점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공수처 수사 1부 소속 이승규·김일로 검사가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6월에는 최석규 부장검사와 문형석·김승현 검사가 사의를 표명했고 이 가운데 문 검사와 김 검사는 사직 처리됐다. 석달 간 5명이 사의를 표명한 상황에서 추가 이탈 가능성도 나오고 있어 공수처 인력난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공수처 상황이 출범 때부터 예견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사력 부족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지적이다. 고위공직자가 연루된 사건은 높은 수사력을 요구하는데 수사 경험이 적은 공수처장과 차장이 어느 정도의 역량을 발휘할지에 대해 의구심이 있었던 것.

게다가 인선 과정에서 특수수사 경험이 적은 인력이 포진되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수사를 밀고 나가는 동력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 공수처가 사활을 걸다시피 한 ‘고발사주 의혹’ 사건에서 부족한 수사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망신살이 뻗쳤다. 고발사주 의혹은 2020년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검찰이 범여권 인사 등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한 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총선 후보였던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게 전달해 고발을 사주했다는 내용이다. 

공수처는 지난해 9월 이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핵심 인물인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의 신병 확보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지만 모조리 실패했다. 체포‧구속영장이 무려 3번이나 기각당한 것. 손 검사는 김 의원에게 텔레그램으로 고발장을 전달한 인물로 의심받았다. 

특히 손 검사에 대한 두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될 당시 여운국 공수처 차장은 공수처를 ‘아마추어’라고 칭했다. 여 차장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우리 공수처는 아마추어다. 10년 이상 특별수사를 한 손 검사와 변호인이 아마추어인 공수처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면서 구속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실제 손 검사는 특수부 근무 경험이 적다.

사사건건
논란만


여 차장의 아마추어 발언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공수처 차장이 하기엔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지적과 함께 수사력 부족, 한계를 드러냈다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됐다. 손 검사의 신병 확보에 좌절하면서 ‘윗선’을 노리려던 공수처의 계획도 무너졌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고발사주 의혹 사건 수사 실패가 구성원 사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1년8개월 동안 공수처의 수사 결과는 ‘스폰서 검사 사건’ ‘고발사주 의혹 사건’ 등 기소 2건이 전부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부정 채용 의혹’을 1호 사건으로 잡고 수사를 시작한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전혀 내지 못한 셈이다. 특히 1호 사건인 조희연 교육감 의혹은 공수처에 기소권이 없어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했다.

수사력 부족뿐만 아니라 정치적 독립성·사찰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공수처에 대한 평가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통신조회 논란은 이미 하락세를 탄 공수처 평가에 기름을 부었다. 공수처가 수사 대상이 아닌 언론사 기자와 가족, 심지어 공수처와 관련이 없는 민간인까지 통신자료 조회를 한 것을 두고 사찰 의혹으로까지 확대됐다. 

공수처의 무더기 통신자료 조회 논란은 헌법재판소로까지 이어졌다. 헌재는 지난 7월 전기통신사업법 83조3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수사‧정보기관에 가입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제공하면 통신사업자가 반드시 사후 통지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당시 공수처는 헌재 결정에 대해 “무분별한 조회를 차단하기 위해 자체 통제 방안을 마련해 시행 중으로 자료 확보의 적법성을 넘어 적정성까지도 확보해나가겠다”며 “국회가 법 개정을 추진할 경우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수사상 목적도 달성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치적 독립성 논란은 아직도 떼어내지 못한 꼬리표다. 특히 지난해 3월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 외압 의혹’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김진욱 공수처장의 제네시스 관용차를 타고 청사로 들어와 비공개 조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황제 조사’ 논란이 불거졌다.


사찰 논란·정치적 독립성
검사 못 채워 인력난 계속

김 처장은 지난 5월 황제 조사 논란에 대해 “수사 보안 유지를 위한 조치였지만 경솔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기관장이 자기 차량을 보내는 것은 특혜로 보일 수 있어 지극히 조심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처음 논란이 불거지고 1년여 뒤에 공수처장이 당시 상황에 대해 잘못을 인정한 것이다.

출범 이후 유독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발 사건만 수사에 나서 ‘윤수처’로 불렸던 과거도 아직 회자되고 있다. 공수처는 ‘옵티머스 부실 수사 의혹’ ‘한명숙 사건 감찰·수사 방해 의혹’ ‘고발사주 의혹’ ‘판사 문건 작성 의혹’ 등 윤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해왔다.

이중 옵티머스 부실 수사 의혹, 한명숙 사건 감찰·수사 방해 의혹, 고발사주 의혹 등은 무혐의 처분했다. 한명숙 감찰·수사방해 의혹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한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에 대해 감찰과 수사를 막았다는 내용이다. 지난 2월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판사 문건 작성 의혹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을 동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등 주요 재판부의 성향을 수집해 정리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공수처에서 아직 수사 중이지만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윤 대통령을 입건한 사건 중 한 건도 기소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공수처는 수사력 부족, 통신자료 조회 논란, 정치적 독립성 문제, 인력난 등 안팎에서 불거진 문제로 몸살을 앓으면서 존폐 기로에 섰다. 문제는 정권이 바뀌면서 공수처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정부 들어 검찰이 권한 찾기에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더 쪼그라드는 추세다.

캄캄한
앞날은?

실제 윤정부와 여당은 공수처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 문정부의 유산이면서 검찰 견제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관을 굳이 안고 갈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의 관심도 줄어드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공수처를 ‘버린 카드’로 여긴다는 말까지 나온다. 공수처의 내년을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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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건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준수가 3년간 수백 차례 연락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특검팀이 확보했다. 이준수는 주식·코인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다 구속된 이희진에게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한 인물이다. 앞서 이희진이 구속된 2016년에도 그를 옹호하는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려 친분을 과시했다. 이준수는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에도 김건희 계좌와 연관된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같은 부류 서로 옹호 지난 7월15일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와 이준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서 단순한 투자 조언을 넘어선 사적 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메시지에는 주식 매매 관련 대화뿐 아니라, 사적인 감정 표현과 비공식적 만남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결과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처음 소개한 인물로 드러났다. 2013년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보낸 문자에서 “무당이라기보다는 거의 로비스트에 가깝다. 정치권 네트워크가 막강하다”고 표현하며 전씨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 관계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준수→건진법사→김건희’로 이어지는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특히 건진법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에도 대통령실 인사들과 접촉하고 영향력을 행사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검은 이 라인과 김건희의 대선 이후 행보와의 연속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후 특검은 이준수의 최근 행적 단서를 발견했다. 지난해 10월, 이준수가 음주 운전 혐의로 적발됐는데, 경찰 조사에서 “가까운 지인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아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당시 ‘무혐의’를 받은 인물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김건희를 의미한다. 경찰 조사 조서에는 ‘지인’이라고만 기록됐지만, 특검은 실제 진술 내용과 시점을 대조해 그 ‘지인’이 김건희임을 확인했다. 이는 2023년 말까지도 김건희와 이준수 간에 연락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이준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거래에 참여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상태였으며, 특검팀은 지난달 압수수색 현장에서 그를 발견하고 체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수는 김건희의 금융 거래와 밀접한 인물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김의겸 의원은 김건희가 2010년 4월 주가가 급등락하던 태광이엔씨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하루 만에 1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보고 매도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수, 김건희-건진법사-도이치모터스 핵심 코인판으로 진화한 주가조작 조직 ‘VIP’까지 당시 태광이엔씨를 실질적으로 인수해 주가를 띄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확정받은 인물이 바로 이준수였다. 김건희가 이준수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을 사고 팔았던 것 아니냐는 과거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건희 측은 이에 대해 “이준수가 일방적으로 투자와 관련해 연락을 취한 적은 있으나, 김건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적이 없으며 이준수와 밀접한 관계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이준수와 지난해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준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불린다. 과거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유명한 그는 여러 투자자 명의 계좌를 동시에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건희의 계좌 출고 명령을 직접 수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과 4범, 닉네임 ‘새강자’”로 유명했다. 이희진 주가조작 사건 당시 검찰 전관 변호사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개했다. 해당 사실은 이준수가 이희진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이희진은 지난 2016년 9월 무인가 투자매매사를 설립했고,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600억원대의 주식을 판매해 자본시장법·유사수신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희진과 조기축구 모임에서 친해진 이준수는 2016년 8월 이희진에게 오광수 등 변호사를 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희진은 증권방송 회원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매도한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끼리끼리 축구 모임 이희진은 수사기관에서 이준수가 검사·수사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착수금’ 2000만원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성공 보수 5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준수의 혐의에 관한 증거는 대부분 이희진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이희진에 따르면 이준수는 “변호사들에게 적지 않은 선임료를 주는데 나도 그동안 너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돈을 달라. 변호사들은 앞선에서 일하고 나는 뒷선에서 일을 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승낙한 이희진은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준수에게 현금 1000만원을 줬다. 또 며칠 뒤 이준수는 이희진에게 “검찰 수사관에게 알아보니 너 골인(구속)될 것 같다. 약속한 1000만원을 달라”고 해 나머지 1000만원을 더 지급했다고 한다. 이에 관해 이준수는 “1000만원은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을 추진하기 위해 수고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희진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희진과 다른 증인의 진술이 상반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희진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준수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받았다고 했지만, 해당 차량 운전사는 이 같은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희진의 진술은 동생 이희문의 말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희진은 동생과 이준수에게 돈을 지급할지, 깎을지 상의했다고 했지만, 동생은 “당시 변호사 소개비 등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2월14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희진과 그의 동생을 사기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피해자 28인에게 허위, 과장된 내용을 말하며 대략 41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며 비상장주식 종목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한 주식을 판매해 12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020년 2월 징역 3년6개월, 추징금 122억6000만원이 확정됐다. 최근 이씨 형제는 현재 가상화폐(피카코인)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국가권력으로 범죄 네트워크 이희진의 절친이자 김건희와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담 브로커로서 “증권사 내부망 접근, 차명계좌 운용, 대포폰 관리” 등을 통해 시세조작을 총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이희진 코인 사건의 자전거래 구조 및 주식시장 조작 방식과 유사하다. 통정·자전 거래 구조가 동일하다. 차명계좌·직원을 동원해 리딩방을 운영하고, 허위 보도자료·루머형 호재를 유포하는 패턴도 동일하다. 지난 2016년 이준수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희진을 두둔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언론이 사건을 과장했다”며 혐의 전반을 축소하고, “1600억 허가 안 받은 것뿐이지 큰 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유사수신죄는 원금 보장 약속이 있어야 성립한다. 계약서엔 그런 말이 없다”며 기소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또 이준수는 “주가가 4배, 5배 간다고 했다가 떨어졌다고 죄는 아니”라며, 주가조작을 단순한 ‘예측 실패’로 치부했다. 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를 제시하는 것도 죄냐”고 반문하며, 이희진이 진행했던 거래를 “시장 참여자의 일반적 행위”로 표현했다. 영상에서 이준수는 전환사채 거래와 내부자 정보 이용 혐의를 언급하며 “브로커들이 조작했고, 희진이는 오히려 그 사실을 검찰에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IS동서 전환사채권은 큰 잘못이지만 희진이는 계약 불이행 피해자”라며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이는 공소장과 재판기록상 사실과는 상충되는 주장이다. 수백억 먹은 이희진 절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개 또 다른 발언에서 그는 “사기적 부정거래는 회사가 거짓말로 주식을 파는 행위”라며 “이희진은 단지 회사 공시를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리패스 등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을 언급하며 “공시가 취소됐다고 사기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감독 규정상 ‘허위 공시 정보 활용’과 ‘공모 행위’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해석이다. 영상 말미에서 이준수는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 가능성마저 부정했다. “이희진한테 피해 입었다고 나라가 받아주지 않는다. 민사·형사도 성립 안 된다”며 “다 변호사들이 사기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조계를 “돈에 눈먼 집단”이라 비난하며, 피해자들의 소송을 “쓸데없는 짓”이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준수가 옹호한 주가조작범 이희진은 코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2023년 10월4일자로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 이희진과 이희문은 A, B, C 토큰을 이용한 대규모 가상자산 시세조종·사기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두 형제는 실체가 불분명한 ‘스캠(Scam) 코인’을 발행해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허위 공시와 자전거래(봇 프로그램 활용)를 통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투자자들에게 고점 매도를 유도하는 ‘물량 털기(Pump & Dump)’ 방식으로 약 7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A 토큰 피해자는 1만564명으로 피해액은 약 217억원, B 토큰 피해자는 4342명, 피해액은 약 341억원, C 토큰 피해자는 1만5641명, 피해액은 약 339억원이다. 김건희 특검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는 그의 단순한 과거 인연을 넘어, 사적 네트워크가 실제 정치권력의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현재 ‘김건희·이준수·건진법사’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이희진과 이준수는 변호사·브로커 인맥을 공유하고, 자전거래 기술을 활용해 주식과 코인 양쪽의 시장 조작 기술도 공유했다. 이희진과 김건희의 접점은 없으나 이준수를 경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희진 형제는 ‘코인판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준수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소장과 언론 보도를 교차 검증할 때 자전거래 시스템, 차명계좌 운용, 허위 호재 유포 패턴 등이 모두 이준수의 과거 주가 조작 수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검찰의 보강 수사 필요성이 높다. 국정으로 연결 범죄 네트워크 이씨 형제의 범행은 과거 주가조작 사건의 복제판이며, 그 배후에는 이준수 같은 ‘조작 기술자’가 존재한다는 정황이 공소장 등에서 확인된다. 김건희 계좌가 활용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의 연계가 입증될 경우,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 사기가 아닌 ‘국가권력과 민간 조작 네트워크의 교차 지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