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설특검’ 뚫을 묘수와 변수

범야권 뭉치면 답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상설특검법’을 쏘아 올리자 국민의힘이 꿈틀했다. 예상하지 못한 지점은 아니었지만 막상 코앞에 닥치니 막아낼 묘수가 없다. 범야권은 한발 물러선 채 여론의 흐름을 살피고 있다. 상설특검법이 새로운 변수가 될지 이목이 쏠린다.

채 상병 특검법을 놓고 여야가 연일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야당이 본회의서 특검법을 단독 의결하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무한 굴레에 빠진 형국이다. 심지어 채 상병 순직 1주기를 앞두고도 거부권을 집어 들자 야당은 크게 반발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서 ‘상설특검법’이라는 새로운 의제가 툭 튀어나왔다.

최후 카드
만지작∼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두 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 민주당 등 야당이 국회 본회의서 특검법을 단독으로 통과시킨 지 사흘 만이다. 앞서 대통령 측은 특검법에 대한 거부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혀왔던 만큼 거부권은 예상된 결과였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날 대통령실은 공지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의 국무회의서 의결된 ‘순직 해병 특검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어제(8일) 발표된 경찰 수사 결과로 실체적 진실과 책임 소재가 밝혀진 상황서 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순직 해병 특검법은 철회돼야 한다”며 “나라의 부름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다가 사망한 해병의 안타까운 순직을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악용하는 일도 더는 없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오전에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서 정부 입장을 재차 확인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두 번째로 제시한 채 상병 특검법은 기존 특검법보다 독소 조항이 많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해당 특검법은 ▲기한 내 미 임명 시 임명 간주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한 공소 취소 권한 행사를 규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는 이 내용이 형사법 체계의 근간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특별검사의 수사 대상과 기간 등이 확대된 점도 지적했다.

“위헌에 위헌을 더한 특검법은 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한 국무총리의 설명에도 두 번째 거부권이 불러온 후폭풍은 거셌다. 특히 채 상병 순직 1주기를 약 열흘 앞두고 있던 터라 민심이 더욱 크게 요동쳤다는 평도 나온다.

다시 국회로 돌아온 특검법은 재표결을 앞두고 있다. 그 시점을 놓고 여야가 눈치싸움에 돌입한 가운데 민주당 해병대원사망사건진상규명TF 단장인 박주민 의원이 ‘상설특검법’을 언급하면서 특검법을 둘러싼 변화의 기류가 포착됐다.

박 의원은 지난 12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앞으로도)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텐데(박 의원께서는) ‘이를 막을 방법이 없는 건 아니’라고 말하셨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상설특검법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순직 1주기 앞두고 날아든 ‘거부권’
들끓는 야당 “상설특검법만이 방법”

박 의원은 “넓게 공유된 사안은 아니다”라면서도 “상설특검법은 현재 있는 법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특검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에 있어 독립적 특검을 만들기 어렵다고 하지만 복합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을 붙이면 쓸 만한 특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거부권으로 인해 채 상병 특검법이 제자리만 맴도는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상설특검법을 꺼내 들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같은 라디오에 출연해 “상설특검법을 통해 이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며 “반드시 추진해서(채 상병 특검법과) 투트랙으로 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법사위 소속의 같은 당 박지원 의원도 한 라디오를 통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야당은 방법이 없다. 상설특검으로 가야 한다”며 “국회 몫 추천 위원은 제1당인 민주당이(모두)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상설특검법이 화두에 오른 이유는 헌법으로 명시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무력화하는 특수성 때문이다. 상설특검법은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으로 2014년 도입됐다. 이는 법무부 장관이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거나 국회가 요청할 경우 가동된다.

즉, 민주당이 현재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만큼 야당의 뜻대로 특검을 도입할 수 있다.

실제 상설특검법은 앞서 박근혜정부서 발생한 세월호 참사 때 가동되기도 했다. 당시 앞장서서 상설특검법을 주장한 사람도 박 의원이었다.

상설특검법은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협호사협회 회장과 국회 추천 4명을 포함한 7명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가 과반 의결로 특검 후보자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게 돼있다. 대통령은 그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해야 한다.

거부권 뚫을
강력한 창

쟁점은 국회 추천 몫인 4명이다. 국회 추천은 국회 제1·2 교섭단체가 맡는다. 즉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2명씩을 추천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특검 논의를 본격적으로 착수할 경우 국회 추천 4명 중 야당 몫을 늘리는 국회 규칙안 개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이 개정안을 밀어붙인다면 사실상 국민의힘에서는 손을 쓸 방법이 없다.

국회 규칙은 본회의 의결로 제·개정할 수 있으며 소관 상임위인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와 법사위 위원장 모두 민주당의 몫이기 때문이다.

거부권을 비껴갈 수 있는 상설특검법이 장점만 지닌 건 아니다. 박 의원은 짧은 활동 기간과 축소된 파견 검사 수를 단점으로 꼽았다.


우선 일반 특검법으로 특검을 꾸리면 활동 기간은 120일로 약 넉 달이 주어지지만 상설특검법은 이보다 열흘이 줄어든 110일간만 활동할 수 있다. 게다가 개별적인 특검법으로는 파견 검사를 20명까지 확보할 수 있지만 상설특검법은 고작 5명으로 크게 차이가 난다.

박 의원은 “민주당이 발의하고 통과시키려고 했던 특검이 안 된다면 어쩔 수 없이 이 방법(상설특검)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이를 투트랙으로 갈지, 혹은 선후관계를 정할지에 대해 판단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특히 특검 추천 위원 4명을 모두 야당 몫으로 추천하는 개정안에 대해 헌법을 무시하고 법치를 파괴하는 삼권분립 부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과거 독일을 패망의 길로 몰고 간 나치식 일당 독재와 같다”며 “(민주당은)매일 이런 식으로 법망을 요리조리 피하는 꼼수 연구에만 혈안이 된 집단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같은 당 배준영 원내 수석부대표는 추천 위원 개정안을 놓고 “이재명 전 대표에 대한 4건 재판의 재판장을 검찰서 추천하면 받으시겠느냐? 한일 축구전을 하는데, 일본서만 추천한 주심을 인정하겠느냐”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지금 특검법이 정부에 의해 재의 요구가 되고 결국 부결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야당만 특검을 추천할 수 있다는 불공정한 위헌적 조항 때문”이라고 말했다.


눈치만 살살
물밑 탐색전

상설특검법을 놓고 야권서도 여러 갈래의 해석이 나왔다. 채 상병 특검법 통과에는 이견이 없으나 재표결을 앞둔 만큼 특수한 상황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에서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상설특검법은)국회 규칙을 개정해야 하는데 국민의힘에서는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하고,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지 않는 지연수를 쓸 우려가 있다”며 “민주당 주도로 국회 규칙을 개정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선 “혁신당은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 부결 시 윤 대통령을 수사 대상으로 하는 ‘윤석열 특검법’을 추진하고 있다”며 “(상설특검법에 대해)당 차원서 논의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다른 라디오 인터뷰서 “상설특검법 제도를 설계한 사람도 지금처럼 범야권이 190석에 달하는 상황서 특검이 활용되는 건 상상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실제로 가동되면 검찰청이 여러 개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상설특검법에 대한 부분도 실제 가동되기 전 우리가 제도적으로 한 번 정비를 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미래도 다소 회의적인 입장이다. 새로운미래 전병헌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채 상병 특검법이 필요하다는 압도적인 국민의 여론이 있는데(윤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무력화시키니 상설특검법이 거론되는 상황”이라며 “이는 변형된 형태의 반격이다. 국민이 보기에 민주당이나 정부여당이나 둘 다 좋지 않은 모습”이라고 짚었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우선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하는 건 변함이 없고, 만일 그러지 못했을 때(상설특검법을) 또 다른 출구 전략으로 고민해볼 수 있다”며 “상설특검법은 수사 기간이나 규모에 한계가 있지만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하나의 방법으로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아직은…’ 한발 물러선 범야
재표결서 나올 이탈표 분수령

상설특검법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야권 관계자는 “상설특검법 말고는 돌파구가 없다. 현재 상황이 고착돼 한 발자국도 못 나아가는 느낌”이라며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하는 건 당연하다. 이번 재표결서 200석 찬성표가 나오는 게 가장 깔끔한데 현재 상황으로서는 알 수 없다. 무기명 투표인 만큼 국민의힘 의원들이 소신껏 표를 던지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야권 의원실 관계자 역시 “(박주민 의원이)라디오서 스치듯 언급했는데도 국민의힘에서는 난리가 났다. 상설특검법이 정곡을 찔렀다는 뜻”이라며 “아직은 상황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의원들이 각자 나서서 찬반 의견을 주장하긴 어렵다. 민주당서도 아직 당론으로 정하지 않은 만큼 의원실서도 민심을 확인하고 올라탈지 말지 고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은 누구보다도 신중하게 여론 추이를 살피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취재진들을 만나 상설특검법에 대해 “지금 (채 상병)특검법 재의결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금 검토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박 의원실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상설특검법은 원래 있던 법인 만큼 아이디어 차원서 이야기했을 뿐 당장 추진하겠다는 건 아니다”라며 “박 의원은 세월호 특검법을 주도했던 만큼 상설특검법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렇다 보니 인터뷰 중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채 상병 특검법)재표결을 앞두고 있다. 이를 통과시키는 게 1순위고 ‘정 안 되면 이런 방법을 써서라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 같다”고 밝혔다.

결국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 결과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92석을 확보한 야당은 8표 이상의 국민의힘 이탈표를 노리고 있다.

당초 민주당은 채 상병 순직 1주기인 지난 19일 이전에 본회의를 열고 재표결을 추진할 방침이었지만 각종 청문회 등으로 국회가 어수선해 25일로 미루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는 오는 23일 치러지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직후다. 선거 과정서 발생한 파열음이 채 가시기 전 투표를 붙여 이탈표를 포함한 200석을 확보하겠단 방침이다. 다만 재표결 시기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실제 재표결 시기는 이보다 더 미뤄질 가능성이 제시된다.

아직은
열린 결말

윤 대통령은 채 상병 순직 1주기를 앞두고도 거부권을 행사했다. 야권에서는 민주당이 새로운 특검을 꺼내들 명분을 충족시켰다 해석이 나온다. 여권은 의회 폭주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이번 재표결서 부결로 막을 내린다면 민심의 풍향계가 어느 쪽을 향할지 알 수 없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곳곳에서는 “아직은 판단하긴 이르다”면서도 가능성을 꽉 닫아놓진 않았다. 채 상병 순직 사건을 둘러싼 각종 청문회와 정부여당의 대응이 ‘상설특검법 트리거’가 될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다른 변수' 아군인가 적군인가

국민의힘 한동훈 당 대표 후보가 채 상병 특검법 정면 돌파를 예고했다.

한 후보가 주장하는 방식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특검법 대신 공정한 결정을 담보할 수 있는 제3자가 특검을 선정하는 걸 골자로 한다.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 재추진을 앞두고 한 후보가 주장한 제3자 특검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상황에 따라 상설특검법과 제3자 특검법을 놓고 저울질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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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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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