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600억원 투입 동대문 사업 파산 원흉 찍힌 서희건설, 왜?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8.21 09:36:08
  • 호수 1544호
  • 댓글 1개

193억원을 15%로 차용 공사 상대로 이자 장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국민 혈세 600억원이 투입된 동대문환경개발공사를 파산하게 만든 원인이 해당 민간투자사업의 핵심 주체였던 서희건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사의 운영 부실, 지분 매각, 재무 상태를 일시적으로 개선하려 한 공격적인 회계 처리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동대문환경자원센터 사업은 620억원 규모의 민간투자사업(BTL)으로, 음식물 자원화 시설 운영을 통한 지역 환경 개선을 목표로 했다. 이 중 600억원은 국고 보조금으로 충당됐다. 서희건설은 2006년 11월 시설 착공을 시작해 2010년 12월 준공했다. 공사비의 35%를 직접 부담하고 20년간 관리 운영권을 갖는 핵심 사업자였다. 특히 서희건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에게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선물했다는 의혹을 받아 정경유착의 전형적인 예를 보여줬다.

부실 운영
직원 사망

동대문환경자원센터 사업의 운영상 문제는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서희건설이 운영하는 동안 음식물자원화시설은 잦은 고장과 이로 인한 가동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주변 일대에서는 악취 민원이 쇄도했다. 시설 관리 직원의 사망사고까지 발생하며 서희건설의 시설 운영 능력과 관리에 대한 동대문구의회의 질타가 끊이지 않았다.

이 같은 초기 운영 부실은 사업의 장기적인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운영 부실 논란이 이어지자 서희건설은 2012년 미래에셋펀드에 지분 전량을 221억원에 매각하고, 운영 주체를 타 업체로 변경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영향력은 여전히 유지됐다. ‘주 수탁자가 운영을 포기할 경우, 사업에 재개입하는 대체 수탁자 계약’을 맺어 형식상 지분은 넘겼지만 실질적 운영권에 여지를 남긴 것이다.


최대주주였던 미래에셋펀드는 운영에는 개입하지 않는 ‘재무적 투자자’에 불과했다. 오히려 동대문환경개발공사(이하, 동대문환경)에 193억원을 15%로 대여해 연간 25억~28억원에 달하는 고이자를 수취했다. 일반적인 기업 대출금리를 현저히 벗어나는 수준으로, 이는 수익성이 취약한 공사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만성적인 자본잠식 상태를 심화시켰다.

서희건설이 데려온 미래에셋펀드는 공기업을 상대로 15%의 고리대금업을 한 셈이다. 서희건설이 대체 수탁자로 있는 동안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수년간 서희건설과 새로운 수탁자 사이에서 동대문환경 운영 및 관리에 대한 책임 소재 문제로 법적 분쟁이 이어졌다. 결국 2021년 새로운 수탁자도 동대문환경 운영에서 철수했다.

버는 돈 없이 돈만 쓴 망한 사업
하다 안 되니 이제야 ‘나 몰라라’

이에 따라 대체 수탁자였던 서희건설은 동대문환경을 다시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아울러 최대주주였던 미래에셋펀드로부터 26억원에 지분을 재인수했다. 2012년 221억원에 매각했던 지분을 9년 만에 약 1/8 수준의 가격으로 다시 사들인 것이다.

이 시기 동대문환경은 자본잠식에 빠진 한계기업 상태였으며, 영업이익은 적자였다. 그런데 서희건설 재인수 이후 2020년 자본총계 -117억원의 심각한 자본잠식 상태였던 동대문환경은 2021년 14억원 흑자로 전환됐고, 당기순이익은 20억원에서 192억원으로 860% 폭증했다.

이는 동대문환경에서 발생한 ‘채무면제이익’ 127억원 덕분이었다. 동대문환경은 미래에셋펀드로부터 12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대출을 받은 상태였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미래에셋펀드의 120억원 대출을 서희건설이 대신 상환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동대문환경이 서희건설로부터 빌린 119억원과 장기미지급금 6억원을 탕감받으며 대규모 특별이익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동대문환경이 회계상 중대한 영향이 있는 이 거래에 대해 감사보고서 주석을 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회계 기준 위반 소지가 있다. 전문가들은 분식회계 가능성을 지적했다. 주목할 점은 동대문환경의 급격한 재무 상태 개선이 오직 채무면제이익에만 의존했다는 사실이다.

장부상 거래
수입이 없다

실제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 개선은 전혀 없었다. 현금 유입도 발생하지 않은 순전한 ‘장부상 거래’였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외부 대출을 내부 대여로 전환하고 탕감 처리하는 방식은 분식회계에서 종종 나타나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꼬집었다.

이미 수익성과 사업성이 망가진 동대문환경은 결국, 지난해 대형 화재가 발생한 후 이듬해 5월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았다. 동대문환경의 파산과 관련해 서희건설 측은 법적으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동대문환경의 채무면제이익은 미래에셋펀드가 채권을 탕감해 준 것으로, 제3자와의 거래가 아닌 정상적인 회계 처리였다”며 “서희건설이 동대문환경에 대여한 119억원은 동대문환경의 외부 자금 조달이 어려워 미래에셋펀드의 기존 대출을 상환하기 위한 불가피한 자금 대여였다”고 밝혔다. 이어 “서희건설은 동대문구청과 체결한 실시협약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고 답했다.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서희건설과 동대문구청이 맺은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에는 “공사가 본 협약상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경우, 서희건설은 그 책임과 비용으로 공사의 의무 이행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또 실시협약 제51조는 “사업 시행자에 대해 법원이 파산선고 신고가 있는 경우 사업 시행자의 귀책사유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채무면제이익 127억원
분식회계 가능성도 제기

이는 동대문환경의 파산이 계약상 서희건설의 귀책사유로 간주됨을 의미한다. 사업 초기부터의 운영 부실, 책임 회피를 위한 지분 매각과 대체 수탁자 계약, 그리고 재인수 후 발생한 채무면제이익 논란을 살펴보면 서희건설이 공공사업 실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재 동대문구청은 주민들의 안전과 환경 문제를 방치할 수 없어 30억원의 구민 혈세를 들여 복구 작업에 나섰으며, 추후 서희건설에 구상권을 청구할 방침이다.

서희건설 측은 초기 사업 부실 운영 및 책임 관련해 “동대문환경자원센터를 건립하던 때는 환경 사업의 기술적 과도기였으며 그 무렵 대부분의 자원화시설에서 크고 작은 설비 문제 및 악취 민원들은 공통적으로 발생했다”며 “당사는 동대문환경자원센터의 설비 고장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주무 관청과 협의 하에 성능 개선 및 보완 공사의 운영 개선을 조치했으며 이를 위해 총 사업비에 책정돼있지 않은 초과 금액을 투입하는 등 최선을 다해 관리·운영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2년 지분 매각 및 대체 수탁자 계약에 대해서는 “당사와 동대문환경이 무관한 회사인지에 관련해서, 당사는 1차 답변서에서 ‘2012년 3월15일에서 2021년 11월25일까지 동대문환경개발공사의 출자자는 농협은행(미래에셋맵스그린에너지사모펀드)이었다’고 답변했다”며 “해당 기간 동안 미래에셋 사모펀드가 출자자였고, 미래에셋 사모펀드가 출자자일 때 수탁자는 국내 굴지의 수처리 전문 회사로, 해당 수탁자가 자신의 책임으로 동대문환경을 관리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체 수탁자 제도는 민간투자사업의 표준 실시협약에 따라 사업시행자(동대문환경)와 관리운영수탁자 간에 체결되는 위수탁관리운영계약서에 통상적으로 포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능력 부족
책임 회피

동대문환경 파산 책임과 관련해 서희건설 측은 “실시협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업시행자’는 동대문환경이다. 실시협약 제51조 제1항 제5호는 ‘본 협약의 해석에 있어, 동대문환경에 대해 법원의 파산선고가 있는 경우는 동대문환경개발공사의 귀책사유로 본다’는 뜻으로 주주인 서희건설과 무관한 조항”이라고 강조했다.

또 서희건설 측은 동대문환경의 운영을 맡은 초기 11개월 동안 부실하게 운영했다는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사업 초기부터 운영상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는 언론 보도는 객관적 근거가 없는 허위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들은 미래에셋펀드가 동대문환경의 실질적 소유주이며, 국내 유수의 수처리 전문회사를 미래에셋펀드가 운영 수탁사로 선정해 본 사업을 운영 중이었는데, 대체 수탁자에 불과한 서희건설이 마치 미래에셋펀드나 해당 수처리 전문회사를 대신해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었던 것처럼 왜곡됐다는 주장이다.

한편, 주택 브랜드 서희스타힐스로 알려진 서희건설은 올해 시공능력평가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건설·부동산 경기가 불황인 가운데서도 부실 경영 논란을 딛고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중심으로 견고한 실적을 기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서희건설은 지난달 3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5년도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에서 시공능력평가액 2조8774억원을 기록하며 16위에 올랐다. 시공능력평가액도 꾸준히 증가했는데 2023년 2조3979억원에서 지난해 2조6707억원, 올해 2조8774억원으로 늘어났다.

전 총리 비서실장 박성근이 맏사위
김건희 반클리프 목걸이 제공 의혹

일각에선 서희건설이 지난 윤석열정권과의 유착 관계를 형성하면서 이권에 가담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측의 이른바 비공식 비밀 캠프로는 신사동 예화랑, 서울대 법대 동기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는 대호 프로젝트(서초동 캠프) 등이 있었다.

이 밖에 식당 이름을 딴 ‘복조리 캠프’도 있는데, 복조리는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서울 역삼동 법당 주소로 나온다. 식당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성배씨가 운영하는 법당이다. 이전부터 재벌가, 정치권, 법조계 고위 인사들이 드나드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다.

대선 일정이 본격화되면서 복조리 캠프는 서희건설 빌딩에 사무실을 이전해 ‘역삼동 캠프’로 불렸다.

이 밖에 서희건설과 윤 전 대통령의 고리는 김건희씨로부터 나왔다. 김씨를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그가 2022년 나토 정상회의 순방 동행 당시 찼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가 모조품이라는 김씨의 진술을 거짓으로 보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주진우 기자는 이날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찼던) 진품 목걸이 실물을 특검이 찾지 못했지만, (특검이) 이 진품 목걸이의 구매자를 특정했다. (이는) 서희건설”이라고 밝혔다.

서희건설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하면서 또 다른 명품 바쉐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를 샀는데, 그 보증서와 케이스가 김씨 친오빠인 진우씨 장모 집 압수수색 때 발견됐다. 김씨는 특검 조사 과정에서 나토 순방 당시 찼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에 대해 “모조품”이라며 “2004~2007년 홍콩을 자주 방문할 당시 구매해 어머니(최은순)에게 선물했고, 가끔 빌려 착용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검은 그러나 김씨가 찼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동일 디자인의 목걸이가 2015년 11월 처음 출시된 것을 확인했다.

‘지주택 왕’
유착 결과?

특검은 김씨가 서희건설로부터 목걸이의 출처를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모조품을 김진우씨 장모집에 갖다 놓고 거짓으로 진술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은 서희건설과 김씨의 연결고리로 박성근 전 검사를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검사는 서희건설 창업주 이봉관 회장의 맏사위로 2022년 3월 윤석열 당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에서 활동하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순방 직전인 2022년 6월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발탁됐다.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의 최측근이어야 할 비서실장을 윤석열이 지목하자, ‘바지 총리’ 논란이 일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