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VS 공수처 점입가경 감사원 막전막후

쩍 갈라진 간부들 ‘대충돌’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감사원이 점입가경이다. 문재인정부 정책 감사로 시끄럽더니 내분까지 겹쳤다. 유병호 사무총장이 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조은석 감사위원의 문제 제기가 위법하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대상이 ‘물타기’를 주도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과 조은석 감사위원 간의 갈등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관한 감사보고서 공개 과정서 시작됐다. 결과적으로 감사 결과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조 위원의 의견이 패싱됐다. 문제 제기를 시작한 조 위원은 유 사무총장과 최재해 감사원장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유 사무총장도 조 위원을 수사 의뢰한 이후 최근까지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무시하고
공개 비난

유 사무총장은 전 전 위원장에 대한 위법·부당 행위를 확인하려 안간힘을 썼다. 유 사무총장의 마음대로 문제점은 드러나지 않았다. 지난 6월 초, 감사원 감사위원회는 전원회의를 열고 전 전 위원장에 대한 사무국 감사 결과를 논의한 끝에 8개 핵심 쟁점에 ‘불문’ 조치를 결정했다.

앞서 감사원이 조사한 전 전 위원장의 혐의는 총 8개로 ▲출퇴근 포함 근태 문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이해충돌 유권해석과 관련한 쟁점 3개항 ▲서해공무원 피격사건 유권해석 관련 1개항 ▲전 전 위원장의 감사 방해 2개항 ▲갑질 간부에 대한 탄원서 제출 등이 있다.

감사위는 8개항의 탄원서 제출에 “부적절하다”며 기관 주의 조치를 내렸다. 기관 주의 조치도 “위법 부당하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기관 경고조차 ‘법적 책임’이 없다는 설명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1항 출퇴근 쟁점 외 1개 항을 제외한 나머지 6개항에 대해 전 전 위원장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고 대검찰청에 수사를 요청했다. 추 전 장관의 이해충돌 유권해석과 관련된 2항의 보도자료와 3항의 보도자료는 같은 해 9월16일 권익위가 발표한 보도자료 건이다.

2항과 3항 보도자료는 추 전 장관의 직무와 아들(군 복무 중 휴가 논란) 수사 건 사이 직무상 이해충돌이 있는지에 관한 권익위 입장이다.

당시 권익위는 “이해충돌이 없다”고 판단했는데 “사실관계 해석을 거쳐 유권해석을 했고, 그 해석도 전적으로 담당 실무진의 판단 결과”라고 발표했다. 권익위는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추 전 장관이 아들 사건과 관련해 지휘권 등을 행사했는지 확인했다. 대검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감사원은 굴하지 않고 전 전 위원장이 실무진에게 “허위로 보도자료를 내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 전 위원장은 “간부들과 함께 수렴한 권익위 회의 내용을 실무자가 다른 직원들에게 메일로 발송하면서 ‘보도자료(위원장님 작성)’라고 제목을 잘못 쓰는 바람에 그런 ‘오해’가 생겼다”며 “그 자료는 해당 실무자의 컴퓨터에 그대로 저장돼있다”고 말했다.

위 보도자료에 적힌 “전적으로 담당 실무진의 판단 결과”라는 문구서 ‘전적으로’라는 표현은 특히 쟁점이 됐다. 감사위가 보도자료를 내는 과정서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의 논의로 ‘방침’을 결정했고, 실무진은 그 방침에 따라 보도자료를 직접 작성한 사실이 확인됐다.

전 전 위원장이 보도자료 작성에 직접 개입했다는 감사원 사무국의 주장이 인정되지 않은 것이다.


전현희 무리한 감사 후폭풍…책임 묻기 실패
내부 갈등 봉합 안 돼…최재해 리더십 악화

감사원의 무리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감사원 대변인실은 당시 출입기자들에게 “감사위원회는 제보 내용을 안건별로 심의하며 권익위원장 및 권익위의 ‘위법부당한 행위’에 관해 권익위원장에게 기관 주의 형태로 조치할 예정이며, 정무직이고 이미 수사 요청된 점 등을 고려해 감사보고서에 관련 내용 등은 서술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실 문자에서 “권익위원장 및 권익위의 ‘위법부당한 행위’에 대해”라고 적시한 것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즉, 감사위원회 결정은 개인 조치는 ‘불문’이고, 기관 주의도 ‘부적절했다’는 것이 끝이다. 이는 감사위 결정을 간접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읽힌다.

전 전 위원장 퇴임 이후 감사원 사무국과 일부 감사위원 간 갈등은 지속됐다. 유 사무총장은 지난 6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조 위원이 감사보고서를 수차례 열람했고, 감사위원회가 의결하지 않은 것도 직원들을 강요해 많이 고쳤다”며 “권한 범위를 넘어서 요구했고, 강요했고, 기망했다”고 비판했다.

야당서 감사보고서 결재에 관해 “주심위원 열람 칸이 공란인데도 유 사무총장이 최종 결재 완료 처리했다”는 지적에 유 사무총장은 “단군 이래 가장 많이 보시고 유일하게 혼자 안 누르셨다. 제가 감사원 27년 있었는데 그렇게 자주 열람하시는 거 처음 봤다”고 반박했다.

조 위원과 유 사무총장은 전 전 위원장 감사 결과 보고서 확정을 위한 감사위원회의서부터 의견 충돌이 잦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에 제출된 회의록에 따르면, 두 사람은 전 전 위원장에게 고발당한 최재해 원장을 심의에서 제척할지 여부, 추 전 장관 관련 유권해석 개입 의혹 등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조 위원은 “유 사무총장이 수시로 말을 자르고 끼어들거나 타박하고, 회의가 잠시 중단되면 고성을 지르며 밖으로 나간 바 있다”고 말했다.

결국 터진
감정 싸움

감사보고서가 공개되는 과정에서는 주심인 조 위원의 열람 결재를 건너뛰고 공개돼 패싱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주심인 감사위원이 ‘열람’을 눌러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데, 이런 과정 없이 최종 결재가 이뤄졌다는 게 조 위원의 주장이다.

전 전 위원장에 관한 감사 과정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감사원 사무처는 감사 방해 및 지연(직권남용·업무방해·강요), 감사 사실을 유출(공무상 비밀누설)한 혐의로 조 위원을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감사원장이 지휘하는 사무처가 감사위원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은 처음이다.

조 위원의 행위를 조사한 건 유 사무총장의 측근들로 구성된 감사원 내부 태스크포스(TF) 팀이다. 이 팀은 지난 6월9일 꾸려졌다. 최달영 당시 기획조정실장(현 제1사무차장)이 단장을 맡았다. 부단장으로는 김모 감찰관(국장급)과 김숙동 당시 특별조사국 제1과장(현 특별조사국장) 2명이 투입됐다.

김숙동 국장은 유 사무총장의 측근으로 꼽힌다. 그는 2020년 유 사무총장과 월성원전 감사를 진행했고,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감사를 맡았다. 그는 지난해 부이사관으로 승진했고, 지난 7월 감사부서 핵심 조직인 특별조사국(특조국) 국장 자리에 올랐다.


최 원장과 유 사무총장이 TF를 관리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 바 있다. 전 전 위원장에게 고소당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대상이 됐음에도 감독하는 것은 이해충돌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의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제도 세부 운영기준’을 보면, 이는 회피 신청 사유에 해당한다.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을 따른 이 기준은 “직무 담당자는 조사 개시, 조사 범위와 강도 등을 조정해 조사의 공정성을 저해시키고 이를 통해 유·무형의 이익을 얻을 것을 예상할 수 있으므로, 신고·회피 신청을 해야 한다”고 돼있다.

두 번째
압수수색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제도에 따르면 공직자가 자신이 맡은 직무와 관련한 사적 이해관계자에 해당하면 기관마다 있는 이해충돌방지담당관에게 신고 및 회피 신청서를 접수해야 한다. 그 뒤 이해충돌방지담당관은 해당 공직자를 지휘·감독하는 상급자 의견을 들어 적정한 조치를 이 공직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유 사무총장에 관한 수사를 고심하던 공수처는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7일, 감사원을 두 번째로 압수수색하면서 자료를 확보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정 자료를 찾기 위한 것이 아니다.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공수처의 압수수색 범위를 들여다보면 지난번과는 다르게 조 위원의 사무실이 처음 포함됐다. 최 원장과 유 사무총장이 전 전 위원장 감사보고서 처리 과정서 위법 행위를 했다는 조 위원 측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는 조 위원을 이달 초 소환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는 크게 세 갈래로 ▲감사의 계기가 된 권익위 고위 관계자의 부실·허위 제보 의혹 ▲최초 제보자를 감사 증인으로 꾸미는 조작감사 의혹 ▲조 위원 패싱 의혹 등이다.

공수처의 수사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감사위원 6명에게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달라고 소환을 통보했다. 이 중 전 전 위원장 사건 주심이던 조 위원을 제외한 5명은 선임 위원 방에 모여 공수처 조사에 어떤 방식으로 응할지 논의했다.

공수처 직권남용 혐의 유병호 소환 통보
대검, 조은석 수사 고민…정치적 역풍?

일부 위원들은 공수처에 출석 의사를 밝혔고, 일부는 서면조사를 요청했다.

공수처는 감사원이 6월1일 감사위원회의 후인 6월9일 전 전 위원장 감사보고서가 시행·공개하는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감사위원들의 합의제 기구인 감사원서 최 원장과 사무처가 감사위원들에게 정당한 절차를 거쳐 감사보고서를 시행·공개했는지가 핵심이다.

사무처는 감사위원들에게 마지막으로 공유한 3차 수정안에서 149자를 더 고친 4차 수정안(최종안)을 만들었는데 주심 위원을 포함한 감사위원들에게 공유하지 않았다. 실제 감사위원들이 사무처의 수정안을 검토하기 위해 모여 있는 사이, 사무처가 4차 수정안을 내부망에 올리고 1시간50분 만에 주심 위원의 열람결재를 건너뛰고 시행·공개했다.

감사원 내부의 ‘감사사무 등 처리에 관한 규정’엔 감사위원회의서 변경·시행하도록 의결한 때에는 주심 감사위원의 열람을 받아 시행하도록 돼있는데, 전산 처리를 통해 주심 위원의 열람 결재를 받지 않고 시행한 것이다.

공수처는 조 위원 ‘패싱’이 문제가 되자 해명하려 낸 보도자료 내용에 허위가 없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공수처는 감사원 사무처의 이 같은 행위에 공전자기록 위작·변작, 감사원 직원에 대한 직권남용, 허위 공문서 작성, 감사위원에 대한 업무(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공수처는 우선 유 사무총장에게도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감사원 측은 이에 대해 “기본적인 사실관계 확인이나 업무 관행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이는 상황서 감사위원과 사무총장을 조사하려 하는 것은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권위와 신뢰를 심히 훼손하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공수처의 빠른 발걸음과는 반대로 대검찰청은 아직 조 위원에 관한 수사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공수처의 수사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하는 게 아니다”며 “조 위원의 위법 행위 여부를 아직 판단 중”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이 사실상 동일 사안으로 공수처와 검찰의 동시 수사를 받게 된 건 전례 없는 일이다.

감사원 내부에서는 외부 수사기관을 끌어들여 사태를 해결하려는 게 오히려 감사원의 위상을 추락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상당하다.

“통제 안 된다
제어장치 필요”

한 감사원 국장급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최 원장과 유 사무총장이 조 위원을 수사 의뢰할 때 상의도 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내부 분위기는 감사원의 위상이 커졌다며 좋아하는 직원이 많았으나 이제는 아니다. 간부들끼리 ‘감정싸움’이 커지면서 직원들의 불만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감사원 간부도 “유 사무총장과 그 측근들의 판단이 오히려 감사원을 망치고 있다는 얘기가 적지 않다. 제어장치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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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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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