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 윤석열 못 버리는 이유

팽 시키면 따 당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쉽지 않다. 마냥 상명하복하기에는 뱉어온 말이 있고, 등을 돌려버리면 바로 망할 처지다. 현재 상황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대통령을 버릴 경우 오히려 위험하다. 당내 주류에게 수많은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노선을 걷고 싶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일단 빼먹으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릴 때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갈등 양상이 일시 중지됐다. 7·23 전당대회 이후 두 인물이 만나면서 관계에 걸림돌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도 했다. 그러나 갈등 양상은 여전히 뚜렷하다. 지도부의 인선을 두고서 바로 드러난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밑에서 
알력 다툼

아직까지는 휴전 상태인 셈이다. 친윤(친 윤석열)과 친한(친 한동훈)이 공개적으로 부딪힐 일도 여전히 많이 남았다. 일단 지도부 인적 구성에 관해서는 친윤계가 한발 물러났다. 앞으로 또다시 충돌한다면 두 세력이 관계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작도 전에 갈등이 수면으로 떠올랐지만 일단은 한 대표가 국민의힘의 키를 잡았고 본격적인 그의 시대가 열렸다. 관건은 당정 관계다. 그동안 국민의힘의 수많은 지도부는 대통령실과 수직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그동안 수없이 바뀌었다.

임기를 제대로 채운 때가 거의 없었으며,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의 국민의힘 대표 당선 후 친윤 세력을 비롯해 당내서 다방면으로 공격을 받다가 사퇴했던 바 있다. 


쉽게 물러나지 않는 이 의원의 특성상 절대 주도권을 내주지 않으려 했지만, 수장에 올랐다가 자기 정치, 내부 총질을 한다는 이유로 당선 두 달 만에 사실상 쫓겨났다. 이후 국민의힘은 비대위 체제로 돌입했다. 권성동 의원의 직무대행 체제가 시작됐고, 이후 주호영 의원과 정진석 의원(현 대통령비서실장)을 필두로 비대위 체제가 탄생했다. 기간이 길지 않았지만 이 시기까지는 친윤이 대세임을 입증했다. 

정 비서실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은 기간은 6개월인데, 이때부터 친윤에 대한 불만이 점차 터져 나오던 시기였다. 이후 열린 전당대회를 두고서도 많은 말들이 나왔다. 당시 꼴찌를 기록하던 김기현 후보가 친윤인 장제원 의원과 대통령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당 대표로 선출됐다.

함께 출마했던 안철수 의원은 대통령실로부터 친윤이 아니라는 소리를 들으며 추락했고, 잠재적 당권주자로 분류됐던 나경원 의원은 연판장까지 돌며 결국 전당대회 출마를 포기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수직적 당정관계는 더욱 많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다방면으로 불만과 우려가 표출됐다.

사실상 국민의힘은 아직도 분란이 끊기지 않고 있다. 때가 되면 새로운 세력이 등장해 친윤과 갈등을 겪어왔다. 이런 와중에 국민의힘은 한 대표의 이미지를 자주 빌려썼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견제할 신선한 인물이 필요했다.

한 대표가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입문한 시기는 총선 정국이다. 국민의힘의 총선 패배는 예견돼있었는데 당이 완전히 추락하는 것을 막았다. 

대안들 제시하면서 다른 노선
불편해도 서로 공생할 수밖에

하지만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총선이 끝날 무렵부터 두 인물 간 갈등이 표출됐다. 그는 수직적 당정관계를 유지할 생각이 없었다. 수직적 당정관계 시 한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로 크기 힘들다. 당원들의 지지세도 압도적인 편인 만큼 자신만의 길을 개척할 순간이 올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대통령실을 압도하면서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우선 채 상병 특검법을 두고서다. 한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 선언 당시 제3자에 의한 특검법을 언급했다. 현재는 별다른 압박이 없지만 민주당이 지속적으로 요구 중이라 결국 언젠가는 답해야할 사안이다.

한 대표가 민주당 요구를 지속적으로 무시할 수도 없다. 또 어떤 대답을 내놓느냐에 따라서 당정관계가 재정립될 수도 있다. 

이번 특검법에는 김건희 여사도 타깃이 됐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는 “2차 발의 때와 달리 수사 대상을 확대했다”며 “블랙펄인베스트 이종호 전 대표도 추가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특검법은 점점 더 진화된 형태를 띨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가 이제는 빨리 답할 차례인데, 어떤 대답을 내놓느냐에 따라 윤 대통령과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

김 여사 특검법도 문제다. 앞서 한 대표는 “국민이 우려할 부분이 있다”고 설명한 적 있었는데, 지난달 말 갑자기 “김 여사 특검법은 필요없다”며 말을 바꿨다.

한 대표는 야당의 ‘특검’ 제안을 받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야당의 특검을 받을 경우 즉시 배신자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관계 설정
주요 의제

안 의원은 채 상병 특검법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윤리위에 회부됐고, 공식적으로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살아남으려면 한 대표가 조속히 답해야 할 게 많은데 윤 대통령의 완강한 거부 기조에 반기를 든다면 갈등을 다시 봉합하기는 어려워진다.

친윤의 거센 반발은 물론, 비윤계에게도 정권의 붕괴를 우려해 미운털이 박히는 게 자명하다.

다만 한 대표 입장에서는 윤 대통령을 패싱하거나 버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두 인물이 추구하는 방향이 완벽히 같다고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등을 돌려버리면 양측이 모두 흔들릴 수밖에 없다. 

과거 박근혜정부 시절 여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외면했고 이내 탄핵정국으로 돌입했다. 여당의 입지는 상당히 쪼그라들었고, 탄핵의 여파는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간신히 문재인정부서 윤석열정부로 정권이 교체됐지만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윤 대통령 탄핵 주장이 야권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보수정권의 대통령들이 잇따라 탄핵에 휩싸일 경우, 회복 불가한 궤멸 수준의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다른 길을 걸어도 완전히 등을 돌린다면 함께 죽자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결국 두 사람은 ‘불편한 동거’로 당과 보수의 붕괴를 막을 수 있다. 

문제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반사이익을 얻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윤 대통령이 작아질수록 한 대표의 존재감과 영향력은 커진다. 정권교체보다는 정권 재창출에 더욱 힘을 실을 수 있다.


이런 탓에 윤 대통령도 한 대표를 아직까지는 가만히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책위의장 등 새 지도부 인선에서도 용산의 압박은 거세지 않았다. 일단 한동훈호와 호흡을 맞추는 모양새를 보였다. 최근 금융투자세 폐지와 관련해 대통령실과 한 대표가 모처럼 입을 맞춰 폐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아직까진
세력 부족

민생에 관해서는 온도 차를 보인다.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1호 법안’으로 제시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관해 윤 대통령은 효과가 적고 위헌적이라는 이유로 강경하게 반대 입장을 냈던 바 있다.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한 대표는 “무조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며 다른 답을 내놨다. 채 상병 특검법부터 ‘다른 대안’을 강조하면서 미묘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또 다른 문제는 정치적 사안이다. 한 대표 입장에서는 본인만의 독자적인 노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세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결국 지도부의 인선을 통해 대부분을 친한계로 심는 데 성공했지만 당내  협조는 필수다. 

친한계는 대부분 초선 의원들과 비례연합으로 꾸려졌다. 일단 친한계의 결집력이 최근 커졌다.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장동혁 의원을 비롯해 박정하, 서범수, 배현진, 진종오, 김예지, 박정훈 의원 등이 대표적인 친한계 의원으로 불린다. 중진 중에서는 최근 조경태 의원이 범친한계 의원으로 분류된다.


직전 원내대표를 맡았던 윤재옥 의원, 한기호 의원 등도 꼽힌다. 계파 간 갈등이 불거질 경우, 국민의힘은 다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기 쉽다. 이미 친윤계와 비윤계는 많은 내분을 겪었던 바 있다.

더 이상의 내분은 수렁으로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잠잠한 가운데, 한 대표도 당분간은 대통령실의 비위를 맞춰가며 기회를 엿보고 있다. 점령군이 된 듯 마음대로 하려 한다면, 대통령실서도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다만 아직까지는 당내 주류 세력이 여전히 친윤계인 만큼 한 대표 체제가 탄탄하다고 평가하기엔 이르다.

먼저 빚지는 인물이 지는 싸움
앞서거나 뒤처지지 않고 나란히

대통령실을 비롯한 주요 부처에는 윤 대통령 세력들로 가득 차 있다. 최근 윤 대통령은 보수 성향의 인물을 택했다. 얼마 전 임명된 이들을 보면 대부분 극우에 가까운 이들로 분류돼 야권과는 최악의 연으로 꼽히는 인물이 많다. 

반면 한 대표에게는 민주당서 넘어온 세력들도 많다. 이 때문에 한 대표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세력도 있었다.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한 대표 입장서 무조건적인 우클릭은 쉽지 않다. 윤 대통령의 지지세를 뺏어오는 격이기 때문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서 승리를 거뒀지만, 지난해 보궐선거서 패배하면서 수세에 몰린 형국이다. 국민의힘의 현행 당헌당규상 한 대표(임기 2년)는 대선 출마 1년6개월 이전에 사퇴해야 한다. 한 대표가 지선 전에 사퇴할지 대표 직을 유지할지는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2026년 6월로 예정된 지선 승리가 절실하다. 지선마저 패배할 경우, 이듬해 3월의 22대 대선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2대 총선 당시 친한계와 친윤계는 공천을 두고서도 설전을 벌였다. 당시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이 줄줄이 공천받으면서 많은 말들이 오갔다. 

그는 대통령실을 향해 각을 세우기만 할 수 없다. 대신 거리두기를 통해 함께 공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먼저 상대방에게 빚을 져야만 하는 상당히 불편한 동행이다. 이제는 과거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는 윤석열정부의 2인자로 불렸으며 검사 시절엔 영혼의 단짝으로도 불렸다. 

그동안 쌓아온 신뢰 관계가 있었던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런 비율을 맞춰야 한 대표도 윤 대통령도 힘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의 관계 설정은 리더십 문제와도 직결된다. 

현 정부가 남은 조직이라도 지키자는 쪽으로 항로를 설정하면서 한 대표도 자신의 세력만을 구축할 지, 보수를 지킬 지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한 대표가 전국민의 지지를 받으면서 확고부동한 차기 권력으로 떠오른다면, 아무도 건들 수가 없다. 하지만 아직은 관망해야 할 시기라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속도 조절
일단 함께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친윤 인사들은 성격상 권력을 뺏기는 것을 두려워한다. 한 대표는 지금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윤 대통령을 버린다고 한 대표가 마냥 유리해진다고 보기도 어렵다. 약간 거리두기를 하면서 앞서 나가지도, 뒤쳐지지도 않게 함께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의도연구원장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여의도 연구원장 유임과 교체를 두고 상당 시간 고민하는 모양새다.

대변인직, 재해대책위원장 등은 인선이 완료됐지만 당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여의도연구원장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최근 열린 최고위서도 논의가 없었다고 전해진다.

현재 해당 직은 홍영림 원장이 맡고 있다. 홍 원장은 정치권 인물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임기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한 대표가 변화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빠르게 새 인물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과 총선 패배 당시 여의도연구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결국 홍 원장의 사퇴로 가닥이 잡혔다. 이에 따라 지도부서 조만간 새 인물을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차>

 



배너

관련기사

30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