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불똥 공수처로 튀나?

공수완박이냐 신권력이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치권에서 시작된 바람이 수사기관을 덮치고 있다. 여야의 힘겨루기로 바람의 세기가 강해지면서 태풍으로 변하는 모양새다. 검찰은 물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역시 바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논란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윤석열정부 출범까지 불과 1주일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문재인정부의 정책이 정치권을 뒤흔드는 중이다.

중재안에
수정안까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개혁의 마지막 단추인 검수완박 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현재 검찰이 수사할 있는 범죄는 6개(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 참사)로 한정돼있다. 

민주당이 처음에 내세운 검수완박 법안은 이 6대 범죄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는 내용이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강행 처리 시도에 검찰 내부가 들끓었다.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반대 의견이 개진됐다.

법원행정처는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위헌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총력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자 해외 순방이 예정돼있던 박병석 국회의장이 나섰다.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위해 미국, 캐나다 등의 해외 순방 일정을 보류한 것.

박 의장은 중재안을 내놓고 여야의 합의를 요구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박 의장의 중재안을 먼저 수용하고, 이어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강대강으로 치닫던 검수완박 갈등은 봉합되는 듯했다.

하지만 여야가 합의한 중재안에 선거 범죄와 공직자 범죄가 제외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이 악화됐다. 이른바 ‘박병석 중재안’은 현행 검찰의 6대 범죄 수사 범위 중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를 삭제하고 부패·경제는 남기되, 이 둘도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등 새 수사기관이 출범하면 폐지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먼저 중재안을 수용한 국민의힘 측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결국 권 원내대표는 중재안 수용을 사과하고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그는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법안 처리 과정에서 판단 미스, 그로 인한 여론 악화 부담을 당에 지우고 의원들에게 책임을 전가시켜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야가 합의했더라도 그 합의사항이 국민에게 수용되지 않을 때는 당연히 재논의·재협상을 해야 하고 국민의 뜻에 맞춰가는 것이 정치권의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단독으로 처리하고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자 첫 번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 주자로 나섰다. 

민주당 개정안 강대강 대치
당선인 측 국민투표 초강수


민주당은 박병석 중재안을 일부 수정한 수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했다. 수정안에는 선거 범죄와 공직자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을 한시적으로 유지하는 방안이 담겼다. 6·1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범죄까지는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선거 범죄 수사권을 오는 12월31일까지 유지하자는 정의당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국민의힘은 검수완박 수정안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정하고 필리버스터를 진행했으나 지난달 28일 0시에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면서 자동 종료됐다. 민주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국무회의 공포 전 문재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국민투표를 진행하겠다는 초강수를 내놓았다.

검수완박 법안으로 검찰은 초토화 상태가 됐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전국 고검장이 일제히 사의를 밝히는 검찰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여야가 중재안을 합의한 직후 검찰 고검장급 7명(이성윤 서울고검장·김관정 수원고검장·여환섭 대전고검장·권순범 대구고검장·조재연 부산고검장·조종태 광구고검장)이 대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 총장은 지난달 17일에도 검수완박에 반대하며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문 대통령이 반려한 바 있다. 

검수완박 법안의 후폭풍은 사법체계를 뒤흔드는 태풍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검찰은 물론 검찰 견제를 위해 설립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그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을 위해 출범한 공수처가 또 다른 검찰개혁 법안에 영향을 받는 게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후폭풍은
어디까지?

검수완박 법안에 따라 검사의 수사권이 제한되면서 ‘공수완박(공수처 수사권 완전 박탈)’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법조계에서는 법률 간 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졸속 입법의 폐해가 엉뚱하게 공수처에서 발현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수처는 특별법인 공수처법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검수완박 법안으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쟁점이 되는 부분은 공수처법 8조4항의 해석이다. 공수처법 8조(수사처 검사) 4항은 “수사처 검사는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검찰청법 4조에 따른 검사의 직무 및 군사법원법 제37조에 따른 군검사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검찰청법 4조는 검수완박 법안의 핵심이다.

검찰청법 4조(검사의 직무)에 따르면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다음 각 호의 직무와 권한이 있다”고 명시했다. 1항에는 “범죄 수사, 공소의 제기 및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 다만,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는 다음 각 목과 같다”고 돼있다. 가목에 명시된 범죄의 범위가 현재 검찰이 갖고 있는 6대 범죄 수사권이다. 


민주당이 검찰청법 개정안을 통해 손보려 한 부분이 해당 조항이기 때문에 검사의 수사 범위가 줄어들면 공수처 검사 역시 그와 연동돼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 것.

공수처는 공수처법 3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설치와 독립성)에 의해 ‘고위공직자 범죄 등에 관한 수사’를 설립 목적으로 규정한 만큼 수사권은 보장될 것이라 보고 있다. 

또 23조(수사처 검사의 수사)도 “수사처 검사는 고위공직자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공수처는 3조와 23조가 개정되지만 않으면 수사하는 데 별다른 제약이 없다는 입장이다. 

출범부터
삐걱대더니…

오히려 문제는 공수처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영장 청구와 관련해서는 공수처도 형사소송법상 검사 규정을 따른다. 민주당의 개정안에는 사후 압수수색 영장 청구의 주체를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서 ‘사법경찰관’으로 바꾼다는 내용이 담겼다. 구속영장 청구권에 대해서도 같은 제한을 뒀다.

해당 부분은 헌법 12조3항인 ‘검사의 영장청구권’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헌법 12조 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개정안대로면 공수처 검사는 공수처법 21조(수사처 수사관의 직무)에 따라 공수처 수사관과 같은 지위가 된다.

공수처법 21조에 따르면 수사처 수사관은 고위공직자 범죄 등에 대한 수사에 관해 ‘형사소송법’ 196조 1항에 따른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한다. 영장 신청 시 수사를 하지 않는 공수처 내 공소부 검사나 검찰청 검사를 통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문정부 검찰개혁의 상징인 공수처가 검찰개혁의 마지막 단추인 검수완박 법안으로 좌초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문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검찰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공수처 설립에 사활을 걸었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등을 통해 문정부의 개혁 드라이브에 입법으로 발을 맞췄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에 있어 여야가 갈등을 빚자 민주당은 개정안을 발의, 국회 다수 의석을 앞세워 본회의 통과를 이끌어냈다. 김진욱 공수처장과 여운국 공수처 차장을 필두로 한 공수처가 지난해 1월 출범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부터 진보 진영의 숙원이었던 공수처가 탄생한 순간이다.

영장청구권 해석 논란
공수처 검사는 예외?

공수처는 출범 전부터 수사 능력과 정치적 중립성에 있어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일단 김 처장과 여 차장이 모두 판사 출신으로 수사를 해본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인적 구성이 늦어지는 부분도 공수처의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정치적 중립성 논란은 공수처의 존재 의의에 타격을 입혔다. 

출범 3개월 만에 불거진 이성윤 서울고검장 황제 조사 논란은 공수처 관련 논란 중에서도 매번 첫손에 꼽히고 있다.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수사기관으로서의 독립성을 지키겠다던 김 처장의 선언이 황제 조사 건으로 빛이 바랬다.

공수처가 진행하는 수사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치중돼 ‘윤수처’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윤 당선인에 대한 집중적인 수사로 선거에 개입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또 ‘윤석열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손준성 검사(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과 함께 ‘부실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고발사주 의혹은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의 관심도 남달랐던 사안이라 공수처의 부족한 수사 능력이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이 과정에서 공수처 ‘존폐 논란’이 불거졌을 정도.

지난해 드러난 통신자료 조회 논란은 공수처에 치명타를 가했다.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기자에 대한 통신사실 확인 자료 제공요청을 하면서 언론 사찰 논란까지 제기됐다. 공수처의 수사 능력, 경험 부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정권교체
다음 타자?

현재 공수처는 검수완박 법안 논란에 가려 존재감이 희미해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검수완박 법안 통과로 권한이 쪼그라든 검찰을 대신해 공수처가 비대화된 권력을 가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5년 만에 정권이 교체돼 여야의 공수가 바뀐 상황에서 공수처가 또 다시 정치권의 꽃놀이패가 될 가능성도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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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