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불똥 공수처로 튀나?

공수완박이냐 신권력이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치권에서 시작된 바람이 수사기관을 덮치고 있다. 여야의 힘겨루기로 바람의 세기가 강해지면서 태풍으로 변하는 모양새다. 검찰은 물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역시 바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논란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윤석열정부 출범까지 불과 1주일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문재인정부의 정책이 정치권을 뒤흔드는 중이다.

중재안에
수정안까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개혁의 마지막 단추인 검수완박 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현재 검찰이 수사할 있는 범죄는 6개(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 참사)로 한정돼있다. 

민주당이 처음에 내세운 검수완박 법안은 이 6대 범죄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는 내용이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강행 처리 시도에 검찰 내부가 들끓었다.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반대 의견이 개진됐다.

법원행정처는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위헌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총력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자 해외 순방이 예정돼있던 박병석 국회의장이 나섰다.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위해 미국, 캐나다 등의 해외 순방 일정을 보류한 것.

박 의장은 중재안을 내놓고 여야의 합의를 요구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박 의장의 중재안을 먼저 수용하고, 이어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강대강으로 치닫던 검수완박 갈등은 봉합되는 듯했다.

하지만 여야가 합의한 중재안에 선거 범죄와 공직자 범죄가 제외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이 악화됐다. 이른바 ‘박병석 중재안’은 현행 검찰의 6대 범죄 수사 범위 중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를 삭제하고 부패·경제는 남기되, 이 둘도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등 새 수사기관이 출범하면 폐지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먼저 중재안을 수용한 국민의힘 측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결국 권 원내대표는 중재안 수용을 사과하고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그는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법안 처리 과정에서 판단 미스, 그로 인한 여론 악화 부담을 당에 지우고 의원들에게 책임을 전가시켜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야가 합의했더라도 그 합의사항이 국민에게 수용되지 않을 때는 당연히 재논의·재협상을 해야 하고 국민의 뜻에 맞춰가는 것이 정치권의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단독으로 처리하고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자 첫 번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 주자로 나섰다. 

민주당 개정안 강대강 대치
당선인 측 국민투표 초강수


민주당은 박병석 중재안을 일부 수정한 수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했다. 수정안에는 선거 범죄와 공직자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을 한시적으로 유지하는 방안이 담겼다. 6·1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범죄까지는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선거 범죄 수사권을 오는 12월31일까지 유지하자는 정의당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국민의힘은 검수완박 수정안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정하고 필리버스터를 진행했으나 지난달 28일 0시에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면서 자동 종료됐다. 민주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국무회의 공포 전 문재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국민투표를 진행하겠다는 초강수를 내놓았다.

검수완박 법안으로 검찰은 초토화 상태가 됐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전국 고검장이 일제히 사의를 밝히는 검찰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여야가 중재안을 합의한 직후 검찰 고검장급 7명(이성윤 서울고검장·김관정 수원고검장·여환섭 대전고검장·권순범 대구고검장·조재연 부산고검장·조종태 광구고검장)이 대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 총장은 지난달 17일에도 검수완박에 반대하며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문 대통령이 반려한 바 있다. 

검수완박 법안의 후폭풍은 사법체계를 뒤흔드는 태풍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검찰은 물론 검찰 견제를 위해 설립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그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을 위해 출범한 공수처가 또 다른 검찰개혁 법안에 영향을 받는 게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후폭풍은
어디까지?

검수완박 법안에 따라 검사의 수사권이 제한되면서 ‘공수완박(공수처 수사권 완전 박탈)’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법조계에서는 법률 간 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졸속 입법의 폐해가 엉뚱하게 공수처에서 발현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수처는 특별법인 공수처법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검수완박 법안으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쟁점이 되는 부분은 공수처법 8조4항의 해석이다. 공수처법 8조(수사처 검사) 4항은 “수사처 검사는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검찰청법 4조에 따른 검사의 직무 및 군사법원법 제37조에 따른 군검사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검찰청법 4조는 검수완박 법안의 핵심이다.

검찰청법 4조(검사의 직무)에 따르면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다음 각 호의 직무와 권한이 있다”고 명시했다. 1항에는 “범죄 수사, 공소의 제기 및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 다만,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는 다음 각 목과 같다”고 돼있다. 가목에 명시된 범죄의 범위가 현재 검찰이 갖고 있는 6대 범죄 수사권이다. 


민주당이 검찰청법 개정안을 통해 손보려 한 부분이 해당 조항이기 때문에 검사의 수사 범위가 줄어들면 공수처 검사 역시 그와 연동돼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 것.

공수처는 공수처법 3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설치와 독립성)에 의해 ‘고위공직자 범죄 등에 관한 수사’를 설립 목적으로 규정한 만큼 수사권은 보장될 것이라 보고 있다. 

또 23조(수사처 검사의 수사)도 “수사처 검사는 고위공직자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공수처는 3조와 23조가 개정되지만 않으면 수사하는 데 별다른 제약이 없다는 입장이다. 

출범부터
삐걱대더니…

오히려 문제는 공수처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영장 청구와 관련해서는 공수처도 형사소송법상 검사 규정을 따른다. 민주당의 개정안에는 사후 압수수색 영장 청구의 주체를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서 ‘사법경찰관’으로 바꾼다는 내용이 담겼다. 구속영장 청구권에 대해서도 같은 제한을 뒀다.

해당 부분은 헌법 12조3항인 ‘검사의 영장청구권’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헌법 12조 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개정안대로면 공수처 검사는 공수처법 21조(수사처 수사관의 직무)에 따라 공수처 수사관과 같은 지위가 된다.

공수처법 21조에 따르면 수사처 수사관은 고위공직자 범죄 등에 대한 수사에 관해 ‘형사소송법’ 196조 1항에 따른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한다. 영장 신청 시 수사를 하지 않는 공수처 내 공소부 검사나 검찰청 검사를 통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문정부 검찰개혁의 상징인 공수처가 검찰개혁의 마지막 단추인 검수완박 법안으로 좌초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문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검찰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공수처 설립에 사활을 걸었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등을 통해 문정부의 개혁 드라이브에 입법으로 발을 맞췄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에 있어 여야가 갈등을 빚자 민주당은 개정안을 발의, 국회 다수 의석을 앞세워 본회의 통과를 이끌어냈다. 김진욱 공수처장과 여운국 공수처 차장을 필두로 한 공수처가 지난해 1월 출범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부터 진보 진영의 숙원이었던 공수처가 탄생한 순간이다.

영장청구권 해석 논란
공수처 검사는 예외?

공수처는 출범 전부터 수사 능력과 정치적 중립성에 있어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일단 김 처장과 여 차장이 모두 판사 출신으로 수사를 해본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인적 구성이 늦어지는 부분도 공수처의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정치적 중립성 논란은 공수처의 존재 의의에 타격을 입혔다. 

출범 3개월 만에 불거진 이성윤 서울고검장 황제 조사 논란은 공수처 관련 논란 중에서도 매번 첫손에 꼽히고 있다.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수사기관으로서의 독립성을 지키겠다던 김 처장의 선언이 황제 조사 건으로 빛이 바랬다.

공수처가 진행하는 수사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치중돼 ‘윤수처’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윤 당선인에 대한 집중적인 수사로 선거에 개입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또 ‘윤석열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손준성 검사(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과 함께 ‘부실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고발사주 의혹은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의 관심도 남달랐던 사안이라 공수처의 부족한 수사 능력이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이 과정에서 공수처 ‘존폐 논란’이 불거졌을 정도.

지난해 드러난 통신자료 조회 논란은 공수처에 치명타를 가했다.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기자에 대한 통신사실 확인 자료 제공요청을 하면서 언론 사찰 논란까지 제기됐다. 공수처의 수사 능력, 경험 부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정권교체
다음 타자?

현재 공수처는 검수완박 법안 논란에 가려 존재감이 희미해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검수완박 법안 통과로 권한이 쪼그라든 검찰을 대신해 공수처가 비대화된 권력을 가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5년 만에 정권이 교체돼 여야의 공수가 바뀐 상황에서 공수처가 또 다시 정치권의 꽃놀이패가 될 가능성도 있다.


<jsjang@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24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법 VS 헌재 30년 충돌 속사정

대법 VS 헌재 30년 충돌 속사정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연이은 거부권 행사에 맞서 야당이 거부권 행사 제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헌법 사안을 법률안으로 발의하자 법무부와 법제처는 ‘위헌’이라고 반대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권한 배분이 헌법이 아닌 법률에 규정된 이후 30년째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와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지난 9월7일 대통령 재의요구권(법률안거부권, 이하 ‘거부권’) 관련 법안 ‘대통령의 재의요구 권한 행사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공동발의했다. 법안에는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법안 등에 대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해충돌 법안서 설명하는 이해충돌은 ▲공직자의 직무상 이해충돌 방지 의무 관련 사안 ▲본인·배우자·4촌 이내 혈족과 인척의 범죄 혐의 관련 사안 ▲그 외 중대한 이해충돌 가능성이 인정되는 사안이다. 아울러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 자제’를 요구하면서 ▲명백한 헌법 위반 ▲중대한 재정적 부담 ▲집행 불가능이 명백한 법률안 ▲그 외 명백하게 중대한 공익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법률안이라는 거부권 행사 기준을 설정하고, 소명 의무를 부여했다. 정부는 같은 달 30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진행된 국무회의서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약 2년4개월여 동안 총 24회에 걸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승만정부가 총 45회의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장면 내각 8회 ▲박정희정부 5회 ▲노태우정부 6회 ▲참여정부(고건 권한대행 포함) 6회 ▲이명박정부 1회 ▲박근혜정부 2회 등 옛 정부들이 10회 이내의 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 문민정부·국민의정부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한국민주당과 정치적으로 결별했고, 제헌의회부터 제3대 의회까지는 무소속 의원이 많았기 때문에 거부권 행사가 잦았다. 자유당이 원내 다수당이 된 시점은 제3대 의회였다. 윤 대통령도 취임 이후 줄곧 여소야대 정국을 직면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줄곧 여소야대 정국을 직면했지만, 거부권은 행사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연이은 거부권 행사에 대해 야당은 특별법 발의로 맞서고 있다. 야, 대통령 거부권 제한 발의 정부 “위헌”…그 이유는? 현행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따라서 대통령이 본인·배우자·친인척·측근의 범죄 혐의와 관련된 사안에 거부권을 사용하는 것은 법안의 지적대로 이해충돌 가능성이 크다. 측근 관련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최도술·이광재·양길승 특검법에 대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례가 있었다. 국회 운영위의 검토보고서에도 “공직자는 직무관련자가 사적 이해관계자임을 안 경우 신고·회피 신청을 해야 한다”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5조 규정을 언급했다. 법률 형식으로 거부권 행사를 제한시키려는 발상에 대해서는 일각의 우려도 있다. 법무부와 법제처는 이미 국회 운영위에 “헌법에는 거부권 행사에 대한 제한 규정이 없고,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을 법률로 침해하기 때문에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국회 운영위의 검토보고서에도 “헌법 사안이므로 개헌 시 논의하는 게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담겨있다.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은 헌법 제53조에 규정돼있지만 ‘구체적인 내용과 절차는 법률에 위임할 수 있다’는 위임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헌법상 내용과 절차를 법률에 위임한 사안은 ▲사면권 ▲계엄 선포 ▲대법원장·대법관·헌법재판관의 연임 규정 등이 있다. 위임 규정이 없는데도 법률로써 헌법 사안을 제한하려고 한다면, 위헌 시비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2015년 6월 “시행령이 법률 제정의 취지에 맞지 않으면, 국회가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국회법 개정안 통과에 참여했기 때문에, 특별법으로 헌법 사안을 제한하려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은 모순일 수도 있다. 헌법에 규정해야 할 사안을 법률로 제정해 기관의 큰 충돌을 초래한 사례는 대법원·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재판소원 관련 충돌이 있다. 사법부 최고기관의 위상을 두고 갈등 중인 두 기관은 한정위헌·재판소원을 놓고 1997년 이후 총 3회에 걸쳐 직접 충돌했다. 특별법으로 헌법 사안 제한? 제정 추진 모순 지적도 제기 헌재는 1987년 9차 개헌 이후 설치됐고, 헌법소원 제도도 그때부터 운용됐다. 이시윤 전 헌법재판관의 2017년 7월26일 <법률저널> 기고 칼럼에 따르면, 9차 개헌 이후 대법원은 “법원의 재판도 헌법소원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당황했다고 한다. 이 경우 헌재가 사법부 최고기관이 된다. 대법원은 헌법이 아닌 헌법재판소법을 통해 ‘헌법소원서 재판 배제’를 관철했다고 한다. 하지만 헌재는 1997년 12월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도 내에서는 재판을 취소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이후 대법원과 헌재는 “A를 B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한정위헌 결정의 인정 여부와 재판소원을 놓고 갈등을 이어갔다. 한정위헌은 헌재의 위헌결정 효력을 규정한 헌법재판소법 제47조에 명시되지 않은 재판 형식이고, ‘법령 해석·적용 기준’을 마련하는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형식이다. 대법원은 1996년 4월 “한정위헌은 헌재의 의견 표명에 불과하므로 대법원을 기속하지 않는다”면서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을 무시한 판결을 제시했다. 그러자 헌재가 한정위헌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대법원 판결을 취소하는 사태가 1997년 1회·2022년 2회 등 총 3회에 걸쳐 발생했다. 이 갈등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 농단 의혹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사안도 헌재와의 다툼이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재판소원 허용’을 공개적으로 국회에 요구했던 박한철 당시 헌법재판소장 비난 기사를 대필해 특정 법률 전문지에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는 개헌 당시 두 기관의 갈등을 예상치 못한 채 헌법에 명확한 권한 배분을 담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사태라고 볼 수 있다. 당사자가 뒤늦게 갈등의 씨앗을 깨닫고 차선책으로 법률에 담았지만, 갈등을 봉쇄하지는 못했다. 헌법과 법률은 무게감부터 다르다. 헌법개정안은 재적 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가결되지만, 법률은 재적 과반수 출석·출석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된다. 따라서 법률 위임 규정이 없는 헌법 사안을 법률로 제한하려고 하는 것에 대한 위헌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효력 갈등 <일요시사>는 법안을 대표발의한 김 의원 측과 황 의원 측에 ▲위헌 가능성 ▲한정위헌·재판소원 관련 대법원·헌재의 갈등에 대해 문의했다. 두 의원은 지난 9월30일부터 ‘김건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는 천막농성에 참여하고 있다. 김 의원 측과는 연락이 닿았으나 답변하지 않았고, 황 의원 측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