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감정 실린 이재명 구속영장 해부

‘찍어 누르기식’ 격양된 표현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다만 이 대표가 현직 의원이기 때문에 체포동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현재 민주당이 의석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가결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서를 두고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객관·법률적 팩트보다 감정적이고 격양된 표현이 많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수사’가 편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굳이 영장에 감정을 드러내야 했는지 의문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재경지검 부장검사의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를 보면 신조어와 감정적인 문장이 수두룩하다. 이 때문에 대장동과 쌍방울, 성남FC 등의 의혹과 관련해 물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에 더 무게가 실린다. 

민간인
같으면…

검찰의 자신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찍어 누르기식’ 표현으로 정치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은 중앙지검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16일 청구한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이례적인 표현들이 등장한다. ‘시정 농단’ ‘내로남불’ 등 일반적인 수사기관의 수사기록과 공소장,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찾아볼 수 없는 표현들이다. 객관적 사실과 증거, 법리로 법원을 설득해야 할 검찰이 법원에 제출하는 공식 서류에 원색적 표현을 적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법원에 제출된 구속영장 청구서를 보면, 검찰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지방자치 권력을 사유화한 시정 농단 사건’으로 규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불러온 ‘국정 농단’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표현이다.


또 검찰은 이 대표가 “‘내로남불, 아시타비’의 전형을 보여줬다”고 썼다. ‘아시타비’는 ‘나는 옳고 다른 사람은 그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체 진실 은폐 시도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명백하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이 대표에게 징역 11년을 훨씬 넘는 형이 선고될 것이 명백하다고도 적시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와 검찰 안팎에서는 “정치 수사를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 섞인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일 기자와 만난 재경지검 부장검사는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편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법과 원칙에 따른 정상적 과정이지만 재판 결과가 나오기 이전부터 구속영장 청구서에 감정을 드러낼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도 “객관과 법리로 법원을 설득하려 해야지 잘못된 표현이 많다. 누가 보면 이 대표에게 원한이 있는 검사가 작성한 줄 알 것”이라며 “이 대표가 무죄가 나올 것이라 보진 않는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중앙지검이 ‘한 몸’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법조계 “이례적이다” 목소리 왜?
일반적 관행서 벗어난 표기 수두룩

이원석 검찰총장도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 직후 “(대장동 사업은)지방 권력과 부동산 개발업자 간의 불법적 정경유착, 지역 토착 비리”라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앞서 이 대표의 핵심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재판에 넘길 때도 ‘공소장 일본주의’ 원칙 위배 논란에 휩싸였다.

공소장 19쪽 중 혐의 사실은 3쪽에 그쳤으나 김 부원장과 이 대표의 관계 등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와의 공모관계를 과대하게 부풀리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헌정사상 처음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인 만큼 검찰총장이 직접 나서 공식입장을 내비치는 데 무리가 없다는 시각도 있지만 ‘정치 수사’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은 중앙지검 내부에서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중앙지검 한 검사는 “이 총장이 입장을 밝힌 것은 개인이 아닌 검찰을 대표한 입장이기에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다. 기자들 간의 ‘티 타임’에서도 저런 입장은 밝히지 않는 게 관행”이라면서 “(이재명 대표)구속영장 청구서에 감정적 표현이 들어간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의 태도를 두고 이 대표를 구속해야 한다는 대통령실의 의지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야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에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재빠르게 마무리 지으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검찰이 입증해야 할 이 대표의 주된 혐의는 배임이다. 검찰이 산정한 배임 액수는 약 4895억원로 이는 재판 과정에서 다툼이 클 전망이다. 이 때문에 검찰이 기소 전부터 증거와 법리가 아닌 이 대표를 향해 감정적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검찰의 자신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검찰 내부서도 사실관계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거친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견해가 있다. 검찰이 이 대표의 배임 혐의를 적용한 주요 근거는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팀이 작성한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 검토의견서다.

지나친
자신감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해당 의견서에는 ‘사업 수익이 클 경우 공사의 이익을 개선할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의견서는 사업자 선정 과정에 공사에 사업 이익을 70% 이상 제공하는 경우 만점을 주는 등 배점을 달리해야 한다고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남도개공 관계자 A씨가 2015년 2월 작성한 ‘대장동 공모지침 검토의견서’에는 당시 정민용 공사 투자사업파트장(변호사)이 작성한 공모지침서의 사업적 이익 배분 문제점 등을 표 형식으로 정리한 10여장 분량의 의견서가 참부됐다.

A씨는 ‘신청자가 제안한 이익 분배 방법은 사업계획이 변경돼도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조항에 대해 “수익이 예상치보다 못할 경우 무방하나, 기대치를 훨씬 상회할 경우 공사의 수익도 개선될 여지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A씨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검찰이 판단한 이 대표의 배임 혐의 논리다.

A씨는 공사에 제공하는 이익 비율에 맞춰 평가점수를 차등 배분하자는 의견을 냈다. A씨가 ‘예시’로 제시한 기준은 사업 수익 중 공사에 배분되는 이익이 70% 이상인 경우 만점(60점), 65~70%인 경우 50점 등 5%포인트마다 10점씩 점수를 줄여 35% 미만인 경우 0점을 매기는 방식이다.

기존 공모지침서엔 임대주택용지 제공 여부와 용지 종류에 따른 배점 기준만이 제시돼있었다. A씨는 공사가 임대주택사업으로 수익을 내기 어렵고, 사업적 이익이 과도할 경우를 대비해 이 같은 검토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A씨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은 당시 이견을 제시한 A씨를 불러 ‘업자의 청탁을 받고 이의 제기한 게 아니냐’며 손으로 직접 이의 제기 내용을 써보라는 등 압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공사는 사업협약 등의 과정을 거쳐 원안대로 임대주택용지 금액에 상당하는 1830억원의 확정이익을 받았다.


검찰은 A씨의 의견을 바탕으로 이 대표의 배임 액수를 산정했다.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 전체 이익 중 70%를 공사가 가져가도록 했다면 6725억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었는데, 확정이익 1830억원만 챙겨 4895억원가량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불구속 기소
가능성 크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배임 액수 산정방식이 성급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성남도개공 일부 의견일 뿐이다. 공사 측 이익을 최대한 반영한 참여자에 높은 점수를 주자는 의견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며 “그 기준대로 배임액을 산정하는 것 자체가 오류”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재판부가 검찰의 배임 산정방식을 지적하게 되면 공소장 내용이 바뀌거나 심할 경우 다시 수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돼있다. 체포동의안은 지난 24일 본회의 보고를 거쳐, 27일 열리는 본회의서 무기명 표결에 부쳐진다.

민주당 지도부는 ‘압도적 부결’을 자신하고 있다. 169개 의석과 김진표 국회의장,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6명),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을 모두 더하면 최대 177명이 반대표를 던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지난 16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같은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도 크다. 특히 최근 민주당 지지율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어 친명(친 이재명)계서도 체포동의안 정국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수도 있다. 민주당 계열 의원 중 28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지는 경우다. 무기명 투표의 특성상 어느 의원이 찬성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시정 농단, 아시타비…보기 어려운 신조어
거친 문장들 태반...법리 및 증거 부족 지적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언론을 통해 “당 대표를 지키는 것보다 민주당이 국민의 지지를 모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것 아니냐”며 “침묵하는 의원 하나하나가 고심하는 만큼 표결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간 대질조사를 추진했다.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아직 쌍방울과 관련된 구체적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 현근택 변호사는 지난 20일 낸 입장문에서 “검찰이 22일 오전 10시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며 “이 전 부지사는 출석해 성실하게 조사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현재 이 전 부지사 측 요청에 따라 1대1 조사 방식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1차 조사 이후 전 부지사에게 두 차례 소환통보를 했으나, 이 전 부지사 측은 소환 시기와 다자간 대질신문 방식 등을 문제로 출석을 미뤘다.

이 전 부지사 측은 다음 대질신문서 1대1 방식을 원한다는 입장을 강경하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4자 대질 당시 김 전 회장과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 등은 이 전 부지사에게 “대북송금 사실을 알고 있지 않았냐”며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 전 회장이 “왜 나를 모른다고 하느냐”며 고성을 지른 후 이 전 부지사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재판에서 그의 변호인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치아가 빠졌다고 한다. 치료가 필요하다”고 요청해 오후 재판 절차가 연기되기도 했다.

검찰은 이번 조사에서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의 800만달러 대북송금 사실을 알았는지, 김 전 회장과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통화를 주선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검찰은 북한에 건네진 800만달러가 쌍방울그룹의 대북 경제협력 사업권이 아닌, 경기도와 이 대표를 위한 자금이었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 김 전 회장이 알고 지내던 이 전 부지사가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한다.

대북송금
입증될까?

이 전 부지사는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경기도는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사실을 전혀 몰랐고, 대북사업 역시 따로 진행했다는 것이다. 반면 김 전 회장은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에 돈을 보냈다”며 “이 전 부지사도 모두 알았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수행비서 박모씨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 6대의 비밀번호를 풀어 정밀 분석작업을 하고 있다. 이 중 2대는 김 전 회장이 사용했던 휴대전화고, 2대 중 1대는 한국서 사용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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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