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 윤석열 못 버리는 이유

팽 시키면 따 당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쉽지 않다. 마냥 상명하복하기에는 뱉어온 말이 있고, 등을 돌려버리면 바로 망할 처지다. 현재 상황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대통령을 버릴 경우 오히려 위험하다. 당내 주류에게 수많은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노선을 걷고 싶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일단 빼먹으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릴 때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갈등 양상이 일시 중지됐다. 7·23 전당대회 이후 두 인물이 만나면서 관계에 걸림돌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도 했다. 그러나 갈등 양상은 여전히 뚜렷하다. 지도부의 인선을 두고서 바로 드러난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밑에서 
알력 다툼

아직까지는 휴전 상태인 셈이다. 친윤(친 윤석열)과 친한(친 한동훈)이 공개적으로 부딪힐 일도 여전히 많이 남았다. 일단 지도부 인적 구성에 관해서는 친윤계가 한발 물러났다. 앞으로 또다시 충돌한다면 두 세력이 관계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작도 전에 갈등이 수면으로 떠올랐지만 일단은 한 대표가 국민의힘의 키를 잡았고 본격적인 그의 시대가 열렸다. 관건은 당정 관계다. 그동안 국민의힘의 수많은 지도부는 대통령실과 수직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그동안 수없이 바뀌었다.

임기를 제대로 채운 때가 거의 없었으며,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의 국민의힘 대표 당선 후 친윤 세력을 비롯해 당내서 다방면으로 공격을 받다가 사퇴했던 바 있다. 


쉽게 물러나지 않는 이 의원의 특성상 절대 주도권을 내주지 않으려 했지만, 수장에 올랐다가 자기 정치, 내부 총질을 한다는 이유로 당선 두 달 만에 사실상 쫓겨났다. 이후 국민의힘은 비대위 체제로 돌입했다. 권성동 의원의 직무대행 체제가 시작됐고, 이후 주호영 의원과 정진석 의원(현 대통령비서실장)을 필두로 비대위 체제가 탄생했다. 기간이 길지 않았지만 이 시기까지는 친윤이 대세임을 입증했다. 

정 비서실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은 기간은 6개월인데, 이때부터 친윤에 대한 불만이 점차 터져 나오던 시기였다. 이후 열린 전당대회를 두고서도 많은 말들이 나왔다. 당시 꼴찌를 기록하던 김기현 후보가 친윤인 장제원 의원과 대통령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당 대표로 선출됐다.

함께 출마했던 안철수 의원은 대통령실로부터 친윤이 아니라는 소리를 들으며 추락했고, 잠재적 당권주자로 분류됐던 나경원 의원은 연판장까지 돌며 결국 전당대회 출마를 포기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수직적 당정관계는 더욱 많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다방면으로 불만과 우려가 표출됐다.

사실상 국민의힘은 아직도 분란이 끊기지 않고 있다. 때가 되면 새로운 세력이 등장해 친윤과 갈등을 겪어왔다. 이런 와중에 국민의힘은 한 대표의 이미지를 자주 빌려썼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견제할 신선한 인물이 필요했다.

한 대표가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입문한 시기는 총선 정국이다. 국민의힘의 총선 패배는 예견돼있었는데 당이 완전히 추락하는 것을 막았다. 

대안들 제시하면서 다른 노선
불편해도 서로 공생할 수밖에

하지만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총선이 끝날 무렵부터 두 인물 간 갈등이 표출됐다. 그는 수직적 당정관계를 유지할 생각이 없었다. 수직적 당정관계 시 한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로 크기 힘들다. 당원들의 지지세도 압도적인 편인 만큼 자신만의 길을 개척할 순간이 올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대통령실을 압도하면서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우선 채 상병 특검법을 두고서다. 한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 선언 당시 제3자에 의한 특검법을 언급했다. 현재는 별다른 압박이 없지만 민주당이 지속적으로 요구 중이라 결국 언젠가는 답해야할 사안이다.

한 대표가 민주당 요구를 지속적으로 무시할 수도 없다. 또 어떤 대답을 내놓느냐에 따라서 당정관계가 재정립될 수도 있다. 

이번 특검법에는 김건희 여사도 타깃이 됐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는 “2차 발의 때와 달리 수사 대상을 확대했다”며 “블랙펄인베스트 이종호 전 대표도 추가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특검법은 점점 더 진화된 형태를 띨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가 이제는 빨리 답할 차례인데, 어떤 대답을 내놓느냐에 따라 윤 대통령과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

김 여사 특검법도 문제다. 앞서 한 대표는 “국민이 우려할 부분이 있다”고 설명한 적 있었는데, 지난달 말 갑자기 “김 여사 특검법은 필요없다”며 말을 바꿨다.

한 대표는 야당의 ‘특검’ 제안을 받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야당의 특검을 받을 경우 즉시 배신자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관계 설정
주요 의제

안 의원은 채 상병 특검법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윤리위에 회부됐고, 공식적으로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살아남으려면 한 대표가 조속히 답해야 할 게 많은데 윤 대통령의 완강한 거부 기조에 반기를 든다면 갈등을 다시 봉합하기는 어려워진다.

친윤의 거센 반발은 물론, 비윤계에게도 정권의 붕괴를 우려해 미운털이 박히는 게 자명하다.

다만 한 대표 입장에서는 윤 대통령을 패싱하거나 버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두 인물이 추구하는 방향이 완벽히 같다고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등을 돌려버리면 양측이 모두 흔들릴 수밖에 없다. 

과거 박근혜정부 시절 여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외면했고 이내 탄핵정국으로 돌입했다. 여당의 입지는 상당히 쪼그라들었고, 탄핵의 여파는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간신히 문재인정부서 윤석열정부로 정권이 교체됐지만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윤 대통령 탄핵 주장이 야권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보수정권의 대통령들이 잇따라 탄핵에 휩싸일 경우, 회복 불가한 궤멸 수준의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다른 길을 걸어도 완전히 등을 돌린다면 함께 죽자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결국 두 사람은 ‘불편한 동거’로 당과 보수의 붕괴를 막을 수 있다. 

문제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반사이익을 얻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윤 대통령이 작아질수록 한 대표의 존재감과 영향력은 커진다. 정권교체보다는 정권 재창출에 더욱 힘을 실을 수 있다.


이런 탓에 윤 대통령도 한 대표를 아직까지는 가만히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책위의장 등 새 지도부 인선에서도 용산의 압박은 거세지 않았다. 일단 한동훈호와 호흡을 맞추는 모양새를 보였다. 최근 금융투자세 폐지와 관련해 대통령실과 한 대표가 모처럼 입을 맞춰 폐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아직까진
세력 부족

민생에 관해서는 온도 차를 보인다.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1호 법안’으로 제시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관해 윤 대통령은 효과가 적고 위헌적이라는 이유로 강경하게 반대 입장을 냈던 바 있다.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한 대표는 “무조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며 다른 답을 내놨다. 채 상병 특검법부터 ‘다른 대안’을 강조하면서 미묘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또 다른 문제는 정치적 사안이다. 한 대표 입장에서는 본인만의 독자적인 노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세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결국 지도부의 인선을 통해 대부분을 친한계로 심는 데 성공했지만 당내  협조는 필수다. 

친한계는 대부분 초선 의원들과 비례연합으로 꾸려졌다. 일단 친한계의 결집력이 최근 커졌다.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장동혁 의원을 비롯해 박정하, 서범수, 배현진, 진종오, 김예지, 박정훈 의원 등이 대표적인 친한계 의원으로 불린다. 중진 중에서는 최근 조경태 의원이 범친한계 의원으로 분류된다.


직전 원내대표를 맡았던 윤재옥 의원, 한기호 의원 등도 꼽힌다. 계파 간 갈등이 불거질 경우, 국민의힘은 다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기 쉽다. 이미 친윤계와 비윤계는 많은 내분을 겪었던 바 있다.

더 이상의 내분은 수렁으로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잠잠한 가운데, 한 대표도 당분간은 대통령실의 비위를 맞춰가며 기회를 엿보고 있다. 점령군이 된 듯 마음대로 하려 한다면, 대통령실서도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다만 아직까지는 당내 주류 세력이 여전히 친윤계인 만큼 한 대표 체제가 탄탄하다고 평가하기엔 이르다.

먼저 빚지는 인물이 지는 싸움
앞서거나 뒤처지지 않고 나란히

대통령실을 비롯한 주요 부처에는 윤 대통령 세력들로 가득 차 있다. 최근 윤 대통령은 보수 성향의 인물을 택했다. 얼마 전 임명된 이들을 보면 대부분 극우에 가까운 이들로 분류돼 야권과는 최악의 연으로 꼽히는 인물이 많다. 

반면 한 대표에게는 민주당서 넘어온 세력들도 많다. 이 때문에 한 대표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세력도 있었다.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한 대표 입장서 무조건적인 우클릭은 쉽지 않다. 윤 대통령의 지지세를 뺏어오는 격이기 때문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서 승리를 거뒀지만, 지난해 보궐선거서 패배하면서 수세에 몰린 형국이다. 국민의힘의 현행 당헌당규상 한 대표(임기 2년)는 대선 출마 1년6개월 이전에 사퇴해야 한다. 한 대표가 지선 전에 사퇴할지 대표 직을 유지할지는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2026년 6월로 예정된 지선 승리가 절실하다. 지선마저 패배할 경우, 이듬해 3월의 22대 대선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2대 총선 당시 친한계와 친윤계는 공천을 두고서도 설전을 벌였다. 당시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이 줄줄이 공천받으면서 많은 말들이 오갔다. 

그는 대통령실을 향해 각을 세우기만 할 수 없다. 대신 거리두기를 통해 함께 공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먼저 상대방에게 빚을 져야만 하는 상당히 불편한 동행이다. 이제는 과거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는 윤석열정부의 2인자로 불렸으며 검사 시절엔 영혼의 단짝으로도 불렸다. 

그동안 쌓아온 신뢰 관계가 있었던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런 비율을 맞춰야 한 대표도 윤 대통령도 힘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의 관계 설정은 리더십 문제와도 직결된다. 

현 정부가 남은 조직이라도 지키자는 쪽으로 항로를 설정하면서 한 대표도 자신의 세력만을 구축할 지, 보수를 지킬 지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한 대표가 전국민의 지지를 받으면서 확고부동한 차기 권력으로 떠오른다면, 아무도 건들 수가 없다. 하지만 아직은 관망해야 할 시기라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속도 조절
일단 함께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친윤 인사들은 성격상 권력을 뺏기는 것을 두려워한다. 한 대표는 지금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윤 대통령을 버린다고 한 대표가 마냥 유리해진다고 보기도 어렵다. 약간 거리두기를 하면서 앞서 나가지도, 뒤쳐지지도 않게 함께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의도연구원장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여의도 연구원장 유임과 교체를 두고 상당 시간 고민하는 모양새다.

대변인직, 재해대책위원장 등은 인선이 완료됐지만 당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여의도연구원장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최근 열린 최고위서도 논의가 없었다고 전해진다.

현재 해당 직은 홍영림 원장이 맡고 있다. 홍 원장은 정치권 인물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임기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한 대표가 변화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빠르게 새 인물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과 총선 패배 당시 여의도연구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결국 홍 원장의 사퇴로 가닥이 잡혔다. 이에 따라 지도부서 조만간 새 인물을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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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