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600억원 투입 동대문 사업 파산 원흉 찍힌 서희건설, 왜?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8.21 09:36:08
  • 호수 1544호
  • 댓글 1개

193억원을 15%로 차용 공사 상대로 이자 장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국민 혈세 600억원이 투입된 동대문환경개발공사를 파산하게 만든 원인이 해당 민간투자사업의 핵심 주체였던 서희건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사의 운영 부실, 지분 매각, 재무 상태를 일시적으로 개선하려 한 공격적인 회계 처리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동대문환경자원센터 사업은 620억원 규모의 민간투자사업(BTL)으로, 음식물 자원화 시설 운영을 통한 지역 환경 개선을 목표로 했다. 이 중 600억원은 국고 보조금으로 충당됐다. 서희건설은 2006년 11월 시설 착공을 시작해 2010년 12월 준공했다. 공사비의 35%를 직접 부담하고 20년간 관리 운영권을 갖는 핵심 사업자였다. 특히 서희건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에게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선물했다는 의혹을 받아 정경유착의 전형적인 예를 보여줬다.

부실 운영
직원 사망

동대문환경자원센터 사업의 운영상 문제는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서희건설이 운영하는 동안 음식물자원화시설은 잦은 고장과 이로 인한 가동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주변 일대에서는 악취 민원이 쇄도했다. 시설 관리 직원의 사망사고까지 발생하며 서희건설의 시설 운영 능력과 관리에 대한 동대문구의회의 질타가 끊이지 않았다.

이 같은 초기 운영 부실은 사업의 장기적인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운영 부실 논란이 이어지자 서희건설은 2012년 미래에셋펀드에 지분 전량을 221억원에 매각하고, 운영 주체를 타 업체로 변경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영향력은 여전히 유지됐다. ‘주 수탁자가 운영을 포기할 경우, 사업에 재개입하는 대체 수탁자 계약’을 맺어 형식상 지분은 넘겼지만 실질적 운영권에 여지를 남긴 것이다.


최대주주였던 미래에셋펀드는 운영에는 개입하지 않는 ‘재무적 투자자’에 불과했다. 오히려 동대문환경개발공사(이하, 동대문환경)에 193억원을 15%로 대여해 연간 25억~28억원에 달하는 고이자를 수취했다. 일반적인 기업 대출금리를 현저히 벗어나는 수준으로, 이는 수익성이 취약한 공사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만성적인 자본잠식 상태를 심화시켰다.

서희건설이 데려온 미래에셋펀드는 공기업을 상대로 15%의 고리대금업을 한 셈이다. 서희건설이 대체 수탁자로 있는 동안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수년간 서희건설과 새로운 수탁자 사이에서 동대문환경 운영 및 관리에 대한 책임 소재 문제로 법적 분쟁이 이어졌다. 결국 2021년 새로운 수탁자도 동대문환경 운영에서 철수했다.

버는 돈 없이 돈만 쓴 망한 사업
하다 안 되니 이제야 ‘나 몰라라’

이에 따라 대체 수탁자였던 서희건설은 동대문환경을 다시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아울러 최대주주였던 미래에셋펀드로부터 26억원에 지분을 재인수했다. 2012년 221억원에 매각했던 지분을 9년 만에 약 1/8 수준의 가격으로 다시 사들인 것이다.

이 시기 동대문환경은 자본잠식에 빠진 한계기업 상태였으며, 영업이익은 적자였다. 그런데 서희건설 재인수 이후 2020년 자본총계 -117억원의 심각한 자본잠식 상태였던 동대문환경은 2021년 14억원 흑자로 전환됐고, 당기순이익은 20억원에서 192억원으로 860% 폭증했다.

이는 동대문환경에서 발생한 ‘채무면제이익’ 127억원 덕분이었다. 동대문환경은 미래에셋펀드로부터 12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대출을 받은 상태였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미래에셋펀드의 120억원 대출을 서희건설이 대신 상환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동대문환경이 서희건설로부터 빌린 119억원과 장기미지급금 6억원을 탕감받으며 대규모 특별이익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동대문환경이 회계상 중대한 영향이 있는 이 거래에 대해 감사보고서 주석을 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회계 기준 위반 소지가 있다. 전문가들은 분식회계 가능성을 지적했다. 주목할 점은 동대문환경의 급격한 재무 상태 개선이 오직 채무면제이익에만 의존했다는 사실이다.

장부상 거래
수입이 없다

실제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 개선은 전혀 없었다. 현금 유입도 발생하지 않은 순전한 ‘장부상 거래’였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외부 대출을 내부 대여로 전환하고 탕감 처리하는 방식은 분식회계에서 종종 나타나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꼬집었다.

이미 수익성과 사업성이 망가진 동대문환경은 결국, 지난해 대형 화재가 발생한 후 이듬해 5월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았다. 동대문환경의 파산과 관련해 서희건설 측은 법적으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동대문환경의 채무면제이익은 미래에셋펀드가 채권을 탕감해 준 것으로, 제3자와의 거래가 아닌 정상적인 회계 처리였다”며 “서희건설이 동대문환경에 대여한 119억원은 동대문환경의 외부 자금 조달이 어려워 미래에셋펀드의 기존 대출을 상환하기 위한 불가피한 자금 대여였다”고 밝혔다. 이어 “서희건설은 동대문구청과 체결한 실시협약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고 답했다.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서희건설과 동대문구청이 맺은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에는 “공사가 본 협약상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경우, 서희건설은 그 책임과 비용으로 공사의 의무 이행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또 실시협약 제51조는 “사업 시행자에 대해 법원이 파산선고 신고가 있는 경우 사업 시행자의 귀책사유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채무면제이익 127억원
분식회계 가능성도 제기

이는 동대문환경의 파산이 계약상 서희건설의 귀책사유로 간주됨을 의미한다. 사업 초기부터의 운영 부실, 책임 회피를 위한 지분 매각과 대체 수탁자 계약, 그리고 재인수 후 발생한 채무면제이익 논란을 살펴보면 서희건설이 공공사업 실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재 동대문구청은 주민들의 안전과 환경 문제를 방치할 수 없어 30억원의 구민 혈세를 들여 복구 작업에 나섰으며, 추후 서희건설에 구상권을 청구할 방침이다.

서희건설 측은 초기 사업 부실 운영 및 책임 관련해 “동대문환경자원센터를 건립하던 때는 환경 사업의 기술적 과도기였으며 그 무렵 대부분의 자원화시설에서 크고 작은 설비 문제 및 악취 민원들은 공통적으로 발생했다”며 “당사는 동대문환경자원센터의 설비 고장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주무 관청과 협의 하에 성능 개선 및 보완 공사의 운영 개선을 조치했으며 이를 위해 총 사업비에 책정돼있지 않은 초과 금액을 투입하는 등 최선을 다해 관리·운영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2년 지분 매각 및 대체 수탁자 계약에 대해서는 “당사와 동대문환경이 무관한 회사인지에 관련해서, 당사는 1차 답변서에서 ‘2012년 3월15일에서 2021년 11월25일까지 동대문환경개발공사의 출자자는 농협은행(미래에셋맵스그린에너지사모펀드)이었다’고 답변했다”며 “해당 기간 동안 미래에셋 사모펀드가 출자자였고, 미래에셋 사모펀드가 출자자일 때 수탁자는 국내 굴지의 수처리 전문 회사로, 해당 수탁자가 자신의 책임으로 동대문환경을 관리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체 수탁자 제도는 민간투자사업의 표준 실시협약에 따라 사업시행자(동대문환경)와 관리운영수탁자 간에 체결되는 위수탁관리운영계약서에 통상적으로 포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능력 부족
책임 회피

동대문환경 파산 책임과 관련해 서희건설 측은 “실시협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업시행자’는 동대문환경이다. 실시협약 제51조 제1항 제5호는 ‘본 협약의 해석에 있어, 동대문환경에 대해 법원의 파산선고가 있는 경우는 동대문환경개발공사의 귀책사유로 본다’는 뜻으로 주주인 서희건설과 무관한 조항”이라고 강조했다.

또 서희건설 측은 동대문환경의 운영을 맡은 초기 11개월 동안 부실하게 운영했다는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사업 초기부터 운영상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는 언론 보도는 객관적 근거가 없는 허위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들은 미래에셋펀드가 동대문환경의 실질적 소유주이며, 국내 유수의 수처리 전문회사를 미래에셋펀드가 운영 수탁사로 선정해 본 사업을 운영 중이었는데, 대체 수탁자에 불과한 서희건설이 마치 미래에셋펀드나 해당 수처리 전문회사를 대신해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었던 것처럼 왜곡됐다는 주장이다.

한편, 주택 브랜드 서희스타힐스로 알려진 서희건설은 올해 시공능력평가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건설·부동산 경기가 불황인 가운데서도 부실 경영 논란을 딛고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중심으로 견고한 실적을 기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서희건설은 지난달 3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5년도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에서 시공능력평가액 2조8774억원을 기록하며 16위에 올랐다. 시공능력평가액도 꾸준히 증가했는데 2023년 2조3979억원에서 지난해 2조6707억원, 올해 2조8774억원으로 늘어났다.

전 총리 비서실장 박성근이 맏사위
김건희 반클리프 목걸이 제공 의혹

일각에선 서희건설이 지난 윤석열정권과의 유착 관계를 형성하면서 이권에 가담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측의 이른바 비공식 비밀 캠프로는 신사동 예화랑, 서울대 법대 동기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는 대호 프로젝트(서초동 캠프) 등이 있었다.

이 밖에 식당 이름을 딴 ‘복조리 캠프’도 있는데, 복조리는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서울 역삼동 법당 주소로 나온다. 식당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성배씨가 운영하는 법당이다. 이전부터 재벌가, 정치권, 법조계 고위 인사들이 드나드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다.

대선 일정이 본격화되면서 복조리 캠프는 서희건설 빌딩에 사무실을 이전해 ‘역삼동 캠프’로 불렸다.

이 밖에 서희건설과 윤 전 대통령의 고리는 김건희씨로부터 나왔다. 김씨를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그가 2022년 나토 정상회의 순방 동행 당시 찼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가 모조품이라는 김씨의 진술을 거짓으로 보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주진우 기자는 이날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찼던) 진품 목걸이 실물을 특검이 찾지 못했지만, (특검이) 이 진품 목걸이의 구매자를 특정했다. (이는) 서희건설”이라고 밝혔다.

서희건설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하면서 또 다른 명품 바쉐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를 샀는데, 그 보증서와 케이스가 김씨 친오빠인 진우씨 장모 집 압수수색 때 발견됐다. 김씨는 특검 조사 과정에서 나토 순방 당시 찼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에 대해 “모조품”이라며 “2004~2007년 홍콩을 자주 방문할 당시 구매해 어머니(최은순)에게 선물했고, 가끔 빌려 착용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검은 그러나 김씨가 찼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동일 디자인의 목걸이가 2015년 11월 처음 출시된 것을 확인했다.

‘지주택 왕’
유착 결과?

특검은 김씨가 서희건설로부터 목걸이의 출처를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모조품을 김진우씨 장모집에 갖다 놓고 거짓으로 진술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은 서희건설과 김씨의 연결고리로 박성근 전 검사를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검사는 서희건설 창업주 이봉관 회장의 맏사위로 2022년 3월 윤석열 당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에서 활동하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순방 직전인 2022년 6월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발탁됐다.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의 최측근이어야 할 비서실장을 윤석열이 지목하자, ‘바지 총리’ 논란이 일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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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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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