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사람들이 밝힌 ‘노태우 300억’의 진실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8.26 10:50:45
  • 호수 1494호
  • 댓글 1개

“SK가 받았다고? 선경이 뜯긴 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서 언급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실체가 명확해지고 있다. 노태우정부 시절 경제수석 등을 지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SK(당시 선경)서 노태우 측에 통치 자금을 줬다’는 취지의 전언이 나오면서다. 이 밖에 노 전 대통령의 회고록과 손길승 SK 명예회장의 증언 등이 힘을 실었다.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상고심이 다음 달 시작될 예정이다. 주요 쟁점은 노 관장이 최 회장과의 결혼생활 중 SK의 성장 과정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여부다. 기여도에 따라 조 단위로 계산된 재산분할 금액이 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고심에 앞서 노 관장 측의 주장을 뒤집거나 반박할 만한 증언과 정황들이 속속 드러났다.

쪽지에
휘둘려…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서는 ‘노 관장의 기여’로 인정된 대목에 대한 법리적 확인이 중점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SK 주식에 대한 몫이 인정되며 1조3808억원의 재산 분할액이 책정되는 데 노 관장의 기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현재 노 관장의 ‘내조 기여’가 2심 재판 과정서 과다하게 부풀려진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적지 않다. 최 회장 측도 이달 초 상고이유서를 제출하며 이 부분에 대한 여러 오류를 문제 삼은 것으로 파악된다.

먼저 노태우정부 시절 경제수석, 민주자유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전언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노정부 당시 보건사회부 장관, 경제수석, 민주자유당 비례대표 의원을 지냈고, 현재도 재단법인 ‘보통사람의시대 노태우센터’의 고문을 맡고 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과 정혁진 변호사는 지난 9일 방송된 유튜브 채널 ‘어벤저스 전략회의’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서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 온 선경건설 명의의 약속어음은 노 전 대통령의 노후 자금이라고 주장했다.

이 방송에 따르면 김 전 비대위원장은 “노태우 자금 문제를 관리하는 이원조씨가 있는데 사돈 기업에 통치 자금 이야기를 해 (선경서 노태우 측에)꾸준히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태우 전 대통령 측에서 퇴임 이후에도 이게 과연 제대로 줄 것이냐 이런 부분에 대한 의문이 있어 이를 확약하는 증표로서 일단 뭘 좀 주라고 해서 어음 자체를 준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씨는 5·6공 시절 ‘금융계의 황제’로 불렸다. 노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모아 전달한 혐의로 대법원서 징역 2년6개월을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실제 어음 발행일은 노 대통령의 퇴임 이틀 전인 1992년 12월로 알려졌다. 선경건설이 당시 발행한 50억짜리 약속어음 실물 4장은 1995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수사와 재판에선 드러나지 않았다가 이번 이혼소송 과정서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다.

김종인·손길승···정작 본인도 아니라는데···
돈 출처·용처 잇단 진술로 드러나 ‘발칵’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후광’이나 ‘비자금’이 SK의 성장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판결했다. 노 관장 측 역시 같은 맥락의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노 관장 측의 기여도가 크다고 보고, 최 회장이 1조3808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 회장 측은 항소심 판결에 즉각 반발했고, 최근 상고심 시작에 앞서 500여쪽에 달하는 상고이유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상고이유서에 따르면 다양한 쟁점 가운데 핵심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및 후광 등은 SK그룹의 성장 과정에 오히려 손해가 됐다는 주장이다.

즉, SK가 국내 재계 2위까지 발돋움할 수 있던 배경에 노 관장 측의 큰 도움이 없어 재산분할 금액이 축소돼야 한다는 얘기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옥숙 여사가 보관한 1991년 메모와 약속어음을 근거로 비자금이 SK 측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봤다. 김 여사의 메모에 ‘선경 300억’이라고 적혀 있었고, 선경건설 명의로 발행된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을 증거로 내세웠다.

또 이 자금이 당시 태평양증권(현 SK증권) 인수 등에 쓰였다고 판단했다.

이에 ‘SK 2인자’ 손길승 명예회장은 반박했다. 그는 진술서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선경건설의 약속어음은 태평양증권 인수와는 무관하고, ‘받았다’는 의미인 차용증은 ‘주겠다’는 의미의 약속어음이라며 노 관장 측 주장에 반박했다. 이는 김 전 위원장의 전언과도 일치된다.

손 명예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심부름을 하던 이원조 경제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지낼 거처와 생활비 등을 요구해 생활비 명목으로 매달 전달했다”며 “정권 말이 되니 퇴임 후에도 지속 제공하겠다는 증표를 달라고 요구해 어음으로 준 것”이라고 밝혔다.

OB들 등판
“특혜 없어”

실제로 어음 발행일은 지난 1992년 12월,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틀 전이다. 노 관장 측의 “300억원이 태평양증권 인수 자금 등으로 쓰여 SK 성장에 기여했다”는 주장에 전면 반박한 것이다.

SK 측은 재판 과정서 300억원을 노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받은 적이 없고, 퇴임 후 그에 상당하는 돈을 주기로 약속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SK가 국내 최초 이동통신사업자로 선정되는 과정에 노 전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주장도 모호해졌다. 

앞서 노 관장 측은 소송서 SK가 청와대 후광을 이용해 경쟁사를 배제시켰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도 “최태원 회장의 무선통신 청와대 시연으로 이동통신사업 논의가 촉발됐고, 이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4대 그룹의 통신사업 수허가권을 제한한 결과 SK그룹이 이동통신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노 전 대통령은 회고록서 “나와 선경(SK)의 관계 때문에 정치 문제로 비화해 결국 선경이 사업권을 반납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다음 정권에 가서 결국 선경이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1995년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된 이후, 옥중서 육필로 작성했던 대학 노트 30여권의 메모를 바탕으로 지난 2011년 1112쪽에 이르는 회고록을 출간한 바 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뿐만 아니라, 노관장의 남동생 노재헌 변호사 등 가족들도 출간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고록서 노 전 대통령은 김영삼 당시 대선후보에게 3000억원을 준 사실을 인정하는 등 정치자금의 존재와 관련 인물, 소회 등에 대해 솔직하게 밝혀 출간 당시 상당히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재판부가 6공 특혜를 판결의 주요 근거로 삼으면서 출간된 지 10년도 더 지난 노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재조명받는 것이다.

2심은 SK(당시 선경)가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하는 과정서 노 전 대통령의 무형적 기여가 작용했다고 결론내렸다. 노 관장 측은 소송서 SK가 청와대 후광을 이용해 경쟁사를 배제시켰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도 “최태원 회장의 무선통신 청와대 시연으로 이동통신사업 논의가 촉발됐고, 이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4대 그룹의 통신사업 수허가권을 제한한 결과 SK그룹이 이동통신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인정했다.

진실공방 
어디까지

재판부의 판단과는 달리, 노 전 대통령 회고록대로면 그 당시 정치 논리 때문에 피해를 본 건 SK였던 셈이다.

실제 SK는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노정부 때가 아닌 김영삼(YS)정부 때인 1994년 이동통신사업을 품에 안게 됐다. 노정부 시절 1992년 8월 제2이동통신 민간사업자 선정 경쟁서 사업자로 선정됐지만, 김영삼 당시 민주자유당 대표 등이 “현직 대통령 사돈 기업에 사업권을 부여한 것은 특혜”라고 비판하자, 사업권을 일주일 만에 반납했다.

이어 SK 측은 “오해 우려가 없는 차기 정권서 사업성을 평가받아 정당성을 인정받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YS정부 시절, 한국전기통신공사 자회사인 한국이동통신이 매각 입찰에 뛰어들었다. 공정성 시비 재발을 우려해 제2이동통신 사업자 사업을 포기했다. 신규 사업권 획득보다 더 막대한 인수 자금이 필요했던 한국이동통신 공개입찰서 지분 23%를 4721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2심 재판부가 “최태원 회장의 무선통신 청와대 시연으로 이동통신사업 논의가 촉발됐고, 이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4대 그룹의 통신사업 수허가권을 제한한 결과 SK그룹이 이동통신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한 것도 회고록에서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 억제 차원서 4대 그룹의 이동통신 사업진출을 제한”한 것으로 쓰여 있다.

노 전 대통령은 4대 그룹 진출 제한이 사돈 특혜가 아닌 당시 정책 기조였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또 이 과정서 노정부가 사업자 선정 일주일 뒤인 8월27일 정해창 비서실장 명의로 최종현 회장과 손길승 당시 대한텔레콤 사장, 김항덕 유공 사장에게 ▲공정한 기준에 따라 귀사를 제2 이동통신사업 신규 허가 법인 대상으로 확정했으나 대주주인 유공이 대통령과의 특수관계임을 이유로 국론이 분열되고 정치·사회적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 ▲국론을 조속히 통일하고 정치·사회 안정을 이룩하기 위해 유공이 자기 책임하에 구성 주주를 설득, 사업권을 자진 포기해 현 사태를 수습하는 데 협조하기 바란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공문도 보낸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6공 통치 자금으로 쓰였다” 주장
회고록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아”

이어 회고록에는 “제2이동통신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청와대는 일절 관여하지 말라는 원칙을 정해줬으며, 실제로 청와대나 본인의 개입은 없었다. 송언종 체신부 장관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고, 실무진들이 청문회에라도 설 각오로 엄정하게 추진하라고 당부했다”고 밝혀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과정서 어떤 정치적 개입도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SK 측 역시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그 어떤 특혜나 지원도 받은 게 없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노 관장 측 주장만을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노태우의 사돈이거나 사위라는 인척 관계에 있지 않은 일반적인 기업인의 경우 제2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되거나 제1이동통신인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는 것이 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SK그룹이 사세를 크게 확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노태우의 존재 및 노태우의 용인 등이 배경이 되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SK 측이 “아무런 증거도 없이 편견과 예단에 기반해 기업의 역사와 미래를 흔드는 판결에 동의할 수 없다”며 반발하는 이유다. 

재계에선 “정경유착 비자금 유입을 기정사실로 한 것도 의아스럽지만, 비자금 유입이 있다 하더라도 그게 그룹 성장에 주도적인 기여를 했다는 판단은 너무 비약적”이라는 입장이다.

최 회장 측은 재판 과정서 노 관장의 주장을 지속 반박해 왔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에 유입된 적이 없고, 약속어음은 노 전 대통령 측 압박에 노후 자금 명목으로 준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물론 2심에서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찰 수사에서도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비자금 유입을 쪽지 메모만으로 인정한 이유, 구체적인 비자금 사용처 등에 대해서는 별도로 설명하지 않았다.

최 회장 측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태평양증권을 인수했다는 등의 주장은 사실 입증이 어려운 추측에 불과하다는 내용 등을 상고이유서에 담았다. 우선 시기가 맞지 않다고 거듭 강조 중이다. SK의 태평양증권 인수 시기는 1991년 12월인데, 선경건설 명의로 발행된 약속어음의 발행 날짜는 1992년 12월이다. 1년의 차이가 있어 이 자금이 증권사 인수에 쓰였다고 보기 어렵다.

약속어음 300억원의 존재는 재산분할 기여도 산정뿐만 아니라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노 전 대통령의 은닉 재산이 공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해석도 나온다. 1998년 작성됐다는 ‘김옥숙 쪽지 메모’에는 ‘선경 300억원’ 외에도 여러 실명과 금액들이 쓰여 있고, 이를 합치면 90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 판단은?
바로 잡을까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밝힌 비자금 규모는 4600억원이다. 이 중 기업을 통해 뇌물로 받은 2682억원만 추징되고, 나머지는 환수되지 않았다. 그 이유로는 출처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점이 꼽힌다. 만약 이혼소송을 통해 쪽지 메모의 윤곽이 더욱 뚜렷해질 경우,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추가로 회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재차 커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국세청은 불법 통치 자금에 대한 과세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mk1@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59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