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나오는 한동훈 차출설 막전막후

아니 땐 굴뚝서 연기?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야기다. 한 장관은 정치권에 발을 들이기도 전인데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만큼 인정받는다. 전당대회서 뚜렷하게 두각을 드러내는 인물가 없자 한 장관만큼의 인물을 앉히라는 뜻으로도 받아들여진다. 윤심에 충족하면서 차기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 당내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이 나타나긴 할까.

국민의힘이 본격 전당대회 모드로 돌입하기에 앞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차출설이 또 흘러나왔다. 한 장관 본인은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지만, 한동훈 차출설은 한두번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진짜 ‘윤심’
믿을 맨 없다

정치권에서는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믿을맨이 확실히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도 얼마 전 “당권 후보자들이 성에 차지 않는다”는 작심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차기 당 대표는 MZ세대 호소력, 수도권, 새 인물이 필요하다”고 거론했다. 

한 장관을 염두에 둔 건 아니라는 부연 설명을 했지만, 정치권에서는 한 장관이 윤심에 딱 맞는 인물로 여기는 이들도 있다. 최근 국민의힘은 본격 전당대회에 앞서 물밑 경쟁이 한창이다. 윤 대통령 동기화 모드부터 거리두기를 하는 인물까지 콘셉트도 다양하다. 

아직까진 확실하게 윤 대통령의 눈도장을 받은 인물은 없다.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윤 대통령과 독대까지 했지만, 여전히 성에 차지 않는 모양새다. 김기현 의원은 장제원 의원과의 이른바 ‘김장 연대설’도 나온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세력도 김 의원을 차기 당 대표로 밀고 있는 분위기다. 


이렇듯 차기 당 대표는 ‘윤심’과 얼마나 가까운 인물이냐는 점이다. 또 현재 나오고 있는 수도권 대표론 역시 차기 총선 문제와 직결돼있다. 현재 수도권 대부분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꽉 잡고 있다. 실제로 서울, 경기, 인천에만 100명으로 국민의힘은 차기 총선에서 수도권 확보가 절실하다.

윤상현 의원도 수도권 당 대표의 중요성을 설명한 바 있다. 윤 의원은 앞선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당의 수도권 선점이 취약하기 때문에 수도권 출신 당 대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총선까지 걸려 있는 까닭에 차기 당 대표는 막중한 임무가 부여될 수밖에 없다.

한 장관이 계속 소환되는 이유 중 하나다. 현재 당내에서 윤 대통령의 ‘믿을맨’으로 통하는 인물이 부족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 장관은 윤 대통령의 기용 0순위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차기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은 낮지만, 총선 출마는 기정 사실화되는 모습이다.

한 장관은 검찰 내부에서도 촉망받는 검사 중 한 명이었다. 엘리트 검사로 이름을 날렸고, 굵직한 사건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참여했다. 문재인정부 시절에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임명됐고, 한 장관도 함께 승승장구하며 스타 검사로 인정받았다. 

위기도 여러 차례 겪었다. 바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지휘하면서다. 한때 부산으로 좌천되기도 했으나 한 장관은 버텼다. 

그동안 보수에 없었던 새 캐릭터
2024 총선 출마? 당내 구심점 기대

이후 윤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화려한 부활에 성공했다. 기수를 뛰어넘은 파격적인 인선이었다. 당시에도 한 장관이 중책에 인선될 것이라는 예측은 많았지만, 법무부 장관에 인선되는 것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인선 이후에도 여론은 한 장관을 윤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특히 인사청문회는 한 장관을 한층 더 스타로 만들어준 자리가 됐다. 민주당이 열심히 한 장관과 관련된 의혹들을 제기했으나 한 장관은 이를 돌파해나갔다.

민주당 고민정 의원과 설전을 벌인 영상 조회 수가 200만회를 넘기기도 했다. 임명 당시에도 이미 스타임을 입증한 현재 한 장관은 여야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2위를 기록 중이다. 이를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한정시켜보면 40%가 넘는다. 강력한 대권후보인 오세훈 서울 시장보다 2배 높다. 

그의 지지층은 주로 40대로 특히 4050세대 주부층에게 인기가 많다. 본래 40대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기류가 강하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이마저도 균열이 생긴 모양새다. 

또 핵심 보수층인 60대 이상에게도 한 장관은 지지를 한 몸에 받는다. 한 장관은 정치에 참여한 이력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도 높은 몸값을 자랑하고 있다. 지금도 민주당에서는 한 장관을 견제하기 위해 여러 공세를 퍼붓고 있지만 이마저도 잘 방어하는 편이다. 

현재는 보수층 한정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무당층 사이에서의 인기도 높은 편이다. 일부 민주당 지지층 역시 한 장관을 인정한다.

윤정부의 과도한 우클릭만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한 장관의 역할은 중도층을 섭렵할 수 있는 무기로 거론된다. 윤 대통령 역시 대선 기간 중도에 방점을 찍고 열심히 공략에 나선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장관이 충분히 먹혀들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고 읽힌다. 그는 엘리트 중 엘리트 이미지를 가졌고, 일을 잘한다고 대중에 인식돼있다. 또 아직 정치권에 발을 들이지 않아 때가 묻지 않아서 지지한다는 말도 다수 있다. 지지층은 윤 대통령의 중용 0순위이지만, 윤 대통령과 떼어놓고 한 장관을 분류한다. 

중용 0순위
몸값 쭉쭉

현직 의원들을 향한 불신도 한 장관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증거다. 정치권은 하루가 멀다하고 정쟁만 일삼는다. 지난 대선에는 국회의원 이력이 전무한 대선후보들이 맞붙었다. 이 같은 현상은 현재 정치권을 새로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내 여론 역시 대권주자로 확실하게 낙점된 후보가 없다. 한 장관은 기존 보수 인물과 다른 요소를 가진다.

이미지뿐만 아니다. 시원한 말투도 그렇다. 보수층이 보유하지 못하던 캐릭터다. 최근 당권주자들은 저마다 “내가 친윤이고, 윤핵관이자, 윤심”이라고 외치기만 바쁘다.

당을 어떻게 이끌어가겠다는 목표가 부재해 있다. 이런 탓에 일각에서는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차출설이 한차례 흘러나왔다. 두 인물 모두 의원들 중에서는 윤심으로 통하는 인물이고, 권 장관은 4선, 원 장관은 3선 의원으로서 정치경험이 풍부한 탓이다. 


현직 장관이라 언급은 꺼렸으나 권 장관은 대선 기간 선거대책본부장,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으며 윤심을 잘 읽고, 수도권의 중진 의원으로서 확장성까지 갖췄다는 평가가 내려진 바 있다. 

원 장관은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의 선택을 받아 이재명 저격수로 활약했고, 인수위원회 기간에는 기획위원장까지 도맡는 등 차기 총선 공천에 책임질 적임자라는 평가가 내려진다. 

그러나 현재 권 장관은 이태원 참사의 여파로 흠집이 많이 났고, 원 장관의 경우 노조 파업의 여파로 당권 출마가 쉽지 않은 상태다. 당내서도 당원들이 신뢰하는 인물이 누구라고 꼽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당장 한 장관 전당대회 차출은 물리적으로도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친윤 세력은 대표적인 비윤(비 윤석열) 후보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에 맞설 수 있는 인물이 부족한 편이다. 

인기 스타
팬덤 형성

한 장관 카드는 윤 대통령이 차기 총선 등에 앞서 세력 만들기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동시에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한 장관이 총선 승리를 위한 핵심 카드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차기 총선서 국민의힘이 크게 패배할 경우, 윤 대통령 국정운영은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이렇게 되면 남은 재임 기간 동안 허송세월만 보낼 가능성이 농후하다. 게다가 현재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여당이지만,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윤, 비윤으로 갈라져 분열돼있다.

최근에는 윤핵관이 당내 투톱인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주 원내대표에 대해 비판하면서 불편한 기류마저 감지된다. 맏형 격인 권성동 의원과 장 의원 역시 한동안 불편함이 있었다. 

여전히 윤핵관이 여권 내 윤심을 대변하고 있지만, 여론은 악화된 형국이다. 결국 윤 대통령과 발걸음을 맞춰나갈 적임자가 부재한 가운데, 친윤계는 끊임없이 위기설에 휩싸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한동훈 차출론과 관련해 직무수행에 방해가 된다는 취지로 차출이 불가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한 장관이 스스로 설명했다며 말을 아꼈다. 

한 장관의 전대 출마가 불가한 이유는 내년 2~3월경에 열린다고 해도 준비할 시간이 촉박한 데다, 출마 요건을 갖추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윤 대통령 입장에서 한 장관을 정치권에 진출시키는 건 앞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장관직 끝나면 바로?
당선 시 중도층 흡수

정치권에서도 한 장관이 당장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겠지만 결국 정치를 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단순히 법무부 장관으로 끝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즉, 윤 대통령을 보좌하는 인물 중 가장 신뢰하고 능력이 있다는 생각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총선 때 한 장관이 정계에 데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재오 상임고문은 “(차기 총선에)무조건 나간다”며 “내각에서 경험을 쌓았고, 당에서도 내보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도 “법무부 장관으로 끝날 사람이 아니고 어차피 정치를 할 사람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관측이 다수 나온다.

윤 대통령과 비슷하게 좌천을 겪었고, 부활에 성공하며 민주당의 검수완박을 제지했다는 상징적인 인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서다. 한 장관이 차기 총선에 투입된다면 단번에 대권주자라는 인식에 쐐기를 박을 수 있다. 또 민주당 등 야권이 한 장관을 때릴수록 긍정적인 이미지가 상승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 장관이 정치적 경험이 전혀 없는 부분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도 정치 이력이 없다는 게 치명적인 단점 중 하나로 꼽혔던 바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과거 문정부와 대립각을 세웠고, 정치권에 없었던 캐릭터였던 점은 분명 장점으로 작용했다. 이때 한 장관도 함께 몸집을 불렸다. 

한 장관이 정치적 이력이 없는 상태에서 공세를 잘 이겨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당내 반대 세력도 규합할 능력도 입증하려면 당 대표보다는 총선에 출마해 당선되는 게 더 현실적이다. 또 이른 이미지 소모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적 기대감을 소모적으로 사용하면 반감이 커질 수 있는 탓이다. 

선발-구원
둘 다 활용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한 장관은)정치권을 새로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을 받는다”며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결국 정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등판 시기가 문제지 언젠가는 선발투수나 구원투수 중 하나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조국도 차출설?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이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역시 차출설이 제기됐다.

이는 여권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조 전 장관이 다음 번 총선에 출마하고, 민주당의 대선 주자까지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는 조 전 장관이 “역경을 이겨낸 영웅으로서의 귀환을 준비하고 있다”며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띄웠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호사가들이나 하는 소리”라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이어 “4년 전에는 요청했지만 지금은 불가능한 얘기”라고 덧붙였다.

현 시점에서 조 전 장관이 다시 소환되는 것은 민주당으로 득이 될 게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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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