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특집> 2023 최악의 사건 톱10

망조가 들었나…무서워서 못 살겠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23년도 다사다난했다. 유행처럼 번진 묻지마 범죄와 마약으로 여기저기가 곪았다. <일요시사>는 관심을 많이 받은 사건들을 되짚어봤다. 

2023년은 ‘흉흉하다’ ‘세상이 망해간다’는 말이 자주 나왔다. 그만큼 여러 사건 사고들이 계속 발생했다. <일요시사>는 올해 일어난 최악의 사건 TOP10을 선정했다.

정유정 살인

정유정은 과외 교사 아르바이트 중개 앱에 학부모 회원 명의로 가입한 뒤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인 척하며 영어 과외를 해 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5월24일경 또래 20대 여성 A씨가 이에 응했으나 나중에 이동 거리가 먼 것을 알게 된 A씨는 과외 제안을 거절했다. 하지만 정유정은 계속해서 과외를 해 달라고 요구했으며 일단 시범 과외 후 결정해 달라는 요청을 보냈고 이를 A씨가 수락했다. 

정유정은 인터넷서 중고로 산 교복을 입고 교복 안에는 흉기를 숨긴 채 부산광역시 금정구에 있는 A씨의 집을 방문했다.


A씨가 혼자 산다는 걸 파악한 정유정은 흉기를 휘둘러 A씨의 목과 가슴 부위 등을 찔러 살해했다. 이후 정유정은 자신의 집에서 여행용 캐리어를 들고 돌아와 시신을 훼손해 여행용 캐리어에 시신 일부를 넣어 공원에 유기했다. 

재판에 넘겨진 정유정은 1심서 무기징역과 함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30년을 선고받았다. 정유정은 무기징역 선고에 불복하고 항소장을 제출한 상황이다.

묻지마 칼부림

2023년에는 이상동기범죄(이하 묻지마 범죄)도 많이 일어났다. 처음 언론서 주목된 사건은 신림역 칼부림 사건이다. 피의자 조선은 지난 7월21일 신림역에 도착해 택시서 하차한 후 골목 초입의 건물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첫 번째 피해자를 갑작스럽게 공격했다. 

이후 번화가 골목 안쪽으로 이동해 약 3분 동안 마주친 30대 남성 3명의 얼굴과 목을 노리고 흉기를 휘둘렀다. 이후에는 공격을 멈추고 흉기를 들고 주변을 배회하다가 신고를 받은 경찰이 도착하자 경찰의 지시에 따라 흉기를 버렸고 오후 2시20분경 아무 저항 없이 체포됐다.

첫 번째 피해자는 과다출혈로 사망했으며 다른 부상자 3명은 수술을 받고 큰 고비를 넘겼다. 조선에 대한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신림역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서현역서도 칼부림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8월3일 서현역 AK플라자 분당점 2층 출입구 앞 도로서 베이지 색상의 기아 더 뉴 모닝 차량이 인도를 향해 돌진했다.


차로 연석을 들이받은 후 범인인 최원종은 차에서 내려 백화점 내부로 들어가 준비한 칼로 행인 2명을 마구잡이로 습격해 상해를 입혔다. 이후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1층으로 내려가 또다시 행인 7명에게 상해를 입혔다. 최씨는 현재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강현구)에 기소된 상태다.

신림 성폭행

신림역과 서현역 칼부림 사건 이후 무차별적인 테러 예고가 나오는 상황서 또 다른 묻지마 범죄가 발생했다. 바로 신림동 성폭행 살인 사건이다. 피의자 최윤종은 8월1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공원과 연결된 야산 내 등산로서 피해자를 무차별로 때리고 성폭행했다.

최윤종은 4개월 전 구입한 금속 재질 흉기인 너클을 양손에 끼우고 피해자를 폭행했다. 피해자는 사건 발생 이틀 만에 사망했다. 재판에 넘겨진 최윤종에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22일 선고할 예정이다.

조폭 롤스로이스

가해자 신모씨는 2023년 8월2일 롤스로이스를 운전하다 동호대교 하단 램프를 들이받은 후  반대편 인도로 돌진해 가로수를 들이박는 과정서 20대 여성 1명을 치었다. 차는 여기서 한 번 멈춘 다음 다시 가속해 1차 추돌로 쓰러진 피해 여성을 재차 추돌해 차 밑에 끼운 채 건물 외벽에 들이박았다.

사고 당시 영상에 따르면 사고 발생 직후 신씨는 사람을 쳤는지 모르는지 피해자에 대한 구조 조치는 전혀 하지 않았으며 누군가와 계속 통화하는 등의 딴청만 부렸다. 또 마치 술에 취한 듯 몸을 가누지 못하며 비틀거렸다.

정유정·조선·최원종·최윤종 강력 범죄
마약 취해 대형사고…아찔한 하늘 위 만행

그는 경찰차가 다가오자 자리를 피하려다가 경찰에 잡혔다. 몸을 못 가누는 그에게 경찰이 간이 음주 검사와 간이 마약 검사를 진행했는데 간이 마약 검사에서 케타민 성분이 검출됐다. 이후 국과수 검사 결과에 따르면 케타민을 포함해 7종의 항정신성의약품 성분이 검출되기도 했다.

신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기소된 이후 피해자가 숨지며 특가법상 도주치사 등으로 혐의가 변경됐다. 검찰은 지난 21일에 서울중앙지법서 열린 결심공판서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항공기 개방

올해 항공기 문 강제 개방 사건은 3건 일어났다. 30대인 B씨는 지난 5월26일 낮 12시37분쯤 제주발 대구행 아시아나 항공기가 대구공항 상공 고도 224m서 시속 260㎞로 하강하던 중 비상 탈출구 출입문 레버를 조작해 문을 열었다.


수사 당시 B씨는 착륙 도중 불안감과 초조함에 충동적으로 출입문을 연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재판 과정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B씨의 심신미약을 인정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B씨 이외에도 올해 강제로 항공기 문을 개방하려는 사람은 더 있었다. 마약에 취해 범행을 저지른 10대 C군과 20대 D씨다. C씨에게는 징역 3년이 선고됐고 D씨는 아직 재판 중이다.

강화 가정폭력

강화도 화장실 사건은 가정폭력 사건이다. 지난 5월9일 퇴근을 앞둔 딸 E씨는 새아버지로부터 “어머니가 화장실 바닥에 엎드린 채 피를 흘리고 있다”고 전달받았다. 이에 E씨는 급히 112와 119에 신고를 하고 어머니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뇌사 판정을 받았다.

발견 당시 피해자는 엎드려서 쓰러져 있었는데 뒤통수에 많은 상처와 온몸에 타박상이 있었다. MBC <실화탐사대>에 따르면 새아버지인 F씨는 이미 가정폭력으로 3차례 경찰에 입건된 전력이 있었다. F씨와 2013년 재혼한 이후 피해자는 지속적인 가정폭력을 당했고, F씨의 폭행 때문에 통원 치료를 받거나 입·퇴원을 반복했다.

그러나 경찰은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냈다는 이유로 가정폭력이 반복적으로 발생했음에도 F씨에게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채 상병 사망

2023년에는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피해, 사고도 일어났다. 그 중 채수근 상병 사건은 국민의 공분을 샀다. 해병대는 올여름 한반도 폭우 사태 피해를 입은 경북 예천에 복구 및 지원 목적으로 제1사단 신속기동부대를 투입해 내성천 경진교와 삼강교 사이 22.9km 구간에 119명을 투입해 실종자 수색 작전을 진행했다.

사건은 7월19일 발생했다. 해병대원들은 내성천 일대서 도보로 이동하면서 대열을 맞춰 탐침봉 등을 이용해 인간띠 작전으로 실종자를 찾고 있었다. 당시 갑자기 지반이 무너지면서 채 일병과 대원 2명이 급류에 휩쓸렸다. 함께 강물에 빠진 다른 대원 2명은 배영으로 스스로 헤엄쳐 빠져나왔지만 채 일병은 얼굴이 보인 채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며 20m가량 급류에 떠내려가다가 사라졌다.

폭우 피해 복구하다…
초임 교사 마지막 선택

해병대는 사건의 책임자를 알아내지도 않은 상태서 자체수사를 1주일 만에 마무리하며 사건은 무마되는 듯 했다. 

그러나 채 상병과 함께 물살에 빨려들어갔다가 간신히 구조된 동료 G씨가 10월24일, 전역한 당일 임성근 전 사단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3일 경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에 입건된 상태다.

연예계 마약

2023년 연예계는 유독 마약 스캔들로 시끄러웠다. 유아인은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대마 흡연 및 교사, 증거인멸 교사, 의료법 위반, 사기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경 수사 결과 유아인은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서울 일대 병원서 미용 시술을 위한 수면 마취를 받는다면서 프로포폴 9635.7ml, 미다졸람 567mg, 케타민 11.5ml, 레미마졸람 200mg 등 181차례 의료용 마약류를 투약했다.

유아인은 2021년 5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총 23회 가족, 지인 등 타인 명의로 스틸녹스정 등 총 1100여정을 불법 처방받아 사들인 혐의도 받는다. 또 올해 1월 공범인 지인 최모씨 등 4명과 함께 미국서 대마를 흡연하고 다른 이에게 흡연을 교사한 혐의도 있다.

이어 이선균과 지드래곤이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됐다. 지드래곤은 경찰 수사 결과 혐의없음으로 불송치됐지만 경찰은 이선균에 대한 수사는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이선균은 강남의 한 유흥업소와 종업원 자택 등에서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초등교사 자살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서 1학년 담임교사로 근무하던 H씨가 학교 내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H씨의 사망 원인과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경찰과 교육청이 수사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H씨가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해 힘들어했다거나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학부모로부터의 압박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조사 내용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심리 부검 결과 등을 종합해볼 때 고인은 작년 부임 이후 학교 관련 스트레스를 겪어오던 중 올해 반 아이들 지도, 학부모 등 학교 업무 관련 문제와 개인 신상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국과수로부터 고인이 ‘학급 아이들 지도 문제와 아이들 간 발생한 사건, 학부모 중재, 나이스 등 학교 업무 관련 스트레스와 개인 신상 문제로 인해 심리적 취약성이 극대화돼 극단적 선택에 이른 것으로 사료된다’는 요지의 심리 부검 결과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빌라왕 전세사기

2023년에는 사회초년생을 노린 전세사기 사건 다수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전세사기 사건은 지난해 12월 일명 ‘빌라왕’ 몇 명 때문에 수백세대의 세입자들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주요 언론에 보도되면서 불거졌다.

가장 많은 피해를 입힌 건 인천 미추홀구서 일어났다. 인천 빌라왕 I씨는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오피스텔 등 327채를 대상으로 전세계약을 체결해 세입자 327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266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그는 327명에게서 적게는 6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가량 전세보증금을 챙긴 뒤, 되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7월 인천 미추홀구 일대서 전세사기 고소가 집중되면서 전담팀을 구성해 수사에 나선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공인중개사 등에 대해 압수수색 중 대부분 차명으로 계약돼 노출되지 않았던 I씨가 실소유주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를 검거했다. 또 명의를 빌려주거나, 임의경매가 예상되는 아파트 등을 중개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인들도 무더기로 함께 검거됐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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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