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대담> 보수 새길 가는 이준석을 만나다

“한동훈? 꽝 확률 높은 복권”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내부 총질러, 배신자.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대변하는 수식어다. 그는 대선, 지선 2번의 선거서 이기고도 당에서 쫓겨났다. 그럼에도 기죽지 않고, 여전히 국민의힘을 향해 맹렬한 비판을 쏟아낸다. 지금은 전국을 다니며 민심을 살핀다. 늘 가지고 다니는 낡은 가방과 함께다. ‘신당 창당’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전격 탈당을 결정했다. 새로운 미래를 그리는 이 전 대표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꿈을 펼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도전임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위한 설계에 한창이다. <일요시사>가 이 전 대표를 만나 국민의힘 현 상황, 신당 창당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이 전 대표와 일문일답. 

-2023년은 이준석에게 어떤 한 해였나?

▲2022년만 해도 강성했던 국민의힘이 2023년을 거치면서 무너져 내리는 걸 보며 역할을 고민하던 시기다. 국민의힘을 살릴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고민을 하던 게 2023년 전반기였고, 여름을 지나면서부터 거의 회생 불능의 상태에 갔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때부터 내가 했던 말이 서울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에 경고음을 울리려고 했는데 당내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고문을 올렸더니 저주한다, 내부 총질을 한다는 말이 터져나왔다. 

-당이 무너져 내리는 걸 이미 경험했다. 


▲2012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나를 정치에 영입한 다음 ‘박근혜 키즈’ 소리를 들으면서 정치하며 가장 마음이 아팠던 지점은 탄핵을 겪으며 당이 무너져 내리는 걸 본 것이다. 강성해보이던 박 전 대통령과 친박(친 박근혜)의 위세가 한 방에 무너져 내리는 걸 보면서 다시는 저런 일이 반복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특히 불행한 대통령이 나오면 진영 전체가 위험해진다는 것을 느꼈다. 여러 사람의 노력과 어느 정도 운이 따라 5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지만 여전히 힘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가고, 고생한 기억이 있다. 윤석열정부를 그 자체로 보기보다는 보수 정권의 하나로서 위기에 빠지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왔다. 사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돼 너무 답답하다. 소위 말하는 검찰 권력이라고 하는 사람이 보수를 장악하면서 보수가 예전과 아주 다른 방식으로 선거에 접근하고, 행정에 접근해 안타깝다. 

-가장 후회되는 부분은?

▲몰락한 보수를 보면서 결국 더 세게 싸웠어야 한다는 후회밖에 없다. 박근혜정부 시절에도 많은 사람이 비겁했고, 비겁함 속에서 탄핵을 당했다. 진박(진짜 박근혜)을 외치고 다닐 때 아무도 제어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됐다. 그때 외롭게 싸웠던 유승민 전 의원은 배신자 소리를 듣고 있다.

결국에는 싸우지 않고, 아무도 제어하지 않아서 그렇게 된 것이다. 열심히 더 잘 되돌리려고 했어야 하는 게 아니었을까 하는 마음이 남아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총선 승리에 기여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은 쇄신을 한다고 혁신위원회를 띄웠고,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를 가동했다. 한 비대위원장 등판이 국민의힘 총선에 도움이 될까? 한 비대위원장 개인에게는 큰 도전이다. 그걸 굳이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이 어떤 관계인지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서 불안한 도전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한 비대위원장이 성공하면 대박이고, 실패하면 패배의 원흉이 된다. 

항상 ‘긁어보지 않은 복권’이라고 얘기하는데 결과는 모른다. 복권의 기댓값은 계산해보면 내가 낸 돈 5000원이 있으면 기댓값은 보통 4000원서 3000원 정도로 잡아 놓는다. 아주 나쁜 확률은 아니다. 문제는 그걸 노릴 수 있는지의 여부다. 지금 상황서 더 안정적인 방법이 있을 텐데 이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본인이 생각하는 안정적인 방법은?

▲우리가 윤 대통령에게 2021년경 갖고 있던 이미지는 투박하더라도 남자답고, 시원하다는 면이다. 이런 반응이 있었던 만큼 그때의 이미지를 되살려야 한다. 100% 회복하기는 어렵지만 전격적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 선거서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물러나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이런 윤핵관에게 제발 물러나 달라고 할지, 아니면 그들이 지금까지 한 잘못을 가지고 강하게 취조할 것인지는 본인의 선택이다. 이런 좋은 기회를 ‘윤핵관님들, 물러나주세요. 여러분께서 물러나 주시면 구국의 결단’이라고 포장하면서 아무 효과도 받지 못했다. 보통 사람이 영화를 보면 악을 무찌르는 이야기를 본다.

악을 설득하는 시나리오의 영화는 보지 않는다. 윤핵관을 절대 악이라고 표현해 좀 미안하지만, 윤핵관이 한 악행은 지금까지 남아있다.

-한 비대위원장 임명을 위해 윤재옥 원내대표 및 당 대표 권한대한이 명분을 쌓은 이유는?

▲자신이 없다는 뜻이다. 한두 문장을 올렸을 때 어떤 변화가 생길 거라는 국민적 기대치가 적고, 이미 6·29니 이런 것 때문에 기운이 다 빠졌는데, 이미 한 비대위원장은 기자와의 질답 과정서 약점이 노정됐다. 답 못하는 질문이 뭔지 간파당한 셈이다. 

-국민의힘이 한 비대위원장을 내세운 것을 보면 여전히 인물론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내가 당 대표가 됐을 때는 비주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근본이 됐다. 한 비대위원장은 정치 신인으로 분류될 수 있겠지만, 신인 같은 인물인지는 잘 모르겠다. 예고된 세자 책봉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 그만큼 파격적이지 않은 셈이다.

보수당 대표할만한 얼굴 현재는 없어
“윤 대통령 굴욕 견디고 변화해야 해”

그러니까 당 대표는 선거를 통해 획득한 권위가 있기 때문에 힘이 실린다. 한 비대위원장에게 부여되는 권위는 대통령이 내려주는 권위다. 한계성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 확장성 측면서도 한계가 분명하다.


한 비대위원장이 전향적인 행보를 보이기 위해서는 일반적이어야 한다. 특검법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 한 비대위원장이 혹시라도 이에 대해 전향적인 행보를 보이면 다음에는 명품백에 관해 물어볼 텐데, 거기서 입장이 바뀌면 바로 끝이다. 

-입장이 바뀌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하는지?

▲상당한 각오를 갖고 해야 한다. 전향적인 행보를 위해 한 번 앞이 뚫리면 끝까지 가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그 의지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윤 대통령 처가에 관한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해서 물고 늘어지면 몇 가지를 잘했더라도 말짱 도루묵이 되는 시나리오다. 본인이 할 자신이 없으면 안 된다. 

-총선 이후 협상하자는 식으로 몰아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법은 미리 통과시키되 활동기한을 총선 뒤로 하자는 식으로 제안할 텐데, 민주당이 받을 이유가 없다. 협상이라는 건 상대가 얻는 게 있고, 내가 얻는 게 있어야 협상이 성립한다. 당의 전술 또는 용산의 전술이 매일 그런 식이다. 자기들 입장서 이랬으면 좋겠다. 안 받아도 죽고, 받아도 죽을 것 같으니 받는 척을 하면서 실제로 다른 대안을 찾고 싶은데, 그런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이)너무 안일하다. 

-불리한 상황을 뒤집을 타개책이 있다면?


▲실제 상황을 더 면밀하게 파악해야 대안을 낼 수 있다. 내가 당 대표로 있을 때는 매일 실시간으로 갖고 있는 정보의 한계선 속에서 어떤 전략을 구상해왔다. 당장 직면한 문제는 수도권에 출마할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수도권은 어려운 외곽 지역으로 갈수록 출퇴근 인구가 많다.

새벽에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유권자의 표심은 전국 평균으로 간다. 수도권 서구에 거주하는 주민은 통근 거리가 길다. 매일 광역버스 타고 새벽 5시에 나가는 분들 표심을 잡으려면 고공전을 이겨야 한다. 

-윤 대통령은 보수 대통령이 맞다고 보나?

▲윤 대통령은 당이 지금까지 구축해온 가치나 지향점을 다 무시했다. 전당대회서 선출된 당 대표가 그리던 방향성을 무시하고, 본인의 방향성으로 덮어씌우려고 나는 쫓아냈다. 당에 소속된 인사인지 당을 지배하는 인사인지는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다.

대통령을 1호 당원, 또는 으뜸당원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대통령이 당연히 당원이고, 당의 가치를 따를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정강 정책이라는 걸 보면 윤 대통령의 정책과 거리가 너무 멀다. 이런 걸 아예 수정하는 작업을 했으면 한다. 

예를 들어 국민의힘 정강 정책 1호는 기본소득에 대한 고민이다. 기본소득이라는 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이야기하는 식의 기본소득도 있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야기하는 안심 소득 같은 것도 있다. 이런 논의에 있어 윤 대통령은 끼지 않는다.

관심사가 무엇인지 당의 정책을 어떻게 실현시킬지에 관한 행동이 안 보여 당과 관계없는 권력을 득하기 위해 당에 들어온 사람처럼 된 것 같다. 윤 대통령은 법률가 출신이다. 헌법은 읽어봤겠지만, 당에도 당헌·당규와 기본 정책이 있다. 이런 부분을 숙지하고 정치를 해 나갔으면 좋겠다. 

-탈당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탈당선언문에 포함된 내용은?

▲2년 동안 빌런 만들기 정치 때문에 민주당 이 대표, 윤 대통령, 여기에 김건희 여사에 관한 국민적 평가는 끝났다. 그래서 두 세력이 서로 머리채 잡으려고 하는 상황은 다시 있어선 안 된다. 미래에 대한 비전을 놓고, 경쟁할 때가 됐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탈당선언문 미래에 관한 이야기 담아
“새로운 도전 어려워, 그래서 하는 것”

탈당선언문에는 윤정부가 놓쳤던 것을 나열했다. 결국 윤정부 속에서 복지 그물망, 경제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에 관해 약속한 게 다 실종됐다. 이런 게 안타깝다. 신당으로 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밝힐 예정이다. 

-신당으로 성공이 가능하다고 자신하는지?

▲내가 당 대표할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는데, 기존에 있던 덩어리에 큰 저항이 있었다. 공천 시험제 운영 때가 그랬다. 이런 것들을 가볍게 빌드업 하는 형태로 당을 운영해보고 싶다. 

-내부 총질러, 배신자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이런 상황서 전국적인 정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는데, TK(대구·경북)와 PK(부·울·경)서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충분히 소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TK 경우에는 대통령을 만드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있지만, 그만큼 부끄러움도 커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 많이 이야기하지만 보수는 이렇게 가다가는 완전히 망한다. 대선주자도 없고, 당 체계도 없고, 간신배만 남아 당이 이뤄지겠냐는 생각에 노아의 방주론의 필요성을 다수가 인식 중이다. 

-TK와 PK를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

▲결국 보수의 큰 인물 또는 큰 주자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하신다. 보수가 시대에 따라 지도자로 만들고 싶은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그들이 많이 소멸해가는 중이다. TK를 대표하는 주자가 없는데, TK가 좋아할 수 있는 큰 인물이 되겠다는 게 우선적인 목표다. 두 번째로는 TK 정치가 활력을 잃은 이유는 젊은 사람에게 공간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는데, 이들에게 공간을 열어줄 생각이다.

-호남과 제주도도 많이 다녀왔는데

▲최근 호남은 자주 가지 못했는데, 호남에서는 5·18이나 과거 이야기를 하는 걸 지쳐하는 모습이다. 이런 부분을 넘어서야 한다. 제주도는 김포공항 이전 이슈로 활발하던 당원들이 상당히 의기소침해 있다. 윤 대통령의 4·3 추념사는 핵심을 피해갔다. 이런 점에서 보수 세력이 좀 더 진정성 있게 다가가야 한다. 나는 역사와의 대화 속에서 좀 더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려고 생각 중이다. 

-신당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인물은 얼마나 되나?

▲많다. 그러나 새로운 형태의 신인 위주의 시도일지, 수권 세력이 되기 위한 덩어리를 키우기는 방향으로 갈지를 구성원과 계속 고민 중이다. 

-신당이 생기면 국민의힘은 민주당, 신당과 싸워야 할 처지인데?

▲한 비대위원장에 달려 있다. 한 비대위원장은 누군가 만들어준 기회 속에서 활동해왔다. 지역을 넓혀 나가는 건 본인 몫이다. 영웅이라면 돌파해낼 것으로 본다. 

-한 비대위원장이 만남을 제안하면 응할 것인가?

▲결심한 시점서 한 번도 흔들림이 없었다. 한 비대위원장이 이야기를 하자면 할 수는 있지만, 어느 정도 결론을 정해놓고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라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 

-출마 지역은 정해졌나?

▲아직 확실하지 않다. 총선을 두 번 치르고, 보궐선거도 한 번 치러봤지만 예비후보 등록 기간인데도 등록을 하지 않은 게 처음이다. 2월까지 고민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많은 분이 얘기해주시는 게 있다. 비판을 많이 해온 이준석에게 언젠가 기회가 온다는 말이다. 굳이 나가서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하느냐고 묻곤 한다. 나는 감나무 밑에서 입을 벌리고 감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정치를 하고 싶지 않다. 소속된 당이 잘못됐을 때 생기는 기회를 기다리는 건 너무 모욕적이다.

정말 어렵다고 해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다는 게 요즘 내 생각이다. 국민의힘서 당 대표를 하면서 두 개의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으면 그건 박 전 대통령 이후 최대 성과다. 더 이상 기다리는 건 의미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조금 더 전격적이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다. 미국 케네디 전 대통령이 한 말이 있다. 도전하는 이유는 쉬워서가 아니라 어려워서라고. 그 말에 동의한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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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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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