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 ‘8000억’ 처가 기업 정체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7.22 09:28:14
  • 호수 14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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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 뜨거운 재벌집 사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선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가 처가 일가인 ‘유창’ 기업집단의 비위 행각이 드러나자,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유창에 속한 회사들은 최근 10년간 발생한 산재사고로 산재보험료를 37건 지급했다. 액수로는 총 13억5000만원에 이른다. 이 밖에 ‘일감 몰아주기’ ‘임금체불’ 등 다량의 불법을 자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선 강 후보가 국세청장 취임 시 이해충돌 소지가 다분하다고 봤다. 특히, 처가인 ㈜유창 일가에 대한 세정이 정확하고 공정하게 이뤄졌는지 감사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유창은 강 후보 처가인 조모 일가의 기업집단이다. 최소 5개 법인을 소유하고, 아내 조씨는 해당 법인 중 4개 법인에 등기임원이다. 강 후보의 장인과 처남은 대표이사와 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산재사고에
건축법 위반

강 후보를 둘러싼 후보 검증 허들은 다양하다. 그가 과거 작성한 논문에 대한 5·18 역사 왜곡, ‘전두환·노태우 비자금’에 대한 세무당국 재조사 및 과세 가능성 등이 인사청문회서 거론됐다.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는 지난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서 열린 인사청문회서 줄곧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이날 쟁점은 강 후보의 처가가 운영하는 연 매출 8000억원대 규모의 기업집단인 유창 관련 ‘사위 찬스’ 여부 등이었다. 

이날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강 후보의 처가 기업집단의 각종 불법 사항을 언급하면서, 국세청이 추진 중인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허점을 지적했다.


천 의원은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건실한 중소·중견기업의 사업 연속성을 보장해 주면서, 산업의 활력을 제고해주자는 취지”라며 “현행 상속세법 중에 조세포탈이나 회계부정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는 기업들은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결격사유로 돼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유창의 사례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유창 기업집단서 산재 사건이 37건이나 터졌고, 5년 동안 임금체불 신고 건수가 245건, 부당해고 신고가 23건, 직장 내 괴롭힘 건수가 9건, 직장 내 성희롱 건수가 4건이나 된다”며 “다수 근로관계법 위반이 있는 기업에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적합한가”라고 따졌다.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던 강 후보는 “직접 경영에 관여하지 않지만,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천 의원은 “‘유창이엔씨’는 가업상속공제 대상이 될 수 있는 기업”이라며 “만약 공제받게 되면 금액만 최소 400억 이상 추정된다. 비록 처가 회사 집단이지만, 이해상충 우려 없이 제대로 정책 수립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강 후보의 배우자 조씨 일가가 운영하는 ㈜유창 계열 기업집단의 지난해 매출액은 8257억원이었고 자산 총액은 5144억 규모로 확인됐다. 사내이사로 등록된 강 후보의 아내 조씨는 억대 연봉을 받아왔다. 

일감 몰아주기, 임금체불···
작년 매출 8257억 유창그룹 


강 후보가 국세청장으로 취임하면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천 의원 측이 지난 7일 법인 등기부등본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을 분석한 결과, 조씨는 유창기업과 유창금속의 사내이사로, 유창엠앤씨와 유창이앤씨에는 감사로 등록했다. 문제는 강 후보의 처가와 그들이 운영하는 법인이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상 사적 이해관계자에 해당하고, 강 후보가 조세 등의 조사·부과·징수 같은 제재적 처분에 관계되는 직무의 최고책임자 자리에 오를 예정이라는 사실이다.

이해충돌 방지법에 따라 법 적용 대상인 공직자는 일반적으로 소속 기관장에게 사적 이해관계자의 신고 및 회피·기피 신청을 해야 한다. 그러나 국세청장은 본인이 기관장이기에 회피·기피에 대한 셀프 의사결정을 하거나 하급자인 부기관장이 대리해야 한다.

천 의원은 “국세청장에 취임할 경우 처가 관련 처분 시 실효성 있는 이해충돌 방지가 가능하겠나”라며 “강 후보 스스로 이해충돌 방지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 후보가 처가와 업무상 선을 그었던 것과 반대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 후보가 납세 관련 부서에 재직할 당시 장인과 처남이 모범납세자로 선정돼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되면서다.

천 의원이 지난 12일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강 후보가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으로 재직하던 2020년 3월 국세청은 ㈜유창에 모범납세자 장관 표창을 수여했다.

해당 업체엔 강 후보의 장인과 처남이 공동대표, 강 후보의 배우자가 사내이사로 재직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강 후보가 법인납세국장으로 재직 중이던 2021년 3월에는 ㈜유창강건이 모범납세자 세무서장상을 받았다.

의원들
맹공격

이 업체도 강 후보 처남이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모범납세자로 선정될 경우 3년간 세무조사 유예, 인천국제공항 비즈니스센터 이용, 철도 운임 할인 등 여러 혜택을 받게 된다.

천 의원은 해당 업체들이 모범납세자로 선정된 시기에 강 후보가 납세 담당 부서를 총괄한 만큼, 장인과 처남이 각종 혜택을 얻기 위해 ‘사위 찬스’를 쓴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천 의원은 “국세청 징세법무국과 법인납세국은 대한민국의 수많은 기업·개인의 납세의무 준수를 총괄하는 국세청의 실세 부서 중 하나”라며 “처가 일가가 모범납세자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것에 후보의 이해충돌 소지가 없는지 청문회 과정을 통해 엄중히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선 ㈜유창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불거졌다. 유창그룹의 24개 계열사 중 2곳에서 내부거래를 통한 오너 일가 사익 편취 이슈가 제기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의원실에 따르면, 유창그룹 계열사인 유창엠앤씨와 로뎀코퍼레이션서 과도한 수준의 일감 몰아주기가 이뤄졌다.

강 후보의 처남 조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모듈러 제작기업인 유창엠앤씨의 지난해 503억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93.7%에 해당하는 471억5200만원이 그룹 계열사인 유창이앤씨·송천이앤씨 등과의 거래서 발생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전체 매출의 50%를 넘기면 일감 몰아주기로 보고, 증여세를 내야 한다.

유창그룹 일가는 유창엠앤씨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유창엠앤씨가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수익이 강 후보 처가 일가로 흘러가는 구조인 셈이다.

또 다른 처가 일가 기업인 건축자재 생산업체 로뎀코퍼레이션은 지난해 매출 41억6200만원 중 58.7%에 해당하는 24억4200만원을 내부거래로 채웠다. 중소기업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전체 매출의 50%를 넘기면 일감 몰아주기로 증여세를 내야 한다.

다만 국세청은 유창그룹이 내부거래 과정서 증여세를 납부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불거진 
정치색


유창 사내이사와 유창엠앤씨·유창이앤씨의 감사로 재직하며 억대 연봉을 받아온 강 후보의 배우자는 지난해 일감 몰아주기로 증여세를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 후보는 ‘최근 5년간 후보 및 배우자의 상속증여세 납부 내역’ 요구에 지난해 자신의 배우자가 일감 몰아주기 증여이익 과세요건이 발생해 증여세 35만6000원을 납부했다고 밝혔다.

강 후보는 청문회서 “배우자는 주식회사 유창과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의 주주로서 일감 몰아주기 관련 증여세를 세법에 따라 성실하게 납부했다”면서도 “처가 쪽 기업 경영에 관하여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향후 처가 회사와 관련된 모든 업무에 대해선 “회피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강 후보 검증 과정서 유창이앤씨가 사용 미승인 공장에 원자재 및 컨테이너를 방치하는 등 건축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사실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인천 연수을)에 따르면, 지난 2월 당진시는 유창이앤씨를 건축법 위반으로 고발 조치했다.

지난 2월26일, 당진시는 석문면 인근 주민으로부터 ‘유창이앤씨 공장 신축공사에 따른 통행 불편 및 불법 행위 확인’이라는 제목의 민원을 접수했다. 해당 민원에는 유창이앤씨가 공장 주변 도로 위에 물건을 적치하고, 사용 미승인 공장 내에 물건을 반입 및 제작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에 당진시는 2월28일, 사용승인을 받지 않은 대지와 건축물 내부에 공장 운영을 위한 원자재가 반입돼있음을 확인하고, 건축법 제22조에 따라 건축물 사용이 불가하다는 원상회복 통지서를 유창이앤씨에 보냈다.

그러나 유창이앤씨가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자, 당진시는 3월15일 건축법 위반으로 고발 조치했다. 유창이앤씨는 시정조치 명령을 받은 지 70일 후 원상회복 조치를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문회에선 강 후보의 정치 성향 문제도 거론됐다. 강 후보는 청문회서 과거 석사학위 논문에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 사태’로, 신군부의 군사 쿠데타를 ‘12·12 거사’로 표현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취임 시 이해충돌 소지 다분”
“과연 공정한 과세 가능할까?”

강 후보는 이날 부적절한 역사 인식 논란에 대해 “생각이 짧았고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후보는 1995년 석사학위 논문 ‘우리나라 현대 국무총리와 정치적 위상에 관한 연구’서 ‘광주사태’와 ‘12·12 거사’란 표현을 써 논란을 낳았다.

그는 “당시 참고 문헌과 언론 기사에 사용됐던 표현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라며 “대학원생 시절에 큰 성찰 없이 작성했던 표현으로 가슴을 아프게 한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어 “5·18 민주화운동이 얼마나 가슴 아픈 사건이고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초석을 놓는 숭고한 사건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강 후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과정서 새롭게 드러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의 증여세 과세 여부에 대해서도 “시효가 남아있고 확인만 된다면 당연히 과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후보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과정서 드러난 900억원대 자금의 과세 여부를 묻는 말에 “시효나 관련 법령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시효·법령 등에 문제가 없고 900억원대의 자금이 6공화국의 불법 통치자금이 맞는다면 과세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최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다. 노 관장 측은 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근거로 1990년대 초 선경(SK) 측에 300억원이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돈을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했다. 결국 이 ‘300억원’은 1조3800억원에 달하는 재산분할을 결정하는 핵심 근거가 됐다.

김 여사의 메모에는 ‘선경’ 꼬리표가 달린 300억원 외에 가족 등에게 각각 배정된 604억원이 더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904억원이 메모지 한 장을 통해 30여년 만에 수면 위로 드러난 셈이다.

메모에 기재된 자금이 불법 비자금으로 확인될 경우 증여세 등 징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부과제척기간’이 남았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국세기본법에 따라 납세자가 부정행위로 상속·증여세를 포탈한 경우 해당 재산의 상속·증여가 있음을 안 날부터 1년 이내에 과세할 수 있다.

얼굴을 
붉히다

과세 당국이 노 관장 측이 주장한 ‘자금 메모’를 인지한 시점, 즉 2심 판결일(지난 5월30일)을 ‘상속·증여가 있음을 안 날’로 보면 징수권 행사가 가능한 셈이다. 만약 당국이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904억원에 대해 과세 절차에 착수할 경우,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비자금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다. 구체적인 비자금 규모가 확인되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 결과에도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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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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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