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이혼에 꺼낸 노태우 비자금 민낯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7.15 13:42:23
  • 호수 14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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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도 넘어간 수상한 검은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재판서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거론됐다. 최 회장의 재산 중 상당 부분이 ‘노태우 비자금’이었다는 노 관장 측의 주장이 나오면서다.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의 제목을 연상케 하는 시점이다. ‘노태우 비자금’이 SK로 흘러갔다는 의혹을 노 관장이 스스로 들춰낸 의도는 다분해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이 SK 측으로 흘러갔다”는 그의 주장은 최 회장 일가서 줄곧 부정해 왔던 사안이다. 노태우 비자금 논란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논리다.

치명적 오류
잘못된 재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재판 2심 결과가 나오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결과와 관련해 법원과 SK그룹 사이의 논쟁이 벌어지면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소송전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대법원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가 남은 관전 포인트다. 

소송의 결과는 두 사람의 개인적인 차원뿐 아니라 SK그룹 임직원이나 상장 계열사 투자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지난 5월30일,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위자료로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날 재판부는 “원고(최태원)는 피고(노소영)에게 위자료 20억원과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한민국 가사소송 역사상 최고액의 재산분할이었다. 법조계 어느 누구도 이 정도의 재산분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판결 이후 최 회장 측은 판결문에 나온 SK 주식 가치 산정에 오류가 있음을 지적했다. 같은 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판결을 경정했지만 주문 결과는 수정하지 않았다. 이에 최 회장 측은 ‘착오가 있는 계산을 바탕으로 과실상계했다면 대법원 파기 사유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을 특유재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인정했다. 노 관장 측이 제출한 300억원어치 ‘약속 어음’도 SK의 신사업 진출 자금에 활용됐다고 봤다. 최 회장 측의 “계열사 자금을 활용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대비 재산분할액과 위자료가 모두 20배나 오르면서 반발로 이어졌다.

최 회장은 지난달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3층 수펙스홀 기자회견장에 직접 나타났다. 그는 “개인적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을 사과드린다”면서도 “‘SK 성장이 불법적 비자금을 통해 이뤄졌다’ ‘6공화국의 후광으로 사업을 키워왔다’는 판결 내용으로 저뿐만 아니라 SK그룹 구성원 모두 명예와 긍지가 실추되고 훼손됐다고 생각한다. 이를 바로잡고자 상고를 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2심 판결 두고 “이상하다” 목소리
300억 줬다는데 SK에 진짜 쓰였나

최 회장 변호인 측은 이날 판결문이 잘못됐다는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했다. 항소심 판결서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 산정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대한텔레콤 주당 가격을 최 회장 취득 당시인 1994년에는 8원,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에는 100원, 2009년엔 3만5000원 정도로 계산했다. 기업 성장에 대한 기여 부분을 회장으로 취임했던 1998년 직전과 직후로 나눠 선대회장 기여가 12.5배, 최 회장이 355배라는 게 재판부 판단이었다.

최 회장 변호인 측은 1998년 당시 주식 가치는 주당 1000원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새로 계산하면 선대회장 기여분은 125배로 늘고, 최 회장 기여분은 35배로 줄어든다. 잘못된 계산으로 사실상 100배 왜곡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 직후, 항소심 재판부가 판결문을 수정하는 ‘경정’ 결정을 했다. 최 회장 측의 주장대로 수치를 수정한 것이다. 판결 경정은 판결에 잘못된 계산이나 기재 등을 법원의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정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재판부는 그러나 “재산분할 비율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분이 커진다 하더라도, 최 선대회장에게 노 전 대통령이 자금을 지원한 만큼 피고의 기여분은 인정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최 회장 측은 지난달 20일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냈다. 나흘 뒤에는 ‘경정 결정’에 대한 재항고장도 제출했다. 재산분할 대상과 비율을 재상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혼 소송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여기서 법조계 의견이 갈렸다. 대법원이 가사소송 사건 대부분을 ‘심리불속행 기각’한다는 점을 들어 항소심 판결이 확정될 것이라는 의견이 한 축을 이룬다. 또 다른 인사들은 1심과 항소심 판결이 극명하게 갈리는 만큼, 대법원이 일단 심리는 해볼 것으로도 관측한다.

과거사
재조명

재판부가 이례적 경정을 했다는 점 역시 대법원이 다시 들여다볼 이유로 꼽힌다.

일각에선 1조3800억원대의 재산분할을 명한 법원의 과도한 잣대가 노 전 대통령의 과오를 미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알다시피 노 전 대통령은 전두환과 주축을 이뤄 신군부인 하나회를 결성했다. 이어 1979년 12월12일부터 13일까지 신군부 세력은 최규하 대통령의 승인 없이 계엄사령관인 정승화 대한민국 육군 참모총장, 정병주 특수전사령부 사령관, 장태완 수도경비사령부 사령관, 김진기 육군 헌병감 등을 체포했다. 

이후 1980년 5월 전두환을 중심으로 하는 신군부는 5·17 쿠데타를 일으켰다. 5·17 쿠데타에 반항한 광주 시민들을 무참히 짓밟은 사건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다. 전두환은 그해 8월22일에 육군 대장으로 예편했고 1980년 9월1일 대한민국 제11대 대통령이 됐다.

사실상 전두환의 ‘폭군 정치’를 묵인하고, 오히려 두 손 잡고 도모한 인물이 노 관장의 아버지 노 전 대통령이었던 셈이다. 12·12 군사 쿠데타 심판 과정서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검찰의 논리가 민심에 불을 지폈다.


이는 1995년 문민정부 시기 검찰에 고발된 신군부 관련 내란죄 등 기소건에 대해 당시 서울지검 공안1부장 장윤석 검사가 이를 불기소처분하며 밝혔다고 알려진 발언이다. 이 발언은 대중적 공분이 불타오르는 계기가 됐고, 여론에 힘입어 신군부 처벌은 역설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12·12 군사 쿠데타 심판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으로부터 비롯됐다. 1993년 8월 금융실명제가 전격 실시되면서 증권가를 중심으로 퇴임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보유설이 나돌았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기막힌
노림수

1994년 당시 무소속 서석재 의원에 의해 4000억 비자금 설이 제기되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반박했다. 1995년 서 의원 등에 의해 그의 비자금 조성 문제가 계속 제기됐다. 같은 해 민주당 박계동 의원에 의해 전직 대통령 비자금 수수설이 제기돼 수사에 들어가면서 비자금 수수가 사실로 드러났다.

1995년 10월19일 박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서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에 (주)우일양행 명의로 예치된 110억원의 예금계좌 조회표 사본을 제시하며 “노태우 비자금 4000억원”이라는 발언을 강조했다. 노태우의 비자금 4000억원이 시중은행에 흩어진 여러 차명계좌로 분산 예치돼있다는 의혹이었다. 

1995년 10월20일부터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계좌를 수사, 추적한 끝에 그의 경호실장 이현우가 검찰에 자진 출두해 “우일양행 명의 차명계좌에 입금된 돈은 노태우가 재임 중 조성해 사용하다가 남은 돈이며, 전 청와대 경호실 경리과장 이태진이 관리해 왔다”고 진술해 정치 비자금이 사실로 확인됐다.


검찰의 수사 결과 비자금 수수가 드러나자 노 전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 사실임을 인정하고 자신의 “재임 중 기업체로부터 5000억원가량을 받아 사용하고 1700억원가량이 남았다”고 밝혔다.

그는 1995년, 포괄적 의미의 뇌물죄가 적용되어 이전에 대통령 재직 시 조성한 비자금 수수와 뇌물 조성 혐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 등의 죄목으로 전격 구속됐다. 그해, 법원 재판에 회부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같은 해 11월16일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됐다.

이후 옥중서 항소했고, 항소심서 징역 15년에 2628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이를 계기로 12·12와 5·18에 대한 재수사 여론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문민정부를 표방했던 김영삼은 취임 직후부터 5·18 정신을 계승한 정부임을 천명하고 12·12와 5·18에 대한 재수사를 지시했다. 1995년 10월, 노 전 대통령은 “문화대혁명 때 수천만명이 희생당한 것으로 보면 광주사태 저것은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발언으로 국민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논리?
회고록에도 특혜·지원 전혀 없어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소송서 재판부가 6공 특혜를 판결의 주요 근거로 삼으면서 노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주목받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95년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된 이후, 옥중서 육필로 작성했던 대학 노트 30여권의 메모를 바탕으로 2011년 1112쪽에 이르는 회고록을 출간한 바 있다.

회고록서 그는 “분명히 말하지만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청와대나 내가 개입한 일은 절대 없었다”고 주장했다.

2심은 SK(당시 선경)가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하는 과정서 노 전 대통령의 무형적 기여가 작용했다고 결론내렸다. 노 관장 측은 소송서 SK가 청와대 후광을 이용해 경쟁사를 배제시켰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도 “최태원 회장의 무선통신 청와대 시연으로 이동통신사업 논의가 촉발됐고, 이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4대 그룹의 통신사업 수허가권을 제한한 결과 SK그룹이 이동통신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노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는 SK에 대한 특혜나 지원 내용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되레 노 전 대통령은 “나와 선경(SK)의 관계 때문에 정치 문제로 비화해 결국 선경이 사업권을 반납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다음 정권에 가서 결국 선경이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그 당시 정치 논리 때문에 선경이 피해를 봤고, 자신이 아닌 김영삼정부 때 한국이동통신이 인수된 사실을 밝힌 셈이다. 노 관장의 주장과 반대되는 지점이다.

‘세기의 이혼’으로 불리는 두 사람의 이혼소송서 앞으로 나올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노 관장 몫의 재산분할액을 1조3808억원으로 판단한 핵심 논지 중 하나는 노 전 대통령이 SK그룹에 시집간 딸을 통해 건넸다는 비자금 300억원이다.

비자금이 실제 건네졌는지에 대한 주장은 여전히 엇갈리지만 항소심 판단대로 비자금의 실체를 인정하더라도 부친이 불법적으로 조성한 ‘검은돈’을 딸의 결혼생활 기여로 인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일각에선 “SK그룹에 노태우 비자금이 흘러 들어갔으니 노 관장에게 재산을 나눠줘야 하는 게 아닌, 불법자금이기 때문에 국가가 환수해야 한다”고 지적도 나온다. 불륜에 대한 공공의 분노, 여성의 결혼생활 기여에 대한 온전한 평가는 물론 중요한 가치다. 그렇다고 해서 ‘성공한 비자금은 처벌할 수 없다’는 선례를 남기는 것 역시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법원
바뀔까

한편, 노 관장은 이혼소송 항소 결과에 대해 상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리인은 지난달 21일 입장문을 내고 “아쉬운 부분은 없지는 않지만 충실한 사실심리를 바탕으로 법리에 따라 내려진 2심 판단에 대해 상고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대법원 상고심은 1·2심 판단에 헌법·법률 위반 등과 관련된 법리적인 문제가 있는지 살피는 ‘법률심’이다.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보다 법리해석이 제대로 됐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최 회장 측은 추후 상고이유서를 제출해 상세한 이유를 대법원에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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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