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원내대표 ‘친윤’ 쟁탈전

원카드 들고 스캔하는 척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이 완벽한 지도부를 구성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에 들어섰다. 당내에서는 수도권과 영남권 인사 중 누굴 원내대표로 뽑을까 고민이 크다. 두 후보 모두 친윤 그룹과 열심히 스킨십을 하고 다니고 있는데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또 친윤 일색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의 임기가 곧 끝난다. 원내대표 선출일은 다음 달 7일로 결정됐다. 주 원내대표는 약 반 년간 당을 이끌어왔다. 그는 선출 당시 전임자였던 권성동 의원의 잔여 임기만 수행하겠다는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선출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다. 

강대강
2파전

국민의힘에 몸담은 지 얼마 되지 않는 이용호 의원이 예상보다 표가 많이 나와서다. 일각에서는 비윤(비 윤석열) 세력의 경고로 해석했다. 우여곡절 끝에 선출된 주 원내대표에게는 혼란한 당의 수습, 윤석열정부와의 호흡, 당의 외연 확장 등 여러 과제들이 산적했다.

일단 주 원내대표는 큰 사고 없이 직면해있던 문제들을 풀어나갔다. 원내서 대놓고 그를 향해 반기를 드는 인물도 딱히 없었고, 최대 장점인 협상력도 잘 발휘해왔다. 협상만 하고 오면 당내 반발이 일었던 권 의원의 처지와는 정반대였다.

물론 주 원내대표에게도 위기의 순간은 있었다. 한 차례 친윤(친 윤석열)계가 불만을 터뜨린 적이 있다. 김은혜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대기 비서실장을 퇴장시켰을 때다. 그러나 해당 건을 제외하고는 당내에서 두터운 신임을 받아왔다. 


새 지도부는 대부분 친윤으로 꾸려진 상황이다. 최고위원을 비롯해, 당직자도 마찬가지다. 수석대변인에는 유상범 의원, 총선 실무를 다루는 사무총장은 이철규 의원이다.

이 의원은 윤핵관 4인방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만큼 차기 총선에 앞서 강력하게 공천권 그립을 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의도 연구원장은 박수영 의원, 전략기획부총장과 조직부총장에는 친윤계로 분류되는 박성민 의원과 배현진 의원으로 결정됐다. 

본격적으로 지도부 구성이 완료되면서 자연스럽게 차기 원내대표를 향한 당내 관심도가 높아졌다. 당초 3선인 박대출 의원이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물망에 올랐으나, 정책위의장에 내정됐다.

투톱이 모두 PK(부산·경남) 출신일 경우, 차기 총선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이 지난해 연말부터 원내대표 선거를 준비해왔으나 지역 안배 차원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정책위의장 선출은 원내대표 선출보다 먼저 이뤄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책위의장은 원내대표와 러닝메이트였다. 순서가 바뀐 이유는 이 같은 제도가 폐지되고 당 대표가 원내대표와 협의를 거쳐 임명하는 형식을 채택한 까닭이다.

교통정리하자 오히려 간단히 끝?
지역 안배론, TK 홀대론에 고심

박 의원 역시 친윤계에 속한다. 대선 기간에는 선거대책본부 유세본부장을 맡아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이 두터운 편이다. 당내에서는 기본기와 능력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박 의원이 정책위의장에 선임된 배경을 두고 교통정리 성격이 강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친윤(친 윤석열)계가 중복으로 원내대표에 출마할 경우 표가 분산될 수 있어서다. 박 의원은 현재 국회서 기획재정위원장, 과학방송통신위원회 간사 등을 맡고 있다. 윤정부서 힘을 싣고 있는 위원회이기도 하다. 

이는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하나의 변수로 작용한 모양새다. 원내대표 후보군이 확 줄어 2파전 양상으로 흐른다. 

차기 원내대표는 당 대표와 정책위의장과의 호흡도 상당히 중요하다. 현재 후보군의 물밑 경쟁은 점차 심화하는 양상이다. 또 지역구를 다지고, 당내서도 치열하게 움직인다. 저마다 대야 메시지를 내는 등 출마 선언이 임박한 상황이다. 조만간 주 원내대표가 직을 내려놓으면 원내대표 후보군도 본격적으로 속속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원내대표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수도권과 영남권의 대결구도라는 점이다. 현재 수도권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국민의힘 김학용·윤상현 의원이다. 이 중 김 의원의 지역구는 경기도 안성, 윤 의원은 인천 동구미추홀구을이다. 

김 의원은 4선 중진으로 윤재옥 의원과 함께 2강으로 떠오르는 인물로, 지난 재보궐선거를 통해 다시 안성에 발을 들이는 데 성공했다. 

김 의원으로서는 상당한 호재였다. 안성은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지역으로 얼마 가지 않아 촛불 정국서 민주당 의원이 당선돼 파란을 일으켰던 바 있다. 그러나 허위 사실로 당선이 무효화되면서 김 의원이 무혈입성하게 됐다. 

수도권이냐
영남이냐

안성으로 돌아온 김 의원은 전당대회가 한창이던 때 울산 땅 문제가 불거진 김기현 대표를 옹호하고 나섰다. 일찍부터 원내대표 출마를 다지기 위해 친윤계와 부쩍 스킨킵을 늘려왔던 그는 당내서 스킨십이 좋기로 유명하다. 국회서 김 의원의 인사를 받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라는 소문이 떠돌 정도다. 국회의원 비서로 시작해 30년 동안 생존력을 강하게 다져왔다. 

대야 메시지도 거침없는 편이다. 김 의원의 가장 큰 장점은 지도부에 필요한 수도권 현역 의원이라는 점이다. 당내 지도부에 조수진 최고위원이 있기는 하지만, 지역구가 없는 비례대표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친윤 그룹에는 옛 친이계(친 이명박)가 다수 포함돼있어 지도부에 자연스레 녹아들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여러 위원회도 두루 거쳤다. 국방위원장, 환경노동위원장,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를 지냈고, 당시 김 대표가 원내수석부대표직을 맡았다.

또 김 대표가 정책위의장을 맡았을 때 김 의원이 정책위 수석부의장을 했었다. 손발을 여러 번 맞춰본 이상 서로의 스타일도 잘 아는 데다 김 의원은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 지도부가 친윤 체제라는 비판을 맹렬히 받는 가운데, 김 의원이 원내대표로 합류한다면 이를 그나마 옅게 만들 수 있다. 일단 지난달 김 대표가 비박(비 박근혜)계 좌장인 김무성 전 의원을 만나 거리를 좁혀놨다.


최근에는 윤핵관 세력의 중심 축인 장제원 의원도 의정 보고회에 장 의원이 참석해 축사하는 등 김 의원을 후방에서 지원하는 모양새다.

영남권에서는 윤재옥 의원이 대표로 나설 태세다. 윤 의원은 3선에 지역구는 대구 달서구다. 그는 친윤계로 분류된 인사로 대선 기간에도 캠프 상황종합실장을 맡아 윤 대통령을 위해 열심히 뛰었다. 윤 대통령의 신임도 두텁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완벽한 친윤 지도부를 꾸릴 수 있는 마지막 조각으로 통한다. 

친윤 지도부
마지막 조각

10년 전 새누리당으로 정계에 발을 들였고, 친박(친 박근혜) 세력으로 불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한 인물 중 한 명으로 이번 대선에서는 윤 대통령을 적극 옹호했다. 

권 의원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을 당시 주 원내대표와 함께 유력하게 거론된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 중 한 명이었는데, 이번에는 양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그 역시 일찌감치 표심을 다져왔다.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낸 이력도 있다. 드루킹 특검 관련 대야 협상을 지휘했던 경험 등을 토대로 윤 의원 역시 협상력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온다. 


후보군이 줄줄이 나오자 당내 의원들의 고민이 한층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완벽한 당 안정화를 위해 영남권 의원을 원한다는 말이 나오긴 한다. 그러나 차기 총선을 생각해야 한다는 쪽에 힘이 실린다. 

통상 보수당 지도부는 당 대표가 영남 지역구를 가진 인물이면 원내대표는 수도권으로 꾸려왔다. 직전 이준석 전 대표의 기반이 서울이었고, 원내대표인 김 대표의 지역구는 보수 텃밭에 위치해 있었다. 또 과거 김무성 전 의원이 당 대표였던 시절 지역구는 부산이었는데, 원내대표는 평택에 지역구가 있던 원유철 전 의원이 맡았다. 

이번에는 김 의원이 윤 의원보다 유리하다는 전망이다. 지역 안배 측면을 고려했을 때 수도권 의원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TK 홀대론도 빼놓을 수 없다. 당 지도부에 TK 출신이 둘이나 있기는 하지만, 보수당의 뿌리는 TK로 불린다. 정책위의장까지 PK 출신에게 돌아간 만큼 당내 TK 영향력이 쪼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서다. 당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의 의중도 중요한 변수로 여긴다. 전당대회에서도 윤심이 작용해 이변이 없었다. 

쪼그라든 비윤계 나설 인물 없어
친윤 행보만 보이면 오히려 역풍

다만 한편에서는 이번만큼은 윤심이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두 의원 모두 반윤 색채가 뚜렷한 인물도 아니고, 굳이 날을 세우지도 않아서다. 

이런 탓에 일각에서는 이번에는 ‘비윤 카드’를 들고 나올 수 있는 인물이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미 대선 전후를 기점으로 원내대표는 김 대표, 권 의원, 주 원내대표를 거쳤다. 이들은 모두 친윤 그룹으로 분류된다. 직전 상황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앞선 원내대표 선거는 주 원내대표가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비윤계의 반발심이 표출됐었다. 그러나 전당대회서 비윤계가 쓰린 패배를 가져간 만큼 전면에 나설 인물도, 얼굴도 부족하다. 설령 이번에 비윤계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다고 해도, 직전보다는 더 처참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파다하다.

그도 그럴 것이 원내대표 선거가 끝난 뒤, 총선이 걸려 있다.

사무총장이 일찌감치 임명된 만큼 비윤계도 현재는 잠자코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칫 현 상황을 거스르는 행보를 보일 경우, 차기 공천서 상당히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한편에서는 원내대표들이 친윤 카드만 쥐고 있고 민심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민심을 다져야 하는데 내부 분위기만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김 의원과 윤 의원은 친윤 그룹의 마음에 들기 위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친윤계 의원의 공부모임인 국민공감에 나란히 참석하기도 했다. 

당내에선 오히려 이 같은 움직임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선을 보낸다. 의원들의 무기명 투표가 이뤄지는 이상 오히려 과도한 윤심 마케팅이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초선 의원만 63명으로 과반에 이르는 수치다. 차기 원내대표는 이들 초선 의원들의 마음도 잘 달래야 한다.

나아가 총선은 민심을 잘 들어야 승리할 수 있는 대형 정치 이벤트다. 당내서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다가는 결국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이미 끝났다
싱거운 게임

정치권 관계자는 “직전 원내대표 선거보다는 싱겁게 끝날 수 있다. 영남권보다는 수도권을 다지는 게 총선을 생각했을 때 이득”이라며 “두 인물 모두 오히려 친윤 행보만 보이면 안 된다. 비윤도 함께 챙겨 나가야 승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내대표 또 다른 후보는?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가 2파전 양상이다.

김학용 의원과 윤재옥 의원의 대결 구도가 뚜렷해진 가운데, 다른 후보군들도 함께 원내대표 후보군에 오르내린다.

우선 직전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윤상현 의원이다.

윤상현 의원은 김 의원과 마찬가지로 수도권 후보 중 한 명이다.

현재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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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