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사망사건’ 사단장 구명 진실공방

대통령 움직인 보이지 않는 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사람의 죽음이 정쟁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는데 산 자만 시끄럽게 떠드는 중이다. 진상규명을 하겠다는 의도는 빛이 바랜 지 오래다. 최근에는 또 다른 외부인이 등장했다. 정치권은 또다시 공방전에 돌입했다. 어느 덧 죽은 자는 뒷전이 된 모양새다.

지난해 7월19일 채수근 해병대 상병이 경북 예천의 수해 현장서 실종됐다. 실종자 수색을 하던 채 상병은 급류에 휘말린 지 14시간 만에 내성천 인근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채 상병 사건’은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채 표류 중이다.

상병 죽음
1년 됐다

채 상병 사건은 진상 규명 과정서 제기된 수사외압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놓여 있다. 채 상병이 사망한 이후 박정훈 대령을 수사단장으로 하는 해병대 수사단이 수사를 진행했다. 박 대령은 지난해 7월30일, 채 상병이 소속된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 등 관계자 8명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고 알려졌다.

이후 해방대 수사단의 보고를 받은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은 사건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수사단이 이 지시를 따르지 않고 사건을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하면서 항명 논란이 불거졌다. 국방부 검찰단은 수사 서류를 경찰로부터 회수하고 박 대령을 항명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그러면서 임 전 사단장을 제외한 해병대 대대장 2명에 대해서만 범죄 혐의를 물어 해당 사건을 경찰에 재이첩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 과정서 수사외압 의혹이 불거졌다. 임 전 사단장 등 고위 간부의 책임을 축소, 은폐하기 위해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내용이다. 


채 상병 사건을 둘러싼 수사외압 의혹은 일파만파로 퍼졌다. 야권은 사건에 대한 특검이 필요하다면서 ‘채 상병 특검법’으로 불을 지폈고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사건에 대한 두 번째 거부권이다. 또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임 전 사단장을 불송치 결정했다.

경찰의 판단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수사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단 공수처는 경찰 결론과는 무관하게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찰이 채 상병 사망에 대해 임 전 사단장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사건이 복잡해졌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컨트롤타워’
통화 녹음에서 “내가 얘기하겠다”

여기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 인물이 임 전 사단장의 구명을 시도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이른바 ‘구명 로비’ 의혹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 4부는 이모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지난해 8월께 지인과 나눈 통화 녹음을 확보했다. 해당 파일은 채 상병 사건 이후 임 전 사단장의 책임론이 불거질 당시 통화를 녹음한 것이다. 통화 녹음은 공익신고자이자 이 전 대표의 통화 상대방인 A 변호사가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통화에서 A 변호사가 먼저 “해병대 사단장 난리가 났다”고 운을 떼자 이 전 대표는 “임성근이? 그러니까 말이야. 임 사단장이 사표를 낸다고 B가 전화가 왔다. 그래서 ‘내가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한테 얘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또 “아마 내년쯤 (임 전 사단장을)해병대 별 4개(로) 만들 것”이라고 말한 내용도 파악됐다. B씨는 청와대 경호처 출신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A 변호사가 “지금 떠오르는 게 위에서 그럼 (임 전 사단장을)지켜주려고 했다는 건가”라고 묻자 이 전 대표가 “그렇지”라며 호응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 전 대표가 통화 중에 VIP를 언급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특히 이 전 대표는 김건희 여사가 연루돼있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서 ‘컨트롤타워’로 지목된 인물이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0일, 인터넷 카페를 통해 공개한 입장문서 “(청와대 경호처 출신인)B씨든 이씨(이 전 대표) 등 임성근을 위해 누군가를 상대로 로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구명 로비는 시기상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불송치 
끝났나 했는데

자신은 지난해 7월28일 오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사의를 표명했는데 이 전 대표나 B씨는 이종섭 전 장관이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에 대한 결재를 번복한 7월31일까지 이 사실을 알지 못했으므로 구명 로비를 할 수 없었다는 취지다.

임 전 사단장이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것은 지난해 8월2일이다. 

임 전 사단장은 “사의 표명 전후로 어떤 민간인에게도 그 사실을 말한 바 없다”며 “B씨가 사직 의사 표명을 알았다면 아마도 언론을 통해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씨와는 한 번도 통화하거나 만난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보도하기 전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객관적 사실관계의 확인과 검증, 비판적 검토를 거쳐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대표 역시 임 전 사단장을 위해 구명 로비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전 대표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나는 임성근을 모르고 (언론에 보도된 통화 녹취는)후배들이 하는 얘기를 인용한 것”이라며 “녹취를 제보하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야지 편한 부분만 잘라서 하는 건 잘못됐다”고 말했다.

통화 녹음이 편집됐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종섭 전 장관 역시 구명 로비는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이 전 장관을 대리하는 김재훈 변호사는 “장관은 사건 이첩 보류 지시 이전은 물론 이후에도 대통령실을 포함한 그 누구로부터도 해병대 1사단장을 구명해 달라는 이야기를 들은 사실이 없고 그렇게 지시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새로운 국면
민주당 공세

대통령실도 입장을 내고 구명 로비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대통령실은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은 물론 대통령 부부도 전혀 관련이 없다”며 “근거 없는 주장과 무분별한 의혹 보도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선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에 대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미 채 상병 사건 특검으로 대통령실과 각을 세운 상태서 구명 로비 의혹이 기름을 부은 모양새가 됐다. 민주당은 임 전 사단장을 불송치한 경찰 조사 결과와 구명 로비 의혹을 묶어 대통령실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해 “(당사자가)해명할수록 의혹만 더 커지고 있다”며 “특검으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가 통화 중에 언급한 ‘VIP’를 “대통령이 아니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라고 해명한 이후에 나온 발언이다.

박 직무대행은 “언제부터 해병대 사령관을 VIP라고 불렀나”라며 “차라리 천공이라고 둘러댔으면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비꼬았다.

박 직무대행은 전날(10일)에도 “사건의 몸통이 대통령 부부라는 자백이자 스모킹건”이라며 채 상병 특검법을 관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 부부의 방탄용 거부권 남발과 경찰의 꼬리자르기식 면죄부 수사로 채 상병 특검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며 “법 앞의 평등에 윤 대통령 부부만 예외일 순 없다. 죄를 지었으면 똑같이 수사받고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사자·대통령실 모두 부인
공수처 진위 여부 수사 중

반면 국민의힘은 구명 로비 의혹을 ‘제2의 생태탕’ 사건으로 규정했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생태탕집 모자의 증언을 토대로 당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내곡동 처가 땅 측량 현장을 방문했다고 민주당 측이 공세를 퍼부었던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국민의힘 정점식 당 정책위의장은 “일방적 주장이 담긴 녹취록을 마치 객관적 사실처럼 기정사실로 하고 상대를 공격하는 전형적인 정치공세”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사무총장도 “괴담과 공작의 본거지가 민주당이었던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김대업 병풍 사건, 광우병, 사드(THAD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수 괴담, 생태탕, 채널A 검언유착 사건, 청담동 술자리 사건 등을 언급하며 구명 로비 의혹을 ‘가짜 뉴스’로 규정했다. 

이어 “공당의 원내대표가 인터넷 커뮤니티서나 볼 법한 가짜뉴스를 생산·유포하는 데 앞장선다”며 “범죄 수괴를 아버지로 모시는 것으로 모자라 이제 ‘지라시 생산 공장장’이 되고자 해서야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민주당 박 직무대행의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언론에 거듭 입장을 밝히면서 김건희 여사와 선을 긋고 있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서 오랜 기간 김 여사와 접촉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VIP를 언급한 것은 허풍이었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B씨와 임 전 사단장의 구명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없고 오히려 A 변호사가 이를 집요하게 물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서 허풍, 허세, 과시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한 신빙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수사 결과
정국 요동

구명 로비 의혹에 대해 당사자는 부인하고 정치권은 정쟁을 벌이는 등 사건이 확산되면서 공수처 수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화 녹음 파일을 확보한 공수처는 진위 여부를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통화 녹음의 신빙성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채 생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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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