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VS 공수처 점입가경 감사원 막전막후

쩍 갈라진 간부들 ‘대충돌’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감사원이 점입가경이다. 문재인정부 정책 감사로 시끄럽더니 내분까지 겹쳤다. 유병호 사무총장이 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조은석 감사위원의 문제 제기가 위법하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대상이 ‘물타기’를 주도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과 조은석 감사위원 간의 갈등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관한 감사보고서 공개 과정서 시작됐다. 결과적으로 감사 결과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조 위원의 의견이 패싱됐다. 문제 제기를 시작한 조 위원은 유 사무총장과 최재해 감사원장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유 사무총장도 조 위원을 수사 의뢰한 이후 최근까지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무시하고
공개 비난

유 사무총장은 전 전 위원장에 대한 위법·부당 행위를 확인하려 안간힘을 썼다. 유 사무총장의 마음대로 문제점은 드러나지 않았다. 지난 6월 초, 감사원 감사위원회는 전원회의를 열고 전 전 위원장에 대한 사무국 감사 결과를 논의한 끝에 8개 핵심 쟁점에 ‘불문’ 조치를 결정했다.

앞서 감사원이 조사한 전 전 위원장의 혐의는 총 8개로 ▲출퇴근 포함 근태 문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이해충돌 유권해석과 관련한 쟁점 3개항 ▲서해공무원 피격사건 유권해석 관련 1개항 ▲전 전 위원장의 감사 방해 2개항 ▲갑질 간부에 대한 탄원서 제출 등이 있다.

감사위는 8개항의 탄원서 제출에 “부적절하다”며 기관 주의 조치를 내렸다. 기관 주의 조치도 “위법 부당하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기관 경고조차 ‘법적 책임’이 없다는 설명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1항 출퇴근 쟁점 외 1개 항을 제외한 나머지 6개항에 대해 전 전 위원장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고 대검찰청에 수사를 요청했다. 추 전 장관의 이해충돌 유권해석과 관련된 2항의 보도자료와 3항의 보도자료는 같은 해 9월16일 권익위가 발표한 보도자료 건이다.

2항과 3항 보도자료는 추 전 장관의 직무와 아들(군 복무 중 휴가 논란) 수사 건 사이 직무상 이해충돌이 있는지에 관한 권익위 입장이다.

당시 권익위는 “이해충돌이 없다”고 판단했는데 “사실관계 해석을 거쳐 유권해석을 했고, 그 해석도 전적으로 담당 실무진의 판단 결과”라고 발표했다. 권익위는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추 전 장관이 아들 사건과 관련해 지휘권 등을 행사했는지 확인했다. 대검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감사원은 굴하지 않고 전 전 위원장이 실무진에게 “허위로 보도자료를 내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 전 위원장은 “간부들과 함께 수렴한 권익위 회의 내용을 실무자가 다른 직원들에게 메일로 발송하면서 ‘보도자료(위원장님 작성)’라고 제목을 잘못 쓰는 바람에 그런 ‘오해’가 생겼다”며 “그 자료는 해당 실무자의 컴퓨터에 그대로 저장돼있다”고 말했다.

위 보도자료에 적힌 “전적으로 담당 실무진의 판단 결과”라는 문구서 ‘전적으로’라는 표현은 특히 쟁점이 됐다. 감사위가 보도자료를 내는 과정서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의 논의로 ‘방침’을 결정했고, 실무진은 그 방침에 따라 보도자료를 직접 작성한 사실이 확인됐다.

전 전 위원장이 보도자료 작성에 직접 개입했다는 감사원 사무국의 주장이 인정되지 않은 것이다.


전현희 무리한 감사 후폭풍…책임 묻기 실패
내부 갈등 봉합 안 돼…최재해 리더십 악화

감사원의 무리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감사원 대변인실은 당시 출입기자들에게 “감사위원회는 제보 내용을 안건별로 심의하며 권익위원장 및 권익위의 ‘위법부당한 행위’에 관해 권익위원장에게 기관 주의 형태로 조치할 예정이며, 정무직이고 이미 수사 요청된 점 등을 고려해 감사보고서에 관련 내용 등은 서술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실 문자에서 “권익위원장 및 권익위의 ‘위법부당한 행위’에 대해”라고 적시한 것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즉, 감사위원회 결정은 개인 조치는 ‘불문’이고, 기관 주의도 ‘부적절했다’는 것이 끝이다. 이는 감사위 결정을 간접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읽힌다.

전 전 위원장 퇴임 이후 감사원 사무국과 일부 감사위원 간 갈등은 지속됐다. 유 사무총장은 지난 6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조 위원이 감사보고서를 수차례 열람했고, 감사위원회가 의결하지 않은 것도 직원들을 강요해 많이 고쳤다”며 “권한 범위를 넘어서 요구했고, 강요했고, 기망했다”고 비판했다.

야당서 감사보고서 결재에 관해 “주심위원 열람 칸이 공란인데도 유 사무총장이 최종 결재 완료 처리했다”는 지적에 유 사무총장은 “단군 이래 가장 많이 보시고 유일하게 혼자 안 누르셨다. 제가 감사원 27년 있었는데 그렇게 자주 열람하시는 거 처음 봤다”고 반박했다.

조 위원과 유 사무총장은 전 전 위원장 감사 결과 보고서 확정을 위한 감사위원회의서부터 의견 충돌이 잦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에 제출된 회의록에 따르면, 두 사람은 전 전 위원장에게 고발당한 최재해 원장을 심의에서 제척할지 여부, 추 전 장관 관련 유권해석 개입 의혹 등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조 위원은 “유 사무총장이 수시로 말을 자르고 끼어들거나 타박하고, 회의가 잠시 중단되면 고성을 지르며 밖으로 나간 바 있다”고 말했다.

결국 터진
감정 싸움

감사보고서가 공개되는 과정에서는 주심인 조 위원의 열람 결재를 건너뛰고 공개돼 패싱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주심인 감사위원이 ‘열람’을 눌러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데, 이런 과정 없이 최종 결재가 이뤄졌다는 게 조 위원의 주장이다.

전 전 위원장에 관한 감사 과정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감사원 사무처는 감사 방해 및 지연(직권남용·업무방해·강요), 감사 사실을 유출(공무상 비밀누설)한 혐의로 조 위원을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감사원장이 지휘하는 사무처가 감사위원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은 처음이다.

조 위원의 행위를 조사한 건 유 사무총장의 측근들로 구성된 감사원 내부 태스크포스(TF) 팀이다. 이 팀은 지난 6월9일 꾸려졌다. 최달영 당시 기획조정실장(현 제1사무차장)이 단장을 맡았다. 부단장으로는 김모 감찰관(국장급)과 김숙동 당시 특별조사국 제1과장(현 특별조사국장) 2명이 투입됐다.

김숙동 국장은 유 사무총장의 측근으로 꼽힌다. 그는 2020년 유 사무총장과 월성원전 감사를 진행했고,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감사를 맡았다. 그는 지난해 부이사관으로 승진했고, 지난 7월 감사부서 핵심 조직인 특별조사국(특조국) 국장 자리에 올랐다.


최 원장과 유 사무총장이 TF를 관리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 바 있다. 전 전 위원장에게 고소당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대상이 됐음에도 감독하는 것은 이해충돌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의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제도 세부 운영기준’을 보면, 이는 회피 신청 사유에 해당한다.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을 따른 이 기준은 “직무 담당자는 조사 개시, 조사 범위와 강도 등을 조정해 조사의 공정성을 저해시키고 이를 통해 유·무형의 이익을 얻을 것을 예상할 수 있으므로, 신고·회피 신청을 해야 한다”고 돼있다.

두 번째
압수수색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제도에 따르면 공직자가 자신이 맡은 직무와 관련한 사적 이해관계자에 해당하면 기관마다 있는 이해충돌방지담당관에게 신고 및 회피 신청서를 접수해야 한다. 그 뒤 이해충돌방지담당관은 해당 공직자를 지휘·감독하는 상급자 의견을 들어 적정한 조치를 이 공직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유 사무총장에 관한 수사를 고심하던 공수처는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7일, 감사원을 두 번째로 압수수색하면서 자료를 확보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정 자료를 찾기 위한 것이 아니다.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공수처의 압수수색 범위를 들여다보면 지난번과는 다르게 조 위원의 사무실이 처음 포함됐다. 최 원장과 유 사무총장이 전 전 위원장 감사보고서 처리 과정서 위법 행위를 했다는 조 위원 측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는 조 위원을 이달 초 소환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는 크게 세 갈래로 ▲감사의 계기가 된 권익위 고위 관계자의 부실·허위 제보 의혹 ▲최초 제보자를 감사 증인으로 꾸미는 조작감사 의혹 ▲조 위원 패싱 의혹 등이다.

공수처의 수사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감사위원 6명에게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달라고 소환을 통보했다. 이 중 전 전 위원장 사건 주심이던 조 위원을 제외한 5명은 선임 위원 방에 모여 공수처 조사에 어떤 방식으로 응할지 논의했다.

공수처 직권남용 혐의 유병호 소환 통보
대검, 조은석 수사 고민…정치적 역풍?

일부 위원들은 공수처에 출석 의사를 밝혔고, 일부는 서면조사를 요청했다.

공수처는 감사원이 6월1일 감사위원회의 후인 6월9일 전 전 위원장 감사보고서가 시행·공개하는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감사위원들의 합의제 기구인 감사원서 최 원장과 사무처가 감사위원들에게 정당한 절차를 거쳐 감사보고서를 시행·공개했는지가 핵심이다.

사무처는 감사위원들에게 마지막으로 공유한 3차 수정안에서 149자를 더 고친 4차 수정안(최종안)을 만들었는데 주심 위원을 포함한 감사위원들에게 공유하지 않았다. 실제 감사위원들이 사무처의 수정안을 검토하기 위해 모여 있는 사이, 사무처가 4차 수정안을 내부망에 올리고 1시간50분 만에 주심 위원의 열람결재를 건너뛰고 시행·공개했다.

감사원 내부의 ‘감사사무 등 처리에 관한 규정’엔 감사위원회의서 변경·시행하도록 의결한 때에는 주심 감사위원의 열람을 받아 시행하도록 돼있는데, 전산 처리를 통해 주심 위원의 열람 결재를 받지 않고 시행한 것이다.

공수처는 조 위원 ‘패싱’이 문제가 되자 해명하려 낸 보도자료 내용에 허위가 없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공수처는 감사원 사무처의 이 같은 행위에 공전자기록 위작·변작, 감사원 직원에 대한 직권남용, 허위 공문서 작성, 감사위원에 대한 업무(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공수처는 우선 유 사무총장에게도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감사원 측은 이에 대해 “기본적인 사실관계 확인이나 업무 관행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이는 상황서 감사위원과 사무총장을 조사하려 하는 것은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권위와 신뢰를 심히 훼손하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공수처의 빠른 발걸음과는 반대로 대검찰청은 아직 조 위원에 관한 수사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공수처의 수사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하는 게 아니다”며 “조 위원의 위법 행위 여부를 아직 판단 중”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이 사실상 동일 사안으로 공수처와 검찰의 동시 수사를 받게 된 건 전례 없는 일이다.

감사원 내부에서는 외부 수사기관을 끌어들여 사태를 해결하려는 게 오히려 감사원의 위상을 추락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상당하다.

“통제 안 된다
제어장치 필요”

한 감사원 국장급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최 원장과 유 사무총장이 조 위원을 수사 의뢰할 때 상의도 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내부 분위기는 감사원의 위상이 커졌다며 좋아하는 직원이 많았으나 이제는 아니다. 간부들끼리 ‘감정싸움’이 커지면서 직원들의 불만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감사원 간부도 “유 사무총장과 그 측근들의 판단이 오히려 감사원을 망치고 있다는 얘기가 적지 않다. 제어장치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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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