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공수처장 후보자 오동운

누가 와도 동네북 ‘북채 드나’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지난달 26일, 3개월간 공석이었던 공수처장에 오동운 변호사가 최종 후보자로 지명됐다. 오 변호사 지명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의견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여권이 추천한 후보군 중에서 지명자를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과거 재판 전력과 자녀 부동산 매입 ‘세테크’ 의혹으로 논란이 될 전망이다.

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지휘부로 오동운 변호사가 취임하면 채 상병 사건과 정치적으로 민감한 여러 사건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수처가 지휘부 공백 사태가 장기화로 각종 외풍에 시달린 가운데 취임 이후 풀어야 할 최대 과제는 수사 역량 제고 및 기강 확립이 될 것으로 보인다.

풀어야 할
과제들은?

김진욱 전 공수처장 임기가 끝난 이후 3개월간 윤석열 대통령은 차기 공수처장 최종 후보를 지명하지 않았다. 차기 공수처장 후보로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후보추천위)가 지난 2월29일, 오동운·이명순 변호사를 추천했지만 윤 대통령의 선택은 없었다.

그러다 지난달 26일,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후보추천위가 추천한 2명 가운데 오동운 변호사를 최종 후보자로 지목했다”며 “신속히 국회에 인사청문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수처장은 추천위 위원 6명 이상 찬성한 최종 후보군 2명을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 가운데 1명을 지명한 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게 된다. 이번 지명은 김 전 공수처장이 퇴임한 지 97일 만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수처장 후보자 지명까지 3개월이란 시간이 걸린 데 대해 “국회 인사청문회가 필요한 지위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해야 했다”며 “선거가 있었기 때문에 국회 일정을 감안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오 후보자를 지명한 배경에 대해서는 “법원 등 20년간 다양한 분야서 재판 경험과 전문성을 쌓아왔다”며 “복수 후보에 대해 여러 의견을 청취하고 공정성과 신뢰성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오 후보자를 지명함에 따라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오 후보자의 인사청문 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관련 법에 따라 접수 20일 내 인사청문회 절차를 마쳐야 한다.

오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여야 합의로 오는 17일 개최하기로 했다. 지난 1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과 민주당 소병철 의원은 오 후보자 인사청문회 관련 의사일정에 합의했다.

오 후보자는 경남 산청 출신으로 부산 낙동고와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1998년 부산지법서 예비판사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서울고법 판사, 울산지법 부장판사,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등을 역임하며 2017년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법복을 벗은 뒤 법무법인 금성의 변호사로 일해왔다.

20년간 다양한 분야 재판 경험
윤 대통령과 별다른 접점 없어

법조인 활동을 하면서도 윤 대통령과 별다른 접점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 후보자와 함께 후보에 올랐던 이명순 변호사는 윤 대통령과 불법 대선자금 수사팀서 근무한 경력이 있고, 윤 대통령과 함께 ‘우검회’(우직한 검사들의 모임)라는 친목회서 활동한 경력이 감안돼 낙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오 후보자 지목이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법을 추진하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수처장 공석으로 중단된 채 상병 사건 수사를 재개시켜 특검법 반대 논거로 활용하려 한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당 사건에 공수처 고발은 전임 공수처장 재직 시인 지난해 9월 이뤄져서 수사가 진행돼오고 있었고 특검법도 공수처 수사와 무관하게 작년 9월에 발의된 것으로 안다”며 “그러므로 공수처장 지명과 특검법을 연결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공수처장 지명이 너무 늦어지는 게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며 “막상 공수처장을 지명하자 수사를 방해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한다면 이는 온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등 야당에선 이번 오 후보자 인선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야당의 의견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여권이 추천한 후보군 중 지명자를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또 박근혜정부 시절에 정보경찰 선거개입 의혹 사건 재판 변호를 맡은 점을 들며 “공수처를 외풍으로부터 지키며 공정한 수사를 이끌 수 있는 인물인지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임 원내대변인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과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의 비위 의혹 사건 등 권력을 향한 수사를 펼치고 있어 외압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며 “오 후보자가 대통령실의 설명대로 공수처장으로서의 자격에 의문이 없는지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외에도 오 후보자의 미성년자 상습 성폭행범 변호 전력이 국회 인사청문회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 후보자는 2018년 4명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남성을 변호했던 바 있다. 당시 “동의하에 피해자의 속옷 밖에서 성기를 문지른 것”이라고 변호했으나 대법원서 징역 7년이 확정됐다. 해당 남성은 2017~2018년 12세, 10세 소녀를 각각 숙박업소로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10세 소녀를 유인해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 9세 소녀에게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혐의도 받았다.

청문회
쟁점은?

공수처장 후보 지명 이후 변호 이력이 논란이 되자 오 후보자는 “절차적·법리적 문제에 더 집중해 변론한 사건”이라고 해명했다.

오 후보자의 딸이 20세였던 2020년 8월, 재개발을 앞둔 성남시의 땅과 건물을 모친 김모씨로부터 4억2000만원에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재개발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전,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해 세금을 줄이려는 이른바 세테크를 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있다.

지난 1일 국회에 제출된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오씨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산성동 땅 60.5㎡(4억2000만원),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 건물 13㎡ 전세권(3000만원), 예금 2628만원, 증권 210만원, 은행 채무 1억1800만원, 사인 간 채무 3000만원 등 약 3억3000만원의 재산을 보유 중이라고 신고했다.


오씨는 “오 후보자로부터 3억5000만원을 증여받아 4850만원의 증여세를 내고 나머지 금액으로 주택과 토지를 매매했다”고 밝혔다. 증여받은 돈 약 3억원 외 1억2000만원은 주택도시공사 대출을 받아 충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오씨가 소유한 토지에는 ‘산성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에 따라 3000여세대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 사업은 2019년 재개발 시행 인가가 났고 철거를 거쳐 지난달부터 공사가 시작됐다. 특히 이 지역은 서울과 인접해 성남 내에서도 재개발 관심이 뜨거운 곳으로 알려졌다.

오 후보자가 딸에게 준 3000만원에 대한 차용증을 후보자 지명 이후 뒤늦게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용증 작성 날짜는 지난달 28일로,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최종 후보자로 지명한 지 불과 이틀 뒤였다. 오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경기 과천시 사무실에 처음 출근한 날이기도 했다.

차용증에는 오 후보자가 딸에게 언제 돈을 빌려줬는지, 이자가 얼마인지, 언제까지 빌려주는 것인지 등이 기재돼있지 않다. 오 후보자는 같은 날, 친척 오모씨와도 8800만원을 빌려준다는 내용의 차용증을 작성했다. 이 차용증에는 이자와 변제기일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딸과 썼던 차용증과는 다르다.

미성년자 상습
성폭행범 변호

인사청문회 과정서 딸에게 준 돈을 둘러싸고 증여세 납부 등이 논란될 것을 우려해 뒤늦게 차용증을 형식적으로 작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전망이다.


인사청문회 준비단 측은 “오 후보자가 2021년 7월, 딸의 원룸 전세 계약 당시 전세보증금 3000만원을 지원해 줬다”며 “당시 전세보증금 보호를 위해 계약은 거주자인 딸 명의로 했으나 이후 계약해지 시 오 후보자가 전세보증금을 대신 돌려받는 것으로 인식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인사청문회를 위해 재산 내역을 확인하는 과정서 4월28일을 기준으로 딸과 차용 확인증을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친척 오모씨에게 돈을 빌려준 사유에 대해선 “사적인 문제로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차용증을 왜 뒤늦게 썼는지에 대해 “변제 등으로 액수가 계속 변동돼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서 최종 액수를 확인한 뒤 지난달 28일자로 차용확인서를 재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오 후보자는 이와 관련해 “자세한 사항은 청문회를 통해 설명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경기 과천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했던 오 후보자는 공수처가 수사 중인 해병대 채 상병 수사외압 사건에 대해 “아직 보고받은 바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채 상병 사건에 대통령실 개입 정황도 나왔는데 성역 없는 수사가 가능하냐는 질문에도 “아직 보고받지 못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성실히 수사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지휘부 공백 사태 장기화
민감한 여러 사건 속도?

오 후보자는 야당이 21대 국회 임기 내에 ‘채 상병 특검법’을 추진하는 데 대해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며 “저는 공수처장 임명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고, 정치권서 하는 일에 대해선 그 배경이나 어떻게 될지에 깊이 생각해보진 못했다”고 언급했다.

한편 공수처는 ‘채 상병 순직 사고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핵심 피의자인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유 관리관은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전화를 걸어 채 상병 사망 관련 수사 내용을 축소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 관리관이 경북경찰청에 수사 기록 회수 요청 전화를 건 날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통화했다는 의혹도 최근 제기된 상태다. 유 관리관에 대한 조사를 마친 공수처는 지난 2일,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소환조사했다. 이후 조만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오 후보자가 취임 후 풀어야 할 최대 과제는 공수처의 수사 역량 제고와 기강 확립이다. 2021년 출범 이후 공수처는 다섯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단 한번도 법원의 문턱을 넘은 적이 없다. 직접 기소한 사건 가운데 유죄판결을 받은 것도 고발사주 의혹 한 건에 불과하다.

공수처 출범 당시 합류한 ‘1기 검사’ 13명 중 11명이 떠났을 만큼 조직 기강이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다.

공수처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서, 출범 초기부터 끊이지 않았던 수사 편향성 논란도 털어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현재 공수처는 채 상병 순직 사건 관련 수사외압 의혹, 윤석열정부 감사원의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 감사 의혹 등 현 정권 관련 수사를 다수 진행 중이다.

공정성을 잃지 않고 문제없이 일을 처리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향후 공수처의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

앞서 공수처는 지휘부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각종 외풍에 시달려왔다. 주요 사건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책임질 지휘부의 부재로 수사는 제 속도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새 지휘부가 취임할 경우, 정치적으로 민감한 여러 사건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테크
부모찬스

오 후보자는 ‘판사 출신이라 수사 경험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제가 판사 출신인 것은 맞다”면서도 “유능한 수사 능력을 갖춘 차장을 선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어려운 시기에 후보자로 지명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고위공직자 부패 척결을 위해 설립된 공수처가 지난 3년간 국민적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했다는 점을 잘 알고,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깊이 고민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yuncastl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오동운 딸, 수상한 로펌 근무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의 딸 오모씨는 대학생이던 20~23세에 오 후보자 소개로 3곳의 로펌에서 근무하며 총 3700여만원의 급여소득을 올렸다.

스무 살이던 2020년 8월 A 법무법인에 들어가 2주가량 일한 뒤 100만원을 받았고 퇴직 다음 날 B 법무법인에 입사해 2022년 7월까지 근무하며 2300만원을 받았다.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는 C 법무법인서 1348만원을 벌었다. 

대학생 신분으로 학기 중 로펌서 근무하며 상당한 소득을 벌어들인 셈이다.

이에 대해 오 후보자는 “자녀가 대학생이 된 이후 미리 사회경험을 쌓고 생활력과 독립성을 키우기 위해 학업 및 생활에 필요한 부수입 등을 올리고자 후보자 소개로 몇몇 법무법인서 사무 보조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밝혔다.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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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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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