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이 완벽한 지도부를 구성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에 들어섰다. 당내에서는 수도권과 영남권 인사 중 누굴 원내대표로 뽑을까 고민이 크다. 두 후보 모두 친윤 그룹과 열심히 스킨십을 하고 다니고 있는데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또 친윤 일색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의 임기가 곧 끝난다. 원내대표 선출일은 다음 달 7일로 결정됐다. 주 원내대표는 약 반 년간 당을 이끌어왔다. 그는 선출 당시 전임자였던 권성동 의원의 잔여 임기만 수행하겠다는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선출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다.
강대강
2파전
국민의힘에 몸담은 지 얼마 되지 않는 이용호 의원이 예상보다 표가 많이 나와서다. 일각에서는 비윤(비 윤석열) 세력의 경고로 해석했다. 우여곡절 끝에 선출된 주 원내대표에게는 혼란한 당의 수습, 윤석열정부와의 호흡, 당의 외연 확장 등 여러 과제들이 산적했다.
일단 주 원내대표는 큰 사고 없이 직면해있던 문제들을 풀어나갔다. 원내서 대놓고 그를 향해 반기를 드는 인물도 딱히 없었고, 최대 장점인 협상력도 잘 발휘해왔다. 협상만 하고 오면 당내 반발이 일었던 권 의원의 처지와는 정반대였다.
물론 주 원내대표에게도 위기의 순간은 있었다. 한 차례 친윤(친 윤석열)계가 불만을 터뜨린 적이 있다. 김은혜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대기 비서실장을 퇴장시켰을 때다. 그러나 해당 건을 제외하고는 당내에서 두터운 신임을 받아왔다.
새 지도부는 대부분 친윤으로 꾸려진 상황이다. 최고위원을 비롯해, 당직자도 마찬가지다. 수석대변인에는 유상범 의원, 총선 실무를 다루는 사무총장은 이철규 의원이다.
이 의원은 윤핵관 4인방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만큼 차기 총선에 앞서 강력하게 공천권 그립을 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의도 연구원장은 박수영 의원, 전략기획부총장과 조직부총장에는 친윤계로 분류되는 박성민 의원과 배현진 의원으로 결정됐다.
본격적으로 지도부 구성이 완료되면서 자연스럽게 차기 원내대표를 향한 당내 관심도가 높아졌다. 당초 3선인 박대출 의원이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물망에 올랐으나, 정책위의장에 내정됐다.
투톱이 모두 PK(부산·경남) 출신일 경우, 차기 총선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이 지난해 연말부터 원내대표 선거를 준비해왔으나 지역 안배 차원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정책위의장 선출은 원내대표 선출보다 먼저 이뤄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책위의장은 원내대표와 러닝메이트였다. 순서가 바뀐 이유는 이 같은 제도가 폐지되고 당 대표가 원내대표와 협의를 거쳐 임명하는 형식을 채택한 까닭이다.
교통정리하자 오히려 간단히 끝?
지역 안배론, TK 홀대론에 고심
박 의원 역시 친윤계에 속한다. 대선 기간에는 선거대책본부 유세본부장을 맡아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이 두터운 편이다. 당내에서는 기본기와 능력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박 의원이 정책위의장에 선임된 배경을 두고 교통정리 성격이 강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친윤(친 윤석열)계가 중복으로 원내대표에 출마할 경우 표가 분산될 수 있어서다. 박 의원은 현재 국회서 기획재정위원장, 과학방송통신위원회 간사 등을 맡고 있다. 윤정부서 힘을 싣고 있는 위원회이기도 하다.
이는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하나의 변수로 작용한 모양새다. 원내대표 후보군이 확 줄어 2파전 양상으로 흐른다.
차기 원내대표는 당 대표와 정책위의장과의 호흡도 상당히 중요하다. 현재 후보군의 물밑 경쟁은 점차 심화하는 양상이다. 또 지역구를 다지고, 당내서도 치열하게 움직인다. 저마다 대야 메시지를 내는 등 출마 선언이 임박한 상황이다. 조만간 주 원내대표가 직을 내려놓으면 원내대표 후보군도 본격적으로 속속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원내대표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수도권과 영남권의 대결구도라는 점이다. 현재 수도권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국민의힘 김학용·윤상현 의원이다. 이 중 김 의원의 지역구는 경기도 안성, 윤 의원은 인천 동구미추홀구을이다.
김 의원은 4선 중진으로 윤재옥 의원과 함께 2강으로 떠오르는 인물로, 지난 재보궐선거를 통해 다시 안성에 발을 들이는 데 성공했다.
김 의원으로서는 상당한 호재였다. 안성은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지역으로 얼마 가지 않아 촛불 정국서 민주당 의원이 당선돼 파란을 일으켰던 바 있다. 그러나 허위 사실로 당선이 무효화되면서 김 의원이 무혈입성하게 됐다.
수도권이냐
영남이냐
안성으로 돌아온 김 의원은 전당대회가 한창이던 때 울산 땅 문제가 불거진 김기현 대표를 옹호하고 나섰다. 일찍부터 원내대표 출마를 다지기 위해 친윤계와 부쩍 스킨킵을 늘려왔던 그는 당내서 스킨십이 좋기로 유명하다. 국회서 김 의원의 인사를 받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라는 소문이 떠돌 정도다. 국회의원 비서로 시작해 30년 동안 생존력을 강하게 다져왔다.
대야 메시지도 거침없는 편이다. 김 의원의 가장 큰 장점은 지도부에 필요한 수도권 현역 의원이라는 점이다. 당내 지도부에 조수진 최고위원이 있기는 하지만, 지역구가 없는 비례대표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친윤 그룹에는 옛 친이계(친 이명박)가 다수 포함돼있어 지도부에 자연스레 녹아들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여러 위원회도 두루 거쳤다. 국방위원장, 환경노동위원장,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를 지냈고, 당시 김 대표가 원내수석부대표직을 맡았다.
또 김 대표가 정책위의장을 맡았을 때 김 의원이 정책위 수석부의장을 했었다. 손발을 여러 번 맞춰본 이상 서로의 스타일도 잘 아는 데다 김 의원은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 지도부가 친윤 체제라는 비판을 맹렬히 받는 가운데, 김 의원이 원내대표로 합류한다면 이를 그나마 옅게 만들 수 있다. 일단 지난달 김 대표가 비박(비 박근혜)계 좌장인 김무성 전 의원을 만나 거리를 좁혀놨다.
최근에는 윤핵관 세력의 중심 축인 장제원 의원도 의정 보고회에 장 의원이 참석해 축사하는 등 김 의원을 후방에서 지원하는 모양새다.
영남권에서는 윤재옥 의원이 대표로 나설 태세다. 윤 의원은 3선에 지역구는 대구 달서구다. 그는 친윤계로 분류된 인사로 대선 기간에도 캠프 상황종합실장을 맡아 윤 대통령을 위해 열심히 뛰었다. 윤 대통령의 신임도 두텁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완벽한 친윤 지도부를 꾸릴 수 있는 마지막 조각으로 통한다.
친윤 지도부
마지막 조각
10년 전 새누리당으로 정계에 발을 들였고, 친박(친 박근혜) 세력으로 불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한 인물 중 한 명으로 이번 대선에서는 윤 대통령을 적극 옹호했다.
권 의원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을 당시 주 원내대표와 함께 유력하게 거론된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 중 한 명이었는데, 이번에는 양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그 역시 일찌감치 표심을 다져왔다.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낸 이력도 있다. 드루킹 특검 관련 대야 협상을 지휘했던 경험 등을 토대로 윤 의원 역시 협상력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온다.
후보군이 줄줄이 나오자 당내 의원들의 고민이 한층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완벽한 당 안정화를 위해 영남권 의원을 원한다는 말이 나오긴 한다. 그러나 차기 총선을 생각해야 한다는 쪽에 힘이 실린다.
통상 보수당 지도부는 당 대표가 영남 지역구를 가진 인물이면 원내대표는 수도권으로 꾸려왔다. 직전 이준석 전 대표의 기반이 서울이었고, 원내대표인 김 대표의 지역구는 보수 텃밭에 위치해 있었다. 또 과거 김무성 전 의원이 당 대표였던 시절 지역구는 부산이었는데, 원내대표는 평택에 지역구가 있던 원유철 전 의원이 맡았다.
이번에는 김 의원이 윤 의원보다 유리하다는 전망이다. 지역 안배 측면을 고려했을 때 수도권 의원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TK 홀대론도 빼놓을 수 없다. 당 지도부에 TK 출신이 둘이나 있기는 하지만, 보수당의 뿌리는 TK로 불린다. 정책위의장까지 PK 출신에게 돌아간 만큼 당내 TK 영향력이 쪼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서다. 당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의 의중도 중요한 변수로 여긴다. 전당대회에서도 윤심이 작용해 이변이 없었다.
쪼그라든 비윤계 나설 인물 없어
친윤 행보만 보이면 오히려 역풍
다만 한편에서는 이번만큼은 윤심이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두 의원 모두 반윤 색채가 뚜렷한 인물도 아니고, 굳이 날을 세우지도 않아서다.
이런 탓에 일각에서는 이번에는 ‘비윤 카드’를 들고 나올 수 있는 인물이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미 대선 전후를 기점으로 원내대표는 김 대표, 권 의원, 주 원내대표를 거쳤다. 이들은 모두 친윤 그룹으로 분류된다. 직전 상황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앞선 원내대표 선거는 주 원내대표가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비윤계의 반발심이 표출됐었다. 그러나 전당대회서 비윤계가 쓰린 패배를 가져간 만큼 전면에 나설 인물도, 얼굴도 부족하다. 설령 이번에 비윤계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다고 해도, 직전보다는 더 처참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파다하다.
그도 그럴 것이 원내대표 선거가 끝난 뒤, 총선이 걸려 있다.
사무총장이 일찌감치 임명된 만큼 비윤계도 현재는 잠자코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칫 현 상황을 거스르는 행보를 보일 경우, 차기 공천서 상당히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한편에서는 원내대표들이 친윤 카드만 쥐고 있고 민심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민심을 다져야 하는데 내부 분위기만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김 의원과 윤 의원은 친윤 그룹의 마음에 들기 위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친윤계 의원의 공부모임인 국민공감에 나란히 참석하기도 했다.
당내에선 오히려 이 같은 움직임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선을 보낸다. 의원들의 무기명 투표가 이뤄지는 이상 오히려 과도한 윤심 마케팅이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초선 의원만 63명으로 과반에 이르는 수치다. 차기 원내대표는 이들 초선 의원들의 마음도 잘 달래야 한다.
나아가 총선은 민심을 잘 들어야 승리할 수 있는 대형 정치 이벤트다. 당내서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다가는 결국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이미 끝났다
싱거운 게임
정치권 관계자는 “직전 원내대표 선거보다는 싱겁게 끝날 수 있다. 영남권보다는 수도권을 다지는 게 총선을 생각했을 때 이득”이라며 “두 인물 모두 오히려 친윤 행보만 보이면 안 된다. 비윤도 함께 챙겨 나가야 승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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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원내대표 또 다른 후보는?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가 2파전 양상이다.
김학용 의원과 윤재옥 의원의 대결 구도가 뚜렷해진 가운데, 다른 후보군들도 함께 원내대표 후보군에 오르내린다.
우선 직전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윤상현 의원이다.
윤상현 의원은 김 의원과 마찬가지로 수도권 후보 중 한 명이다.
현재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