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스톱?’ 국민의힘 전광훈 딜레마

같이 가냐 마냐 애매하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이 전광훈 목사와의 관계를 쉽사리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의 말 한마디로 움직일 조직 때문으로 보인다. 애써 관계가 없다는 식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리스크 중 하나로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내 선거에서는 득이지만, 민심 선거에서는 확실한 독이다. 당장에 선을 그어버리고 쉽게 내치기도 어렵다.

현재 폭주 중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두고 국민의힘 내 서열 2위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의 설화 이후 전 목사는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감을 국민의힘에 과시 중이다. 앞서 김 최고위원은 전 목사의 예배에 참석한 바 있다.

잡기도
놓기도

해당 자리서 김 최고위원은 전 목사를 칭송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김 최고위원의 예배 참석 배경에 대해 ‘보답’ 형식이 강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로 그는 이번 전당대회서 최대 득표율을 기록한 바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전 목사가 상당수 조직을 동원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김 최고위원의 설화 이후에도 국민의힘에서는 전 목사와 관련된 논란이 끊임없이 확전 중이다. 이 같은 논란이 끊임없이 터지는 이유는 김 최고위원의 구애가 개인적인 일로 치부하기 보다는 총선 전략에 가깝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전당대회 때도 김 최고위원은 전 목사의 도움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전당대회 직전 전 목사가 주관한 3·1절 국민대회 단상에 오르기도 했다. 이 자리서 “존경하는 애국 시민 여러분과 손을 잡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던 것이다.


국민의힘은 전 목사로 하여금 당내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당 안팎서도 이를 두고 끊임없이 공방이 오가고 있는 가운데, 균열마저 감지되는 상황이다.

과거부터 전 목사와 국민의힘은 흔히 말하는 밀당을 하는 관계다. 사실상 전 목사를 두고 목사보다는 극우 세력을 대표하는 인물에 가깝다는 말도 들린다. 실제로 그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2300회가량의 집회를 이끌어왔다. 

2018년에는 개신교 보수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당선 이력이 있다. 그러나 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에 걸맞지 않게 정치적인 행사를 열어 비판을 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는 끊임없는 정치적 행보를 보여왔다. 

박근혜정부 시절에는 더욱 세력이 커졌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게 기회를 받아 문재인 전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청원운동까지 벌였다. 이 같은 결과는 곧 한기총의 내분을 불러왔고, 회원 교단의 대부분이 탈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김재원이 쏴 올린 신호탄
과거 동맹 인사도 손절 중

그는 자주 “종북 좌파를 끌어내자”는 구호를 외쳤다. 전 목사는 총선에 앞서 ‘문재인정부가 총선을 기점으로 대한민국 체제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논리로 수차례 집회를 반복했다. 

황 전 총리와는 말 그대로 끈끈한 관계였던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목전에 둔 시절, 황 전 총리는 전 목사가 주도하는 집회에 참석해 연단에 서기도 했다. 전 목사도 황 전 총리를 등에 업고 정치적인 기반을 닦았고, 안팎으로 영향력을 과시해왔다.


2019년에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결성을 주도했다. 당시 결성식에 참여한 인물은 주호영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다. 이외에도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권성동·장제원 의원, 김기현 당 대표, 정진석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준비위원회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전 목사는 황 전 총리가 단식투쟁을 했을 때 손을 맞잡기도 했을 정도로 두 사람의 사이는 좋았다. 그러다가 두 사람의 관계가 불편해진 시기는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의 총선 패배 이후다.

최근 들어선 황 전 총리가 “허위사실을 주장했다”며 전 목사를 고소했다. 지난달 전 목사는 “전당대회 과정서 과거 황 전 총리가 공천을 대가로 50억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던 바 있다. 황 전 총리는 이에 대해 “전 목사가 과도한 공천 요구를 해왔다”고 반박에 나섰다. 해당 발언으로 인해 두 사람의 좋았던 인연은 막을 내리게 됐다.

전 목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증거를 내놓으라”며 재반박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시절의 총선 공천관리위원장 인선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시도를 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딱히 부인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전 목사는 자신의 입으로 ‘공천위원장 임명 시 사흘 전에 상의하자는 약속을 해달라’는 발언을 통해 알 수 있다. 김문수 당시 자유통일당 대표가 아닌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임명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언급한 것.

뒤늦게
손절각?

황 전 총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옛날부터 (전 목사와)하나 되는 게 힘들었다”며 “과거에는 괜찮았다. 지금은 우파가 뜻을 모아야 하는데 혼자서 자기 갈 길만 간다. 협력이 전혀 안 되고 본인 말을 안 들으면 손보겠다는 식으로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보수 세력과 전 목사는 협력적 연대 형식으로 인연을 이어왔다. 연대를 통해 큰 조직을 꾸렸는데, 현재는 그 진영에 균열이 생겨 버렸다. 한때는 우군이었지만 이제는 지지율을 갉아먹는 존재로 인식된다. 공격당하는 이는 황 전 총리 뿐 아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전 목사의 표적이 돼 버렸다. 

전 목사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인은 종교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말로 두 인물을 저격했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 승리는 내 도움 없이는 안 된다” “200석을 얻고 싶으면 나와의 거리두기를 포기하라”는 식의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전 목사 측은 “정당에 조언하겠다는 의미였다”며 정정 자료를 냈지만, 논란은 가열되고 있다. 이 같은 발언들이 내년 총선서 국민의힘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미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번 전당대회 때도 전 목사는 자신이 김 대표를 밀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당선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나왔던 김 최고위원이 수석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자신 덕분이라고 했다. 

과거 전 목사와 함께 동맹관계였던 홍 시장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홍 시장은 “이런 사람이 설치는 세상이 돼선 안 된다”며 “최고위원이나 당 간부하려고 설치는 사람이 당을 운영해서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사실상 전 목사와 함께 당 지도부를 우회적으로 저격한 셈이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 목사에게)당 지도부가 무슨 약점이라도 잡힌 게 아니냐”며 한껏 공격 수위를 끌어올렸다. 전 목사의 이 같은 독자적 정치활동은 윤석열정부 들어 더욱 강화돼오고 있다.

“언급 자체
 하지 말라”

상황이 이렇게까지 흐르고 있지만 김 대표는 진화에 소극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홍 시장을 향해 “시정에나 집중하라”며 홍 시장에 경고장을 날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13일에는 홍 시장을 국민의힘 상임고문에서 해촉했다.

김 대표는 전 목사의 손절이 쉽지 않은 듯 보인다. 실제로 과거에도 ‘이사야’로 치켜세우는 등 전 목사를 찬양하는 듯한 발언을 했었다. 상황이 점점 악화일로를 걷자 당 지도부가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 당초 전 목사와 관련이 없다는 식으로 선을 그었던 김 대표는 그 사람의 언급 자체를 하지 말라며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초반의 소극적인 대처와 달리 이번 김 대표의 메시지는 훨씬 더 강력해진 측면이 있다. 전 목사를 ‘그 사람’으로 지칭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의 당원도 아니고,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하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김 최고위원은 현재 김 대표의 경고를 받고 한 달 동안 모든 공개활동을 중지하겠다며 셀프 반성에 들어갔다. 이를 두고서도 많은 말이 오갔다. 


사실상 면책이나 감봉 등의 유의미한 징계가 아닌 김 최고위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그 어떤 조치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서 당 안팎에선 김 최고위원에게 당 차원의 징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자꾸 나온다. 

위기감을 느낀 국민의힘은 재빠르게 윤리위원장 인선에 나섰다. 황정근 변호사가 새 윤리위원장을 맡으면서 김 최고위원의 징계 여부도 빠르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의 징계를 통해 전 목사와 명확하게 선을 긋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전 목사에게 직접적인 경고 메시지를 던지는 당내 현역 의원은 딱히 보이지 않고 있으며 대부분 애매한 태도를 보인다. 

전 목사 리스크를 두고 당 중진들은 우려를 표했다. 김 대표는 최고·중진의원 연석회의서 지도부 설화에 대한 엄격한 조치를 취할 것을 주문받으면서 김 최고위원의 징계까지 거론됐다. 김 최고위원의 징계 시 김기현 지도부의 첫 징계로 정치권에선 확실한 마무리가 필요한 만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지도부는 이중 당적자에 대한 출당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현재 국민의힘  당원 수는 84만명에 이른다. 

당내 분란 심해지는 형국
중도 민심 더욱 악화 우려

이번 전 목사 사태로 국민의힘은 김기현 체제, 윤정부 국정운영, 22대 총선 등 여러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나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 역시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당장 하락을 막아내기도 버거운 상황에 전 목사 리스크까지 더해져 당내는 참담한 분위기가 감돈다. 

총선이 대선의 연장선과 다름없는 상황에서 전 목사 논란이 국민의힘 내부에 깊게 침투할수록 내분이 가속화되고, 김기현 체제 돌입 후 혼란이 재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 안정화’를 꿈꾸며 지도부가 탄생한 지 이제 막 한 달 지났지만, 여전히 되레 더 혼란스러워진 분위기다. 전 목사와의 동행은 국민의힘 총선 패배라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그만큼 전 목사가 내년 총선에 미칠 악영향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서의 가장 큰 화두가 전 목사였다는 점도 국민의힘 지도부가 차기 총선을 얼마나 우려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5선인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상황이 녹록지 않다. 당에서 (지도부 설화)에 대한 엄격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요청했을 정도다. 

홍문표 의원도 “전 목사가 국민의힘에 30만 당원을 심어놨고, 그 힘으로 당이 버티고 있다고 선전한다”며 “당론으로 결정해 하루빨리 수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대표는 당과 전 목사를 연관짓지 말라며 발끈했지만, 위의 발언처럼 일부 중진 의원들은 더 큰 리스크로 다가올까 하는 걱정이 담겨있다.

전 목사 리스크는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선 반색할만한 먹잇감일 수도 있다. 민주당은 개딸(개혁의 딸)로 한동안 홍역을 앓았던 데 반해, 국민의힘은 전 목사로 인해 몸살을 앓는 형국이다. 

당의 위기를 돌파하기에는 극성 조직이 안성맞춤이지만, 민심이 걸린 선거에서는 상당히 불리한 국면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지속적으로 전 목사와 국민의힘이 얽힐 경우, 자연스럽게 중도 민심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총선 도움?
어쩌나∼

‘민심의 풍향계’라고 일컬어지는 중도층은 차기 총선서 중요한 캐스팅 보트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정당 지지도 지지율을 내줬으며 지난 4·5 재보궐선거에서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애써 ‘골목 선거’라며 스스로 위로했지만, 당내에서는 불안감이 가득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정도다. 중도를 노린 행보들은 줄줄이 전 목사 리스크에 가려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전 목사가 반성하려는 조짐이 없고 오히려 사람들을 이용해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 옛날부터 보수당과 완벽한 하나가 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힘 새 윤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당 중앙윤리위원장에 황정근 변호사를 임명했다.

황 변호사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징계를 주도한 이양희 윤리위원회 위원장이 사임하면서 공석이 된 자리를 채운다. 

황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15기로,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과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인물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이 전 대표의 효력정치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국민의힘 측 소송 대리인을 맡았다.

황 변호사는 임명 이후 첫 안건으로 김재원 수석최고위원 징계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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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