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SK이노베이션이 21일, 아트센터 나비(관장 노소영) 미술관을 상대로 제기했던 부동산 인도 소송서 승소했다. 재판부가 현재 따로 진행 중인 이혼소송 항소심과 인도 소송 건은 관계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날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36단독, 이재은 부장판사)는 SK이노베이션이 ‘SK서린빌딩서 나가달라’며 미술관을 상대로 낸 부동산 인도 청구 소송의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아트센터 나비)는 원고(SK이노베이션)에게 부동산을 인도하고 10억4560만원을 지급하라”며 “피고가 원고와 체결한 임대차 계약에 따라 목적물을 거래하면서 미술관을 사용하고 있는데, 원고가 전대차 계약에 정한 날짜에 따라서 적법하게 해지했으므로 피고는 전대차 목적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아트센터 나비 측은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미술관 퇴거 소송에 대해 언급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동산 인도 소송이 이혼소송과 불가분 관계에 놓였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1심 패소 후 노 관장 측은 “25년 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요청해서 미술관을 이전했던 것인데 이렇게 돼서 저희로서는 정말 해도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무더위에 어디로 갈 데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여러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후 항소 여부에 대해선 “더 생각해 볼 예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이번 판결은 피고측 주장과 달리 이혼소송과는 무관할 뿐아니라 아트센터 나비가 지난 수년간 미술관 고유의 전시활동이 별로 없었던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트센터 나비는 이미 다른 곳에 전시 공간을 보유하고 있고, 120억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의 여유도 가지고 있어 이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트센터 나비는 서울 종로구 서린동 소재의 SK서린빌딩 4층에 위치한 미술관으로 SK이노베이션과 나비가 체결한 전대차 계약서에 따르면, 2016년 3월28일부터 2018년 3월27일까지 전대차 계약이 돼있었다.
업계에선 계약 당사자 한 쪽이 전대차 기간 만료 30일 전까지 전대차 기간 연장의 반대 의사를 상대방에게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는 한 기간은 자동 1년씩 연장되며, 전대차 기간 및 그 연장 기간이 만료된 경우 및 계약이 해지 또는 해제 시 전대차 계약은 종료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술관의 문화유산을 보전해야 한다’는 아트센터 나비 측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전대차 계약의 당연한 전제가 된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일방적인 계약해지는 권리남용’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 사건의 전대차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없다거나, 권리남용이나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기각했다.
앞서 2019년 SK이노베이션은 ‘아트센터 나비와의 계약이 종료됐다’며 계약해지를 통보한 후 퇴거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해 4월 “무단점유로 임직원의 불편과 경영상 손실이 크다”며 부동산 인도 소송을 제기했다.
노 관장 측은 지난해 11월 조정기일서 “미술관은 미술품을 보관하는 문화시설로서의 가치가 보호돼야 한다. 미술관에 종사하는 근로자분들의 이익도 저희는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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