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쳤나 놔줬나' 공수처 미스터리

먹여줘도…이쪽저쪽 간 보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력에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출범 9개월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을 1호 공약으로 내걸고 검찰개혁을 천명했다. 공수처 설립과 공수처장 후보 추천 문제를 두고 여야 간 입법 줄다리기가 1년여 동안 이어진 끝에 올해 1월 기대와 우려 속에 새 기구가 첫발을 뗐다. 

출범 9개월
초라한 성적

올 1월21일 공수처가 출범한 이후 9개월이 흘렀다. 지금까지 공수처의 성적표는 초라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기대는 사그라졌고 우려는 증폭됐다. 인력 구성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하더니 여러 차례에 걸쳐 수사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여기에 이성윤 서울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황제 조사’ 논란 등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문제는 공수처를 둘러싼 논란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최근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피의자인 손준성 검사(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한 체포영장과 사전 구속영장이 연달아 기각됐다. 공수처 입장에서는 출범 이후 1호 체포영장, 1호 구속영장이었기 때문에 더 뼈아픈 대목이다. 

이세창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26일, 공수처가 손 검사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피의자에 대한 출석 요구 상황 등 이 사건 수사 진행 경과 및 피의자에게 정당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점, 심문 과정에서 향후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피의자 진술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해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법원은 손 검사에 대한 체포영장도 기각한 바 있다. 체포영장이 기각되고 사흘 만에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또 다시 기각되면서 공수처는 말 그대로 망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특히 구속영장 청구에 앞서 손 검사에 대한 조사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은 점을 두고 법조계에서도 무리수였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손 검사는 지난 4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일하던 중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등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작성과 관련 자료 수집을 성명불상의 직원에게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1호 체포·구속영장 기각
무리한 청구 지적 망신살

또 ‘검언 유착’ 보도의 제보자로 알려진 지모씨 실명 판결문 유출, 이를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게 전달해 4·15 총선에 개입하려 한 혐의도 있다. 

공수처는 손 검사를 고발장의 전달자로 특정했다. 제보자 조성은씨가 제출한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한 결과, 조씨와 김 의원이 나눈 텔레그램 대화방 캡처 화면에 ‘손준성 보냄’ 문구가 남아있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공수처는 지난달 10일 손 검사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검사와 수사관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후 공수처와 손 검사는 소환 일정을 두고 줄다리기를 벌였다.


먼저 공수처는 지난 4일 손 검사에게 “10월14일 또는 15일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손 검사는 “변호인 선임이 지연되고 있다”며 출석일자를 미루다 지난달 11일 “10월22일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공수처에 전달했다.

하지만 공수처는 그보다 사흘 앞선 20일 손 검사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이를 법원이 기각한 것이다.

손 검사는 21일 변호인을 선임했고 사건 파악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11월2일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하지만 공수처는 23일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이 또 다시 기각하면서 공수처의 수사 역량과 함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도마에 올랐다.

공수처는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손 검사가 성명불상의 상급 검찰 간부들이 성명불상의 검찰공무원에게 고발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고 고발장을 작성하도록 했다”고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도 정작 ‘성명불상자’가 누구인지는 명시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후보
노렸지만?

또 영장청구서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름이 여러 차례 나오지만 정작 범죄 혐의와 관련해서는 윤 전 총장의 이름을 적시하지 못했다고 한다. 부실한 영장청구서가 법원의 기각을 불렀다는 게 법조계 인사들의 중론이다.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으로 공수처의 수사엔 제동이 걸렸다. 공수처의 당초 목표는 손 검사의 신병을 확보한 뒤 수사를 확대해 윗선의 개입 여부 등을 확인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첫 단추가 어긋나면서 공수처의 운신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공수처 역시 당분간 손 검사와 김웅 의원에 대한 혐의 입증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구속영장 청구 사실을 통보한 시점에 대해서도 공방이 오가는 등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달 23일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실제 손 검사에게 통보한 시기는 영장실질심사 전날인 같은 달 25일이었다. 손 검사가 ‘늑장 통보’라고 비판하는 부분이다. 

공수처는 논란이 계속되자 같은 달 27일 “영장 청구 시 통보는 피의자 조사가 이뤄지는 등 수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경우에 해당한다”며 “이번 구속영장 청구는 손 검사의 계속되는 출석 불응에 대응하고 출석을 담보해 조사를 진행하려는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공수처에서 손 검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공수처는 손 검사에 “대선후보 경선 일정 등을 고려해 조속한 출석 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정당한 이유 없이 예정된 출석에 불응하면 강제수사에 의할 수밖에 없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손 검사 측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명백히 야당 경선에 개입하는 수사를 하겠다는 정치적 의도”라고 공수처를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 배경엔 더불어민주당의 압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왔다.


민주당에서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빠른 수사를 촉구하자 공수처가 이에 발맞추느라 무리한 행보를 보였다는 것이다.

황제 조사
또 언급돼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은 공수처의 손 검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야당 후보의 경선 일정을 고려해 수사를 서두른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 명백한 선거개입이자 선거공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수처를 비롯한 수사기관의 핵심은 ‘정치적 중립성’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5일 공수처 출범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공수처는 무엇보다도 정치적 중립이 생명이다. 검찰로부터 독립과 중립을 지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며 “공수처가 철저한 정치적 중립 속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여야를 넘어 함께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도 청문회에서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철저히 지키고 고위공직자 비리를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고 발언했다. 공수처 설립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공수처장 후보자는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9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해당 발언들은 ‘공염불’에 가까워졌다. 

지난 3월 이 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황제 조사’ 논란도 재차 거론되고 있다. 당시 김 처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금 수사’를 무마한 혐의를 받던 이 고검장을 휴일에 관용차량을 이용해 청사에 들인 뒤 면담을 진행해 황제 조사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한 언론을 통해 이 고검장이 김 처장의 제네시스 관용차에 옮겨 타는 장면이 정부과천청사 인근 도로변 CCTV 영상을 통해 공개되면서 김 처장은 “보안상 어쩔 수 없었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사건 조사와 관련해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지 않도록 더욱 유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선 경선 일정 언급 
“선거 개입” 반발 불러

김 처장의 이 같은 입장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 고검장에 대한 황제 조사 논란은 두고두고 공수처의 발목을 잡았다. 

또 공수처가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손 검사에 대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연달아 청구하는 등 적극성을 보인 반면 윤중천 면담보고서 왜곡‧유출 의혹을 재조사하는 사건은 지지부진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5~6월 사이 이 검사를 3차례 소환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는 듯했으나 이후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현재 공수처에는 수많은 사건이 쌓여있지만 마무리까지 이뤄진 사건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 교사 부당 특별채용 의혹이 유일하다. 나머지 10여건은 아직 결론까지 요원한 상태다. 그나마 조 교육감 사건의 경우에도 공수처가 기소권을 가질 수 없는 고위공직자여서 검찰에 공소제기 요구까지만 했다.

사실상 기소 사건은 전무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고발한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공수처가 사흘 만에 수사에 착수하면서 윤 전 총장을 표적으로 삼은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 공수처의 가용 수사 인력의 절반 가까이 해당 사건에 투입되면서 기존에 진행되던 사건은 뒷전으로 밀렸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외압 의혹 사건도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문홍성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등 6명이 입건된 상태다.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 사건과 ‘스폰서 검사’로 알려진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도 입건 이후 지지부진하다. 

기대 못 미쳐
없어질 수도?

공수처가 처음 기대와 달리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일각에서는 존폐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검찰이 독점하고 있던 기소권을 분산시키고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이 범한 직권남용, 수뢰, 허위공문서 작성 및 정치자금 부정수수 등의 특정범죄를 척결하고, 공직사회의 특혜와 비리를 근절해 국가의 투명성과 공직사회의 신뢰성을 높임으로써, 국민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정의롭고 공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도입 취지는 이미 무색해졌다는 평가를 피해갈 수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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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